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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출생의 비밀 (486/733)

<제104화> 출생의 비밀2021.12.01.

16600825564045.jpg“아 엄마! 왜 아침부터 아들 방에 쳐들어오고 난리예요!”

아들의 짜증과 헐벗은 옷차림에 루크레치아는 분노를 금할 수가 없었다. 착하고 귀여운 우리 이폴리토가 엄마에게 화를 낸다니, 거기에는 한 가지 가능성밖에 없다.

16600825564051.jpg“이폴리토, 너 뭐야. 아침부터 그 계집애랑 놀아났니?”

16600825564045.jpg“아 무슨 소리야 엄마! 봐봐, 없잖아!”

이폴리토는 펄쩍 뛰었다. 루크레치아는 매의 눈초리로 아들 방을 둘러보았지만 어딜 봐도 말레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여자의 옷가지라던가 머리빗 같은 것이 방 안에 널브러져 있었다.

16600825564051.jpg“사람만 없으면 뭘 해! 이거 봐라 이거!”

루크레치아가 바닥에서 여자 속옷을 찾아 집어 올렸다. 더러운 것을 본다는 듯이 손가락 두 개의 끝으로만 달랑달랑 든 채였다. 그녀는 그것을 들어 아들 코앞에다 들이대고 흔들었다.

16600825564051.jpg“동생이 죽었는데 장례식도 치르기 전에 하녀랑 놀아나?! 니가 정신이 있어, 없어!”

16600825564045.jpg“아 엄마! 아니래도 그러네!”

16600825564051.jpg“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라! 어딜 감이 이 엄마를 속여! 그러니까 지 외삼촌한테 우애 없다는 소리나 듣고 다니지! 아우 내가 못 살아!”

16600825564045.jpg“……엄마, 근데.”

이폴리토가 묘한 표정으로 모친을 바라보았다.

16600825564045.jpg“걔, 밖에서 배어온 애야?”

16600825564051.jpg“뭐?”

16600825564045.jpg“아라벨라 말이야. 아비가 다르다며.”

16600825564051.jpg“뭐? 너 그 소리 어디서 들었어!”

16600825564045.jpg“외삼촌이 그랬잖아. 나 다 들었어.”

루크레치아는 가슴을 쳤다.

16600825564051.jpg“스테파노, 이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인간 같으니!”

16600825564045.jpg“그럼 진짜네?”

이폴리토는 주섬주섬 걸치던 의복을 마저 입고 어머니 앞에서 허리를 쭉 폈다. 그는 호기심 넘치는 눈초리로 루크레치아를 바라보았다.

16600825564045.jpg“아라벨라 아빠는 누구야?”

16600825564051.jpg“아이고, 이놈의 새끼야. 아라벨라 아버지가 누구긴 누구야, 시몬 데 마레 추기경 예하지!”

16600825564045.jpg“아 엄마, 이제까지 와서 나한테까지 거짓말을 해요?”

16600825564051.jpg“이 멍청한 새끼야!”

루크레치아는 이폴리토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쥐면 부서질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던 유일한 아들이었지만 이건 아니었다.

16600825564051.jpg“이 배은망덕한 새끼야!”

16600825564045.jpg“아야!”

16600825564051.jpg“내가 누구 때문에 성에 안 차는 남자랑 평생을 살 비비고 살고 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이 엄마한테 그런 소리를 해!”

16600825564045.jpg“아야야!”

이폴리토는 귀싸대기를 붙들고 앓는 소리를 냈다. 루크레치아가 뒤통수를 때리는 와중에 손목이 스쳐 조금 맞았기 때문이다.

16600825564045.jpg“엄마 무슨 소리 하는 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 말해 주기 싫으면 그렇다고 말을 하지 왜 애먼 아들을 때려?”

16600825564051.jpg“이 은혜도 모르는 화상 같으니! 닥쳐! 닥쳐! 당장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추도 미사에 참석할 준비나 해!”

루크레치아는 아들에게 호통을 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버렸다. 추도 미사에서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으면 안 되냐고 아들에게 기분 좋게 권유하려고 왔다가 기분만 잡친 모양새였다. 이폴리토는 투덜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장롱 안에서 헐벗은 상태로 숨을 죽이고 있었던 말레타는 혼자서 생각했다.

16600825580586.jpg‘저게……. 루크레치아 마님이 아라벨라 아가씨 아버지가 누군지 말해 주기 싫어서 화를 내신 게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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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아라벨라의 추도 예배는 엄숙한 와중에 성대하게 치러졌다. 구름 같은 인파가 모여들어서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의 메인 홀을 가득 채웠다. 예배는 데 마레 추기경의 침통한 집례로 시작되었다.

16600825580594.jpg“우리의 주인이신 곤 안에서 신실하게 자라온 어린 양인 아라벨라 데 마레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나 주님의 인도를 따라 윤회의 고리로 돌아갑니다.”

보통 추도 예배는 망자가 누구의 자식인지 밝히고 시작한다. 데 마레 추기경은 매끄럽게 아라벨라가 누구의 딸인지에 대한 묘사를 건너뛰었다. 게다가, 아라벨라는 교회에서 축복한 혼인 관계 밖에서 태어난 아이였기 때문에 ‘우리 주 곤 안에서 정결하게 태어난’이라는 관용 문구를 쓸 수 없었다. 이는 세련되게 ‘신실하게 자라온’으로 대체되었다. 아리아드네는 이 사회적 우아함이 메슥거린다고 생각했다. 아비를 아비라고 부르지 못하는 현장이었다.

16600825580594.jpg“죄 없는 어린 양을 구원하시어…….”

데 마레 추기경의 집전이 이어졌다. 오늘만큼은 목 끝까지 깃이 올라오는 검은 상복을 차려입은 루크레치아는 맨 앞줄에서 서럽기 짝이 없게 눈물을 쏟아냈다. 그 옆에서 검은 미사포를 쓴 이사벨라도 아름다운 자수정 색 눈에서 눈물을 방울방울 흘렸다.

16600825580602.jpg‘역겨운 인간들.’

가족들끼리 조촐하게 추도 예배를 올렸다면 누구의 딸인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모두 밝히고 아라벨라를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루크레치아는 물론이고 데 마레 추기경도 집안에 일어난 조사를 조용히,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치르고 넘어갈 위인들이 아니었다.

16600825580594.jpg“가여운 넋을 배웅하기 위한 찬송을…….”

교회는 사생아의 세례, 혼배성사, 장례나 위령기도 등 일체의 제례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지난 100년간 그 원칙은 가장 형평성 없는 형태로 형편없이 무너졌다. 가난한 미혼모의 아이는 예삽교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고아라고 거짓말을 하고 사제에게 무릎 꿇고 간청해 겨우겨우 교회 문밖에서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추기경의 사생아는 에트루스칸 전체에서 가장 큰 대성황당에서 만 명 단위 사람들의 추모를 받으며 장례식을 치른다. 아리아드네는 거짓말 위에 또 겹겹이 싸인 거짓말을 발판 삼아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선 채로 이 모든 부조리의 이득을 향유하고 있었다. 화가 나지만 떳떳하게 분노조차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16600825580594.jpg“기도합시다. 언제나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너그러이 용서하시는 천신님…….”

여기서부터는 사제가 첫 구절을 선창하면 나머지 예배자들이 뒤 구절을 반복하는 구간이었다.

16600825580594.jpg“오늘 우리 곁을 떠난 아라벨라가 거룩한 천사들에게 인도되어 성스러운 윤회의 고리에서 평온하고 안온한 새 삶을 얻도록 하시옵소서. 후세에서는 좋은 생을 받아 태어나길 천신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16600825582815.jpg- “천신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16600825564051.jpg“아이고, 내 딸아!”

루크레치아의 비극적인 울부짖음이 사람들의 제창 위로 뾰족하게 튀어 올랐다. 관심을 구걸하는 모양새가 과연 이사벨라의 친엄마였다. 물정 모르는 산 카를로 사람들은 자식 잃은 어미의 비통함을 동정 어린 눈길로 보듬었다. 아리아드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16600825580602.jpg‘아라벨라. 네가 네 제단에 바치는 네 어머니의 피를 좋아할는지는 모르겠다.’

그녀는 고요히 주먹을 쥐었다.

16600825580602.jpg‘하지만 핏값은 분명히 받아내 네 영전에 바친다. 루크레치아, 이사벨라. 기다려라.’

  * * *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을 구름처럼 메운 조문객은 당연하게도 대부분 데 마레 추기경의 손님들이었다. 자녀들의 친구들은 대체로 타란토에 내려가 있었기에 그들은 대개 편지로 조문을 대신했다. 수도 없이 집으로 밀려드는 편지 중에는 진심 어린 편지도, 가식적인 편지도, 그리고 형식적인 편지도 있었다. 「아리아드네 데 마레 영애에게,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저에게도 돌아가신 오빠가 있어서 여동생이 유명을 달리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미력하나마 헤아림이 됩니다. 형제를 잃는다는 것은 마치……(후략) 3월에 타란토에서 궁정이 복귀하면 함께 산 에르콜레 대성황당 뒤의 납골당에 참배를 가요. 사랑하는 저희 할머니께서도 재작년에 돌아가셔서 그곳에 모셨습니다. 망자는 산 자의 마음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줄리아 데 발데사르 드림.」 개 중 줄리아의 편지는 몹시 진심이 어려 있는 축이었다.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줄리아처럼 시간과, 정성과, 노력을 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카멜리아 데 카스틸리오네는 ‘위로 편지 모음 100선’ 같은 책에서 대여섯 개를 뽑아 짜깁기한듯한 편지를 보내왔다. 전형적으로 매우 입에 발린 소리를 잔뜩 하고는 편지 한 장으로 입을 씻어 버린 케이스였다. 체자레 백작은 관심이 가득한 길고 아름다운 편지와 넉넉한 금전으로 관심을 표현했지만, 왜인지 모르게 줄리아의 편지보다는 카멜리아의 편지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직접 조문을 왔던 알폰소와 비교가 돼서였는지도 모른다. 아리아드네의 생각은 사실 체자레의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만한 것이었다. 알폰소가 데 마레 추기경이 발한 부고에 깨달음을 얻고 산 카를로로 달려가던 당시, 체자레는 파티에서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그는 다음 날 아침에야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이미 그 집 아들보다는 늦었지만 데 마레 추기경이 보낸 부고를 직접 전달받은 사람들이 있었다. 타란토 사교계에 망자는 그 집 둘째 딸이 아니라 막내딸이라는 사실이 널리 퍼진 이후였다. 자연히 체자레는 아리아드네가 죽은 줄 알고 기겁할 일이 없었고, 동생에 대한 의례적인 위로 인사말만 적어 아리아드네에게 보냈다. 그러나 그는 구애하는 여인에게 박하게 구는 남자가 아니었다. 기계로 찍어낸 듯한 검은 잉크의 아름다운 필기체 편지와 함께 도착한 것은 흑단나무와 은에 검은 다이아몬드를 박아 몹시 호화로운 로사리오였다. 몹시 체자레다웠다.

16600825580602.jpg‘이걸 돌려보내면……. 타란토까지 전령이 들고 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아리아드네는 우편물 수발 하인을 불러 전했다.

16600825580602.jpg“데 코모 백작가로 보내라.”

1660082558284.jpg“반품한다고 할까요?”

16600825580602.jpg“아니, 새로 보낸 답 선물인 척하고 보내라. 그 집 집사가 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모르고 가지고 있도록.”

알폰소와 서로 마음을 확인한 만큼 체자레 백작이 주는 선물을 받고 싶지 않았다. 체자레를 착각하게 해서 나중에 귀찮아지고 싶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이걸 아리아드네가 받았다는 사실을 알폰소가 알게 되었을 때 그가 느낄 실망감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체자레는 이쪽이 튕기면 더더욱 매달리는 종류의 위인이었다. 티가 안 나게 조용히 멀어지는 편이 나았다. 한 달 반 뒤에 수도에 돌아와서 선물이 거절당한 것을 알게 되더라도 그때쯤에는 다른 흥밋거리가 생겨 있겠지. 마지막으로 남은 편지는 알폰소 왕자의 편지였다. 아리아드네는 일부러 이 편지를 맨 뒤로 미뤄 두었다. 봉투부터 두툼했다. 알폰소 왕자는 타란토에 돌아간 이후부터 꼬박꼬박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왕자궁의 인장을 찍은 편지가 아닌 일반 종이와 평범한 겉 포장을 한 편지였다. 하지만 두께는 소포와 더욱 비슷했고, 봉투를 열면 그 안에는 언제나처럼 푸른 잉크로 쓴 힘찬 필치의 알폰소의 손글씨가 있었다. 「보고 싶은 아리에게, 네가 없는 타란토는 적막할 뿐이야. 포근한 공기도, 소금기 섞인 바닷바람도 이제 슬슬 지겨워. 네가 있는 곳이라면 눈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성에서라도 기꺼이 기쁘게 지낼 텐데. 지금쯤이면 동생의 추도 미사가 끝났겠구나. 동생분에 대한 내 조의를 표할게. 아리 네 말을 들으면 참 착하고 재능 많은 친구 같았는데……. 천신께서는 좋은 사람을 곁에 천사로 두고 싶으셔서 먼저 데려간다고 하시잖아. 그렇게, 아라벨라도 좋은 곳에 갔다고 믿자. (중략) 너에게 당당하게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려. 부왕의 설득이 남아 있지만, 나는 마음을 정했고 결과는 바뀌지 않아. 보고 싶어. - 애정을 담아,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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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거친 종이에 쓰인 편지를 소중하게 접어 서재의 편지함 안에 넣고 열쇠로 잠갔다. 전생으로부터 남자의 약속 따위 허망할 뿐이라는 사실을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이번만은 진짜일 거라고 믿어보고 싶은 마음을 누를 수가 없었다. 밀어는 달콤했고, 입술은 몰캉했고, 사랑은 불길과도 같았다. 그날 느꼈던 입술의 감촉이, 사람의 온기가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있었다.

16600825580602.jpg‘……이러지 말자.’

아리아드네는 고개를 저어 잡생각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16600825580602.jpg‘말미잘. 말미잘.’

아라벨라를 보낸 지 며칠이나 됐다고 연애질에 정신이 팔렸나, 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며 그녀는 입고 있는 상복을 단정하게 폈다. 그제야 정신이 좀 맑아졌다. 아리아드네에게는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이 아주 많았다. 그녀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오매불망 기다리느니, 자기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모조리 해치워버리는 종류의 여자였다. * * * 자식이나 손아래 형제의 죽음으로 상복을 입는 기간은 2주뿐이 되지 않았다. 이폴리토는 정해진 기간이 끝나자마자 금방 상복을 벗어 던졌고, 상복을 벗어 던지기 전에도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음주나 잠자리 등 금지되는 모든 것을 실컷 즐겼다. 그는 말레타에게 점점 더 의지하는 것 같았다. 어디 가서 하기 어려운 내밀한 이야기도 그녀에게 모두 털어놓고는 했기 때문이다.

16600825564045.jpg“말레타. 생각해봤는데 말야, 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것 같아.”

16600825580586.jpg“네? 우리 도련님이 왜요? 부자에, 잘생겼고, 친구도 많으시잖아요.”

그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16600825564045.jpg“난 이제껏 내가 완벽하게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가 부정한 여자고 내 여동생이 그 부정의 증거, 아빠가 다른 뻐꾸기 새끼라고 생각하니 내가 누렸던 행복이 다 기만이 아니었나 싶어.”

말레타는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하나 남은 친여동생과는 운이 좋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철천지원수 사이였다. 하지만 이폴리토는 지금 스스로를 몹시 가여워하고 있었고, 말레타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이폴리토에게 무조건 맞춰줘야 하는 관계였다. 빼앗긴 불행에도 불구하고 말레타는 열심히 이폴리토를 위로했다. 과정은 민망하나 결과는 창대하리라.

16600825564045.jpg“부모님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니 너무 괴로워. 그러니까 내가 파두아에서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고 성적이 안 좋았던 거야!”

16600825580586.jpg“그럼요, 우리 도련님은 공부에 집중만 하시면 파두아 제일이셨을 텐데, 상황이 안 받쳐주었을 뿐이에요!”

말레타는 열심히 맞장구쳤다.

16600825580586.jpg“지금 그런 생각일랑 마시고 즐거운 생각 하세요. 일어난 일이 없어지지는 않는 거잖아요? 자자, 한잔 쭉 드시고 이리 와서 내 품에 안겨요.”

  * * * 이폴리토는 한 달 내내 슬픔과 걱정을 술과 육욕으로 달랬다. 그리고 지금 말레타가 그 결과를 몸으로 만끽하고 있었다.

1660082558284.jpg“임신이네.”

산 카를로 시내 구석의 조그만 움막에서, 산 카를로의 평민들을 모두 돌봐주는 산파 할머니가 내린 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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