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화> 상냥한 왕자님2021.04.25.
아리아드네의 데뷔탕트 무도회 당일은 하늘이 높고 뭉게구름이 서쪽 끝에 살짝 걸린 화창한 늦여름 날씨였다. 이런 날씨라면 데뷔탕트 본인은 곱게 얹은 화장이 땀방울에 흘러내리지 않게 자기 방 화장대 앞에서 대기하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아리아드네는 꼭두새벽부터 40명에 육박하는 하인들을 진두지휘하며 무도회장으로 쓰일 데 마레 추기경 관저의 홀과 1층 현관을 장식하고 있었다.
“거기! 꽃나무 들고 있는 사람들, 바닥에 쓸리지 않게 조심해서 들고 와서 지정된 자리로 가서 설치합시다!”
아리아드네가 패션과 장식, 각종 아름다운 것에 대한 감각이 조금 떨어졌다면 그것을 기가 막히게 보완한 것은 산차였다. 아리아드네가 본인이 상상하는 실내장식에 대한 아이디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생에서 실제로 보았던 인테리어에 대한 정직한 묘사 내지는 설명을 해주면 산차는 설명만 듣고도 그것을 현실 세계에 실제로 구현 해냈다.
“생화 꽃다발은 사전에 지정한 위치에 일일이 묶어 주시고 나뭇가지 장식품은 중앙으로 옮겨 주세요!”
아리아드네는 일반적인 무도회의 핵심인 ‘이야기를 전하는 태피스트리’를 싹 걷어냈다. 거기에 테이블보, 난간 덮개, 의자 커버 등은 새로 맞추는 대신에 어느 집에서나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 화이트로 통일해서 추가 비용 지출을 통제했다. 대신 베르가모 영지에 딸린 숲에 사람을 보내 흰배롱나무를 대량으로 잘라왔다. 흰배롱나무는 높게 자라지 않는 관목의 일종이었는데, 늦여름에 흐드러진 하얀 꽃이 나무 가득 피었다. 그 꽃이 핀 가지를 통째로 잘라와서 인공적으로 조성한 화분과 화병에 나눠 담아 실내에 숲을 조성해버린 것이다. 흡사 파티에 참가한 사람이 숲속으로 한 발을 내딛은듯한 환상적인 인테리어였다. 파티장으로 사용될 데 마레 추기경 관저의 1층 대회랑에서 실내를 방불케 하는 것은 벽에 걸려 있는 데 마레 가문의 휘장뿐이었다. 청보라색 돌고래 문장과 흰배롱나무 가지는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돈 대주신 분의 의중을 맞춰야지.’
데 마레 추기경이 이 무도회를 열게 해준 이유는 영민한 둘째 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산 카를로에서 날로 위세를 더해 가는 데 마레 가문을 자랑하고 뽐내기 위한 것이었다. 데 마레 가문에 새로운 ‘신규 상품’인 차녀 ‘아리아드네 데 마레’가 추가되었으니 다들 모두 오셔서 보고 가시라. 상품을 홍보할 때 그 상표가 빠질 수 없듯이, 오늘의 데뷔탕트 무도회에 데 마레 가문의 청보라색 돌고래 휘장이 빠질 수는 없었다.
“아가씨, 말씀하신 대로 꾸며 놓고 나니 정말 특이하고 호화롭네요!”
산차가 감탄사를 내뱉었다. 난간에는 꽃집에서 따로 구매한 백합꽃 생화를 부케처럼 묶어서 화사함을 더했다.
“실내장식이 모두 흰 꽃인데, 가문 휘장이 너무 동떨어져 보이긴 해요.”
아리아드네로서는 어느 색상 조화가 좋고 나쁜지에 대해서 논하기가 어려웠지만, 산차가 그렇다면 그런 거였다.
“푸른 계열 꽃이 좀 더 있었으면 훨씬 조화로웠을 텐데요⋯⋯.”
“지금 구해올 수는 없을까?”
“시내 꽃집을 모두 돌아봤는데 푸른 계열 꽃을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는 곳이 아무 데도 없었어요.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에요.”
산차는 기죽은 기색을 띤 아가씨의 눈치를 살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래도 순백의 데뷔탕트 무도회라는게 강조되어서 예뻐요. 청초하고 환상적이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산차의 말대로, 갓 잘린 생화와 생나무에서 달콤한 풀숲의 향기가 진동해 데 마레 추기경 관저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이 방식은 이듬해인 1123년 봄에 선풍적으로 유행할 스타일이었는데, 이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원래 과거의 이사벨라가 주도했던 유행이었다. 1123년은 아리아드네가 전생에서 체자레 데 코모 백작과 약혼식을 올렸던 해이기도 했다. 뭐든지 아리아드네보다 나아야 직성이 풀리는 이사벨라로서는 그 시점을 계기로 아리아드네보다 금전적으로 우월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사벨라는 아리아드네의 약혼자가 여는 만큼 호화로운 무도회를 열 수 없게 되자 머리를 썼다. 요정 같은 자신의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아버지를 졸라 베르가모 영지에서 꽃나무들을 대거 잘라와 무도회의 장식품으로 삼아 유행을 바꿔 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유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귀족들이 너도나도 영지의 산림을 벌채해 무도회의 장식으로 쓰다 보니 작은 관목이 싹쓸이 당하다시피 해서 동이 났고, 겨울이 다가오자 귀족들의 호화 사치 때문에 백성들이 사용할 땔나무가 귀해져서 왕궁에서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생화와 생나무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된 뒤에도 비단을 사용해서 조화와 가짜 나무를 만드는 방식으로 유행은 근근이 이어졌지만, 향기와 생기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곧 유행은 바뀌고 말았다.
“한두 번쯤은 괜찮을 거야.”
산차에게 무도회 장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아리아드네는 왜인지 왼손 약지에서 찌르는 따가움이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오전 8시가 되자 뜻밖의 선물도 도착했다.
“아리아드네 아가씨, 정문 앞에 마차 석 대가 와 있습니다. 왕궁에서 왔다고 하는데요⋯⋯.”
집사 니콜로의 말에 아리아드네는 서둘러 현관으로 뛰어나갔다. 이상하다, 왕궁에서 받을 거라고는 왕자밖에 없는데, 라고 생각하며 현관에 도착한 그녀는 도착한 물건을 보자 깜짝 놀라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보라색 수국이 데 마레 저택의 현관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보라색 수국을 싣고 온 것은 뚜껑 없이 위가 뚫린 마차 세 대였는데, 사람이 뛰어들면 구름처럼 받쳐줄 수 있을 만큼 많은 양의 생화가 마차마다 화사하게 담겨 있는 것은 가히 장관이었다. 아리아드네의 뒤에 선 산차도 돌고래 비명을 지르기 직전이었다.
“왕자님께서 보내신 전언입니다.”
마차를 몰고 온 왕자궁의 시종은 알폰소의 편지를 건넸다. 아리아드네와 알폰소는 그간 하도 쪽지에 가까운 편지를 주고받은 나머지 아리아드네는 눈 감고도 왕자궁의 금박 문양을 그릴 수 있을 지경이었다. 「친애하는 아리아드네에게. 흰 꽃 사이에 보라색 수국이 피어 있으니 그 장면이 기억에 두고두고 남았어. 너도 그날의 수국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늦지 않게 도착할게, 조금 이따가 봐. - 알폰소.」
“아니, 이게 다 뭐래요?”
뒤늦게 아리아드네를 따라 나온 산차가 탄성을 질렀다.
“너무 예뻐요, 아가씨! 우리 가문 휘장과 꼭 어울리는 청보라색 꽃이에요!”
아리아드네와의 편지 교환에서 그녀가 예산 제한 때문에 꽃집에 주문한 백합을 최소 수량만 맞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알폰소의 사려 깊은 선물이었다. 시내의 가게들에는 푸른 수국이 없었기 때문에, 왕궁의 온실에서 물량을 맞춘 것이 틀림없었다. 한마디 생색도 없이 그녀에게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건네주는 따듯한 손이라니, 그 온기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아리아드네는 저도 모르게 감동에 빠지려는 자신에게 제동을 걸었다. 저 온기에 함락당하면 다시는 차가운 혼자의 세상으로 돌아오기 싫어질 것이다. 그녀의 비루함을 황금의 왕자님이 눈치채는 날 그녀는 다시 혼자가 될 것이고, 그때의 고독은 견딜 수 없을 만치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되려 장난스레 웃으며 산차를 놀렸다.
“너는 이걸 싫어해야지.”
“네? 왜요?”
“네 시간 뒤면 무도회가 시작하는데, 그 전에 이걸 전부 다 엮어서 장식에 넣어야 할 것 아니니.”
“네에?!”
산차는 입을 떡 벌리더니 현관을 병아리처럼 종종종 뛰어다녔다.
“제가 허드렛일 하는 하녀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순순히들 도와줄까요?”
“너 친한 친구가 그렇게 많으니?”
“두세 명 정도⋯⋯. 이를 어쩌죠?”
아리아드네에겐 다 방법이 있었다.
“윤활유를 발라야지.”
아리아드네는 집사 니콜로를 찾았다. 마차에서 수국을 내리고 있던 그는 아리아드네가 부르자 재빠르게 달려왔다.
“예, 아가씨.”
아리아드네는 웃는 낯으로 그를 치하했다.
“니콜로, 내가 자네에게 항상 신세를 많이 지고 있었는데 그간 인사할 겨를이 없었네.”
“아이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말은 공손하게 하고 있었지만 집사 니콜로는 불안한 눈빛으로 아리아드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업무 외 지시를 내리려고 나를 불러서 이렇게 혓바닥으로 꿀을 바르나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아리아드네는 품 안에 손을 넣더니, 금화 한 개를 꺼냈다. 포르토 공화국에서 주조된 96% 순도의 1 두카토(약 100만 원) 짜리 금화였다.
“산차가 허드렛일 하녀들을 급하게 두 시간 정도 빌려야 할 것 같아. 자네가 대신 동원을 해주고 어머니께는 잘 말씀 좀 드려 주게. 이건 단순 수고비 조라기보다는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라네.”
집사 니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각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소소한 금전을 받아먹는 짓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이 아가씨는 단위가 달랐다. 루크레치아 마님이 꽉 잡고 있는 집안에서 서출인 둘째 영애와 별로 얽히고 싶지 않았지만 첫인사로 금화를 떡하니 건넬 정도라면 그는 기꺼이 호의를 주고받을 의향이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데 마레 추기경이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연회 날이었다. 급하게 하녀들 좀 동원했다고 루크레치아가 크게 뭘 할 수도 없을 것이었다.
“이런 게 없어도 당연히 해드려야죠!”
게눈보다 빠르게 금화를 받아 품속에 집어넣은 니콜로의 말이었다.
“자자, 산차! 삼 층으로 올라가서 늦잠 자는 게을러빠진 애들을 모두 깨워서 오려무나!”
산차가 실내장식을 위해 잠시 삼 층 하녀들의 임시 보스가 되어 있는 사이에 아리아드네는 몸단장을 위해서 2층의 본인 방으로 돌아갔다. 산차는 본인이 아리아드네의 몸단장도 담당하고 싶어 했으나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아가씨, 여기 앉으세요!”
아리아드네의 치장은 새로 들어온 하녀들인 안나와 마리아가 도와주게 되었다. 안나는 머리 모양과 화장 담당, 마리아가 의상 담당이었다. 안나는 이전에 일하던 집에서 그 집 영애의 몸단장 하녀로 일하던 경력이 있었고, 은근히 손재주가 있는 편이었다.
“화장이 정말 잘 받으시는 얼굴이세요. 이목구비 위치가 완전히 좌우대칭으로 제자리에 딱딱 들어가 있어서 화장으로 화려함을 좀 보강해주면 완벽할 거예요.”
피부 표현은 더 할 필요도 없었다. 열다섯 살의 피부는 보송보송하고 수분을 가득 머금고 있어서 그 자체로도 완벽했다. 안나는 아리아드네의 짙은 눈썹과 이마 라인의 잔털을 실로 정리해서 고전적인 미인상을 만들어냈고, 창백한 핑크색을 사용해서 볼에 생기를 돋워 주었다.
“눈매 강조에 힘을 줄게요.”
아리아드네의 원래 얼굴은 인상이 다소 차가운 편이었다. 두 눈은 감정이 떠올라 있을 때는 재기발랄했지만 무표정할 때에는 냉혹해 보였다. 안나는 눈썹 먹을 이용해서 아리아드네의 눈꼬리를 아래로 내리고 비어 있는 속눈썹 사이사이를 채워 통상적인 미인형의 얼굴을 그려냈다. 산 카를로에서 귀족 영애에게 허용되는 화장의 최고치까지 모두 다 하고 나자, 그린 듯한 미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걸!”
“몰라보겠어요, 아가씨!”
다리미로 옷 손질을 하고 있던 마리아까지 한 걸음 걸쳐, 아리아드네의 꾸민 모습에 다들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때 실내장식을 마치고 돌아온 산차가 마침 안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진짜 예뻐요!”
하녀들의 호들갑에 아리아드네는 민망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너희 그렇게 자꾸 말하면 내가 정말로 예쁜 줄 착각하잖아. 아부도 너무 하면 실례야.”
“아부가 아니에요! 진짜 예쁘시다고요!”
산차가 답답해하며 가슴을 쳤다. 팔짝팔짝 뛰는 산차에게 바깥 준비 상황 몇 가지를 물어보던 아리아드네는 슬쩍 큰언니의 상태를 물었다.
“이사벨라 쪽은 어때? 조용해?”
“완전히 요란하게 치장하고 있어요. 콜레지오네 의상실에서 일주일 내내 하루가 멀다고 상자들이 계속 들어왔어요.”
아리아드네는 오히려 마음이 놓인 모습이었다. 산차는 콜레지오네에서 이사벨라가 드레스와 관련 물건들을 대량 주문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전혀 성을 내지 않는 아리아드네를 보고 의아한 모양이었다.
“이사벨라 아가씨가 콜레지오네에서 의상을 맞췄다는데 속상하지 않으세요? 저 같으면 화가 날 것 같아요. 주인공은 난데! 왜 언니가 나보다 더 비싼 드레스를 맞춰! 하면서요.”
아리아드네는 웃으며 답했다.
“건설적인 방면으로 애를 쓰고 있어서 다행이지 뭐니. 자기 드레스를 맞추는 건 최소한 본인을 더 낫게 만들려는 노력이기는 하잖아. 날 해코지하려고 들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야.”
아리아드네는 마리아의 도움을 받아 라지오네 양장점에서 저번 주에 보내온 첫 번째 데뷔탕트 드레스를 입었다. 가슴 쪽을 오각형으로 판 우아한 미카도 실크 드레스였다. 초가을로 넘어가는 늦여름에 입기에는 다소 두꺼운 소재이기는 했으나, 몸의 선이 보이지 않게 탄탄한 소재로 꽉 잡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아리아드네의 의견이 십분 반영된 옷이었다. 허리 아래로는 스커트 자락이 에이 라인으로 부드럽게 퍼졌고, 엉덩이 쪽으로는 약간 긴 트레인이 따라오게 되어 키가 크고 비율이 좋은 아리아드네의 장점을 강조해 주었다. 산차는 아리아드네의 금고에서 미리 꺼내온 ‘푸른 심해의 심장’을 흑단 보석함에서 꺼내 아리아드네의 목에 걸어 주었다. 이렇게 차려입은 아리아드네는 몇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아도 빛이 났다.
“옷이 빛나는지, 아가씨가 빛나시는지 가늠도 안 돼요. 너무 아름다우세요!”
아리아드네는 막상 불편한 모양이었다.
“드레스가⋯⋯. 가슴 부분이 묘하게 불편한데.”
“예쁜 옷은 원래 불편하기 마련이라고요! 아가씨가 몸매가 좋으셔서 그래요.”
산차는 아리아드네의 불평을 우리 아가씨가 좋은 옷을 많이 입어보지 못하셔서 그렇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광목천은 평소대로 두른 거 맞지? 좀 헐거운 거 같은데.”
산차는 혀를 날름 내밀었다.
“귀신같으시긴. 옷 태가 나라고 평소보다 덜 둘렀어요. 마리아가 좋은 물건이 있다고 해서 한 번 써봤지요.”
산차는 철로 만든 죔쇠 같은 것을 들어 보였다.
“후크라고 하는데요, 끝이 뾰족해서 이걸 광목천 양 끝에 걸면 원단에 끼여서 이렇게 잡아줘요! 마리아가 아는 언니가 쓰는 거라고 해서 가져다줬는데, 묶을 필요가 없으니까 광목천 매듭 때문에 드레스가 울 일이 없어요! 옷맵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산차가 기특하다는 듯이 마리아를 치하했다. 막상 마리아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약간 거북한 기색이었다.
“아닙니다, 제가 뭐 한 게 있다고⋯⋯.”
산차는 아리아드네를 안심시켰다.
“후크에 대해 여쭤봤는데, 마리니 부인도 괜찮다고 했어요. 요새 아가씨들이 몰래몰래 많이 쓴다네요. 직접 매듭을 묶는 것보다야 광목천의 압박이 덜할 수는 있지만 드레스 원단이 짱짱해서 옷이 눌러 줄 테니 문제없을 거래요!”
소녀들이 신나게 재잘거리는 사이에 하녀 하나가 아리아드네 방의 문을 노크했다.
“둘째 아가씨, 손님들이 속속 도착하고 계십니다.”
아리아드네는 거울을 보며 매무새를 점검했다. 그녀는 밝은 얼굴로 측근 하녀들을 돌아보았다.
“자, 이제 나가 볼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