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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392화 (695/733)

<제392화> 당신도 결국엔 똑같아

필리프 4세는 루도비코 법황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의구심 어린 그의 얼굴을 보며 법황은 인자하게 말을 건넸다.

“친애하는 젊은 국왕. 내 그대의 동정심에 호소를 한 번 해야 하겠네.”

루도비코가 보기에, 라리에사도 미쳤지만 필리프도 정상은 아니었다.

제아무리 악독하다고 해도 완전히 망가져 버린 라리에사 대공녀, 아니 평민 외드의 혈족에게 법황은 일말의 안타까움을 느꼈다.

“중한 죄를 지은 죄인이라는 건 이해하네만, 아픈 사람 아닌가? 데려가서 죗값을 치르게 한들 자기가 한 짓이 뭔지 깨닫고 반성할 능력도 없을 것이고⋯⋯.”

본인이 저지른 만큼의 고통을 되갚아준다는 응보의 원칙에 더해, 데 마레 추기경이 이끄는 레코렉티오 베리타스 학파는 범죄자의 반성 또한 형벌의 기능으로 보았다.

굳이 ‘반성할 능력’을 언급한 것은 데 마레 추기경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었다.

그리고 거기까지 말한 법황은 라리에사를 흘긋 바라보았다.

“왕권에 추가적인 위협이 되기도 불가능할 것이네.”

라리에사는 자기 세력이랄 것이 없었다. 외드 대공만 잡아가면 대공녀는 끝이다.

왕위계승권도 없으니 자연히 그녀를 이용해서 뭔가를 획책할 무리도 없다.

“그냥 홀몸인 환자일세. 성황청 산하 수녀원에 보내 거기서 여생을 살게 하지.”

루도비코 법황 본인은 길어봐야 반년 안에 자리를 비울 것이고, 다음 관리자는 데 마레 추기경이 될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조만간 라리에사의 수감생활을 최종 책임질 사람은 그녀에게 해코지당한 아리아드네 데 마레의 아버지로, 이쪽도 썩 중립적인 인선은 아니었다.

하지만 루도비코 법황이 생각건대 앙심을 품은 데 마레가 그래도 미쳐버린 필리프보다는 훨씬 자비로운 결말이었다.

법황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체면을 보아주겠나, 국왕?”

법황은 부드럽게 물었으나 필리프의 입장에선 이건 강권이나 다름없었다.

비단 굳이 저 부들부들한 목소리를 내는 할아버지가 수염이 숭숭 난 거대한 덩치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루도비코 법황은 아직 알레망 법 대사면에 대한 자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꼭 받아내야 할 것이 있는 필리프는 어쩔 수 없이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조아렸다.

“자비로우신⋯⋯, 법황 성하의 뜻대로.”

입바른 소리를 별로 할 일이 없는 남자의 입에서 강제 굴복을 받아내자 하나의 큰 사건이 일단락됐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필리프 4세가 루도비코 법황의 제의를 순순히 받아들인 것을 보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필리프는 자기 근위대장을 시켜 외드를 붙잡고 개처럼 끌고 갔다. 법황에게 힘으로 밀려 그 가솔을 내줬어야 했던 것에 대한 분풀이처럼 보였다.

알폰소는 끌려가는 외드 대공을 바라보며 모든 것이 다 끝났다는 안도감에 아리아드네의 손을 꽉 쥐었다.

그녀도 알폰소의 손을 마주 잡아 둘은 아주 짧은 순간 손깍지를 끼었다가 놓았다.

그런데 라리에사가 매서운 눈으로 그 짧은 순간을 잡아챘다.

자기가 지금 어떤 은혜를 입었는지 모르는 그녀는 법황의 안전임에도 불구하고 북해연합 근위병들의 손아귀가 느슨해진 틈을 타 상체를 빼내어 비명을 질렀다.

“당신도 똑같아, 알폰소 데 카를로!!”

드디어 대공녀의 굴절되었던 분노가 당사자, 알폰소에게 향했다. 이제까지 그들이 얽혔던 모든 내력을 통틀어 이것이 단연코 최초였다.

“결국 예쁜 여자가 좋았던 거잖아!!!”

사람들이 대공녀의 상식 밖의 행동에 깜짝 놀라 그녀를 주시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리에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 여자가 키 크고 마르고 가슴 큰 여자라서 좋아했던 거잖아!!! 그렇지 못한 나에게는 눈길 하나 주지 않았잖아!!! 바꿀 수도 없는 건데, 타고나지 못했으면 영원히 가질 수 없어?!”

라리에사 대공녀의 목소리는 쇳물을 들이켠 양 산산이 갈라지며 나왔다.

“불공평해, 불공평해! 그게 뭐라고, 그게 뭐라고! 신분도 지위도 내가 당신에게 걸맞아. 중앙 대륙 전체에 당신과 급이 맞는 여자는 나밖에 없어! 내가 지참금으로 가져갔을 갈리코 왕국을 고려하면 내가 저 뚱뚱한 암캐보다 백배 천배 우월하다고!”

알폰소 왕자는 오늘 사태 대부분에서 본인은 나서지 않은 채 바람잡이를 내세웠다.

내내—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온화한 표정을 유지했던 알폰소 왕자는 아리아드네에 대한 모욕에 최초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앞으로 나가 뚜벅뚜벅 걸었다,

복도를 가로지른 왕자는 근위병 둘에게 붙들려 있는 대공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늦은 시간, 광원이라고는 좁은 복도 안에 오직 활활 타는 횃불 십여 개뿐이 없는 와중에도 그 둘의 차이는 극명했다.

젊음의 생기가 싱그러운, 태양에 그을린 왕자의 피부와 나이에 맞지 않게 늙어버린 대공녀의 질리도록 흰 피부가 바싹 붙었다.

그러나 알폰소와 라리에사의 얼굴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차이는 자주 쓰는 얼굴 근육의 쓰임새와 그로 인해 잡힌 주름, 그러니까 얼굴에 박힌 표정이었다.

“입조심해.”

라리에사는 아리아드네가 가진 것이 없다며 깎아내리지만, 그녀는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르고 있다.

”아리아드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네가 가볍게 모욕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넘어서지 못할 상황을 만났을 때의 용기, 끝내 정복하지 못하더라도 좌절이 아닌 재도약을 다짐하는 끈기와 성실함, 지친 옆 사람을 다독이는 다정함과 목표 잃은 자를 고양하고 약한 이를 자기 날개 아래로 거두는 리더십.

하지만 이 말을 알아들을 라리에사가 아니었다. 그녀의 귀에는 그저 사랑에 빠진 남자가 무지성으로 자기 여자를 편드는 걸로 들렸다.

“남자들은 뇌가 성욕에 지배당한다지! 여기도 하나 더 있소, 아랫도리에 머리가 먹힌 남자!”

라리에사 대공녀의 눈이 미친 사람답게 번쩍였다.

“그런 주제에 천년의 사랑처럼 지고지순한 척하는 당신의 가식이 증오스러워!!! 역겨워!!!”

라리에사는 이번에는 아리아드네를 바라보며 비명을 질렀다.

“지금 당장 물오른 미모로 남자를 홀렸다고 하더라도 네가 늙고 추해지면 넌 반드시 버려질 거다!!! 내가 너의 미래야!!!”

서열주의. 일그러진 인과관계.

알폰소는 혀를 찼다.

“어쩌다 당신 같은 괴물이 나왔지.”

신붓감 총점에서 일등인 사람이 가장 인기 있는 배우자도 얻고 그의 사랑도 얻는다는, 얻어야 합당하다는 잘못된 믿음이 빚어낸 총체적 난국이었다.

라리에사의 저주를 들은 아리아드네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왔다.

알폰소는 아리아드네가 라리에사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막으려고 했으나, 아리아드네는 손을 들어 괜찮다는 의사를 전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예전에도 들은 적이 있는데요.”

- ‘남자는 아무리 상대를 갈망했었더라도 일단 여자를 얻은 뒤에는 사랑이 식는단다. 남자는 그 어떤 여자라도 일 년이 지나고 삼 년이 지나고 나면 결국에는 질린다고!’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아요.”

그런 불행한 마무리를 맺게 된 것은 그게 사랑이 아니라서다.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고 욕정이고 욕심이어서다.

교류와 이해와 보호가 아닌 소유와 이용을 원했기 때문이다.

라리에사는 울부짖었다.

“거짓말!!! 남자는 다 똑같아! 여자는 외모가 다라고 믿는 놈들이다! 나를 봐라! 알폰소 데 카를로도 똑같은 새끼야!”

아리아드네는 라리에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아니셨다면.”

아리아드네의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드라이했다. 고저 없이 차분한. 건조하고 관조적인.

“어쩌면 알폰소 왕자님의 곁에는 대공녀님이 계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라리에사는 그 말에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뭔가를 해서 알폰소가 나를 떠났다고? 원래는 이게 가능성이 있는 관계였다고?’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한 건 알폰소였다.

“그럴 리가.”

알폰소 왕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입 밖에 내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조각이었던 것도 꼬리에 꼬리를 문 생각이 된다.

꼭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고 나면 좋고 즐거운 생각을 할 시간도 모자란데 이런 소모적이고 쓸모없는 생각에 시간을 쓰기가 아까웠다.

“가능성은 애초부터 없었어.”

알폰소는 아리아드네의 이마에 입술을 댔다. 루도비코 법황과 전 중앙 대륙의 명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였다.

에트루스칸의 왕자가 추기경의 차녀와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는 소문은 돌았지만, 그저 한때의 치기겠거니 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남들이 무엇을 하건 관계없이, 알폰소는 아리아드네에게 팔을 내밀었다.

“가자. 아리.”

아리아드네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오른 팔뚝에 자기 왼손을 살포시 얹었다.

라리에사는 근위병 둘에게 꽉 붙들린 채로 이 광경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차지가 아닌 황금의 왕자님이 스스로에게 걸맞은 흑발의 미녀를 에스코트해 방을 나간다. 저들의 세상은 밝고 아름답고 화사하다.

내가 있는 이곳은⋯⋯. 여기는⋯⋯.

“흐윽, 흑흑흑⋯⋯. 흑흑흑, 흐윽⋯⋯.”

라리에사는 울었다. 아버지가 끌려가고 없는 공간에서,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근위병에게 양팔이 포박된 채로 하염없이 울었다.

황금의 왕자님과의 인연은, 처음에 정말로 발전의 여지가 있었을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중에는 확실히 사실의 조각과 망상 위에 쌓아 올린 모래성이었던 그것은, 오늘로써 와르르 무너져 완전히 끝났다.

“가자, 발로아.”

북해연합 근위병이 그녀의 오금을 발로 찼다. 그녀가 죄인임을 성황청의 간수가 선언했다.

* * *

라리에사 대공녀의 스펙타클한 퇴장 이후, 불만이 많지만 투덜거릴 수는 없었던 필리프 4세도 어기적어기적 자기 처소로 돌아갔다.

알폰소 왕자와 아리아드네 데 마레 백작은 애당초 떠났고, 중요 인사 중 마지막으로 법황과 법황의 새 사이드킥이 자리를 뜨자 구경꾼들도 하나둘씩 흩어졌다.

남은 것은 엉망이 된 실내였다. 허드렛일 담당인 어린 수사들이 바닥을 구르고 발에 밟힌 양피지 종이들을 치웠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청소하는 어린 수사들 앞에 뛰어든 사람은 만프레디 경이었다.

“이건 우리 왕자님께서 쓰신 사적인 편지입니다! 당연히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가야지요!”

“그렇지만 여기는 성황청⋯⋯.”

어린 수사들이 만만치 않게 버티자, 옆에서 어정대던 라파엘이 옛 친구를 도왔다.

“군주의 혈족이 쓴 직접 서신엔 미공개 사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아 국가 기밀로 취급합니다. 이게 에트루스칸 왕국의 왕자가 쓴 편지라면 에트루스칸 왕국의 기밀문서입니다. 제아무리 성황청이라도 함부로 열어볼 권한은 없어요. 돌려주는 게 맞아요.”

사제복을 입은 사람도 그렇게 말하니 트레베로의 어린 수사들도 한 걸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늦어 법황이나 다른 윗사람께 직접 여쭐 수도 없었다.

수사들이 비키자 만프레디 경은 바닥에 떨어진 양피지를 허겁지겁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도와줘?”

라파엘의 질문에 만프레디 경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내가 혼자 할게.”

그는 짐짓 장난스럽게 말했다.

“성황청 사람은 가서 자기네 조직 일에나 신경 쓰라고! 알폰소 왕자님 일은 다 내가 한다고!”

라파엘은 만프레디 경을 흘기고는, ‘도와줘도 지랄이야.’ 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안쪽으로 휘적휘적 들어갔다.

라파엘을 떼어낸 만프레디 경은 필사적인 손놀림으로 양피지를 모두 긁어보았다.

그가 이렇게 양피지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충성심의 발로가 아니었다. 지극히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만프레디 경은 겸사겸사 알폰소 왕자의 편지도 줍는 와중에, 시뇨라 베델리아의 편지를 찾아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편지를 대충 다 자루에 쑤셔 넣은 만프레디 경은 몇 장의 편지만 소중하게 손에 쥐었다.

순서는 뒤죽박죽이었고 라리에사가 자기가 읽고 싶은 부분만 발췌해서 모아뒀는지 같은 편지 안에서도 듬성듬성했지만, 그걸로도 충분했다.

「애정하는 만프레디 경에게,

가을이 지나 낙엽이 지면 당신의 뒷모습이 생각나요⋯⋯(후략).」

「친애하는 만프레디 경에게.

아버지께서 만프레디 백작가에 최후통첩을 보내셨어요.

말도 없이 에트루스칸 왕국을 떠난 지 만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껏 소식 한 통 없는 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고요.

만프레디 백작가에서는 부모인 본인들도 경의 편지 한 통 받아본 적 없으니 노여움을 푸시라고 하셨지만, 아버지는 ‘제 부모에게도 연락 없는 놈은 더 못 배워먹은 놈’이라고 일갈하고 오셨습니다.

만프레디 백작께서도 ‘아들이 천신을 위해 나라를 대표해 전쟁터에 나가 있는 부모에게 이게 무슨 경우냐, 죽었는지 산지도 확실하지 않은데 너무하신다’고 맞받아쳐 양가 아버님들께서 크게 싸우셨어요.

솔직히 조마조마합니다. 잘⋯⋯ 계신 건 맞지요? 어디 전장에서 쓰러져 편지도 쓸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건 아니지요?」

그 뒤로도 베델리아 양의 애절한 편지는 이어졌다.

양가 부모님의 2차전, 베델리아 부모님의 압박, 만프레디 경을 간절히 찾는 그녀의 필치와 답장이 없던 그 자신.

편지를 잡은 만프레디 경의 손이 덜덜거렸고, 눈앞이 뿌예졌다.

“베델리아 양⋯⋯.”

* * *

사람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자마자 루도비코 법황은 비틀대며 벽에 기댔다.

데 마레 추기경은 품에서 황급히 작은 유리병을 꺼내 그 안의 내용물을 법황의 입에 흘려 넣었다.

루도비코는 잠시간 벽에 기댄 채로 숨을 몰아쉬다가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세웠다. 그가 보라색 독약을 복용하는 텀은 갈수록 짧아졌다.

“오늘의 소동은 대충 끝났나. 좋은 쇼였어.”

“왜 거기서 멈추셨습니까.”

데 마레 추기경의 질문이었다.

“필리프 4세가 알폰소 왕자를 살해하려 들었다는 증언이 오늘 나오지 않았습니까.”

충분히 더 얽어 넣을 수 있었는데.

“갈리코의 국왕이 약속했던 황금을 성전에 내놓지 않은 행위, 사사건건 총사령관 율덴부르크 대공을 방해한 행위 등을 다 따지고 든다면 어쩌면 파문까지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실제로 파문에까진 이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파문의 위협만으로도 성황청은 쏠쏠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갈리코 왕국은 파문을 피하고자 뭔가를 내놔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리 순순히 필리프 4세를 보내 주신 겁니까?”

루도비코 법황은 데 마레 추기경을 애매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이는 두 가지 감정이 섞인 데에 기인했다.

첫 번째 감정은, ‘얘가 나한테 기어오르네?’였다.

‘이게 내 판단에 도전해?’

두 번째 감정은⋯⋯.

“자네는 이게 정말 내가 봐준 걸로 보이나?”

정말로 이 머저리한테 뒷일을 맡겨도 될까.

“내가 라리에사 대공녀를 괜히 붙들어 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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