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벤트마스터-20화 (20/74)

2. 오픈 베타 테스트

그렇게 다크가 첫 번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지 약 5분 가량이 지났을 때, 당장 접속을 끊고 나오라는 조 기식 팀장의 메시지가 그에게 도착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메시지이기에 그는 냉큼 로그 아웃하고 캡슐을 벗어났다.

[지원님. 조 기식 팀장님으로부터 화상 통신 연결 요청이 있습니다.]

지원은 히죽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았다.

"연결해."

곧 홀로그램이 책상 위에 떠오르고 잔뜩 화가 나 새빨개진 얼굴의 조 팀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원의 얼굴을 보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서 과장! 자네 미쳤나?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지원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전 월급 도둑이 되지 않기 위해 일을 했을 뿐입니다만?"

"무슨 헛소리야! 내 메시지를 못 들었나? 혼자 이벤트를 열지 말고 다른 EM 보조나 하라고 했지!"

"아, 그랬던가요?"

"이런 미친! 자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르나? 자넨 지금 미성년자에게 성인 서비스를 제공한 거라고! 이게 알려지면 당장 넷이 난리가 날텐데. 지금 뻔뻔하게 일을 했다고 말하는 건가!?"

지원은 어디서 개가 짖나 하는 듯한 태도로 귀를 후비적거리며 간단히 대답했다.

"네."

조 팀장은 거의 광분하며 거품을 물었다. 안 그래도 미워하던 놈이 사고까지 치고는 태연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성질 안 좋은 지원의 신경을 건드린 그의 잘못이다.

"너. 넌 당장 모가지야!"

지원은 피식 웃었다.

"아, 그러세요? 그럼 잘라 보시죠."

"뭐시라?"

"쯔쯔. 그런 머리로 어떻게 팀장이 되셨는지 의문스럽네요. 네. 좋습니다. 저야 원래 이해심이 많기로 유명하니까요. 아주 쉽게 풀어서 말씀드리죠. 목 깨끗이 씻고 기다릴 테니 빠른 시일 내로 잘.라.주.시.기.바.랍.니.다. 이제 알아들으셨죠?"

조 팀장은 차마 뭐라 말이 안 나오는 듯 입만 뻐끔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에 지원은 킥킥대며 웃었다.

"붕어가 친구하자고 하겠습니다. 팀장님."

"이. 이 자식. 너 거기 가만있어. 내가 간다. 지금 당장 내려간다!"

"아, 굳이 힘들여 오실 필요 없습니다."

"뭐야?"

"자꾸 여러 번 말하게 하시는데 오실 필요 없다고요. 아, 이유가 궁금하셨던 건가요? 그건 지금 알려드리죠."

지원은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엠. 아버지한테 화상 연결 요청해."

순간 조 팀장의 얼굴이 굳었다.

"너......"

조 팀장은 차마 뭐라 말을 잇지 못했고 얼마 안 있어 그의 얼굴 옆으로 승익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원은 조 팀장의 표정 변화를 즐기며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버지."

"네가 웬일이냐. 같은 건물 안에 있으면서도 생전 안 하던 연락을 다 하고?"

"아, 그랬던가요? 앞으론 종종 해야겠네요. 많이 섭섭하셨어요?"

"쓸데없는 소리나 하려면 끊어라. 나도 바쁘다."

지원은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밝혔다.

"아버지. 제가 사고를 하나 친 것 같거든요? 뒤처리 좀 해주세요."

승익은 순간 멍한 표정이 되었지만 곧 정상적인 표정을 회복했다.

"무슨 사고를 친 거냐?"

"설명해 드릴 분을 연결시켜 드리지요."

지원은 다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들기며 말을 이었다.

"엠. 팀장님과 아버지 화상 연결해드려. 그리고 내 쪽은 끊어."

곧 두 개의 홀로그램이 책상 위에서 싹 사라졌다. 지원은 히죽 웃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엠. 지금부터 이 쪽으로 오는 모든 메시지와 연결 요청 거부해. 답변 메시지는 정중하게 바쁘다~라고 전하고. 또 제 2 이벤트 관리과 출입도 통제해버려."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집에 화상 연결 좀 해봐."

조 팀장 엿 먹이기에 대한 처리는 끝났지만 지원은 그의 아버지에 대한 처리까지 완벽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지원의 어머니가 얼굴을 드러냈다.

"어머. 지원아. 네가 웬일이니?"

지원은 약간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이 정도 표정 연기야 그에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어머니. 아버지가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아요."

"어머? 왜?"

"제가 아직 회사 일에 익숙하지 못해서 작은 사고를 하나 쳤거든요. 저 많이 혼나겠죠? 아니면 이대로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던가......"

지원의 어머니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니. 우리 지원이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는 내가 가장 잘 아는데. 걱정마렴. 이 엄마가 아버지를 막아주마."

지원은 순진 무구하게 눈을 빛내며 되물었다.

"정말요?"

"그러엄! 이 엄마만 믿으렴. 너도 알잖니. 그 이가 내 말엔 꼼짝 못한다는 거."

지원의 연기에 감쪽같이 넘어간 그녀는 다정한 눈빛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넌 아무 걱정말고 일이나 열심히 하려무나. 알았지?"

"네. 그럼 어머니만 믿을게요."

"그래. 그럼 난 네 아버지와 얘기 좀 해야 하니 이만 끊자구나."

"네. 나중에 뵈요."

곧 어머니의 얼굴이 사라지자 지원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방금 전까지 보여왔던 순진한 아들의 모습에서 영악한 그의 본래 모습으로 말이다.

"빽이란 것은 이렇게 쓰는 것이지. 하하하."

이때 엠은 아까 배운 감정을 새삼스레 다시 느꼈다고 한다. 카멜레온 같이 수시로 변하는 지원의 표정을 보고 황당함을 느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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