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벤트마스터-23화 (23/74)

2. 오픈 베타 테스트

[변환 완료입니다.]

엠의 말에 다크는 확 달라진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마음에 안 드는 외모지만 어쩔 수 없다. 본 얼굴을 드러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좋아. 그럼 엠. 보조 부탁해."

[네. 알겠습니다.]

엠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웃은 다크는 지나가던 NPC를 붙들고 이런 저런 얘기를 캐묻고 있는 로이드에게 다가갔다. 잠시 둘의 얘기를 끝나길 기다리던 다크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곧장 하이딩을 풀었다.

"얼레?"

로이드는 갑자기 그의 옆에 나타난 다크로 인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창백한 안색과 날카로운 눈빛. 뼈다귀에 가죽만 걸쳐놓은 것처럼 비쩍 마른 몸매와 시커먼 로브. 다크에게선 칙칙한 음산함이 물씬 배어 나오고 있었다. 사실 다크가 분장한 것이 삼십대의 흑마법사 시핀이란 존재이니 그런 느낌은 당연한 일이다.

다크는 로이드의 놀란 표정을 내심 즐기며 각본대로 입을 열었다.

"호오, 네 놈 참 건장해 보이는구나. 마침 잘됐다."

NPC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유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기에, 로이드는 정중하게 물었다.

"뭐가 잘됐다는 겁니까?"

"아, 별것은 아니고. 나랑 잠깐 어디 좀 가줬으면 해서 말이다."

천연덕스런 다크의 대꾸에 로이드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어딜 가자는 거죠?"

다크는 훗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가보면 안다. 애송아."

"애송......? 뭐야. 이 자식!"

당장 정중함을 던져버린 로이드는 그렇게 화를 내며 다크의 멱살을 잡았다. 그러자 다크는 혀를 차며 그의 멱살을 잡은 로이드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갖다댔다.

"순순히 따라왔으면 좋을 것을. 쯔쯔."

"뭐라...... 헉!"

로이드가 막 말을 이으려던 순간, 다크의 손에서 빠직하고 전기가 튀었다. 당연히 그 손에 닿아있던 로이드는 부르르 몸을 떨며 쓰러져야만 했다. 감전된 것이다.

"그러게. 순순히 따라왔으면 이런 일 없었잖으냐."

킬킬거리며 웃는 다크의 말에 로이드는 팍 떨어진 체력을 느끼며 이를 갈았다.

"너...... 네 놈은 대체 누구야!"

"굳이 내 이름을 말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넌 곧 죽을 놈인데."

다크는 그렇게 말하곤 바로 로이드의 뒷덜미를 잡아챘다. 그리고 마법을 발동시키는 척 시동어를 외치며 이동명령어를 사용했다.

"텔레포트!"

이동된 곳은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도구들과 약병들이 즐비하게 널리고, 죽은 동물들의 시체와 말라붙은 피가 덕지덕지한 곳. 바로 흑마법사 시핀의 연구실이었다. 물론 설정상이다.

"어? 어어?"

로이드는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확 바뀐 주변 환경에 어이없어 했다. 다크는 그런 로이드를 우악스럽게 잡아끌더니 한쪽 벽으로 확 밀어버렸다. 무슨 힘이 그렇게 센지 로이드는 거의 날 듯이 벽으로 가 처박혔다.

"어억!"

고통을 느낄 수 없는 게임 시스템이기에 아프진 않았지만, 너무 놀래서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만 로이드였다. 그때 갑자기 벽에서 쇠사슬이 솟아 나오더니 로이드의 손과 발을 칭칭 엮었다.

"뭐. 뭐야?"

"켈켈. 얌전히 있어라. 실험체야."

"시. 실험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젠장. 이거 풀어! 당장!

로이드는 그렇게 소리치며 마구 발버둥쳤다. 쇠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이지만 헛된 행동일 뿐이다. 그런 정도 힘으로 풀릴 쇠사슬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던 와중 그는 약간이나마 현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에피소드가 워낙 잘 만들어져서 현실과 구분하기 힘들긴 하지만 이건 엄연히 게임이다. 처음 접하는 스타일의 게임이긴 하지만 이런 일이 다른 유저에 의해 저질러 질리는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개인별 이벤트? 당신 NPC야? 아니면 GM?"

다크는 순간 뜨금했지만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NPC는 뭐고 GM은 또 뭐냐. 난 단지 흑마법사 시핀일 뿐이다."

"뭐야? 그럼 플레이어란 말이야?"

로이드의 말에 굳이 대꾸할 필요성을 못 느낀 다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엠이 신경 써서 잘 꾸며놓은 듯 분위기가 영락없는 흑마법사의 비밀 연구실이다.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거냐? 대답을 해!"

여전히 왈왈거리며 떠들어대는 로이드로 인해 다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다 문득 연구실 구석에 놓인 죽은 닭의 시체에 눈길을 보냈다. 다크는 피식 웃고는 그 닭을 집어와 로이드의 손에 쥐어 주며 말했다.

"자, 이거 쳐라."

로이드는 그 어이없는 행동에 얼떨떨하게 물었다.

"뭐라고 하는 거야?"

"모르겠나? 닥치라는 거다."

"뭐?"

"닭 치라고. 애송아."

"......"

그제야 다크의 독특한 유머를 이해한 로이드는 입만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이없었다. 황당했다. 당연한 일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