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벤트마스터-28화 (28/74)

3. 누구를 위한 운영자인가

"당연히 기다리죠! 와, 운영자님. 감사해요!"

뛸 듯이 기뻐하는 레오넬의 모습을 보며 다크는 자신의 열 다섯 살 시절을 떠올려 봤다. 그도 저만큼 순진했었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만이 떠오른 다크는 쓰게 웃었다.

"레오넬님께 사기를 쳤던 그 플레이어의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넹. 루키아라고 했어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다크는 레오넬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하이딩 기능을 작동시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물론 모습만 감춰졌을 뿐. 이동한 것은 아니다.

"엠. 루키아라는 유저 검색해봐."

엠의 검색은 금방 완료되었다.

[루키아라는 이름을 가진 유저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어카운트 넘버는 5721G63RT1입니다.]

다크는 싸늘하게 웃고는 바로 루키아의 어카운트 넘버를 타겟으로 이동했다.

곧 주변 배경이 확 바뀌고 어느 작은 시냇가 옆에 앉아 있는 루키아가 보였다. 그는 희희낙락하며 레오넬에게서 갈취한 돈을 세고 있었다.

"정보."

다크의 간단한 명령에 엠은 즉각 알아듣고 루키아의 정보를 띄웠다. 나이는 열 여덟. 직업은 도박사다. 왠지 사기꾼에게 잘 어울리는 직업 같다.

"호오. 직업을 보니 딱 맞는 퀘스트형 이벤트가 하나 생각나네. 그게 몇 번이었더라...... 아! 엠. C44 이벤트 세팅 준비."

[알겠습니다.]

얼마 후, 엠의 준비가 완료되자 다크는 대사와 진행을 약간 수정하고는 얼른 그 것을 이벤트 세팅 툴에 입력했다. 바로 이어서 이벤트 온 스위치가 떠올랐고 다크는 음흉하게 웃었다.

"그럼 홀랑 벗겨 보실까나? 후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크는 스위치를 눌렀다.

순간, 루키아 옆에 풍만한 몸매를 가진 섹시한 여성 NPC 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몸에 좍 달라붙은 상의는 그녀의 가슴과 허리 곡선을 완전히 드러내고, 허벅지를 살짝 덮는 얇은 치마는 그녀의 늘씬한 다리를 훤히 보여준다. 어떤 남자라도 지나가다 한번쯤 돌아볼 듯한 몸매다.

"호호호. 안녕하세요. 전 사라라고 한답니다."

루키아는 갑작스런 그녀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며, 얼른 돈을 갈무리하여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러든가 말던가 사라는 계속 말을 이었다.

"도박사님이신가 보네요. 어때요. 심심한데 저와 내기 한번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어리둥절해진 루키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당신 누구?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거예요?"

"저는 그 내기에 제 몸과 이걸 걸죠."

사라가 하급 NPC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문서답을 하며 꺼내든 것은 그녀의 주먹만한 크기의 루비였다. 최소 천 골드는 넘고도 남을 물건. 그걸 본 루키아는 당연히 솟아오른 욕심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크. 크다."

"호호호. 어떠세요. 내기할 마음이 생기시나요? 이것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이기시면 저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슬쩍 치마를 들어올렸다. 그로 인해 언뜻 보이게 된 그녀의 검은 속옷에 루키아는 하체에 힘이 팍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열 여덟이면 법적으로도 이미 성인. 알 것 다 알고 해볼 것 다 해봤을 나이이니 말이다.

"헤~ 이게 그 개인별 이벤트인가요? 아니면 플레이어세요?"

"자. 어서 결정하세요. 하시겠어요. 마시겠어용?"

은근히 콧소리까지 내며 말하는 사라를 보며 루키아는 이벤트라는 확신을 가졌다. 굳이 동문서답을 따지지 않더라도 NPC라는 느낌이 물씬 풍겼기 때문이다.

"할게요. 헤헤."

루키아가 수락하자 바로 그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주사위 퀘스트가 시작되었다는 메시지다.

"역시 이벤트 맞네. 그 것도 퀘스트라. 헤헤. 이 게임 서비스 죽이잖아."

이 말에 다크가 비웃음을 떠올렸음은 아무도 모른다. 아니, 엠은 알려나?

"좋아요. 그러면 방법을 설명하지요. 바로 이 주사위를 이용할 건데."

사라는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주사위 두 개를 루키아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주사위 게임이 언제나 그렇듯 던져서 높은 숫자가 나온 쪽이 이기는 거랍니다. 몇 번을 하든 상관없지만 한 번의 내기에 반드시 하나의 물건을 거셔야 해요. 전 제 옷과 루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몸을 걸게요. 루키아님은 옷이나 가지고 계신 아이템을 맘대로 거시면 되고요. 아, 물론 돈을 거셔도 되요. 하지만 액수를 나눌 수는 없고 가진 돈 전부를 한번에 걸어야만 한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자신에게 별로 불리한 것 같지 않았기에 루키아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직업은 도박사. 다른 어떤 것보다 운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운이 필요한 일에서는 그를 당해낼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다.

곧 루키아가 퀘스트를 받아들였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뜨고 주사위 게임이 시작되었다.

"그럼 시작합니다."

먼저 주사위를 던진 것은 사라였다. 나온 숫자는 3과 2. 이어서 루키아가 주사위를 던지자 4와 5가 나왔다.

"어머, 첫 번째 판은 제가 졌네요. 아잉. 몰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윙크하고는 입고 있던 상의를 훌렁 벗어 루키아에게 건넸다. 그 모습에 루키아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연신 사라의 가슴을 훔쳐보았다. 물론 브래지어에 가려져 있긴 했지만 지금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자극적이었던 것이다.

곧 이어 다시 주사위가 던져지고 이번엔 루키아가 5와 1, 사라는 2와 2로 또 다시 루키아의 승리였다.

"우헤헤. 또 이겼다."

루키아가 잔뜩 기대하며 사라를 쳐다보자 그녀는 약간 쀼루퉁한 표정으로 신발을 벗었다. 당연히 루키아는 실망했지만 곧 더 벗길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그의 높은 운을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후, 루키아는 연전 연승을 거두었고 사라는 팬티만을 입은 채 양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앉아 있게 되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제 팬티와 루비뿐. 루키아는 희희낙락하며 얼른 주사위를 던질 것을 재촉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루비도 챙기고 그녀와 뜨거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다음 판은 3과 2, 4와 3으로 사라의 승. 루키아는 한번쯤은 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의를 벗어 사라에게 건넸다.

내기는 계속되었지만 그 후는 사라의 연전 연승. 루키아는 초반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한 채 계속 아이템을 넘겨야만 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단 한 번만 더 이기면 사라의 알몸이. 두 번을 이기면 루비가. 마지막 한번으로 사라가 그의 것이 되기에 루키아는 계속 판?벌려갔다. 욕심이란 놈이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발악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계속 사라의 승리가 이어지고 루키아 역시 속옷 바람이 되었다. 돈은 물론이고 가진 아이템을 거의 넘겨버린 것이다.

그제야 루키아는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처음의 연전 연승은 어디 가고 이렇게 계속 지기만 한단 말인가.

"난 그만...... 에?"

루키아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려던 찰나. 사라가 먼저 주사위를 굴려버렸다. 나온 숫자는 1과 1. 동점은 될지언정 절대 질 수는 없는 숫자다.

그 모습에 얼른 하려던 말을 꿀꺽 삼킨 루키아는 주사위를 던졌다. 3과 5. 역시 그의 승리였다.

"아이. 부끄러워라~"

사라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태도로 그렇게 말하며 남은 속옷을 마저 벗어 던졌다. 그로 인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라의 알몸. 그야말로 나올 곳 확실하게 나오고 들어갈 곳 확실하게 들어간 그림 같은 몸매랄까. 어차피 실제 인물이 아닌 NPC이기에 가장 이상적인 몸매를 만榕爭뺨?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흐헤헤."

루키아는 살짝 침까지 흘리며 사라의 알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내기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이미 사라졌다. 이제 단 두 번이다. 두 번만 이기면 되는 것이다.

"자, 어서 빨리 계속하지."

어느새 말까지 내려버린 루키아는 사라를 재촉했고 사라는 못이기는 척 주사위를 던졌다.

결과는 사라가 4와 5. 루키아가 3과 4로 사라의 승리. 루키아는 별 수 없이 가방을 뒤졌지만 별달리 넘길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가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물건인 포이즌 대거만이 가방 속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바로 레오넬에게 판다고 사기 쳤던 그 물건이다.

루키아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남은 속옷을 마저 벗어 주었다. 인적 없는 시냇가에 알몸의 두 남녀. 하이딩 상태로 지켜보고 있는 다크만 아니라면 정말 멋진 눈요기 거리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남자 쪽 몸매가 여자에 비해 많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자, 어서. 어서. 다음!"

이 정도까지 되면 이제 슬슬 그만 둘만도 하건만, 루키아는 사라의 누드로 인한 흥분 때문에 이성적인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욕심과 욕망에 가득 찬 눈빛만 번뜩거릴 뿐...... 어쩌면 자기 자신의 운을 너무 과신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 던집니다~"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주사위를 던졌다. 데구루루 굴러간 주사위는 어느 순간 움직임을 멈췄고 루키아는 얼른 주사위 눈금을 쳐다봤다. 그리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헉!"

나온 숫자는 6과 6. 두 개의 주사위에서 나올 수 있는 최대의 숫자다. 똑같은 최대치가 나와 비기지 않는 한 루키아의 패배인 것이다. 그제야 이성이 조금 돌아온 루키아는 울상을 지으며 차마 주사위를 던지지 못했다. 그러자 사라가 얼른 그를 재촉했다.

"어서 던지세요."

한참 고민하던 루키아는 결국 그의 운을 믿어보기로 했다. 사라를 가질 수는 없을 지도 모르지만, 루비만 챙겨도 그가 지금 잃은 아이템들 정도는 껌값이 될 테니 말이다. 잃은 것이 너무 많기에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제발!"

떨리는 손으로 주사위를 집어든 그는 간절하게 승리를 기원하며 주사위를 던졌다. 운명의 주사위는 그런 루키아의 마음을 아는지 꽤 오랫동안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구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멈춰선 주사위. 6과 4였다.

"호호호. 이번 내기는 제 승리로군요!"

의기양양한 사라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루키아는 마냥 멍하게 주사위만 쳐다봤다.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어지질 않았다. 그에게 있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그럼 내기 조건대로 이건 제가 가져가겠습니다."

사라가 그의 포이즌 대거를 가져가는걸 보면서도 그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상대가 플레이어라면 마구 따지거나 애원이라도 해보겠지만, 그녀는 NPC이니 그런 일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멍하게 사라의 옷을 쥔 채 앉아 있는 루키아를 뒤로하고, 사라는 그의 옷과 아이템, 돈을 몽땅 챙겨 들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물론 그녀가 사라진 순간 그 아이템들이 고스란히 다크의 손에 들어왔음은 말 안 해도 알리라.

이어서 루키아에게 퀘스트 실패 알림 메시지가. 다크에게는 '사기 도박사 사라'라는 이름의 이벤트 종료 메시지가 떴다.

"멍청한 녀석. 여자 누드 따위에 혹해 있으니 그 꼴이 되지."

다크는 그렇게 루키아를 비웃고는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여전히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한 알몸의 루키아를 그냥 내버려둔 채 말이다.

모두 털리고 남은 것은 여자 옷 한 벌뿐. 사기꾼의 최후는 참담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