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쉐자 돌림 파티
그 후, 일은 급격하게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지원은 쉐자 돌림 파티에 대한 약간의 배려로 엎어져있던 대현을 일으켜 앉혔고, 일본도도 목에 들이대지 않았다. 단지 대현의 어깨에 일본도를 걸치고 있었기에 여전히 위협성은 간직한 채였지만, 협상이 성사되었다는 의사표시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했다.
물론 그 것은 지원 혼자만의 생각이다. 실제로 고 헌과 제갈 수련. 우 대현은 그 미미한 대우 변화에 별로 만족스러워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허나 그들은 지원에게 그 일을 따질 수 없었다. 아직도 상황의 주도권은 지원에게 있었으니까. 괜히 불만을 터트렸다가 지원의 비위를 거슬려서 기껏 호전된 상황을 무너트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 질문을 하도록 하지. 우선 너희들이 에피소드에서 한 일을 모두 말해봐."
수련은 헌을 쳐다보았고, 헌은 약간의 부담감을 느끼며 지원을 향해 물었다.
"해킹과 관련된 것만요? 아니면 모든 플레이를?"
"전부 다."
헌은 왜 그걸 다 들어야만 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눈빛을 지원에게 보냈다. 그러자 지원은 하라면 해! 라고 하는 듯한 눈빛을 쏘아 주었다. 그로 인해 약자의 서글픔을 절절히 깨달은 헌은 괜히 자신의 상의 자락을 마구 꾸기며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우리가 에피소드를 시작한 것은 오픈 베타 첫날부터입니다. 전부터 광고를 보고서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오픈 베타 서버가 열리기도 전에 계정부터 만들어 놓고 있었죠.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헌의 말을 최대한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그들은 다른 V.M.G와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라고 자랑스레 광고하던 에피소드를 다같이 시작했다. 제갈 수련은 쉐나라는 마법사 캐릭터로, 고 헌은 쉐인이라는 이름의 도적 캐릭터로, 우 대현은 쉐반이라는 이름의 전사 캐릭터로 말이다. 다른 V.M.G에서도 똑같은 이름을 사용했기에 자연스레 에피소드에서도 그 이름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시작한지 단 하루만에 에피소드에 홀딱 반하고 말았다. 확실히 다른 V.M.G들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던 그들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그들은 에피소드를 더욱 재미있고 알차게 즐기기 위해 목표를 세웠다. 에피소드 내의 모든 비밀 던전과 퀘스트들을 섭렵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이벤트도 그래보고 싶었지만 개인 이벤트는 한정적이라 했고, 메인 이벤트는 계속 거기에 매여 있어야만 다 겪을 수 있기 때문?제외시켰다.
하지만 돈을 내고 V.M.G를 하는 것은 싫어하는 그들이었기에, 그 모든 것을 오픈 베타 서비스 동안에 해치우기로 마음먹었다. 당연히 오픈 베타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표를 세운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당장 난감한 상황에 봉착했다. 퀘스트 중에는 난이도가 높은 퀘스트도 많은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오픈 베타이기에 한가하게 캐릭터를 키우고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들은 좀 더 빠르고 원활한 목표 달성을 위해 약간의 변칙적인 수단-해킹-을 사용하기로 했다. 순전히 자신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아주 어이없는 이유로 말이다.
헌은 이쯤에서 그들이 에피소드의 서버에 침입했던 방법과 로그 조작 등의 기술들에 대해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물론 지원은 그 쪽 방면에 아는 것이 없었기에 전혀 못 알아들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몇 일. 처음엔 그냥 일정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나오는 퀘스트들을 강제로 끄집어내기만 한 그들이었다. 그 일정 조건을 만족시키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하다 보니 그것만으로는 만족이 되지 않았고, 결국 자신들의 캐릭터까지 손대게 되었다.
그때쯤 몇 가지 이상한 사건들과 그들이 연관되었음을 눈치챈 에피소드의 GM 중 몇이 그들을 찾아왔다고 한다. 약간의 버그가 있는 것 같으니 캐릭터를 조사하겠다고 말이다. 얼른 캐릭터의 상태를 원래대로 돌린 그들은 당당하게 GM들에게 조사를 허락했고, 결국 아무 혐의점도 찾아내지 못한 GM들은 그냥 그들을 보내주었다. 그 와중에 수련의 특기인 오리발 작전이 시행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후, 쉐자 돌림 파티는 GM들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에피소드를 접을 수는 없는 일. 뭔가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여긴 그들은 당장 에피소드에 대한 내부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 이 내용을 헌이 말했을 때, 지원이 얼른 그의 말을 끊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가 필요로 했던 이야기가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에피소드의 내부 정보를 수집했지?"
헌은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그 누구에게도 절대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를 받았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허나 지원은 반드시 이 정보를 들어야만 했기에 눈을 부라리며 헌을 재촉했다.
"어서 얘기해봐."
헌은 수련을 힐끗 쳐다보았다. 남매 중 첫째이자 그들의 암중 리더인 그녀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수련은 잠시 생각하다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말하기 시작한 것, 그냥 다 털어놓으라는 뜻이었다. 헌은 그제야 겨우 지원의 질문에 대답했다.
"에피소드를 서비스하는 회사가 테이머라는 곳인데. 거기 일하는 직원 중에 제 친구가 있어요. 그 친구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냈죠."
지원은 심장이 격하게 뛰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재차 물었다.
"그게 누군데?"
"김 원기라고. 에피소드에서 GM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 같은 V.M.G를 했던 친구죠."
김 원기. 지원은 그 씹어먹다가 뱉어서 짓밟고 태워도 시원치 않을 이름을 몇 번이나 속으로 되뇌었다. 그 놈 때문에 누명을 쓴 것이니 이런 증오는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인상을 잔뜩 구긴 지원을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헌은 질문으로 인해 멈춰졌던 이야기를 다시 쳄徘杉?
"정보가 대충 다 모이자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어떻게 하면 GM들에게 안 들키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면서 말이에요.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운 후 우리가 생각해낸 대응책은......"
GM이나 EM들은 그들을 직접 쫓아다니며 감시하기도 하지만, 24시간 풀로 뛸 수는 없는 일이라 대부분은 동영상 녹화를 실행해 놨다가 나중에 검토한다고 한다.
그래서 쉐자 돌림 파티는 바이러스를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여 '투명 망토'라고 이름 붙인 그 것은 그들을 따라다니며 주변에 하나의 막을 생성해내는 바이러스였다. 사실 에피소드 시스템에게나 바이러스지. 그들의 입장에서는 방화벽 같은 개념이었단다.
이 바이러스의 기능은 쉐자 돌림 파티의 존재를 에피소드의 서버가 감지하지 못하게 해주는 것. 그들이 분명 에피소드에 접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그 아웃한 것처럼 나온 것이 바로 이 것 때문이다. 접속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나오면 자동으로 동영상 녹화도 중단된다는 점?착안해서 이걸 만든 것이다. 이에 대한 정보는 당연히 김 원기가 제공했다고 한다.
이때 지원은 자신이 누명을 쓰게 된 결정적인 이유. 바로 그가 로그아웃한 것으로 표시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쉐나의 바로 옆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그 역시 바이러스의 영향권에 들어갔다는 걸 말이다.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라 할 수 있다.
"......해서 시험작동까지 해보고 난 후 안전해졌다는 확신이 들자, 원기에게 정보를 더 뜯어냈어요. 아무래도 그냥 NPC들에게 물어서 알아내는 퀘스트 정보는 죄다 시시껄렁한 것들이라서 말이죠. 그렇게 알아낸 정보로 가장 먼저 간 비밀 던전은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몬스터는 거의 없고 함정만 가득했는데, 그 함정들이 얼마나 기기묘묘하던지. 난 그때 에피소드의 던전 제작자를 존경하기로 마음먹었지요. 대충 어떤 함정이 있었나하면......"
헌은 정말 열심히 떠들어댔다.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비밀 던전을 클리어 했는지, 또 그 던전들이 어떤 식으로 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그 던전을 클리어 했는지를 일일이 설명해 가면서 말이다. 지원의 위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이야기였지만, 즐겁게 플레이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자기도 모르게 신이 났던 것이다.
물론 헌은 비밀 던전을 털었던 일 말고 다른 일들도 이야기했다. 그 것들 중 지원도 아는 몇몇을 뽑아보자면 이렇다.
'아이다콘'이라는 블랙 드래곤의 A.I에서 드래곤 슬레이어 퀘스트 힌트를 빼내다가 잘못 건드려서 다른 정보까지 지워버린 일. 그로 인해 아이다콘의 A.I가 꼬여서 폭주하자 감시자들이 그 것에 집중했음을 김 원기가 알려줬던 일. 그래서 그 틈을 타서 평소 원했던 드래곤 사냥?잽싸게 해치웠던 일. 그렇게 죽인 드래곤들의 비늘로 갑옷을 만들어 입고 다니던 일. 또 이벤트 때문에 자이렌시 북쪽에 지어졌던 마왕성을 자기들 집으로 사용하던 일 등등등. 황당하기 그지없었지만 때론 유쾌하고 또 흥미진진한 플레이 스토리들이었다.
그렇게 헌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지원은 자신이 원했던 정보들은 다 얻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그 자신도 언제나 재미있는 일을 찾아다녔기 때문에 이들의 대담한 플레이가 흥미로웠던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즐거운 일을 求?것. 왠지 동질감까지 느껴지는 지원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원은 묘한 괴리감을 느꼈다. 그는 이 쉐자 돌림 파티가 타 회사의 사주를 받아서 에피소드를 일부러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니 그게 아니지 않는가. 단지 자신들이 세운 목표를 위해서 해킹을 하고 버그를 일으켰다는 것이니 말이다.
지원은 의심이 잔뜩 어린 눈길로 헌을 쳐다보았다. 그가 지금 잘 꾸며낸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였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생각하자, 거짓말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거짓이라 하기엔 너무 조리 있고 또 앞, 뒤가 딱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렇게 길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정말 즉석에서 꾸며내진 것이라면, 헌은 프로그래머가 아닌 작가가 되었으리라. 그 것도 정말 대단?작가가 말이다.
"......해서 어제는 접속을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에피소드에서 했던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길고 긴 이야기를 겨우 끝마치고 난 후, 헌은 길게 숨을 토해냈다. 얼마나 열심히 떠들었는지 입가가 아릿하게 저리기까지 한 그였다.
"그럼 이번엔 제가 파라다이스에서의 일을 얘기할게요."
마치 바톤 터치를 하듯 헌에 이어 수련이 입을 열었다. 지원이 워낙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기에, 그들이 하는 다른 V.M.G에서의 일도 물어보리라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원래 착각은 자유다. 또 지원의 의도와 목적을 모르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착각이기도 하다.
"우리가 파라다이스를 시작한 것은......"
지원은 얼른 손을 들어 수련의 말을 가로막았다.
"됐어. 다른 V.M.G의 얘기는 들을 필요 없으니까."
그제야 헌과 대현, 수련은 지원의 목적이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제각각 머리를 굴려봤지만, 지원과 에피소드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추측해 내진 못했다. 자신들의 일 때문에 누군가 누명을 썼다는 것을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 말에 거짓은 없겠지?"
지원이 예리한 눈빛으로 묻자 헌과 수련은 당장 고개를 끄덕였다. 어리석은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것인지. 자신에게 깜박 속아버린 그들의 모습에 지원은 약간의. 아주 약간의 동정심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지원은 애초에 계획했던 바를 약간 수정했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의 증언을 적당히 편집해서 경찰에 넘기려 했었다. 보호 관찰중이니 그게 가장 좋은 복수 방법이라 생각해서다. 지금 그들의 대화는 현재 지원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가동되고 있는 소형 녹음기에 다 榕載?있으니 하려고만 한다면 무척 쉬운 일이다.
하지만 약간의 동정심과 헌의 재미있었던 이야기를 듣고 얻은 작은 호감으로 복수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오늘 녹음한 대화를 무기로 두고두고 이용해 먹으면서 괴롭혀 주기로 말이다. 어설프게 영리하긴 해도 꽤 유능한 해커들이니 써먹을 곳은 많을 거라 예상된다.
어쩌면 이게 더 심한 복수이려나? 지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외전 - 마왕성 침투 대작전
-- 갑작스레 웬 외전이냐며 놀라실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이런 식으로 이 외전을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었습니다 -_-;
사실은 제가 오늘 글을 못 써서요.(훌쩍)
오늘은 친구와의 약속이 있고 또 작가 모임도 있어서 글 쓸 시간이 전혀 없습니다.
어제 써놨어야 하는데 제가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서 못 썼다지요.
그렇다고 매일 연재 내기에 질 수는 없기에
이렇게 외전으로나마 매일 연재를 지켜보려는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일 꼭 올리겠습니다.
참고로 이 외전은 전에 써두고서 올리려 하다가 못 올린 거랍니다.
그냥 가볍게 봐주세요. (워낙 날림으로 써서 -_-;)
2178년 10월 15일.
에피소드의 오픈 베타 테스트 서비스 이틀째 날.
서버가 열린 그저께 오후 12시부터 지금껏 십여 개의 이벤트를 벌였던 EM 다크. 그는 지난 이틀 밤을 꼬박 새웠으면서도 오전 11시인 지금까지도 에피소드 내에 접속해 있었다. 이벤트를 열고 지켜보는 그 쏠쏠한 재미에 푹 빠져서 수면도 식사도 모두 잊은 것이다.
그가 여는 이벤트들은 거의가 그의 재미를 위한 것들. 고로 지금 놀고 있는 것인지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잘 구분이 안 가지만, 애초에 개인적인 재미를 위해 EM이 된 그였기에 별다른 자책감이 없는 다크였다.
"다음은 어떤 이벤트를 해볼까~"
바티안 제국의 황성 지붕 위에 올라앉아 그렇게 중얼거린 그는 이벤트 기획 목록을 찬찬히 살피기 시작했다. Z. Y. A. B. C...... 그러고 보니 지금껏 사용한 이벤트 기획은 죄다 폐기 처분 예정인 Y와 폐기처분된 Z 기획이었던 것 같다.
"이번엔 좀 제대로 해볼까?"
웬일로 그런 착한 마음을 먹었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E로 시작하는 이벤트 기획들을 중점적으로 살폈다. 참고로 E에는 불특정 다수를 타겟으로 한 대규모 이벤트들이 몰려 있다.
"이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제외. 이건 너무 보상이 커서 제외. 이건 하급 A.I로는 택도 없으니 제외......"
갖가지 이유를 들어 수십 개의 기획을 제외하고나자 남은 것은 단 하나였다. E9 이벤트. 굳이 제목을 붙이자면 '마왕성 침투 대작전' 정도라 할 수 있는 이벤트다.
"좋아. 이걸로 낙찰! 엠. E9 이벤트 세팅 준비해. NPC는 빼고. 마왕은 내가 직접 한다."
[알겠습니다.]
"후후후. 또 한번 즐겨 볼까나?"
황성 아래쪽을 지나다니는 NPC들을 보며 음흉한 웃음을 흩날린 다크. 과연 이번엔 얼마나 독특하고 엽기적인 이벤트를 하려는 걸까? 조금 걱정스럽다.
바티안 제국의 수도. 자이렌 시의 중앙 광장은 오늘도 여전히 소란스럽다. 상당수 유저들이 여기서 접속하기 때문이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당연히 끼어 드는 장사꾼과 호객꾼, 그리고 사냥 동료를 구하려고 찾아드는 유저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많은 유저 모두가 저마다의 일로 바쁘기 때문일까. 갑작스레 광장 허공에 나타난 화려한 옷차림의 남자를 발견해낸 이가 하나도 없다.
"이거 참."
기하학적인 무늬들이 아로새겨진 붉은 정장 차림의 남자는 짧게 한탄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유저들의 시선을 끌어보고자 사고(?)를 한번 치기 위해서다.
이 남자의 이름은 카이스. 일명 붉은 안개의 마왕이라 불리는-설정된- 마족 중 하나다. 당연히 EM 다크가 분장한 모습이며, 지금 그가 여기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는 '마왕성 침투 대작전'이라는 이름의 이벤트 때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크가 들어올린 손위에 붉게 빛나는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그 구슬을 흘깃 쳐다본 다크는 바로 그걸 허공에 던져 폭파시켜 버렸다.
콰과광!
"허억? 뭐야! 뭐가 터진 거야?!"
"아씨. 귀청 떨어질 뻔했잖아."
"앗! 저기. 하늘에 사람이!"
구슬이 터지는 소리는 어마어마했고, 유저들은 무척 놀라 하던 일을 멈추고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 따사로운 시선들에 상큼한 미소로 보답해준 다크는 능청스럽게 인사했다.
"안녕들 하신가."
"엥? 저건 뭐야. 하늘에 동동 떠 있잖아?"
"마법사인가?"
"그런데 옷 참 화려하네. 저런 옷 입고도 안 쪽팔리나."
아무래도 다크의 인사는 무시당한 것 같다. 저마다 자기 할 말들만 하는 유저들을 보니 말이다.
그로 인해 약간 기분이 상한 다크는 미소를 싹 지우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만들어서 외워 두었던 고풍스러운 대사들은 이미 머리 속에서 사라진 후다.
"뭐. 당신들과 나 사이에 다정한 인사가 오고 가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도 간단히 내 할 말만 하고 가마."
잠시 말을 끊었던 다크는 꼭 해야할 말 몇 가지를 기억해내며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붉은 안개의 마왕 카이스. 자이렌 시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북쪽 산 중턱에 오늘 내 성을 세웠다. 그래서 집들이 손님을 좀 초대하려 하는데. 생각 있으면 두 손 무겁게 하고 찾아와라. 선물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겠다.
아, 물론 내가 있는 다크 홀까지 몸 성히 들어올 수 있다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을 거야. 내 귀여운 아이들은 인간이라면 치를 떨며 싫어하거든? 그리고 날 죽이겠네. 어쩌겠네. 하는 용사 희망자들도 환영한다. 참고로 집들이 선물은 예쁜 여자가 좋으니 그리 알도록. 순결하면 ?좋고. 알지?"
유저들은 죄다 눈을 반짝이며 다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놓치지 않고 새겨들었다. 그들도 이게 이벤트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마왕의 말버릇이 좀 싸가지 없으면 어떤가. '선물'을 준비해놓고 기다린다는데 말이다.
"그럼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 난 오래 기다리는 것을 싫어하니 3시간 내에 오도록!"
말을 끝낸 다크는 바로 마왕성으로 이동했다.
울창한 산의 중간을 싹둑 깎아버리고 세워진 마왕성은 밤을 연상시키는 새까만 돌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런 성 주변을 감싸고 있는 핏빛 안개. 그 것은 검디검은 성과 어우러져 보는 사람에게 저절로 등골이 오싹한 두려움을 안겨준다.
더불어 마왕성 입구에는 수없이 많은 몬스터 군단이 도열해 있었다. 트롤이나 오거 같은 대형 몬스터들인데, 괴기한 성과 흉악한 몬스터들의 모습은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모두 각자의 위치로 가라!"
마왕성 위 허공에 모습을 드러낸 다크는 몰려 서 있는 몬스터들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 것들은 즉각 마왕성 주변으로 흩어졌다. 이들의 역할은 유저들이 마왕성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허나 유저들의 침입을 막는 것은 이들만이 아니다. 지금 마왕성 안에는 마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것을 보면 다크는 단 한 사람도 자신이 있는 곳까지 오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사악한 성격으로 판단해 보자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다.
"자, 그럼 나는......"
다크는 몬스터들이 제각각의 위치로 간 것을 확인하고는 마왕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컴컴한 복도.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음과 비명 소리 등의 효과음. 겉이나 안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똑같다.
그렇게 성 안 깊숙한 곳에 자리한 다크 홀에 도착한 다크는 미리 마련해둔 푹신한 의자에 앉아 앞의 수정 구슬을 바라보았다. 이른바 몰래 카메라랄까. 몬스터들과 마수들에게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근처에 있는 유저들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마법 구슬이다.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약 한 시간 여쯤이 흘렀을 때, 구슬에서 침입자가 있음을 알리는 빛이 반짝였다.
"첫 손님인가?"
구슬은 곧 침입자들의 모습을 다크에게 보여 주었다. 그들은 총 다섯 명의 유저로서 전사 둘에 마법사 하나, 도적 하나, 성직자 하나로 구성된 지극히 평범한 파티였다.
그들이 처음 맞닥트린 적은 한 마리의 트롤. 그 정도는 우습다 생각되는지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가뿐히 해치운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마왕성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허나 계속 이어지는 다른 몬스터들의 공세에 점차 걸음이 느려지다가, 마왕성 입구를 딱 삼십 미터쯤 남겨두고 醍?전멸해 버렸다. 오거 세 마리에게 합공을 당한 탓이다.
"음. 몬스터가 너무 많은가? 엠. 지금부터 두 마리 이상은 합공 못하게 해!"
[네. EM 다크님]
엠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구슬이 또 다른 침입자를 알려왔다. 얼른 구슬이 비추는 화면을 바꾼 다크는 순간 몸을 휘청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다.
"...... 간이 부었군."
이 험악한 곳에 딸랑 혼자. 그 것도 전사나 기사 같은 근접 전투직이 아닌 궁사 혼자 나타난 것이었다.
다크는 혀를 차며 트롤 한 마리를 그에게 보냈다. 활 같은 것으로는 재생 속도가 빠른 트롤을 죽일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기껏 해봐야 조그만 구멍 몇 개 뚫고 죽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열심히 활을 쏴대며 도망가던 그 유저는 트롤에게 다리를 붙들려 던져지고 말았다. 그런 그가 날아가면서 하는 말이 인상적이다.
"나는 죽지 않는다아~!"
그리고 땅에 떨어져 죽었다.
얼마 후, 또 한 파티가 마왕성을 찾아 왔다. 이번 유저들은 아예 작정을 하고 왔는지 삼십 명의 대 인원이었다. 그들을 막아선 오거 두 마리가 별다른 상처를 주지 못하고 쓰러지자, 다크는 얼른 말했다.
"엠. 조금 전의 명령은 취소다. 열 명 이하는 두 마리 이상의 수는 합공 못하게 하고 열 명에서 열 다섯 명 사이는 세 마리. 열 다섯에서 스물까지는 네 마리. 스물에서 스물 다섯까지는 다섯 마리. 서른 명은 여섯 마리로 해!"
[네. EM 다크님]
이후 마왕성을 찾는 유저들의 수는 점점 많아졌다. 한꺼번에 서너 개의 파티가 들이닥치거나 예닐곱의 파티가 들이닥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로 인해 다크는 정신 없이 수정 구슬이 비추는 화면을 바꿔가며 명령을 내려야만 했다. 유저들이 쉽게 마왕성으로 다가올 수 없도록 적절히 몬스터를 배치하느라 말이다.
그렇게 갈수록 늘어난 파티의 수는 한 시간 여쯤이 지나자 사십여 개가 되었다.
"젠장. 완전 떼거지로 몰려오네."
결국 다크는 마왕성 외부에서 유저들을 막아내는 것을 포기했다. 몬스터들에게 자율적으로 유저들을 막으라고 명령한 뒤, 마왕성 내부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그러자 곧 마왕성 내부로 침입한 몇몇 파티가 생겨났다. 허나 마수들에게 붙잡혀 전멸하거나 도망가 버리는 유저가 대다수였다. 외부의 몬스터들과 마수는 그 공격력에서부터 차이가 현저했던 것이다.
하지만 예외는 언제나 있는 법. 특이하게도 모두 남성 기사로만 이루어진 한 파티가 앞을 가로막는 마수들을 모두 해치우며 빠른 속도로 다크 홀을 향해 오고 있었다. 다크는 얼른 그들에게 화면을 고정시키고 지켜보았다.
"비켜라. 이 흉악한 마수들아! 우리 블루 실드(Blue Shield:파란 방패)기사단의 검은 용서라는 단어를 알지 못한다!"
"가자. 용감한 기사들이여! 저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마왕을 처단하자!"
"보아라.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정의인가!"
"......"
그들이 제각각 검을 휘두르며 외치는 소리를 듣고만 다크는 말을 잊었다. 에피소드의 취지대로 롤플레잉(role-playing:역할 연기)에 충실한 유저들이란 것은 알겠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선 상당히 낯뜨거운 소리였던 탓이다.
"그래. 그렇게 나온다면. 정의의 기사들에게 고난과 역경을 선사하는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진짜 마왕이 되어주지."
비릿하게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다크는 마수들 중 가장 강력한 놈을 그 기사들에게 보냈다.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육체에 네 개의 촉수가 달린 문어처럼 생긴 머리. 바로 마인드 플레이어(Mind Flayer)다. 이들은 머리의 촉수를 이용해 상대의 뇌를 빨아먹고 살며 고도로 발달?지능의 사디스트(Sadist)들이기도 하다.
"헉! 이 놈은 그 극악하고 교활하기로 소문난 마인드 플레이어가 아닌가!"
"오오. 저런 놈을 풀어두다니. 이 곳은 정녕 악의 소굴이었는가! 내 이 성의 주인을 절대 용서치 않으리!"
"나의 뜨거운 가슴은 정의로 불타 오르고 있다!"
닭이 되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에 다크는 얼른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죽어라. 인간들!"
마인드 플레이어는 곧장 마인드 블래스트(Mind Blast)를 날렸다. 곧 그에 걸린 한 기사가 마비되어 쓰러졌다.
"크으윽!"
고통 같은 것을 느낄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쓰러진 기사는 신음을 내뱉었다. 저 것도 다 실감나는 상황 연기리라.
"오오. 나의 친우. 해밀튼이여~! 그대의 복수는 내가 하겠다!"
"장렬히 싸우다 간 그대를 위해 내 검을 들리라!"
남은 여섯 명의 기사들은 저마다 검과 방패를 앞세우고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달려들었다. 4개의 촉수 대 6개의 검의 싸움. 마인드 플레이어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녀석은 용케 공격을 회피하며 간간이 촉수를 휘둘렀다.
그렇게 한참 지속된 그들의 전투는 기사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말끔한 승리는 아니다. 그들도 두 명의 사망자와 한 명의 부상자가 더 나왔기 때문이다.
"끈질기게 안 죽네. 저러다 재들이 가장 먼저 여기 오는 것 아냐?"
다크는 고개를 갸웃하곤 마왕성에 들어온 또 다른 유저들의 상황을 살폈다. 고전을 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몇몇은 용케 적을 물리치며 한발한발 다크 홀로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다크도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야할 때가 다가오는 것이다.
"그래. 누구든 와라."
다크는 성안의 마수들에게 각자 자율적으로 유저들을 막으라고 명령하고는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가장 먼저 그의 앞에 나타날 유저들을 기다렸다.
얼마 후, 이번 이벤트의 보상품을 받게 될 유저가 다크 홀로 들어섰다.
"붉은 안개의 마왕 카이스! 비명에 죽어간 내 동료들의 원수를 갚겠다. 당장 그 의자에서 내려와 우리 블루 실드 기사단 앞에 목을 내밀어라!"
"악은 처단 받아 마땅할지니. 내 너를 빛과 정의의 이름으로 용서치 않겠다!"
"......"
예상대로 되었다고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가장 상대하기 곤란한 유저들이라 난감하다고 해야 할지. 다크는 순간 헷갈려했다.
하지만 찾아온 손님을 박대할 수는 없기에 돋아난 닭살들을 애써 외면하며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빨리들 왔군. 어쨌든 내 집에 온 손님이니 대접을 해야겠지? 거기 아무데나 좀 앉으시게나. 일단 얘기나 좀 하지."
"어둠에 속한 자와 할 얘기 따위는 없다! 당장 무릎을 꿇어라. 마왕 카이스!"
성질대로 확 잡아죽일까 생각했던 다크지만, 그래선 이벤트 마무리가 안 되기에 간신히 참았다.
"그래. 그럼 서론은 다 접어두고 본론만 말하지. 내 집 집들이에 와줘서 고맙네. 딱 보니 집들이 선물 같은 것은 안 가져온 것 같은데. 뭐. 그 정도야 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지. 자, 그럼 선물을 줘야겠지?"
"잔소리말고 덤벼라! 네 목이 우리가 가져갈 선물이다!"
막 품안에서 이번 이벤트의 보상품을 꺼내던 다크는 그 말에 보상품을 다시 집어넣었다.
"싫으면 말고."
"......"
기사들은 순간 당황했다. 그냥 역할 연기에 충실하느라 그렇게 말한 건데 설마 진짜 안 줄줄은 몰랐던 것이다.
"치. 치사하다! 마왕!"
다크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마왕이 치사해야지. 설마 착할 까봐?"
"......"
다크는 낄낄대며 웃었다. 사실 그는 정말로 선물을 안 줄 생각이 아니었다. 그냥 장난을 친 것뿐. 정말 안 줬다가는 이벤트가 성립 안될 테니 말이다. 장난을 치고 제 멋대로 행동해도 어디까지나 이벤트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하는 그다.
"자, 그럼 마무리를 해볼까?"
다크는 느릿하게 의자에서 일어나 섰다. 그리고 이제야 정말 마왕다운 어투로 말을 이었다.
"정의감이라는 이름의 오만에 빠진 불쌍한 인간들이여. 내 친히 너희들의 머릿속에 어둠을 심어주마. 대신 너희들의 목숨을 대가로 내놓거라!"
말을 마치며 두 손을 머리 위로 치켜올린 다크의 손안에서 붉디붉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제야 그의 의도를 알아챈 기사들은 황급히 검을 치켜들고 달려왔다. 하지만 다크의 불꽃이 가장 앞에 달려오던 기사를 강타하는 것이 더 빨랐다.
"으악!"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시스템에서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허망한 것이 있을까. 허나 그 기사는 한껏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갔다.
"동료를 해치다니. 용서할 수 없다!"
"저 사악한 마왕으로부터 우리가 세상을 구하자! 블루 실드 기사단이여! 돌격하라!"
"와아아~!"
저 긴 대사를 할 시간에 차라리 덤비겠다고 생각하며 웃은 다크는 다시 손을 모아 불꽃을 피어 올렸다. 마왕의 이 필살기는 다 좋은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이 문제다. 이럴 때 공격 당하면 별 수 없이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다크가 불꽃을 채 피어 올리기도 전에 기사 중 하나의 검이 그의 가슴을 찔러왔다. 서글픈 마왕의 숙명. 하지만 이렇지 않으면 아무도 마왕을 죽일 수 없으리라.
"크윽!"
과장되게 몸을 비틀거린 다크는 가슴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이쯤에서 이럴 수는 없다는 둥. 다시 돌아오겠다는 둥의 식상한 대사를 내뱉어야 했지만, 다크는 과감히 그 것들을 생략했다.
쿵!
다크의 몸이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일명 죽은 척하기. 그러자 다크의 시체(?)가 스르륵 사라지며 그 자리에 4개의 붉은 반지. 블러드 링이 나타났다. 이번 이벤트의 보상품이 남은 사람의 숫자대로 나온 것이다.
"와아! 역시 정의는 승리한다!"
"우리 블루 실드 기사단이 이 세상을 구해냈다!"
기사들은 감격 어린 표정으로 제각각 검을 높이 들고 외쳤다. 하이딩 상태로 궁시렁거리는 다크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렇게 블루 실드 기사단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에게 마왕이 죽음으로써 이번 이벤트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