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쉐자 돌림 파티
"자, 그럼 마무리를 하지."
지원은 일본도가 들린 오른손을 늘어트리며 일어나 섰다. 그로 인해 행동의 자유가 주어진 대현은 크게 안도하며 얼른 수련과 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수련은 냉큼 대현의 상처를 살폈고 헌은 지원을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물은 것은 다 물으신 건가요?"
지원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헌은 불안함이 약간 담긴 어조로 다시 물었다.
"그러면 이제 약속을 지켜주시겠죠? 비밀과 안전에 대한 보장은 물론이고 또 알려 주실 것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한 눈빛으로 잠시 헌을 쳐다보던 지원은 마치 뒤늦게서야 기억났다는 듯 아! 하며 손을 마주쳤다. 능청스럽기 그지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아! 내 정체와 의도? 그야 물론 말해주지."
헌과 수련, 대현의 표정이 순간 환해졌다. 사실 반신반의했었는데 정말로 말해준다니!
하지만 이건 이들이 아직 지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생각임이 분명하다. 그 뒤에 이어진 지원의 말은 이랬으니 말이다.
"뭐, 언제 알려준다는 말은 한 적 없으니 너희들이 죽기 전에만 말해주면 되겠지? 걱정 마. 아마 50년도 안 걸릴 거야."
"......!"
셋은 입을 쩍 벌렸다. 저게 무슨 선풍기 앞에 난로 갖다 놓는 소리란 말인가? 하지만 이리 저리 돌리고 뒤집고 엎어놓고 생각해봐도 지원의 말에 틀린 부분은 없다. 진짜로 언제 알려준다는 약속은 한 적 없으니까.
그렇게 대현과 헌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하는 가운데, 그나마 빨리 정신을 차린 수련이 따지듯 물었다.
"그. 그런 법이 어디 있어요? 우리는 약속대로 다 대답했잖아요!"
그러나 지원은 태연했다.
"누가 안 알려준대? 나도 나중에 알려준다니까 그러네."
수련과 헌, 대현은 그제야 자신들이 속았음을 알았다. 허탈감, 분노, 억울함...... 휘몰아치는 그 감정들에 마냥 몸을 부르르 떨던 그들은 문득 든 생각에 눈을 번뜩였다. 지금 지원에게는 인질이 없다는 것! 대현과 헌은 그걸 깨닫자마자 제각각 지원을 노려보며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둘이 한꺼번에 덤벼서 지원을 제압하려는 생각에서다.
허나 이런 일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을 지원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건 그의 영악함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리라.
지원은 헌과 대현을 번갈아 보며 히죽 웃고는 바지 주머니에서 손가락 만한 은빛 물체를 꺼내 들었다. FT라고 불리는 이 것은 음악 녹음이나 동영상 녹화와 재생은 물론, 무선으로 넷에서 음악과 동영상 파일을 전송 받거나 전송할 수 있는 단말기다.
"참고로 말하는데 이번 대화는 모두 녹음되어서 내 동료에게 전송된 상태야. 난 비밀 보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니까 날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서툰 짓을 하면 공개해 버리겠다는 협박. 그 뜻을 알아들은 헌과 대현은 움찔하며 얼른 도로 앉았다. 그러면서 이를 갈며 말하기를.
"녹. 녹음한 다는 말은 없었잖아요!"
지원은 FT를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빙긋이 웃었다.
"안 한다는 말도 없었잖아?"
"......"
수련은 입을 꼭 다문 채 지원을 노려보았고, 헌은 주절주절 잘도 지껄인 자신의 입술을 꼬집어 뜯었다. 그리고 대현은 헌의 입술을 같이 뜯어주겠다며 달려들었다가 그에게 한 대 맞고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하하."
사뭇 재미있는 그들의 모습에 지원은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웃고 말았다. 그러다 문득 이들을 데리고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누명을 벗는 것이 급하니, 나중에 차차 생각해 보리라 다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섰다.
"그럼 앞으로 잘 처신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겠다. 다.음.에. 또 볼 때까지 몸 건강히 잘 지내도록."
유독 '다음'이라는 말을 강조하는 지원. 그로 인해 헌과 수련, 대현이 불안에 몸을 부르르 떨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러던 말던 지원은 아무 신경 안 쓰며 당당하게 원룸을 나섰다.
빌라 앞에 주차시켜 두었던 자신의 오토카에 오르는 지원의 발걸음은 너무도 가벼웠다. 이제 그의 누명을 벗겨줄 증언이 손에 들어왔으니 절로 즐거워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증언을 적절히 써먹는 것뿐. 지금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가 징계를 받도록 유도한 김 도진 전무의 얼굴에 이 FT를 집어 던져주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그냥 이 증언을 제출하면......"
막 (주)테이머 본사로 차를 이동시키려던 지원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난감해했다. 지금 녹음된 대화를 적당히 편집해서 상부에 증거로 제출하는 거야 문제도 아니지만, 그렇게 되면 쉐자 돌림 파티를 써먹을 수 없게 된다. 증언이 회사에 제출되면 당연히 그 것은 경찰에게도 넘保?테고, 경찰은 얼씨구나 좋다 하며 당장 쉐자 돌림 파티를 잡아들이지 않겠는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써먹는 방법 따위는 모르는 그이기에 난감할 수밖에 없다.
"으음. 이런 경우는 복잡하게 생각할수록 더 어려워지지. 단순하게 하자. 단순하게."
비밀 보장 따위의 약속이야 당연히 지켜줄 맘이 없지만, 어수룩한 장난감이자 꽤 유능한 노예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지원. 그는 잠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하고는 오토카에서 내려 다시 쉐자 돌림 파티의 빌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 반나절 동안이나 지원은 그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쉐자 돌림 파티와 무슨 얘기를 그리 길게 했는지는 후에 알게 되리라.
참고로 그들 사이에 오간 것 중엔 약간의 협박과 음흉한 모의, 반강제적인 노예 계약서 체결이 있었다는 것 정도만 말해 두겠다.
--- 6챕터 끝 [끝이라 짧습니다 -_-;]
그리고 여러분들의 궁금증 하나 해결해 드리죠.
내기는 제가 졌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