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4화 (4/353)

EP.4 첫 번째 룬 사냥 (3)

박진우는 강주연과 정반대의 인물이다.

압도적 재능과 폭발적 능력치를 처음부터 지닌 채 시작한 강주연과는 달리, 박진우는 초반엔 약하다가 점점 강해지는 성장형 주인공의 표본이다.

잠재력 측면에선 어떤 홀더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그게 지금은 아니지.’

하지만 이는 곧 지금의 박진우는 약하다는 뜻이었다.

아카데미에 입학 후 꾸준히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고, 은사 탁원호 교수를 만나 잠재되어 있던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는 박진우.

주인공답게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입학시험 시점인 지금은.

나와 같은 하급반에 선정되는 수준의 약체 홀더였다.

‘속력이… 높았던 것 같은데.’

<넥스트 룬 홀더>의 초반부.

거기선 분명 박진우의 홀더 정보도 나온다.

애독자였던 내 기억이 확실하다면, 그는 다른 능력치에 비해 속력이 꽤 높은 민첩한 검사 계열의 홀더였다.

정확한 능력의 수치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나보다 근력이 낮고, 속력은 높다는 것.

그 정보만으로 곧 있을 대련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맞다. 그 룬도 있었지.’

기억을 더듬다 보니 생각이 났다.

주인공 박진우가 초반에 얻은 또 하나의 에픽룬.

[명경지수].

룬의 이름 그대로 주변의 상황이나 본인의 신체적 상태, 혹은 어떠한 저주 등에도 흔들림 없이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정신 방어 계열의 룬이다.

박진우는 초반부터 후반까지 이 룬을 잘 써먹는다.

초반엔 훈련 도중 지치고 힘들어 포기하려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데에 활용하고, 후반엔 괴수나 아웃 홀더들과의 전투 중 정신적 공격을 방어할 때 애용한다.

특히 [명경지수]는 1레벨부터 시작하는 성장룬이다.

[구도자의 땀방울]이나 [룬 사냥꾼]처럼…

‘시작부터 Max 레벨인 룬’이 아니다.

때문에 레벨을 올릴수록 활용 가능한 부분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파생되는 스킬도 상당히 많았다.

관점에 따라선 [구도자의 땀방울]보다 더 사기적인 룬.

초반이 약한 박진우을 보조하는 주인공 보정이었다.

‘둘 중에 뭐가 더 낫지?’

[룬 사냥꾼]은 홀더 당 하나의 룬만 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처음엔 어떤 룬을 골라야 할지 고민했다.

두 룬 모두 사기적인 성능을 가진 고급룬이기에.

하지만 나는 이내 헛웃음을 지으며 잡생각을 떨쳤다.

‘김칫국도 이런 김칫국이 없네.’

사기 룬을 얻으니 너무 기고만장해진 모양이다.

아직 대련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결투에서 이긴 것처럼 망상이 가지를 뻗어가고 있었다.

나보다 근력은 낮지만, 속력은 높은 박진우.

가진 노멀 무기 룬의 레벨은 동일.

서로 비슷한 수준이기에 충분히 긴장해야 했다.

박진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변수에 따라 질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었다.

“도재현 홀더와 박진우 홀더의 입학시험 실전 대련이 잠시 후 진행됩니다. 두 홀더는 1분간 준비를 마쳐주세요.”

감독관의 말에 두 개의 단검을 양손에 쥐었다.

실전 대련에서 무기 사용은 자유.

나는 효율적 전투를 위해 다섯 개의 단검을 준비했다.

두 개는 근접용, 세 개는 투척용.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흉기를 잡아본 적도 없는 평범한 현대인이었지만, [단검] 룬의 보조로 이제는 어느 정도 매끄럽게 비수를 다룰 수 있었다.

내 지목에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박진우도.

대련이 다가오자 눈빛을 고쳐잡으며 검을 쥐었다.

그는 약하기 그지없던 초반도.

다수의 룬을 보유하며 강해지는 후반도.

항상 눈앞의 전투에 최선을 다하는 진중한 홀더였다.

“대련 시작.”

휘릭-

타닥, 탓-

얼마 만에 반응했을까.

2초? 1초?

시작 신호를 받고 그 정도 시간 만에 움직인 것 같다.

나는 곧바로 투척용 단검을 빠르게 내던지고, 근접 단검을 양손에 든 채 달려갔다.

질질 끄는 탐색전 따위는 필요 없다.

선빵필승!

박진우도 기습 앞엔 장사 없었다.

* * *

챙- 까강-

박진우의 검과 도재현의 단검이 또 한 번 부딪혔다.

양손검과 한 손에 들린 단검.

겉보기에 분명한 무게 차이가 있음에도.

두 홀더의 격돌엔 큰 힘의 차이가 없었다.

“윽… 무슨 힘이 이렇게…”

오히려 박진우가 조금씩 힘에 부쳤다.

몇 번씩 검을 다시 부딪칠 때마다.

박진우는 자신이 뒤로 밀려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근력이 8? 9? 그쯤 되는 것 같은데….’

홀더의 주력 능력치가 10을 넘어서면.

아카데미에선 대개 중급반으로 취급한다.

홀더의 성장엔 룬의 레벨도 중요하지만, 능력치의 차이는 쉽게 좁힐 수 없는 절대적인 영역의 무력이다.

그만큼 홀더의 능력치는 중요했다.

박진우가 체감하기에, 도재현의 근력은 거의 10에 가까운 수치였다.

자신의 근력이 고작 5라는 걸 생각하면, 힘의 대결에서 밀리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도재현은 양손에 모두 단검을 쥐고 있다.

단검은 무게가 가볍고, 움직임의 연결이 매끄럽다.

검 하나에 두 손을 사용하고 있는 박진우보다, 두 손으로 두 개의 단검을 사용하는 도재현이… 전투적 움직임에서 훨씬 자유로울 수밖에 없었다.

<홀더 정보>

◎이름: 박진우

◎성별: 남(20)

◎능력치

[근력: 5] [마력: 4]

[속력: 8] [신성: 5]

[내구: 7] [정신: 9]

◎보유 룬

[구도자의 땀방울 Lv.Max] [검 Lv.2]

[날렵한 몸놀림 Lv.2] [명경지수 Lv.1]

◎보유 스킬

-

◎궁극 스킬

-

박진우의 근력은 5, 속력은 8.

속력을 보조하고 민첩하게 전투할 수 있도록 돕는 레어룬 [날렵한 몸놀림] 덕분에 박진우의 속력은 다른 하급반 홀더에 비해 상당히 높았다.

상대적으로 높은 속력을 활용해 전투를 이어가야 하지만, 그를 이용한 유리한 구도가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앞서 말했던 무기의 차이.

박진우는 검, 도재현은 단검.

도재현은 보다 가벼운 움직임으로 자신의 부족한 속력을 커버하고 있었다.

‘이 녀석… 전투 센스가 좋다.’

박진우는 도재현의 감각에 감탄했다.

솔직히 룬 레벨은 그리 높은 것 같지 않다.

두 사람의 전투에선 특별한 스킬 하나 나오지 않고 있었고, 도재현의 단검술도 까다롭다기보다 투박하다는 느낌이 강했으니까.

하지만 도재현은 그러한 상황을 모두 인정하고 전략적으로 자신의 전투를 하고 있었다.

그걸 가장 먼저 느꼈던 게 시작 당시의 투척.

혹자는 비겁하다고 욕할 수도 있었지만, 이 대련의 명칭이 ‘실전 대련’이라는 걸 고려하면 매우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기습이었다.

‘명경지수가 아니었으면 분명 흔들렸을 거야.’

어떠한 당혹스러운 상황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보조해주는 에픽룬 [명경지수].

이 룬이 아니었다면, 박진우는 아까의 기습에 흔들리며 바로 패배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도재현의 첫 공격은 날카로웠다.

“타압…!!”

“하앗!”

두 사람의 기합과 함께 또다시 무기들이 부딪쳤다.

전투 구도는 아까부터 일관적이다.

도재현은 끊임없이 빈틈을 파고들며 공격.

박진우는 근력의 차이를 최대한 속력으로 메꾸며 방어.

그 때문인지 박진우의 몸엔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작은 생채기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박진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구 수치가 꽤 높아 크게 상처 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재밌다.’

이 대련이 그에게 흥미를 가져다줬기 때문이다.

근력 차이 때문에 계속 밀리는 싸움이어도.

어떻게든 그를 메꾸고 반격하는 재미가 있었다.

홀더로 각성한 지 고작 한 달.

항상 혼자서 훈련을 해오던 그에게, 수준이 비슷한 홀더와의 실전적 대련은 더 없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룬 홀더.

특별한 능력으로 괴수, 빌런과 싸우는 이들.

박진우는 그제야 자신이 그들의 세계로 발을 내딛었음을,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대련 종료. 도재현 홀더의 승리입니다.”

어느새 도재현의 단검이 박진우의 목까지 와 있었다.

깡-

박진우는 검을 떨어뜨리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하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하! 하하하!”

박진우는 소리 내 웃으며 도재현을 바라봤다.

서울 홀더 아카데미 입학시험.

이곳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친구이자, 라이벌이 될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 * *

‘아니, 씨바… 왜 저러는 거야. 무섭게.’

진득하게 날 보는 박진우의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그 시선을 마주했다가는 왠지 모르게 나도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다.

주변에서도 정신없이 웃고 있는 박진우를 미친놈처럼 보고 있다고….

대신 방금 전.

내게 주어진 달콤한 승리의 보상을 확인했다.

상대와의 결투에서 승리.

[룬 사냥꾼]이 제시한 그 조건은 다행히도, 이번 실전 대련에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1.구도자의 땀방울 2.명경지수 3.날렵한 몸놀림 4.검]

내 선택은 두말할 것도 없이 [구도자의 땀방울]이었다.

박진우와의 대결을 준비하던 순간부터 생각했던 에픽룬.

[명경지수]도 너무 성능이 좋아 살짝 고민하긴 했지만, 홀더의 전반적인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자의 땀방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구도자의 땀방울을 선택하셨습니다. Max 레벨의 에픽룬이기에 복제 시 레벨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내구, 정신을 각각 3씩 획득합니다.]

<룬 정보>

◎이름: 구도자의 땀방울

◎등급: 에픽(Epic)

◎레벨: Max

◎새겨진 부위: 구렛나룻

◎특수효과

: 룬 레벨의 성장 속도가 3배 빨라진다.

: 100시간의 훈련 시간 당 무작위로 능력치가 1 상승한다. (0/100)

: 내구+3 정신+3

◎파생스킬: -

◎세부정보

: 길을 탐구하는 자들에겐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돌아온다. 구도자가 흘리는 뜨거운 땀방울은, 결코 스스로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

진짜 미쳤다.

주인공만 가지고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사기 룬을.

내가 가진 또 다른 사기 룬으로 가져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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