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9화 (9/353)

EP.9 아카데미 괴수 사냥 (1)

홀더의 세계에서, 등급은 곧 권력과 다름없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소속 집단과 국가로부터 허가받을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지고, 해당 홀더를 영입하고자 하는 클랜도 많아진다.

따라서 최고 등급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한다.

S급 홀더.

대한민국에 총 다섯 명밖에 없는 최강의 홀더들.

이들은 대부분 자기만의 클랜을 소유하고 있고, 원한다면 어떤 클랜이라도 들어갈 수 있다.

다들 모셔가려고 하니까.

클랜뿐 아니라, 생활의 영역도 다르지 않다.

S급 홀더들은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한국 내에서 거의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S급 홀더는, 한명 한명의 존재가 곧 국력이기 때문이었다.

“음….”

그런 S급 홀더의 권력을 가진 한 남자.

강우현은 조용히 신문을 읽었다.

<강우현 홀더의 딸, 강주연. 압도적인 성적으로 서울 홀더 아카데미 수석 입학.>

신문에선 익숙한 얼굴이 나오고 있었다.

“흠흠.”

강우현은 혹여나 누가 볼세라, 주변을 잠시 살핀 후.

헤벌쭉한 얼굴로 웃음을 지으며 신문을 읽었다.

“역시 내 딸이구만.”

모두의 예상대로.

강주연은 변수 없이 아카데미 수석을 따냈다.

그녀의 주력 룬은 [꺼지지 않는 불꽃].

강우현을 S급 홀더로 만들어 준 대표 룬, [타오르는 대검의 예기]와 흡사한 면이 있는 마법사 계열의 에픽룬이다.

그는 딸이 자신을 닮아 ‘불’과 관련된 룬을 얻고, 또 그를 통해 아카데미 수석까지 오르며 최고의 행보를 걷고 있는 게 더없이 자랑스러웠다.

…강우현은 뼛속까지 딸바보인 아빠였다.

“부르셨어요?”

강주연이 집무실에 들어왔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불의 기운이 살짝 감도는 검은색 머리.

지나가는 이를 모두 돌아보게 할 법한 아름다운 외모.

그녀는 능력적인 부분에서 아빠 강우현을 닮고, 외적인 부분에선 미인인 엄마를 닮았었다.

“오오. 왔니, 주연아.”

“무슨 일 있으세요?”

“이번에 B급 홀더로 승급했다면서. 축하한다, 우리 딸. 아빠는 믿고 있었어. 하하.”

강주연이 압도적으로 아카데미 수석을 따낸 이유.

그녀가 신입생이라곤 믿기지 않는 홀더 등급.

B급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기 때문.

막말로 B급이면 당장 국내 아무 클랜이나 들어가더라도, 상당한 수준의 고급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등급에 해당한다.

아카데미 1학년의 상급반부터 하급반의 평균등급은 상급이 C, 중급이 D, E, 하급이 F로 나뉘는데, 이번에 입학한 1학년 중 B급 홀더는 강주연밖에 없었다.

“…당연한 거예요. 더 높이 올라가야죠.”

하지만 강주연은 B급에 만족할 수 없었다.

강우현이 마스터로 있는 클랜 <불의 심판>은 국내 최고 수준에 다다르는 대형 클랜이다.

클랜 내 홀더 중에 B급 홀더는 차고 넘쳤고, 거대 클랜답게 A급 홀더도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아빠를 이어 <불의 심판>의 후계자가 되려면, 더 정진하고 높은 등급을 받아내야 모두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강주연은 생각했다.

“그, 그런가? 역시 우리 딸이구만! 하하!”

강우현이 어색하게 웃었다.

자신의 딸이긴 하지만, 강주연은 호쾌한 자신의 성격과 달리 살짝 딱딱한 면이 있었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아. 혹시 아빠가 말한 거 기억나니? 신입생 중에 눈여겨볼 만한 인재가 있는지 보라고 한 거 말이야.”

입학시험에 가던 날, 딸에게 했던 말.

마지막 테스트인 ‘실전 대련’을 모두 지켜보며, 클랜원으로 영입할 만한 후보군이 있는지 알아보라던 것.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불의 심판> 정도 되는 클랜은 전문적으로 스카우트 팀을 운영하며 클랜원을 영입하고, 자원을 받더라도 대대적인 입단 테스트를 열어 실력을 점검한다.

고작 아카데미 신입생에서 원석을 발견하며 영입 시도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건 중소 클랜에서 도맡는 영입 정책이었다.

‘그래도 아예 쓸모없진 않지.’

어찌 됐든 영입의 최종 승인은 결국 클랜 마스터의 몫.

강우현은 훗날 클랜을 이끌게 될 딸에게.

인재를 보는 안목을 키워주고 싶었다.

동기들의 실전 대련을 살펴보며 가능성 있는 홀더를 찾다 보면, 나중에 클랜 마스터로서 영입을 확정지을 때도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강주연의 표정이 묘했다.

“…있긴 있어요.”

“오. 그래? 누군지 한번 말해봐라. 이번 기수에 유능한 인재가 많다더니, 우리 딸 눈에도 확 들어왔나 보구나.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그냥 좀…”

강주연의 머릿속에 한 남자가 떠올랐다.

스킬이나 룬이나, 능력치나.

홀더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게 평범하던 사람.

하지만 그때 그 시험장에 있던 누구보다.

어떤 사람보다 간절하게, 최선을 다해 싸우던 사람.

승리를 위해 모욕적인 기습도 서슴지 않던 사람.

그리고 전투가 끝난 후…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쉬던 사람.

차분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던 사람.

강주연은 지금껏 자신이 살아오며 배워왔던, 그리고 봐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독특한 전투방식과 홀더로서의 태도에 자꾸 눈이 갔다.

“…그냥 좀 이상한 사람이에요.”

그가 듣는 공통 계열 강의를 알아내…

일부러 중급반 강의로 하향 신청한 건.

순전히 그런 호기심으로 인한 것이었다.

* * *

[정확한 투척, 부드러운 단검술, 숨죽인 암살. 단검을 다루는 당신의 솜씨가 더 날카로워집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속력을 1 획득합니다.]

[대기에 가득한 마력의 기운이 몸을 감싸 안고 있습니다.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을 1 획득합니다.]

“성장이 멈추질 않아~”

지칠 줄 모르고 성장하는 룬에.

내 입은 귀에 걸려 떨어질 생각을 못 했다.

아카데미에서 교수들에게 수업을 받는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엄청난 상승효과를 가져다주었다.

주먹구구식의 훈련이 아닌, 체계적인 교육.

그리고 이를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구도자의 땀방울].

룬 성장을 더 빠르게 하는 사기적인 룬과, 그를 다시 가속하는 아카데미 교수들의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둘의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김명현 교수의 교육은 그저 감탄만 나온다.

‘유려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듯 그의 검술과 가르침은 부드럽다.

특히 홀더가 되며 검을 처음 접한 나조차 빠르게 흡수할 수 있게, 조금 더 수월한 맞춤형으로 알려준다.

늦게 배운 [검]의 레벨이 [단검]과 같아질 정도였으니, 이것 만으로 그의 놀라운 교육 수준을 파악할 수 있었다.

나는 간만에 홀더 정보를 확인했다.

<홀더 정보>

◎이름: 도재현

◎성별: 남(20)

◎능력치

[근력: 14] [마력: 3]

[속력: 13] [신성: 1]

[내구: 8] [정신: 12]

◎내성

[독: 1]

◎보유 룬

[룬 사냥꾼 Lv.Max] [구도자의 땀방울 Lv.Max]

[단검 Lv.4] [검 Lv.4] [요리 Lv.3] [격투 Lv.2]

[질주 Lv.2] [둔기 Lv.1] [활 Lv.1] [도끼 Lv.1]

[창 Lv.1] [마력제어 Lv.1] [방패 Lv.0] [맹독 Lv.0]

◎보유 스킬

[쿼터 나이프] (단검)

[포이즌 클로우] (맹독)

[연격] (검)

◎궁극 스킬

-

아카데미 입학하고 고작 첫 주.

일주일 만에 정보창이 더욱 다채로워졌다.

[단검]과 [검]이 동시에 4레벨에 도달했고, 꾸준한 신체 단련을 통해 [격투]도 2레벨까지 올렸다.

거기에 이번에 새로 듣는 <마력 제어의 기초> 수업으로 획득한 룬 [마력 제어].

이는 인위적으로 어떤 행동을 통해 얻는 룬이 아닌, 홀더가 되고 마력을 느끼고 다루면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룬이다.

히든피스로 [검]이나 [창] 등의 룬을 인위적으로 얻은 것과는 별개의 케이스였다.

성장한 건 룬뿐만이 아니다.

근력과 속력에 해당하는 내 주력 능력치들이 고루 성장을 이뤘고, 최근 마력을 다루게 되면서 마력 능력치도 소폭 올랐다.

“이 정도면 중급반에서도 나름 경쟁력이 있겠는데…?”

아웃홀더를 소탕하면서도 거듭 성장을 이루긴 했지만, 아카데미에 입학 후 교육 받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된다.

나는 학생으로 배우며, 훨씬 더 빠르고 높은 성장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재현아!”

그때 강의실 문 쪽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여느 때처럼 캐쥬얼하게 옷을 입은 김채은이었다.

“왔어?”

“응! 얼른 다음 강의 준비하자.”

이번 학기 내 수업은 총 6개다.

타 계열을 포함한 계열 전용 강의가 4개.

동급반에서 수업을 드는 공통 강의가 2개.

그중 <괴수의 역사와 정보>라는 강의를 김채은과 같이 듣는다.

입학식 연설 때부터 노래를 불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런데 특이한 건 상급반의 강주연과 문가은이 이 수업을 같이 듣는다는 것이다.

원래 공통 강의는 해당 등급반만 들을 수 있지만, 상급반의 경우 자신들이 원하는 강의에 얼마든지 하향 신청할 수 있었다.

강주연과 문가은은 그 제도를 이용해 <괴수의 역사와 정보> 강의에 신청해 들어왔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다들 수군대며 추측만 할 뿐이다.

교수가 실은 숨겨진 S급 홀더니, 문가은의 먼 친척이니 하는 근거 없는 루머들로 말이다.

그렇게 김채은과 나는 다음 수업에 들어갈 준비를 하며 짐을 정리했다.

그런데 그때.

“꺄아아악!!”

“이, 이게 뭐야, 씨발!!”

“살려줘…!!”

우리가 있는 강의실의 바로 반대편.

한 강의실에서 찢어질 듯한 학생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게 무슨….”

김채은이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원작 스토리 라인의 중요한 첫 번째 사건.

아카데미 내부 괴수 출현이…

지금 일어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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