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0화 (10/353)

EP.10 아카데미 괴수 사냥 (2)

“꺄아아악!!”

“교수님, 교수님들을 불러와!”

“끄아아- 살려줘…!!”

아카데미 내부는 혼비백산이었다.

하필 괴수가 나타난 시기는 쉬는 시간이었고, 그 탓에 강의실엔 아직 수업이 준비된 교수진이 없었다.

강의실에 자리한 건 학생들뿐…

그마저도 이제 막 1학년에 들어온 신입생이 전부였다.

다급한 상황 속에서.

나는 김채은에게 재빨리 소리쳤다.

“채은아! 지금 당장 강의실 뒷문으로 빠져나가서, 교수님들한테 지원 요청해. 여기 계속 있으면 위험해.”

“재, 재현이 넌?”

“누군간 막긴 해야지. 이대로 가면 학생들 다 죽게 생겼잖아.”

“그럼 싫어! 나도 같이 싸울래…!!”

“뭐?”

김채은의 강한 부정에, 나도 모르게 당황해 버렸다.

모의 대련이나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

정말 목숨이 오갈 수도 있는 긴박한 때에, 그녀가 자신도 남겠다는 주장을 이토록 확실하게 펼칠 줄은 몰랐다.

…원래 영웅의 기질이 좀 있나?

성격을 대부분 꿰뚫고 있는 다른 홀더들과 다르게, 김채은은 오로지 이곳 세상에서 처음 만난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다.

그래서 그녀의 말은 항상 튀고, 행동은 예측불허였다.

나는 긴박하고 시간이 부족했기에,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녀가 내민 변수를 받아들였다.

“좋아. 대신 내가 앞선에 설 테니까, 절대 위험에 노출되면 안 돼. 알았지?”

“응! 뒤에서 마법으로 계속 지원할게!”

“오케이. 따라와.”

김채은 역시 중급반이다.

<빙결>을 다루는 마법사 계열에, 능력치는 E급 홀더 정도의 전력.

괴수를 사냥하는 것까진 어려워도, 발을 묶는 데에 큰 도움을 줄 수는 있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하면.

괴수에 대한 위험성을 크게 못 느낀 것도 있다.

지금 아카데미에 나타난 괴수는 B급 괴수.

이름은 ‘시즐링 샐러맨더’.

불꽃으로 이글거리는 비늘을 지닌 도마뱀.

화려한 명칭과 꽤 높은 등급답게, 화염의 기운을 다루며 인간을 사냥하는 악명 높은 괴수였다.

현재 강의실 부근에 있는 학생들로는 몸에 흠집조차 낼 수 없는 강력한 괴수지만, 나는 큰 걱정이 없었다.

강주연과 박진우.

원작의 두 주연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의도치 않게 서로 합심하며, 해당 괴수를 빠르게 잡아낸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데미 괴수 출현’은 박진우와 강주연이 본격적으로 마주치는 첫 사건이기도 하고, 극의 중반을 이어가는 중요한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치지 않는 선에서 ‘시즐링 샐러맨더’의 발을 묶어 놓는 게 중요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두 사람은 금방 도착할 거고, 남은 학생 중 이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게 할 수는 없었으니까.

“이쪽으로!”

우리는 곧장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발을 돌렸다.

-끼에에에!!

시즐링 샐러맨더의 찢어질 듯한 비명.

그를 따라가니 곧장 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리가 짐을 정리하던 바로 옆 강의실.

아수라장이 된 그곳엔.

발끝까지 불타버린 학생과 꼬리에 찔리거나 맞아 죽은 학생의 시체가… 수습조차 되지 않은 채 너부러져 있었다.

너무도 소름 끼치는 광경에…

김채은은 바로 헛구역질을 했다.

“우웁…!!”

“이쪽 보지 마, 김채은!”

방심하고 있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나는 있는 힘껏 김채은의 멘탈 관리를 도왔다.

솔직히 나도 이런 광경을 보고 있는 건 쉽지 않다.

처음 보는 인간의 살해현장이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두렵다.

하지만 홀더는 흔들리는 멘탈마저 능력치로 보조받는다.

12에 다다른 내 정신력 수치는, 이러한 구역질 나는 상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도와줬다.

‘채은이는 정신력이 조금 낮나 보네.’

마법사 계열의 홀더는 마력과 정신 수치가 높아야 한다.

김채은은 <빙결>을 다루는 마법사 계열 홀더임에도 정신 수치가 꽤 낮은 것 같았다.

모든 게 완벽하다면 중급반이 아닌 상급반에 배정되었겠지.

이 정도 약점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채은아. 마법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아, 하아…. 응. 조금 괜찮아졌어.”

내 멘탈 관리가 조금은 도움이 됐을까.

천천히 진정한 김채은은 호흡을 가다듬고.

마법을 시전할 준비를 했다.

나 역시 품에 있던 단검을 두 손에 쥐었다.

약간은 조심스러운 전투 준비.

솔직히 만용이나 다름없는 짓이다.

B급 괴수는 C급 홀더 다섯 명 정도가 파티로 뭉쳐야 사냥할 수 있는 괴수.

이제 막 E급 홀더 수준을 넘어 D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가, 혼자서 B급 괴수에게 달려드는 건 사실 미친 짓에 가까웠다.

‘하지만 박진우는 했었지.’

당시 E급 수준의 홀더였던 박진우도 괴수에게 덤볐다.

박진우가 앞선, 강주연이 후방 지원.

간단한 두 포지션을 잡으며.

이미 B급 홀더였던 강주연이 마법을 쓰면서 손쉽게 괴수를 공략했지만, 그 전까지 박진우가 괴수를 묶어두었던 건 순전히 그의 능력이었다.

지금 박진우와 비슷한…

혹은 앞서는 수준의 나라고 해서 못할 이유는 없었다.

-끼에에에!!

다시 한번 울린 괴성에 나는 혀를 찼다.

“뭔 돼지 멱 따는 소리가 나냐.”

지독하게도 시끄럽다.

괴수 중에 저런 음역대를 가진 놈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참을 소리 지르며 존재감을 표출하던 시즐링 샐러맨더가, 드디어 우리를 발견했다.

본격적인 전투의 시작이었다.

-키이이이!!

시즐링 샐러맨더의 꼬리가 매서운 속도로 날아들었다.

나는 양손의 단검을 들어 재빨리 그를 막아냈다.

캉- 카가가-

“커억…?!”

하지만 얼마 막아볼 틈도 없이.

어마어마한 근력 차로 곧장 내 몸이 튕겼다.

순식간에 온몸이 멍이 든 것처럼 격한 통증을 호소했다.

‘씨발. 근력이 몇이야 도대체.’

절로 욕이 나왔다.

박진우는 도대체 저런 괴물에게 어떻게 덤빈 거지.

이 무지막지한 공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8밖에 되지 않는 내 내구 수치가 너무 낮다.

나는 순간적으로 작전을 변경했다.

가벼운 단검으로 놈에게 맞서는 건 효과가 없다.

무게를 조금 더 실을 수 있는 검을 통해 변수를 창출해야 했다.

나는 단검을 곧장 버리고, 등 뒤에 맨 양손검을 꺼내들었다.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 수업을 위해 상시 챙겨 다니던 검이었다.

-키에에에?!

그리고 그때.

막무가내로 달려들던 시즐링 샐러맨더가 순간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자세히 보니 놈의 꼬리와 주변 공기가 빙산처럼 차갑게 얼어붙고 있었다.

“재현아! 괜찮아?”

당황한 내 귓가에 김채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스 세이브!

정신을 차리고 한 차례 집중한 그녀가 날린 마법.

[빙결] 룬의 파생스킬 [프로즌 포그]가 시즐링 샐러맨더의 꼬리에 직격타로 날아간 것이다.

불을 다루는 시즐링 샐러맨더와 김채은의 [빙결] 룬 마법.

극과 극의 상성인 탓에 뛰어난 효과를 발휘했다.

물론, 그를 고려하더라도 놀라울 정도의 타격이었다.

‘채은이 마력이 높은 건가?’

B급 괴수는 C급 홀더 다섯은 되어야 사냥할 수 있는 괴수.

때문에 내 작전은 오로지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이대로 조금만 버티면, 강주연이 도착해 이 괴물을 홀로 처리한다는 걸 알기에.

하지만 의외로 김채은의 후방 지원 마법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아무리 상성이라고는 해도 이렇듯 먹힐 정도면 김채은의 마력 수준이 C급에 다다랐거나, 룬의 성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것으로 해석이 되었다.

어쩌면 낮은 정신력을 보조하듯 마력 수치가 비대칭적으로 높은 것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기회다.’

[프로즌 포그]에 묶여 잠시 몸을 비틀대는 시즐링 샐러맨더에게, 검을 들고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녀석에게 타격을 주기엔 근력과 속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내겐 4레벨에 다다른 [검] 룬이 있었다.

“하압…!!”

얼어붙은 놈의 꼬리를 순간 베어내고, 동시에 두 번의 베기 동작을 이어갔다.

[검] 룬의 보유 스킬, [연격]…!!

아무리 내 근력 수치가 놈에겐 부족하다 해도, 초고속에 가까운 3번의 베기 동작은 질긴 도마뱀의 꼬리를 잘라내는 데에 부족함이 없었다.

-키에에에…!!

시즐링 샐러맨더의 꼬리가 잘렸다.

그 분노를 터뜨리듯 놈이 괴성을 질러대며 난동을 부렸다.

미친.

고작 E급 홀더의 능력치로.

B급 괴수인 놈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힌 것이다.

김채은의 [프로즌 포그]가 없었다면 불가했던 일이지만, [검]이 3레벨에 올랐을 때 부여한 파생스킬 [연격]의 도움도 컸다.

나는 그제야 ‘보유 스킬’의 중요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원작에서도 나오긴 했지만, 실제 내 몸으로 이를 경험하는 건 차원이 다르다.

룬이 부여하는 파생스킬은 때때로 능력치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쿼터 나이프랑 포이즌 클로우도 시험해봐야겠다.’

내가 가진 또다른 보유 스킬, [쿼터 나이프]와 [포이즌 클로우].

[쿼터 나이프]는 네 개의 단검을 투척해 하나의 단검에 모든 마력을 쏟아 넣는 함정형 스킬이다.

일종의 러시안룰렛과도 같은 스킬.

반면 [포이즌 클로우]는 [맹독]을 통해 얻은 룬으로 손톱을 맹독으로 강화시켜 할퀴는 스킬.

둘 다 활용가치가 뛰어난 스킬이지만, 당장 무지막지한 근력을 자랑하는 시즐링 샐러맨더를 상대할 때는 부적합한 스킬들이었다.

이들은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사용해봐야 할 것 같았다.

-키이, 키에에에!!

저 새끼는 저렇게밖에 못 우나?

한결같은 울음소리에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겉으론 바짝 긴장하며 검을 쥐었다.

꼬리는 잃었지만…

여전히 강력한 신체와 ‘불’을 다루는 능력.

그리고 연이어 허용한 공격에 더없이 분노한 괴수.

시즐링 샐러맨더.

놈과 붙을 2차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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