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3화 (13/353)

EP.13 두 명의 스승 (1)

아카데미는 연일 괴수에 관한 이야기로 시끄러웠다.

[마력 결계]가 완성형으로 구성되고 난 후.

거의 몇 년 만에 아카데미에 나타난 괴수.

심지어 등급도 높아 많은 학생이 다치거나 죽었다.

다들 홀더로서 각오가 되어있어 그런지 우울하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괴수의 출현과 그를 사냥한 것에 관한 이야기는, 매일 따분한 강의만 듣는 그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강주연이 한 방에 잡았다며?”

“와… 같은 불 상성인데 그게 되나?”

“에픽룬이잖아. 능력치도 넘사고. 강주연 정도 되면 상성 차이는 무시할 수 있다는 거지.”

“상급반 문가은도 같이 잡았다던데.”

“강주연 스킬 중에 플레어 본 사람? 그거 한 번 불붙으면 물 계열 마법으로도 안 없어진다던데.”

어느 강의실을 가도.

어떤 수업을 들어도 들려오는 대화.

안타깝게도 그 대화 내용에, 내 이야기는 없었다.

…사실 시간만 끌다가 강주연이 결정타를 먹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반면 내 활약을 알아주는 사람도 있었다.

“정말 고마워요. 도재현 홀더 덕분에 채은이가 다친 곳 없이 무사할 수 있었어요.”

김채은의 아버지이자 전사 계열 교수, 김명현.

그는 강의 전, 날 만나 계속해서 감사를 표했다.

감사보단 오히려 질책을 받아야 하는데….

나는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채은이 덕분에 제가 살았죠. 채은이 빙결 마법 아니었으면 저 그 자리에서 죽었을지도 몰라요.”

“원래 마법사 계열이 그렇습니다. 앞선에서 전사 계열이 뼈 빠지게 고생하고 나면, 스포트라이트는 녀석들이 다 챙겨가죠. 얍삽한 녀석들. 가끔 그런 거 보면 전사 계열 때려치고 싶…”

“…예?”

“아차. 아무튼 정말 고마워요. 도재현 홀더가 앞선에서 고생했기에 채은이도 편하게 마법을 쓸 수 있었을 겁니다.”

시즐링 샐러맨더를 잡으려던 건 내 욕심이었다.

시간만 계속 끌면서 강주연을 기다려야 했다.

그랬다면 나도 별로 안 다치고, 김채은을 걱정시킬 일도 없었겠지.

꼬리를 한번 자르고 나니까 눈이 돌아 버리더라….

그런 걸 보면 홀더로서 참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를 떠올린 나는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정말 아니에요. 채은이는 그냥 도망치자는 거, 제가 막아내자고 억지를 부렸거든요. 채은이한테도 미안하고 교수님께도 죄송합니다.”

“하하. 그것도 결국 채은이가 선택한 거니까요. 그런 부분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학생들을 지키려 한 도재현 홀더를 칭찬해야죠. 잘하셨습니다.”

“…저, 교수님. 말씀 편하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아, 괜찮아요. 난 존댓말이 편해서.”

이번 사건 전까지.

김명현 교수는 나와 김채은이 친구라는 걸 몰랐던 모양이다.

특히 옆집이라는 걸 알았을 땐 더 반가워했다.

언젠가 이웃을 제자로 한번 키워보는 것.

그게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나 뭐라나.

…김명현 교수도 김채은처럼 참 독특한 면이 있었다.

“아. 도재현 홀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시즐링 샐러맨더를 상대할 때 상황 좀 말해줄 수 있어요? 아직 중급반인 도재현 홀더가 B급 괴수와 맞섰다는 게 신기해서요.”

“어, 그게…”

솔직히 말하면 맞섰다고 하기도 뭐하다.

처음 김채은이 [프로즌 포그]를 썼을 때, [연격]으로 놈의 꼬리를 베어내긴 했지만… 그 이후에 진짜 정신도 못 차릴 만큼 얻어맞아서.

이제 막 D급 홀더에 진입하려는 내 능력치.

그리고 B급 괴수의 차이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컸다.

하지만 그대로 말하기도 괜히 부끄러워 대충 둘러댔다.

“교수님이 가르쳐 준 검의 기세가 도움이 됐어요. 부드럽게 괴수의 공격을 흘려내고, 카운터를 칠 땐 연격 스킬을 사용했거든요. 그 차이도 결국 좁혀지긴 했지만….”

“잠깐만요. 연격을 썼다고요?”

“네? 아, 네.”

“도재현 홀더, 검 룬 레벨이 몇인데요?”

“어… 4인데요? 연격은 3레벨에 얻었고.”

홀더의 룬 정보는 숨기는 게 정석이라 잠깐 머뭇거렸지만, 나는 크게 고민 않고 말해줬다.

어차피 김명현은 내게 검에 대해 가르치는 교수이고, 육안으로 실력만 봐도 대충 레벨 파악이 될 테니까.

그런데 내 말을 들은 김명현 교수의 얼굴이 멍해졌다.

“4레벨…이라고요?”

“네.”

“연격은… 검 룬이 최소 5레벨은 되어야 배우는 스킬인데….”

“……?”

순간 그의 말이 이해가 안 됐다.

원래도 조금은 빠르다고 생각이 들긴 했다.

처음부터 스킬을 보유하던 룬인 [맹독]이나 [도마뱀의 비늘]과 달리, [검]이나 [단검] 같은 무기 류의 노멀룬은 레벨이 꽤 쌓여야 스킬이 생긴다.

하지만 [쿼터 나이프]와 [연격]은 모두 해당 룬이 3레벨일 때 파생되며 얻어졌다.

[쿼터 나이프]는 내가 가진 유일한 재능이라 생각했다.

어찌 됐든 [단검]은 내가 처음으로 보유했던 룬이니까.

반면 [연격]은 김명현 교수의 유려한 검술을 눈으로 익히고 체화했을 때 얻어지는 파생스킬이다.

분명 원작에서도 이 스킬에 관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난 단지 [연격]이 김명현에게 배우고, [검] 룬이 3레벨이 되면 얻어지는 스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김명현은 그를 부정했다.

본디 5레벨에 얻어지는 스킬을 내가 3레벨에 얻었다고.

그러니까…

실은 내가 [검]에도 재능이 있다는 건가?

“도재현 홀더. 혹시 내 전속 제자 할래요? 도재현 홀더라면 충분하다 못해 넘칠 것 같은데.”

김명현 교수가 은근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마치 김채은이 내게 요리를 보챌 때의 얼굴이었다.

평소라면 바로 수락해야 할 제안.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고민이 됐다.

아…

이거 어쩐지 대학원생 테크 타는 기분이 든단 말이지.

김명현 교수는 내 눈빛에서 고민의 기색을 읽었는지.

쉬지 않고 곧바로 쐐기타를 날렸다.

“전속 제자 되면, 내가 가진 궁극 스킬도 배울 수 있게 도와줄게요. 이래 봬도 교수 생활 첫 전속 제자라.”

“하겠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승낙했다.

거절하기엔 너무 큰 보상이었다.

* * *

“오우, 도재현!”

김명현 교수의 제안을 수락하고 바로 이어진 수업.

<검의 기세와 전투 호흡>.

하루 만에 보는 박진우가 내 어깨를 쳤다.

나는 그를 보며 궁금하던 점을 물었다.

“너 어제 대체 어디 있었냐?”

분명 박진우는 어제 괴수를 잡을 때 왔어야 한다.

괴수를 상대하며 시간을 끌고, 그를 빌미로 탁원호 교수에게 불려가 다음 사건들의 전개를 이어가니까.

그 과정에서 탁원호의 눈에 들어 그의 전속 제자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전개를 모두 비틀어 가능성이 희박해졌지만.

“어제? 검술 연습하고 있었는데. 공강이어서.”

“미친. 또 연습하고 있었다고?”

“어. 난 원래 쉴 때 연습해.”

본래라면 나처럼 수업을 가는 도중이라, 괴수와 마주했어야 할 박진우.

이번엔 시간표가 원래와 다르게 변했기에 그 시간이 공강으로 변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시간에 또 훈련 중이었다니.

진짜 지독한 연습벌레다.

“넌 어제 괴수랑 싸웠다며.”

“어. 뒤지는 줄 알았다, 진짜로.”

“나도 거기 갔어야 했는데.”

“내 말이. 좀 오지 그랬냐.”

박진우가 날 향해 씨익 하고 웃었다.

“대신 또 한 판 떠야지. 나 몸이 근질근질한데.”

“나 괴수랑 싸운 지 하루도 안 됐어, 임마.”

“하루면 금방 낫지. 그리고 빨리 결판도 내야지. 우리 지금 전적 2승 2패잖아.”

“앙? 개소리야. 1승 0패지. 제일 최근 대련, 내가 이겼잖아.”

“뭐, 뭐? 그딴 방식이 어딨어.”

“너. 개 못하잖아.”

“이런 미친…”

드르륵-

박진우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김명현 교수가 강의실에 들어오며, 곧장 강의가 시작했기 때문에.

얼굴이 빨개져 분을 삭히는 녀석을 보니 괜히 웃음이 나왔다.

‘놀리는 재미가 있네.’

박진우와는 입학시험 때 실전 대련을 포함해 벌써 4번의 대련을 했다.

하도 뜨자고 졸라대서 하긴 했는데.

의외로 내게도 도움이 됐다.

단순히 교수에게 배우거나 혼자 틀어박혀 훈련하는 것보다, 직접 싸워보며 배운 바를 체득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더라고.

거기에 싸우면서 정이 들었는지, 오늘처럼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서로 굉장히 친해져 있었다.

‘룬은… 못 얻지만.’

이미 박진우 상대로는 [구도자의 땀방울]을 복제했기에 그 이상의 룬을 얻어올 수는 없다.

[명경지수] 역시 손에 꼽을 사기룬이라 아깝긴 하다.

그래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상대와 겨뤄보는 것.

그것 만으로 내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전적은 박진우의 말처럼 2승 2패.

실전 대련 이후 녀석에게 내리 2번을 졌고.

최근에 겨우 1번을 이겼다.

곧 죽어도 주인공은 주인공이라는 걸까?

나도 나름대로 여기저기서 룬을 끌어모으며 능력치를 끌어올렸고, 성장도 그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무기를 맞대 보니 결코 쉬운 게 아니었다.

탁원호 교수에게 배우지 않은 박진우는, 혼자서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잠깐. 탁원호 교수?’

그러고 보니 괴수를 잡고 나면.

탁원호 교수가 박진우를 소환했던 게 기억난다.

탁원호는 교수지만, 아카데미 운영진이기도 하니까.

사건의 전말을 밝힌다는 이유로 박진우에게 ‘시즐링 샐러맨더’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한다.

그리고 이후 파티를 꾸려 던전 탐험을 하거나, 그의 전속 제자가 되는 등의 핵심 전개로 이어진다.

그런데 지금 괴수와 싸운 건 박진우가 아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불려가는 건가?’

이건 생각 못한 변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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