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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9화 (19/353)

EP.19 아카데미 지하 던전 (4)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1.수중 호흡 2.괴력 3.창(선택불가)]

리자드맨 사냥에 성공하며 [룬 사냥꾼]의 효과가 다시 한번 활성화됐다.

후속으로 왔던 리자드맨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지만, 그 전에 사냥한 4마리의 리자드맨엔 내 지분이 꽤 포함되어 있었다.

덕분에 높은 기여도로 결투에서의 승리를 인정받았다.

리자드맨이 지닌 룬은 총 3개.

C급 괴수치고는 꽤 많은 편이었다.

[창]은 이미 보유하고 있어 선택 불가로 제외.

[수중 호흡]과 [괴력] 중에 고민해야 했다.

‘음….’

둘 다 괜찮은 수준의 레어룬이다.

하지만 난 [수중 호흡]을 조금 더 고평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괴력] 룬은 이름만 들으면 엄청난 위력을 뽐내는 룬처럼 들리지만, 실제론 그저 근력을 보조해주는 쓸만한 레어룬일 뿐이다.

한 마디로 주먹 한 번에 땅을 갈라지게 한다거나 하는 식의 만화 같은 힘은 없다.

특히 [괴력]은 ‘괴수(괴물)의 힘’이라는 이름답게, 이를 보유하고 있는 괴수도 상당히 많았다.

‘굳이 지금 고를 필요가 없지.’

반면 [수중 호흡]은 물 안에서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도록 해주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능력’이다.

훗날 강이나 바다 같은 종류의 던전을 공략할 때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괴수로부터 이런 능력을 얻게 될지 알 수 없다.

시즐링 샐러맨더를 잡고 [도마뱀의 비늘]을 선택했던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나는 미래의 가능성을 위해 [수중 호흡]을 골랐다.

[수중 호흡을 선택하셨습니다. 6레벨의 레어룬이기에 레벨이 하락해, 3레벨로 등록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물 내성을 3 획득합니다.]

[새로운 내성이 활성화됩니다.]

<룬 정보>

◎이름: 수중 호흡

◎등급: 레어(Rare)

◎레벨: 3

◎새겨진 부위: 코

◎특수효과

: 물속에서 다른 생물처럼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게 된다.

: 물 내성 +3

◎파생스킬: -

◎세부정보

: 물에 대한 친화력과 저항력이 높아진다.

눈앞에 연달아 나타나는 정보창을 천천히 읽었다.

생각했던 그대로의 내용.

거기에 ‘물 내성’이라는 새로운 내성이 활성화됐다.

이건 꽤 뜻밖의 소득이다.

내성 수치는 언제 어디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기에, 보유하고 있으면 손해 될 게 전혀 없었다.

특히 물 내성은 수치를 높이면 물 계열 마법에도 저항력이 생기기에 상당히 가치가 높은 내성이다.

[맹독]도 그렇고 [수중 호흡]도 그렇고.

속성 내성을 운 좋게 빨리 얻는 기분이 든다.

확실히 필사적으로 리자드맨을 사냥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보유한 룬이 하나밖에 없으므로, 해당 룬을 복제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근력을 1 획득합니다.]

“…어?”

이미 한 번 떴던 [룬 사냥꾼] 효과가 또다시 나타났다.

…뭐지?

이미 [수중 호흡]이라는 쓸만한 레어룬을 얻고 만족하려 했는데, 갑자기 새로운 룬을 얻었다고…?

멍하니 정보창을 보던 나는 이내 깨달았다.

‘개체가 다르구나!’

동시에 여러 마리를 사냥한 리자드맨의 개체가 모두 다르다.

이건 [룬 사냥꾼]의 효과에 영향을 줬다.

[룬 사냥꾼]은 상대와의 결투에서 승리하면 상대의 룬을 복제하는 효과의 룬이다.

하지만 [룬 사냥꾼]의 한 가지 단점.

한 번 복제한 상대의 룬은 다시 결투에서 승리해도 복제가 불가하다는 것.

박진우와 20번도 넘게 대련을 한 내가 여전히 [명경지수]를 가져오지 못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똑같은 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개체가 다르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던전 안 괴수는 수도 없이 많지만, 이들은 각기 다른 지성을 지닌 별개의 개체다.

새로운 상대이기에 ‘한 번 복제한 상대’가 아니다.

이미 리자드맨을 사냥해 [수중 호흡]을 얻었지만, 또 다른 리자드맨을 사냥하면 남은 룬마저도 복제가 가능하다.

그렇기에 또다시 룬 복제 정보창이 뜬 것이었다.

나는 재빨리 새로 얻은 룬 정보를 확인했다.

<룬 정보>

◎이름: 괴력

◎등급: 레어(Rare)

◎레벨: 0

◎새겨진 부위: 오른쪽 팔뚝

◎특수효과

: 특정 사물을 밀거나 들어 올릴 때, 근력 수치 2배의 힘을 낼 수 있다.

: 근력 +1

◎파생스킬: -

◎세부정보

: 높은 근력을 자랑하는 괴수들의 압도적인 힘. 더욱 강력한 힘이 몸을 감쌀 것이다.

“와….”

진짜 [괴력]도 얻어지네.

두 개의 룬 중 뭘 얻을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둘 다 얻으니까.

이제 리자드맨이 가진 룬을 모두 얻어 이 이상의 룬 획득은 어렵겠지만, 이것만으로 벌써 이득을 모두 취한 느낌이다.

[괴력]은 근력을 보조하고 [격투] 룬과도 시너지가 좋아 상당히 매력적인 룬이었다.

“도재현!”

정신없이 룬 정보만 들여다보던 찰나.

전투 정리를 대충 마친 문가은이 날 불렀다.

“너 진짜 뭐야? 왜 이렇게 잘 싸워? D급 맞아?”

사냥의 마무리는 두 사람이 했지만.

시간을 끌고 앞선에서 격전을 펼친 건 나다.

아직 D급 홀더 수준인 내가 C급 괴수 네 마리를 동시에 묶어뒀다는 것.

문가은은 그게 어지간히 놀라운 모양이었다.

이런 태도는 그녀뿐만이 아니다.

옆에 천천히 걸어오는 강주연도 눈빛에 놀라움이 담겨 있는 게 보인다.

강주연의 저런 표정은 귀한데.

“그… 운이 좋았어.”

“나 놀리는 거지?”

“하하. 아니야. 진짜 운이 좋았어. 첫 번째 리자드맨 잡을 때 쿼터 나이프 안 먹혔으면 나도 힘들었을 거야. 세 마리도 벅찬데, 네 마리는 진짜 어렵거든.”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잘 싸우긴 했다.

기습으로 던진 [쿼터 나이프]가 가장 이상적으로 적중했고, 리자드맨들과의 근력 차를 [유수검법]으로 교묘하게 잘 흘리며 싸웠으니까.

하지만 이 3인 파티의 유일한 탱커 겸 브루저로서.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마력석은 어떻게 할까?”

괴수 사냥으로 얻는 가장 기본적인 부산물, 마력석.

리자드맨은 머리 중앙에 마력석이 박혀 있었다.

마력석은 홀더들의 주 수입원이다.

낮은 등급이더라도 꽤 벌이가 되는 편이고, C급 괴수의 마력석은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여기저기 너부러진 리자드맨들의 시체.

이게 다 우리의 돈이었다.

“너 멍때리는 동안 주연이가 다 챙겨놨어.”

“강주연이?”

문득 강주연을 보자, 그녀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배는… 공략 끝나고.”

확실히 던전 경험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던전 초보인 난 그저 룬 얻은 게 기뻐서 혼자 좋아하고 있었는데, 경력직인 그녀들은 어느새 리자드맨 9마리의 마력석을 모두 챙긴 상태였다.

이래서 경력직을 뽑는 건가.

나는 더러워진 손을 몇 번 털고 장비를 챙겼다.

“바로 가자!”

“바로? 더 안 쉬어도 돼?”

“응. 지금 기운 다 찾았어.”

내 목소리엔 활기가 가득했다.

[수중 호흡]과 [괴력]의 획득으로.

어깨에 눌리듯 쌓인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금이라면 얼마든지 더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 * *

우리는 파죽지세로 던전을 공략해갔다.

패턴은 첫 전투와 거의 비슷했다.

내가 다수의 리자드맨과 대치하는 구도를 만들면, 강주연과 문가은이 미리 준비해 둔 마법과 사격을 퍼붓는다.

승리 공식과도 같은 이 전투 패턴은.

던전 초입 리자드맨을 모두 소탕할 때까지 이어졌다.

결정적인 타격과 마무리는 거의 강주연과 문가은이 맡았지만, 앞선에서 싸우는 나 역시 성장세가 없는 건 아니었다.

[단검을 던지는 투척 솜씨가 더 매끄럽고 유연해집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속력을 1 획득했습니다.]

[여러 무기를 받아치는 당신의 검에 유수의 묘리가 더욱 짙어집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속력을 1 획득했습니다.]

홀더가 성장하는 가장 큰 계기는 실전이라 했던가.

훈련을 통해 얻는 능력치와 올리는 룬 레벨도 많았지만, 역시 직접 괴수들을 사냥하며 성장하는 폭이 훨씬 컸다.

이번 던전에서 유독 자주 사용하는 [단검]과 [유수검법].

이들의 레벨이 괴수 사냥을 통해 쉽게 올랐다.

다양한 성장요인으로 능력치 역시 꾸준히 올라, 근력과 속력 모두 25를 넘어가고 있었다.

“하압…!!”

내 검이 리자드맨의 삼지창을 흘리고, 곧바로 옆에 있는 리자드맨의 목덜미를 찔러 들어갔다.

처음엔 세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는데…

이젠 다섯 마리를 함께 상대해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쉬이이이- 캉!!

순간 문가은의 화살이 날아와 남은 리자드맨에게 꽂혔다.

거의 끝나가는 전투를 마무리하는 한 방이었다.

“끝난 것 같은데?”

리자드맨들의 마력석을 모두 챙긴 후.

문가은이 이리저리 주변을 살펴봤다.

그리곤 아까처럼.

땅에 손을 짚고 정신을 집중했다.

[돌고래의 음파]를 통한 주변 괴수와 마력의 탐지였다.

“한 마리도 없어?”

“응. 다 잡은 것 같아.”

문가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가 없다 선언했으면 정말 없는 거다.

1학년 궁수 계열에서 탑클래스인 그녀의 탐지 능력을 의심한다는 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니까.

우리는 던전 초입의 리자드맨을.

기어코 전부 처치한 것이다.

“그럼 이제…”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앞쪽으로 향했다.

아카데미 지하 던전.

그 초입의 마무리 단계에 자리한 길목.

거기엔 성가신 방해물이 있었다.

원작의 박진우와 강주연이 더 나아가지 못했던 이유.

그들의 던전 공략이 단지 초입에만 그쳤던 이유.

던전의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길.

그를 가로막는…

저 거대한 바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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