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21화 (21/353)

EP.21 인재 (1)

마력석 특수 바위가 높은 근력 수치로 옮겨질 수 있다는 게 증명됐다.

[괴력]을 통해 사물을 밀 때 2배가 되는 내 근력과.

궁수 계열로서 적당히 갖춰진 문가은의 근력.

둘이 합심했을 때 바위가 들썩였기에, 여기서 한 명 정도의 홀더만 추가된다면 충분히 바위를 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하 던전의 비밀을 지켜줄 정도로 신뢰가 가면서…

바위를 미는 데에 나름 힘을 보태줄 수 있는 홀더.

그런 홀더는 거의 찾기 힘들다.

‘미발견 던전’은 국가에 신고하는 것만으로 어마어마한 보상금을 받으니까.

하지만 그 찾기 힘든 홀더.

조건에 너무 잘 부합하는 인재가.

내 머릿속에 번뜩이고 있었다.

‘박진우.’

원작의 주인공이자 훈련과 성장에 진심인 열혈 홀더.

녀석이라면 정치적인 상황이나 외부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던전 공략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파티 사냥 역시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원래는 강주연과 함께 이 던전의 공략 콤비였으니까.

박진우가 이 바위 너머로 가지 못했던 건.

강주연의 마법이 바위에 통하지 않고, 당시 박진우의 근력이 바위를 밀기엔 낮았기 때문이다.

‘애초에 박진우의 초반 성장을 돕는 장치이기도 하고.’

C급 괴수, 리자드맨.

근력은 높지만 마력 공격엔 약한 괴수들.

이들은 초반 능력치가 낮은 박진우의 실전경험을 쌓는 데에 중요한 상대가 된다.

박진우는 강주연과 둘이서 던전 초입부를 공략하며, 상당한 실전 성장을 이뤄가고 [파상검법]의 숙련도 또한 급격히 상승시킨다.

사실상 이 던전은 주인공의 초반 성장을 돕고, 주연끼리의 파티 합을 맞춰보게 하는 초반 장치인 것이다.

…지금은 그 역할을 내가 해버렸고, 박진우가 [파상검법]마저 배우지 않아 의미를 거의 잃긴 했지만 말이다.

‘탁원호 교수도 그냥 여기서 마무리했었지.’

바위 너머의 던전 중간부.

이를 진입할 수 없다는 두 사람의 의견에.

탁원호 교수도 깔끔하게 던전 공략을 포기한다.

자신이 공략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학생들을 시켜 던전 공략을 감행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것이었다.

이후 탁씨 가문의 견제가 풀렸을 때.

혹은 두 주연이 충분히 성장했을 때.

따로 던전을 공략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원작 내에서는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었다.

아카데미 지하 던전의 초입이.

그저 성장의 장치로만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

그런 장치의 다음 단계를.

나는 넘치는 탐험심으로 새로이 밟으려고 하고 있었다.

조금은 위험하면서도, 꽤 기대가 가는 도전이었다.

“주연아. 바위 밀기는 도재현이 너보다 나은데?”

“…조용히 해.”

“그러니까 중력 마법 좀 배워놓지. 너 정도 실력이면 충분히… 악! 왜 때려.”

“…….”

“아으으… 너 마법사 맞아? 힘이 왜 이렇게 세?”

문가은이 끝을 모르고 까불거리다 결국 얻어맞았다.

강주연의 성격을 잘 아는 나는 지금의 시트콤 같은 광경조차 신기하다.

원래의 강주연이라면 이런 쓸데없는 농담 따위.

아예 무시해버리는 성격이니까.

그나마 문가은이기에 티키타카가 되는 수준이었다.

나는 크게 손뼉을 한 번 쳤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바로잡히며 내게 시선이 쏠렸다.

“우리 그럼… 마력석 분배 마치고 오늘은 이렇게 마무리할까?”

“이제 들어가려고?”

“응. 해결책도 대충 찾았으니까, 새 멤버 추가해서 다시 와야지.”

문가은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새 멤버 누구로 뽑으려고?”

“음, 그거 말인데. 혹시 둘 다 괜찮으면, 내가 자의적으로 뽑아도 될까? 비밀도 지키면서, 파티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잘 골라야 할 것 같아서.”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게, 두 사람은 원래 가진 능력과 재력이 넘쳐나는 상급반의 인재들이다.

한 명은 S급 홀더의 딸에.

한 명은 거대 클랜 간부의 딸….

강주연의 승낙과 문가은의 호기심이 아니었다면.

같이 마주 보고 대화할 일도 거의 없는 엘리트들이었다.

그런 고급 파티원들에게.

새 멤버를 내가 알아서 뽑겠다는 말을 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문가은은 또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한 거 아니야? 네가 만든 파티잖아.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난 찬성. 주연이 넌?”

문가은이 고개를 돌렸다.

강주연의 표정도 비슷했다.

“같은 생각.”

덕분에 내 표정도 순간 얼이 빠졌다.

이렇게 쉽게 허락한다고?

그 깐깐한 강주연이…?

문가은의 말이 정론이기는 하지만, 서로 같은 파티가 된 이상 새 멤버를 뽑는 권한을 전격으로 맡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막말로 내가 뜬금없이 F급 홀더를 동료랍시고 데려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되면 두 사람도 반발하긴 하겠지만, 예시가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이번에 잘 싸운 게 좀 호감을 쌓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거 말곤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문득 강주연과 눈이 마주쳤다.

깊은 호수를 담고 있는 듯한 그녀의 눈동자.

그 눈빛은 아쉽게도 오래볼 수 없었다.

어느 순간에든 당당함과 기품을 유지하던 그녀가.

나와 눈을 마주치자…

3초를 못 넘기고 눈을 돌렸기에.

“…?”

오, 씨발.

강주연의 이런 모습이라니.

살다 보니 별 특이한 광경도 다 보네.

아무래도 내가 잘 싸워도 단단히 잘 싸운 게 분명했다.

그게 아니라면 상상조차 어려운 행동이다.

…앞으로의 우리 파티엔 호재였다.

* * *

-혹시 둘 다 괜찮으면, 내가 자의적으로 뽑아도 될까?

파티를 이끌던 도재현은 그렇게 물었었다.

마력석 바위를 이동시키고, 이후 공략을 위한 재정비.

그 핵심인 새로운 멤버 선발에 관한 내용이었다.

강주연은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 자신과 친구인 문가은.

둘의 힘이 파티의 활약에 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어쨌든 이 파티를 만든 건 도재현이다.

그의 제안이 없었다면 애초에 파티가 성립할 수 없었고, 이렇게 괜찮은 미발견 던전이 있다는 것도 계속 몰랐을 것이다.

특히 탁원호 교수의 상황과 비밀에 부쳐야 하는 던전의 정보.

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인 그녀들에게 털어놓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나름 신뢰의 표시였다.

아마 시즐링 샐러맨더 사냥 때 도움을 준 게 영향을 줬겠지.

그런 파티의 새 멤버를 뽑을 때.

도재현이 결정권을 갖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엄청 강해졌었지.’

도재현은 매 순간 강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처음 그를 실전 대련에서 봤을 때.

그는 딱 E급 홀더 끝자락 수준이었다.

치열하게 싸우긴 했지만, 가진바 능력치는 평범했고 룬 레벨은 낮아 그 흔한 스킬 하나 없었다.

하지만 시즐링 샐러맨더를 사냥할 땐 능력을 넘어선 성과를 보여줬고, 이후엔 D급 홀더 수준까지 올랐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리고 이번 던전 공략.

그는 D급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능력과 전투 센스를 보여줬다.

강주연과 문가은이 파티의 핵심 딜링을 맡긴 했지만, 도재현이 앞선에서 여유롭게 탱킹을 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공략 성과였다.

‘아빠가 말한 원석이 이런 거구나….’

강주연은 그제야 강우현이 말했던 ‘원석’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원석은 가공되지 않은 보물이다.

쓰임새와 성능에 맞게 세공할 수만 있다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보석이었다.

도재현은 그런 원석이었다.

처음부터 엘리트는 아니지만, 자기 자신의 가치를 알고 스스로 날개를 펼 줄 아는 이.

노력 하나로 엘리트의 영역에 발을 담그는 이.

강주연이 은은하게 미소를 지었다.

홀더 아카데미는.

생각보다 마냥 지루한 곳은 아닌 모양이었다.

“부르셨습니까, 아가씨.”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중.

익숙한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왔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정장과 블랙 컬러의 포마드.

얼핏 보면 젊은 사업가처럼 보이기도 하는 남자.

<불의 심판> 클랜의 스카우트 팀장, 조규혁이었다.

강주연이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라니까요.”

“하하. 저한텐 여전히 아가씨입니다. 클랜 마스터의 따님을 평범한 클랜원처럼 대할 수는 없죠.”

넉살 좋은 조규혁의 말에 강주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이나 지적했던 내용이지만.

이제는 즐기는 모양인지 고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거.”

서류를 받은 조규혁이 놀란 얼굴을 했다.

그의 기억상.

한 번도 강주연에게 이런 서류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게 뭡니까?”

“홀더 서류잖아요.”

“…….”

그건 조규혁도 안다.

보고서 위에 떡하니 ‘도재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고, 간략하게 그에 관한 정보가 나와 있으니까.

다만 클랜 운영에 전혀 관심이 없던 강주연이.

갑자기 이런 서류를 건네는 게 궁금할 뿐이었다.

게다가 도재현이라는 홀더.

조규혁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다.

강주연은 창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아빠가 말했던 원석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에요. 동기 중엔 이 홀더 말고 눈에 띄는 사람은 없어요.”

“아! 그럼…”

“팀장님이 관찰 한 번 해주셨으면 해요. 저는…”

강주연의 딱딱한 얼굴이 살짝 풀렸다.

약속한 던전 재공략은 3일 뒤.

알게 모르게 그때가 기대되고 있었다.

“그 사람. 우리 클랜에 영입하고 싶거든요.”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