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43화 (43/353)

EP.43 C급 홀더 승급 (2)

[끝을 모르고 질주하는 당신의 속도에 힘이 붙습니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됩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더 빠르게, 더 날렵하게. 유연하게 움직이는 당신의 몸놀림을 더는 육안으로 파악하기 힘들어집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속력을 1 획득합니다.]

C급 홀더 승급을 위한 성과 테스트.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사냥을 온 북한산 필드였지만, 의외로 룬 성장도 꾸준히 이룰 수 있었다.

주로 레벨이 오른 건 [질주]와 [날렵한 몸놀림].

북한산 중간부에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달리다 보니 돌격류 룬인 [질주]의 레벨이 올랐고, 속전속결로 괴수들을 처치하다 보니 보법류 룬인 [날렵한 몸놀림]의 숙련도도 상승했다.

게다가 주로 성장한 룬이 두 개였을 뿐.

다른 룬들 역시 조금씩 레벨이 오르긴 했다.

‘역시 성장엔 실전이 최고네.’

북한산 필드에서 사냥한 괴수들은 거의 그렘린과 임프.

E급과 D급의 괴수.

지금은 중간부에 돌입해 C급인 홉고블린이 자주 나타난다.

‘아카데미 지하 던전’에서 사냥하던 괴수들에 비하면 확실히 수준이 낮은 괴수들이지만, 그럼에도 이들을 사냥하는 건 내 성장과 실전 경험에 큰 도움을 줬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싸우니까.’

지하 던전 때는 다양한 파티원이 있었다.

첫 공략 때는 세 명의 딜러와 추가 탱커인 박진우가, 이후 꾸준히 사냥과 공략을 할 땐 [빙결] 마법사인 김채은이.

하지만 지금은 괴수들의 수준이 낮아진 대신.

오로지 나 혼자서 전투를 한다.

변수도 많아지고, 역할도 달라졌다.

탱커 역할만 하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딜러와 탱커, 보조의 역할을 모두 맡아야 했다.

체력적으로 훨씬 부담이 가긴 하지만, 다행히 학기 말 평가 때 얻어 놓은 [단단한 지구력]으로 부담의 폭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성장이 가속됐고.’

어쨌든 그 덕에 룬의 다양한 성장이 가능해졌다.

[검]과 [단검]은 물론, [격투]도 꾸준히 활용했고, 그 외의 많은 보조 룬도 활용하며 꾸준히 레벨을 올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워낙 맞을 일이 없어서…

내구 수치나 관련 룬의 성장이 더딘 정도?

-케르륵….

마지막까지 살아있던 홉고블린의 가슴을 베었다.

검의 내구도가 떨어진 탓에.

기분 나쁜 감각이 손을 타고 올라온다.

…이제 이 검도 버려야 하나?

“제발 천천히 좀…!!”

그러자 어디선가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이지혜였다.

그녀는 이번 승급 테스트를 맡은 협회 심사관.

처음엔 호기롭게 날 지켜봤지만.

지금은…

미친 것 같은 내 사냥 속도에 힘겹게 따라오는 중이었다.

순간 머쓱한 표정이 지어진다.

“아, 죄송해요.”

“하악… 하악… 대체 뭐가 그렇게 급해요?”

“그… 사정이 좀 있어서.”

“사정… 하악… 좀 천천히 해도 되잖아요.”

뭔가 어감이 좀 이상한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힘드시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하악… 됐거든요… 3시간은 채울 거예요.”

이 승급 테스트에 규정된 심사 시간은 총 3시간.

하지만 그것도 정석적인 시간일 뿐, 심사관이 생각하기에 해당 홀더가 충분한 결과를 보였다고 생각하면 미리 심사를 끝내도 된다.

어차피 중요한 건 협회 규정 성과를 제출하는 거니까.

이미 내가 보여준 퍼포먼스면 심사가 끝나고도 남았다.

그런데도 꿋꿋이 3시간을 채우고 하산하겠다는 그녀.

이지혜도 어지간히 오기를 부리는 홀더였다.

“마력석은 대체 왜 안 챙기는 건데요? 저 비싼 것들을.”

“심사관님이 보는 동안은 부산물 안 챙겨도 성과로 기록되잖아요. 말씀드린 대로 제가 사정이 급해서,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면 좋습니다.”

곧 있으면 스월 레비아탄이 동해에 나타난다.

지금의 나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잡는 S급 괴수지만, C급 홀더가 되면 국가에서 모집하는 자원 공격대에 참가할 수는 있다.

공격대에 참가하면 누구든지 이후 대구에서 열리는 ‘경매장 참가 자격’이 생긴다.

그래서 내 계획은 그 경매장에서 스월 레비아탄의 마력석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공격대 참가 자격이 필수.

빨리 C급 홀더 승급을 마쳐야 한다.

그리고 사실 이지혜가 사라지면…

마력석은 어련히 알아서 잘 챙기긴 할 거다.

“칫. 도재현 홀더는 자금 사정이 넉넉한가 봐요. 몇백짜리 마력석들을 그냥 막 버리고.”

“예? 그러기엔 심사관님 목걸이도 3억짜리…”

“조용히 해요…!!”

홀더들의 경제관념은 일반인과 다르다.

마력석의 시세가 매우 높고, 괴수들이 남기는 부산물이 비싼 값에 팔린다.

그리고 그 대신,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 장비나 아이템의 가격도 상상을 초월한다.

노멀 등급의 아이템도 몇백, 몇천을 호가하는데…

레어 등급 아이템이라도 되면, 가볍게 억 단위를 넘어서는 게 홀더들이 쓰는 아이템이다.

200만 원짜리 D급 마력석엔 초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것도 이지혜 내려가면 다 주울 거지만.’

지금은 단지 시간을 돈과 교환할 뿐이다.

나 같은 하위 홀더에겐 아직 200만 원도 큰돈이었다.

“어쨌든 이제 완전히 중간부에 들어선 것 같네요. 언제부턴가 C급 괴수밖에 안 보여요.”

“…그러네요.”

북한산 필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본격적으로 C급 괴수가 득실거리기 시작하는 중간부.

산을 오를수록 괴수의 수준과 다양성도 높아져서, 정상쯤에 다다를 땐 B급 괴수… 심지어는 A급 괴수도 종종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사냥 속도도 아까보단 훨씬 느려졌다.

지하 던전에서 다수의 B급 괴수를 상대할 수 있었던 건, 내 역할이 오로지 탱커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파티의 모든 역할을 홀로 소화하는 지금은…

다수의 C급 괴수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내가 일반 C급 홀더보다 룬도 다양하고, 능력치도 앞서기에 가능한 사냥이었다.

나는 산의 윗부분을 바라보다가…

이내 이지혜를 보며 말을 꺼냈다.

“심사관님?”

“네?”

“이제 해도 질 것 같은데 내려가시죠.”

이지혜의 앞에서 성과를 증폭시키는 것도 좋지만, 슬슬 나도 개인행동이 필요했다.

거기에 C급 괴수의 마력석은 700만 원 정도,

놓치기엔 아쉬워서 사냥 속도를 늦춰야만 한다.

“도재현 홀더도 내려가는 건가요?”

“하하. 아뇨. 전 말했듯 서둘러야 할 사정이 있어서.”

“그럼 저도…!”

“저녁이 되면 어두워질 겁니다. 어두워지면 괴수들의 공격이 잘 안 보일 거구요. 제 위험이야 제가 사서 얻는 위험이지만, 심사관님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잖아요?”

솔직히 궤변이다.

어두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이지혜도 C급 홀더기에 자기 몸 하나는 잘 간수 할 거다.

즉, 난 혼자 다니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다.

여기까지 말하니 대충 알아 들은 걸까.

이지혜도 더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칫. 알겠어요. 그럼 마무리 심사 때 봬요. 협회 오시면 꼭 저 찾으셔야 해요!”

“알겠습니다. 꼭 심사관님한테 갈게요.”

“…조심히 사냥하세요.”

인사를 끝으로 이지혜는 하산했다.

그걸 끝까지 지켜본 후.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다시 사냥을 하기 위함이 아니다.

‘숨겨진 무언가’를 찾기 위함이었다.

“분명… 이 근처였던 것 같은데.”

무기까지 모두 집어넣은 채.

나는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탐색의 대상은 근처 나무들.

정확히는 산속 나무들의 홈처럼 보이는…

작은 구멍들이다.

“…어?”

그렇게 10분 정도 나무를 찾으며 다녔을까.

중간에 홉고블린도 처치하고, 마력석도 몇 개 챙겼을 쯤.

나는 기어코 특이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다…!”

움푹 파여있는 여러 나무 구멍.

그 중 유난히 마력이 일렁이는 한 나무의 작은 구멍.

일전에 ‘아카데미 지하 던전’을 발견할 때처럼.

이번에도 ‘던전’으로 향하는 입구를 찾아냈다.

그리고 이를 미리 계획하고 온 나는…

당연히 이곳이 어떤 던전인지 알고 있다.

“홉고블린 부락….”

수많은 던전이 잠든 북한산 필드.

하지만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한 던전.

원작엔 스쳐 지나가듯 나온 히든피스.

미발견 던전.

‘홉고블린 부락’으로 향하는 입구였다.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매개 입구에 천천히 마력을 집어넣었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의 탁한 기운이 홀더의 근력을 아주 약간 저하시킵니다.]

그리고 특정 공간으로 이동된 내 몸.

이곳에 오고 난 후.

내 두 번째 던전 공략의 시작이었다.

* * *

홉고블린 부락.

이곳은 동굴의 형태가 많은 기존 던전들과 달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는 개방형 던전이다.

C급 괴수인 홉고블린 전사, 궁수, 주술사 등.

다양한 형태의 홉고블린들이 주를 이루고…

‘보스룸’인 ‘족장의 집’에 다다르면, 보스인 B급 괴수 ‘홉고블린 족장’을 마주할 수 있다.

그리고 그곳까지 도달하려면.

사방이 홉고블린으로 덮인 이 지긋지긋한 괴수 마을을 전부 공략해야만 했다.

-케륵, 케륵!

-케르륵…!!

“씨발… 뒤지게 시끄럽네, 진짜.”

고블린 울음소리를 하도 들어댔더니…

내 귀가 고블린 귀가 된 느낌이다.

나는 끝이 없는 홉고블린 무리를 사냥하며, 승급 성과와 마력석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확실히 괴수들이 드문드문 출현하는 ‘필드’와 달리.

던전은 괴수의 집합소다.

아무리 홉고블린을 많이 사냥하더라도…

그다음.

그다음 다음의 홉고블린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단단한 지구력]이 없었다면, 난 진작에 체력 문제로 사냥을 접어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성과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이토록 많은 홉고블린을 모두 사냥했으니…

승급 성과의 1/3은 가볍게 넘길 게 분명했다.

“흘러라.”

중간중간엔 혼자 폼 잡으며 [유수활검]도 시도해봤다.

…조건이 안 되기에 당연히 될 리가 없었다.

나는 머쓱하게 주변을 살피며 다시 홉고블린을 베었다.

“그래도 보람은 있네.”

고생한 만큼 낙이 돌아오는 걸까.

다수의 홉고블린이 혼자 상대하기엔 살짝 버거운 감이 있어도, 후에 돌아오는 보상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홉고블린 전사’와 ‘홉고블린 궁수’는 보유 룬이 [검]이나 [방패], [활] 정도밖에 없어 아쉽게도 [룬 사냥꾼]의 효용이 없다.

하지만…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간단한 저주를 선택하셨습니다. 4레벨의 레어룬이기에 레벨이 하락해, 2레벨로 등록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신성, 마력을 각각 1 획득합니다.]

‘홉고블린 주술사’에게선 얻을 게 꽤 있었다.

주술은 마법과는 약간 다른 능력이다.

배열이나 구조에 상관없이, 주술의 주체가 되는 존재에의 신앙으로 구성된다.

거기에 발현 정도만 마력의 힘을 빌리는 방식.

따라서 [간단한 저주]라는 룬을 획득하고 나니.

신성과 마력 능력치를 동시에 올릴 수 있었다.

신성 능력치는 거의 필요 없는 능력치지만, 그간 절실했던 마력 능력치가 오른 건 상당한 호재다.

“흐흐. 노다지다, 노다지.”

흐르는 땀을 닦아내면서도, 나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많은 미발견 던전 중 굳이 이곳을 택한 이유.

지금의 내게 부족하고 필요한 능력치.

그를 비교적 쉽게 채울 수 있는 던전이기 때문이다.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