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47화 (47/353)

EP.47 스월 레비아탄 (1)

“그럼 C급 홀더로 승급한 거야?”

두 손으론 포도맛 푸딩을 먹으며.

김채은이 내게 물었다.

간만의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난 후.

여유로운 디저트 타임이었다.

“응. 한 이틀 사냥 뛰니까 되더라.”

“와… 진짜 빠르다. 그렇게 빨리 성과 낸 거 처음 들어.”

“도중에 미발견 던전 하나 찾은 게 컸어. 그것 때문에 심사기간이 훨씬 단축됐지.”

미발견 던전인 ‘홉고블린 부락’은 괴수들의 천국이었다.

승급에 필요한 C급 괴수.

홉고블린들이 사방에 깔려있었다.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더라고.

그렇게 홉고블린 부락 공략을 마무리한 후.

나는 이틀 내로 협회가 제시한 성과를 모두 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냥에 몰두한 결과였다.

심사관이었던 이지혜는 나를 괴물 보듯이 봤었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사냥 속도긴 했다.

어쨌든 나는 승급을 마쳤다.

이젠 진짜 C급 홀더다.

“던전… 그 홉고블린 부락이라던 거? 그거 이제 진짜 네 거야?”

김채은이 신기하다는 듯 눈을 빛냈다.

보통의 던전들은 대부분 클랜이 소유한다.

탐색, 공략, 관리.

모든 면에서 집단의 힘이 필요한 내용이기에.

하지만 이번 미발견 던전…

홉고블린 부락은 오롯이 내 소유의 던전이다.

보통은 클랜이 하는 그 과정들을 혼자 모두 마친 나는, 소유권 심사 또한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응. 정산비율 7:3으로 협회랑 계약 마쳤어.”

“30%? 왜 그렇게 많이 떼 줘?”

“관리를 협회가 해주잖아. 관리라고 해봤자 입장료랑 던전 내 부산물 수수료 체크하는 거긴 한데… 내 입장에선 앉아서 돈 받는 거지, 뭐.”

“던전이 그렇게 돈이 많이 돼?”

“응. 다들 필드보단 던전을 가려고 하니까.”

드문드문 괴수가 나오는 결계 밖 필드와는 달리, 던전은 괴수의 숫자도 넘쳐나고 일주일을 주기로 꾸준히 리젠까지 된다.

그래서 홀더들은 당연하게도 필드보다 던전을 선호했다.

그런 구조 속에서 던전의 소유는 많은 수익을 가져온다.

먼저 홀더들은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고, 던전 내에서 사냥한 결과물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마력석 수익은 50%의 수수료.

기타 부산물은 20%의 수수료.

그 수익을 다시 나와 협회가 7:3으로 나눈다.

입장료 수익만 해도 엄청난데, 마력석이나 부산물에 대한 수수료 수익은 상상을 초월했다.

말 그대로 앉아서 돈을 버는 것.

괜히 각 클랜이 앞장서서 던전을 보유하려 드는 게 아니었다.

“헤… 신기해.”

“채은이 너도 혼자 사냥하고 싶으면 거기로 가. 보스 빼면 전부 C급 괴수라 사냥하기 좀 편할 거야.”

“난 공짜야?”

“당연한 걸 물어.”

김채은은 물론.

다른 친구들이 입장을 원해도 무료로 해줄 거다.

5인 파티로 시도 했던 아카데미 지하 던전.

이를 친구들과 함께 공략하지 않았다면…

아마 난 단기간에 이만큼의 성장도 이루지 못했을 거고, 저번 학기 말 평가 때 김채은을 구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룬 사냥꾼]이나 [구도자의 땀방울]도 좋지만, 역시 홀더가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계기는 역시 파티나 동료의 존재였다.

“난 포기. 무리일 것 같아.”

하지만 김채은은 깊게 고민하지 않았다.

그녀는 푸딩을 먹으며 곧장 거절 의사를 밝혔다.

“왜?”

“으으- 마법사 계열이 솔플을 어떻게 해. 탱킹 안 돼서 무조건 다칠 거야.”

“너 요즘 검 배운다며.”

“그건 호신용이야.”

홀더가 호신용 무술을 배워서 뭐에 쓰는데….

애초에 배워봤자 호신이 안 되잖아.

“그래도 가끔 하는 사람들 있지 않나? 예를 들면…”

잠깐 생각에 잠긴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강주연?”

“죽을래?”

“미안.”

아차.

괜히 또 트리거를 건드렸다.

김채은은 언제부턴가 강주연에게 왠지 모를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긴 같은 나이와 계열인데, B급이라는 고위 홀더.

거기에 한국 3대 클랜의 후계자.

심지어 한 파티에서 강한 위력으로 활약하는 걸 몸소 체험했었으니, 그녀를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도 했다.

음.

향상심은 늘 발전의 원동력이다.

향상심 때문… 맞겠지?

“알겠어. 그럼 나중에 나랑 같이 가자.”

“…같이?”

“응. 지하 던전은 솔직히 둘이선 버거웠잖아. 우리가 좀 무리하기도 했고. 홉고블린 부락은 훨씬 사냥하기 편할 거야.”

나야 혼자서도 공략이 가능한 던전이지만, 김채은과 같이해서 나쁠 건 전혀 없다.

확실한 딜러는 언제나 도움이 된다.

사냥 속도도 더욱 빨라지고, 역할 분담으로 효율도 높아진다.

나한테 부족한 탱킹 계열 룬도 성장시킬 수 있고.

던전 공략을 가는 게 그렇게 설레나.

김채은의 얼굴도 왠지 모르게 붉어져 있었다.

“아, 이번 방학 빼고. 방학 땐 인턴 클랜원 하기로 해서.”

그 한마디에 훈훈하던 분위기가 바로 깨졌다.

아.

괜히 말했다.

김채은은 가볍게 눈을 흘기며 나를 봤다.

“결국 거기 들어가려고? 불의 심판?”

“…홀더로서 좋은 기회니까. 놓치면 아깝잖아.”

“치. 그럼 방학 때 보기 힘들겠네.”

그럼 방학 때 밥 먹기 힘들겠네.

이렇게 들리는 건 아마 착각일 거다.

부우우웅-!

계획한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할 때쯤.

갑작스러운 재난 경보가 핸드폰으로 크게 울렸다.

김채은과 내 시선이 동시에 겹쳐졌다.

우리는 먹던 푸딩을 내려놓고, 메시지를 확인했다.

[한국 홀더 협회] 긴급 재난 문자

-06월 27일 19:08 경북 포항시 동북동쪽 4km 지역, S급 괴수로 추정되는 필드 괴수 출현. 인근 주민들은 모두 협회의 지시에 따라 대피소로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홀더 협회] 임시 공격대 공문

-현재 동해 앞에 출몰한 S급 추정 괴수. 해당 필드 괴수 사냥에 대한 임시 공격대를 창설합니다. 본 공격대는 A급 홀더 5명, B급 홀더 20명, C급 홀더 50명으로 구성됩니다. 계열 별 구분과 자세한 내용은 한국 홀더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으니, 공격대 참가 의사가 있는 홀더는 지금 바로 협회에 신청 바랍니다. 본 공격대는 S급 홀더가 참가의사를 밝힐 경우, B급 홀더와 C급 홀더 인원이 모두 0명으로 수정될 수 있습니다.

드디어 왔다.

S급 괴수.

스월 레비아탄 사냥에 대한 공문이.

* * *

내 공격대 참가 신청은 문제없이 처리됐다.

이제 막 C급으로 승급한 새내기 홀더지만, 능력 및 성과 평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었기에 다행히 계열 우선순위로 공격대에 선발됐다.

게다가 내 승급심사를 맡았던 이지혜의 도움이 컸다.

-혹시 부탁할 일 같은 거 있으면 편하게 연락해요. 제가 들어줄 수 있는 거면 신경 써 볼게요.

필요하면 연락하라던 그녀의 말.

나는 그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공격대 참가 신청을 넣자마자 바로 문자 때렸다.

다행히 그녀의 선배 중 재난 괴수 사냥 공격대 인사 담당자가 있었고, 내 공격대 참가에도 아무런 하자가 없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다.

역시 인맥은 안 쓰면 손해다.

“우아- S급 괴수라니, 너무 떨린다.”

“…넌 여기 왜 있는 건데?”

내 옆에 딱 달라붙은 김채은에게 물었다.

공문이 내려지고, 임시 공격대 창설이 확정된 후.

그녀는 날 따라서 포항까지 내려왔다.

김채은의 홀더 등급은 F급.

이전의 나처럼, 등록 후 한 번도 갱신하지 않았다.

F급 홀더는 당연히 공격대에 참가할 수 없다.

그걸 누누이 설명했음에도, 김채은의 고집을 말릴 수 없었다.

“북한산 갈 때도 나만 빼놓고 갔으면서, 또 혼자 오려고? 나 억울해.”

“대체 뭐가 억울한 건데…”

“아무튼 억울해!”

“따라와도 어차피 사냥 못 해. 말했잖아. C급 이상부터만 참가할 수 있다니까.”

“헤헤- 괜찮아. 세이프 라인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사냥을 온 거냐, 여행을 온 거냐….

어쨌든 우리는 워프 게이트에서 내리며 포항에 도착했다.

스월 레비아탄이 출몰했다는 동해 앞.

포항의 구룡포 쪽엔 이미 많은 홀더가 집결해 있었다.

최대한 빨리 온다고 온건데, 살짝 늦은 모양이다.

나는 재빨리 세이프 라인에 자리를 잡은 홀더 협회 직원에게 달려가 말했다.

“이번 재난 괴수 사냥 임시 공격대에 배정받은 C급 홀더 도재현입니다. 지시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협회 직원은 재빨리 명단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습니다. 도재현 홀더는 이 마력석이 비추는 방향, 동남쪽의 전사 계열 5분대로 가시면 됩니다. 상황이 급박하니 서둘러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옆의 분은?”

“아, 일행입니다. 공격대 대원은 아니고요.”

“일행은 이쪽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절대 세이프 라인 안쪽으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직원의 말에 뒤돌아 김채은을 봤다.

그녀는 걱정말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조심히 갔다와. 절대 저번처럼 무리하다 다치면 안 돼!”

“알았어. 심심하면 푸딩 먹고 있어.”

“치. 너무 많이 먹어서 배불러.”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고, 나는 곧장 앞을 바라봤다.

“흐읍…!!”

다행히 내겐 돌격류 룬인 [질주]가 있다.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렸기에, 살짝 늦었음에도 소속 분대에 무리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나는…

“미친….”

욕설이 절로 나오는 걸 느꼈다.

탁 트인 포항의 바닷가.

그 아름다움은 이미 온 데 간 데 없었다.

사방이 난장판이었다.

민가처럼 보이는 집들은 모조리 부서져 있었고, 근처에 있던 선박이나 자동차, 도로 등 모든 게 박살 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인명피해가 없다는 점?

그마저도 이미 호송되어 안 보이는 걸 수도 있었다.

뭐 하나 제대로 모습을 갖춘 게 없는…

풍비박산이라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현장.

S급 괴수가 출현한 흔적이었다.

그 주변을 감싸듯.

수십의 홀더들이 괴수 사냥을 위해 모여 있었다.

“오, 온다! 조심해!”

“씨발! 다들 피해!”

그리고 내가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수준의 진동이 땅을 울렸다.

이내 전방에 자리하던 열댓 명의 홀더들이 다급히 도망쳤다.

이미 한 번 경험한 적이 있는 걸까.

그들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정확했다.

진동의 주인공은 금세 모습을 드러냈다.

구구구궁-

하는 커다란 울림과 함께.

거대한 형체의 바다 괴수가 물 위로 튀어나왔다.

-카아아아…!! 아아아-!!

육지와 바다 사이에 놓인 일정한 높이.

그게 좁혀지는 건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수많은 방파제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바닥의 콘크리트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렸다.

순식간에 주변을 모두 박살 내버린 녀석.

미친….

“이게 도마뱀이야, 드래곤이야….”

등장만으로 엄청난 파괴력과 위압감을 자랑하는 괴수.

활자로만 읽었던, 두 눈으론 처음 맞이하는 S급 괴수.

스월 레비아탄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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