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48화 (48/353)

EP.48 스월 레비아탄 (2)

일반적으로 괴수의 등급은 홀더의 등급과 비례한다.

D급 홀더라면 D급 괴수를 무난하게 사냥할 수 있고, C급 홀더라면 C급 괴수를 무리 없이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일 때’의 이야기다.

“B급 괴수부터는 그 척도가 달라집니다.”

<괴수의 역사와 정보> 교수가 했던 말.

홀더 등급에서도 C급과 B급은 엄청난 차이를 보이듯, 괴수들 역시 B급부터는 강함의 척도가 달라진다.

괴수 본연의 파괴력과 내구 수치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물리적인 공격만으로는 타격을 입히기 힘든 상황도 온다.

B급 홀더라고 하더라도, 정통 딜러가 아니라면.

B급 괴수를 못 잡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

“그래서 등장한 게 파티 플레이입니다.”

탱커 2명, 딜러 2명, 보조 1명.

홀더 계에서 정석이라고 불리는 5명의 파티 인원.

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싸운다면.

본인들의 힘보다 더 강한 괴수들을 사냥할 수 있게 된다.

전사 계열의 C급 홀더는 B급 괴수의 공격을 탱킹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마법사 계열의 C급 홀더는 B급 괴수의 내구력을 뚫으며 타격을 입힐 수 있으니까.

이건 상당히 파격적인 이야기다.

이전까지의 방식을 바꾼 이론이니까.

파티 플레이가 홀더들의 사냥 공식처럼 자리잡은 이후.

대부분의 홀더는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할 수 있게 능력을 키웠다.

탱커는 탱킹에 더 힘을 싣고, 딜러는 딜에 집중했다.

덕분에 탱킹에만 집중한 C급 홀더가 A급 괴수의 공격을 받아내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교수님. 그럼 A급 홀더는 어떤 파티에 끼는 겁니까?”

“A급 홀더도 B급 홀더들의 파티에 낍니다. B급이 파티로 사냥하는 A급 괴수. 이들이 만약 특수 상황을 맞이하거나 보스로 나타나게 된다면, B급 홀더들이 사냥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일종의 리더 역할로 파티를 맡죠.”

다시 말해, 괴수의 사냥에 있어.

홀더들을 등급 별로 딱딱 나누어 파티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A급 홀더들은 얼마든지 B급 홀더 파티에 참여할 수 있고, B급 홀더 또한 C급 홀더 파티에 리더 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뭐든지 효율의 문제였다.

애초에 A급 홀더가 끼는 파티부터는 5인 기준의 소규모 파티가 거의 없다.

대부분 8인, 10인을 넘어서는 클랜 위주 대규모 파티.

그만큼 B급 괴수부터는 한 등급을 넘어갈수록, 사냥을 위해 더욱 강하고 많은 숫자의 홀더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S급 괴수부터는 또다시 기준이 달라집니다.”

하지만 <괴수의 역사와 정보> 교수는 말했다.

S급부터는 완전히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S급 괴수는…

단순히 A급 홀더 5명으로 잡을 수 있는 괴수가 아니라고.

* * *

“미, 미친!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

“저 괴물한테 한 대 맞으면 즉사일 것 같은데….”

거대한 지진을 일으키듯 진동하며.

바다에서 육지로 모습을 드러낸 스월 레비아탄.

S급 괴수가 주는 커다란 충격에 홀더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확실히 압도당할 만한 위용이었다.

하지만 그런 홀더들은 대개 공통점이 있었다.

‘나만 풋내기가 아니구나.’

다들 나처럼 이제 막 C급에 오른.

이러한 재난 괴수 사냥에 처음 참여하는 듯한 새내기 같았다.

그리고 그런 추측을 방증하듯.

뒤에서 웬 중장비 차림의 홀더들이 한껏 웃음을 터뜨리며 나타났다.

“하하하! 이번에도 애송이들이 넘쳐나는구만.”

“전사 계열들아, 뒤지기 싫으면 빨리빨리 앞장서라!”

“어휴. 이딴 돈도 안 되는 임시 공격대엔 왜들 저렇게 참가하는 거야?”

자신들이 경험자라는 걸 자랑하듯 한껏 으스대고 있는 홀더들.

아무래도 이번 공격대의 B급.

그중에서도 전사 계열을 맡은 홀더들로 보였다.

-카아아아!!

S급 괴수를 앞에 두고 잡담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스월 레비아탄은 하늘이 찢어질 정도의 괴성을 지르며 꼬리를 흔들었다.

녀석의 크기가 워낙 크다 보니.

고작 꼬리를 흔드는 것만으로 엄청난 부담이 된다.

“전사 계열 전원! 방패를 들고 앞으로!”

이번엔 빛이 날 정도로 고급 장비를 갖춘 홀더들이 나타났다.

딱 5명.

그리고 압도적인 마력이 넘실거리는 이들.

공격대의 지휘를 맡은 A급 홀더들이었다.

“쳇. 이번에도 저 양반이구만.”

“질리지도 않나. 재난 괴수 나타날 때마다 매번.”

“아오, 마법사 계열은 부럽다. 나도 선영 누님 같은 분이 지휘관이었으면.”

전사 계열 B급 홀더들이 투덜댔다.

홀더의 등급이 곧 경력을 뜻하는 건 아니기에, 그들도 지휘관인 A급 홀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선영, 이라는 사람이 누군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마법사 계열 A급 홀더가 아닐까.

하지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작전 수행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빠른 움직임으로 방패를 들고 나서며, 스월 레비아탄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미 몇 번이나 맞춰본 것처럼.

정확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이었다.

콰아앙-!!

허공을 맴돌던 스월 레비아탄의 꼬리가 바닥에 내려쳐 진다.

10명 정도의 B급 홀더들은 그 공격을 온전히 막아냈다.

그리곤 곧바로 남은 손에 든 검으로 스월 레비아탄의 꼬리를 찍었다.

너무 단단한 내구 탓에 놈의 가죽엔 흠집조차 나지 않는데도, B급 홀더들은 전혀 상관치 않는 듯 자신들의 할 일을 했다.

각자만의 룬과 스킬을 활용한 치열한 방어와 반격이었다.

“우물거리지 말고 방패 들어!”

“C급들은 괜히 검 들지 말고, 방패만 들어라! 한 방 맞고 골로 가기 싫으면.”

“5분대 전사 계열은 다 이쪽으로 모여!”

아까 장난을 치던 기세는 온 데 간 데 없었다.

B급 홀더들은 A급 홀더들의 지휘를 받아, 중간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친 호통을 내려치며 풋내기 C급 홀더들을 통제했다.

그제야 B급 홀더들이 으스대며 잘난 척을 했던 게 이해가 된다.

그렇게 허세를 부리며 나타났어도, 그들은 경험자였다.

C급 홀더들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공격대에서 맡아야 할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만약 그들이 방금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했다면.

스월 레비아탄의 꼬리는 그대로 공격대의 딜러들을 직격했을 것이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구나.’

큰 규모와 많은 인원답게 공격대의 역할 분담은 칼 같았다.

5명의 A급 홀더는 지휘와 대규모 공격을.

20명의 B급 홀더는 공격대의 핵심 인력으로 전방위적인 공격과 방어를.

마지막으로 50명의 C급 홀더는 그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상대적으로 능력치와 룬이 현저하게 부족한 C급 홀더들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딜러들이 딜을 넣을 때 그를 보조하는 정도?

그래서 C급 홀더 인원의 대부분은 마법사 계열이나 궁수 계열이었다.

전사 계열 C급 홀더는 나와 아까의 열댓 명이 전부였다.

“뭐 해! 방패 들라고!”

“알겠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던 내게 내려지는 한 B급 홀더의 호통.

나는 재빨리 마법 가방에서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꺼내 들었다.

지금은 [단검]이나 [검]을 활용할 때가 아니었다.

낮은 레벨의 [방패]로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카아아아…!!

스월 레비아탄이 또다시 공격을 해왔다.

이번엔 꼬리가 아닌 손이었다.

녀석은 발이 없는 대신.

지느러미와 손을 통해 육지에 몸을 내디디고 있었다.

“1, 2 분대 전원 막아!”

“젠장. 딜러진 지원은 언제야!”

궁수 계열의 화살 공격은 꾸준히 날아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딜은 역시 마법사 계열의 마력 공격.

그들이 펼치는 강력한 마법 스킬들이 필요했다.

나 역시 인솔하는 상위 홀더들의 지시에 따라,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로 스월 레비아탄의 공격을 막아냈다.

S급 괴수의 육탄 공격을 막아내는 것.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수많은 홀더들과 함께 막아서니 그 위력도 분산될 수 있었다.

[한계를 넘어선 방어에 성공합니다! 당신의 방패엔 바위 같은 단단함이 새겨지기 시작합니다.]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내구를 1 획득합니다.]

[방패 룬의 파생스킬, ‘철벽수비’를 획득합니다.]

게다가 막아서는 것만으로 룬이 급격히 성장한다.

엄청난 난이도의 실전과 그에 맞는 룬 활용.

[방패]가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룬 레벨은 벌써 5레벨.

내구 1에 이어, [철벽수비]라는 파생스킬까지 얻었다.

쿨타임 1시간.

기존에 [방패]로 막을 수 있는 위력의 두 배 힘을 막아낼 수 있는 스킬이다.

기나긴 쿨타임을 고려하면.

이번 전투에서 아주 절박한 상황에만 써야 할 것 같았다.

“전 공격대원, 잠시 대피! 마법 공격이 날아온다!”

“방패 접고 다 엎드려!”

두 번의 공격을 막아내자 마법사들의 준비가 끝났다.

엄청난 양의 마력과 강렬한 전류가 주변에서 느껴진다.

번개 계열 마법.

바다 괴수인 스월 레비아탄에게 가장 효과적인 마법이 준비되고 있었다.

‘이런 것까지 다 생각해서 짰구나.’

마법을 날리려는 마법사 계열 홀더.

그들 중 대다수가 번개 계열 마법을 준비하고 있다.

괴수와 홀더의 상성.

협회에서는 아마 이런 점까지 고려해 공격대원들을 구성한 것 같았다.

파츠츠-

콰강- 콰가가-!!

강렬한 번개 마법들이 스월 레비아탄에게 내려친다.

전부 번개 계열 마법사만 있는 건 아닌지, [빙결]이나 [바람] 계열의 마법들도 함께 들이닥쳤다.

보는 것만으로도 강렬한 위력이 느껴지는.

대규모 마법 공격이었다.

-카, 카아….

이 정도 공격을 받고 무사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다.

난동을 피우던 녀석도 순간적으로 위축되는 게 보였다.

해치웠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한 타격.

상성을 탄 마법의 힘은 그 거대한 S급 괴수마저 주춤하게 만들었다.

-카아, 아아아아…!!

하지만 승기를 잡은 시간은 길지 않았다.

녀석은 공격을 모두 흡수해낸 건지.

이내 웅크리던 몸을 기지개 켜듯 피며…

머리가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끄떡도 없네. 역시 S급인가.”

“존나게 질기구만.”

“잠깐. 저건 뭐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월 레비아탄이 쩍 벌린 입속에서 소용돌이와 같은 형태의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단숨에 알아본 지휘 홀더들이 소리쳤다.

“다들 피해! 물 계열 마법이다!”

“알아서들 도망쳐라! 저거 맞으면 진짜 골로 간다!”

앞선을 맡은 전사 계열 홀더들이 서둘러 피신했다.

놈의 육탄 공격은 방패로 막을 수 있었지만, 마력을 활용한 마법 공격까지 막을 수 있는 홀더는 많지 않았다.

나 역시 최대한 주변의 구조물로 몸을 숨겨 놈의 공격을 피했다.

쏴아아아-!!

우웅- 우우웅!!

막대한 크기의 소용돌이.

그리고 해일과 같은 규모의 물이 쏟아져 나온다.

급하게 몸을 피한 홀더들도.

피하지 못한 홀더들도.

모두 그 엄청난 물 마법에 휘말리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나는 그걸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눈으로 직접 봤음에도.

도무지 믿기지 않는 광경.

바다의 물을 끌어다 쓴 게 아니다.

오로지 자신의 신체에서 이런 양의 물을 뿜어냈다.

“물이 없는 곳에서 이 정도 수준의 물 마법을…?”

순간 회의감이 든다.

씨발….

저거 잡을 수 있긴 한 걸까.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