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2 새로운 효과 (2)
룬을 획득할 수 있는 개수 제한.
이러한 내용은 내가 아는 <넥스트 룬 홀더>의 설정엔 없었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한 홀더가 특정 계열의 공통룬을 보유하고, 파생되는 룬까지 세팅한다고 가정해도…
기본적인 룬 홀더의 보유룬은 10개 안팎이다.
당장 신유나의 룬 세팅도 7개가 전부였으니까.
그나마 극의 주인공으로서 여러 히든피스와 특별 보상을 독식했던 박진우의 보유룬이 15~20개 정도는 됐던 것 같다.
한 마디로 30개의 룬을 보유할 홀더 자체가 없다는 것.
“근데 내 경우는 얘기가 다르지….”
[룬 사냥꾼]은 결투에서 승리한다면 상대의 룬을 얼마든지 복사해올 수 있다.
그렇게 가져온 룬이 21개였고, 히든피스로 가져온 룬이 7개였다.
최초로 지니고 있던 [단검]과 [룬 사냥꾼]까지 포함해…
총 30개의 룬.
평범한 홀더라면 구경하기도 힘든 개수의 룬을 획득하며, 나는 또 한 번 한계를 깨고 있었다.
“후우….”
한번 심호흡을 하고, 룬 정보를 불러왔다.
새로 갱신됐다는 [룬 사냥꾼]의 정보창이었다.
<룬 정보>
◎이름: 룬 사냥꾼
◎등급: 에픽(Epic)
◎레벨: Max
◎새겨진 부위: 심장
◎특수효과
: 결투에서 승리 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다. 동일 대상에겐 하나의 룬만 복제할 수 있으며, 획득한 룬은 레벨이 하락해 한층 저하된 성능으로 등록된다.
: 룬이 새겨질 수 있는 부위가 추가되어, 획득 한계가 50개로 증가한다.
: 특별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상위룬’의 조합이 가능해진다. 한 번 상위룬이 조합되면 하위룬의 레벨은 오르지 않지만, 숙련도는 계속해서 축적되며 하위룬의 파생스킬 또한 모두 획득할 수 있다.
◎파생스킬: -
◎세부정보
: 홀더 개인의 노력을 통해 인위적으로 7개의 룬을 획득하면 얻을 수 있는 룬. 누군가 한번 획득하면 다시는 얻을 수 없는 고유룬이다.
[룬 사냥꾼]엔 두 개의 특수효과가 새로이 추가되어 있었다.
첫 번째로 룬 획득 개수 제한의 완화.
총 30개였던 룬 보관 부위가 50개로 늘어났다.
룬이 새겨진 부위는 홀더마다 다르다.
내게 다리에 룬이 있다고 해서, 다른 홀더도 다리에 룬이 있으란 법은 없다.
당장 내 왼쪽 손등에만 해도 [단검] 룬이 새겨져 있지만, 오른쪽 손등에는 아무런 룬도 새겨져 있지 않으니까.
그래서 혹여나 신체 부위가 소실되더라도, 룬은 다른 부위로 이동되어 새겨지곤 했다.
그렇게 채워지는 총 개수 제한이 30개였다.
첫 번째 특수효과는 아마 이렇듯 내게 주어진 30개의 부위 말고도, 20개의 추가적인 부위를 생성하는 모양이다.
“그리고 두 번째 효과는….”
이건 정말 신선한 효과라 오히려 당혹스럽다.
상위룬 조합.
특별한 조건을 만족했을 때, 보유한 룬들을 조합할 수 있는 효과.
정확한 조건이 무엇인지.
조합했을 때 어떤 룬이 나오는지 알 수 없지만…
‘상위룬’이라는 이름을 고려할 때 분명 기존 룬보다 특별한 룬인 건 분명했다.
“하위룬 레벨을 못 올린다는 게 좀 애매하긴 한데….”
단점은 하위룬이 된 룬들의 레벨을 못 올린다는 점.
하지만 이를 상쇄할 여러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레벨은 안 올라도 숙련도가 축적된다’는 부분과 ‘파생스킬 획득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문구.
룬 레벨 상승으로 인한 능력치만 못 얻을 뿐.
나머지 효과들은 그대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요즘은 능력치 올리기도 힘들고.”
요즘 들어 주력 능력치인 근력, 속력, 내구가 모두 30을 넘어가면서 룬 레벨 상승으로 인한 능력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그나마 [구도자의 땀방울] 효과로 인한 랜덤 획득이 다다.
게다가 상위룬을 조합해 획득하게 되면, 해당 상위룬을 올릴 때도 능력치를 얻을 테니 효과 자체는 비슷했다.
사실상 리스크가 없다시피 한 찬스.
마구잡이로 얻었던 룬들을 정리할 방법이자, 새로운 룬을 획득할 기회였다.
그리고 마침 조건을 만족했다는 듯.
내 몸에 몇몇 보유룬들이 빛나고 있었다.
[현재 조합 가능한 룬이 존재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을 이용해 상위룬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상위룬: 무술의 달인 / 하위룬: 검, 단검, 격투, 활, 도끼, 창, 둔기, 방패]
“무술의 달인이라….”
[검]과 [단검]을 비롯한 6개의 무기룬.
그리고 [방패]와 [격투].
[무술의 달인]은 총 8개의 룬을 종합해 무술로 판정한 상위룬으로 보였다.
상위룬의 효과가 무엇인지, 어떤 새로운 룬이 나오게 될지.
알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를 조합하는 건 일종의 도박일 수도 있다.
다만, 하이레벨의 룬임을 증명하는 ‘상위룬’의 네이밍.
그리고 이를 조합하지 않으면 [도끼]나 [둔기]처럼 쓸모없는 룬들이 50개의 룬 획득 제한을 차지하게 된다.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한다면.
상위룬 조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웠다.
이 기능은 내 홀더 정보를 업그레이드할 또 다른 기회였다.
나는 길게 고민하지 않고 조합을 선택했다.
[상위룬 ‘무술의 달인’을 조합하셨습니다. 검, 단검, …, 방패 등 총 8개의 룬이 하위룬으로 선택됩니다. 하위룬을 종합한 상위룬의 판정 레벨은 4입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근력을 2, 속력을 3 획득합니다.]
연이어 새로운 룬의 정보가 등장했다.
<룬 정보>
◎이름: 무술의 달인
◎등급: 에픽(Epic) / 상위(Superior)
◎보유 하위룬
[검] [단검] [격투] [활]
[도끼] [둔기] [창] [방패]
◎레벨: 4
◎새겨진 부위: 오른쪽 팔뚝
◎특수효과
: 상위룬의 특별한 힘으로 하위룬들에 숙련도 보정을 줄 수 있다. 각각의 하위룬은 단일 룬으로서 숙련도를 올릴 수 있고, 상위룬의 보정을 통해서도 숙련도를 올릴 수 있다.
: 룬 보유자가 신체에 지닌 보관함 속 ‘무구’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 룬의 레벨이 오를수록 교체에 걸리는 시간이 더 빨라진다.
◎파생스킬
[백병전 선언]
*하위스킬
[연격] [연타] [쿼터 나이프] [철벽수비]
◎세부정보
: 다수의 하위룬을 조합해 만들어진 상위룬. 맨주먹을 포함한 모든 무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다. 또한, 상위룬에 적합한 룬을 획득할 때마다, 본 룬의 하위룬으로 편입시킬 수 있다.
“…실화냐, 이거?”
눈앞을 어지럽히는 어마어마한 정보량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문득 [검]과 [단검]의 레벨이 아까워 상위룬 조합을 망설였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룬 사냥꾼]에 부여된 특별한 힘, ‘상위룬 조합’은 내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기능이었다.
“아니, 무슨 등급이…”
일단 등급부터가 에픽급이다.
노멀룬 8개를 합쳤더니 에픽룬?
혜자도 이런 혜자 조합이 없다.
지금껏 내가 지녔던 에픽룬은 총 5개였고, 그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성능을 자랑했었다.
당연히 이번 룬도 에픽급이라는 등급에 걸맞는 사기적인 성능을 자랑했다.
우선 첫 번째 특수효과.
상위룬을 통한 하위룬의 숙련도 보정.
말은 조금 어렵게 적혀있지만, 결론은 [무술의 달인] 레벨이 높아지면 [도끼]나 [둔기]처럼 그간 내가 쓰지 않던 룬들의 숙련도도 따라서 올라간다는 뜻이다.
“좋은데.”
다른 하위룬들은 주력룬과 거리가 멀기에 따로 챙길 여유가 없었는데,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숙련도가 오르는… 성장치가 꽤 쏠쏠할 것 같은 효과다.
게다가 단일로서도 숙련도를 올릴 수 있다.
그동안 내가 [검]이나 [단검]을 키워왔듯, 여전히 해당 룬의 능력을 수련함으로써 숙련도를 올릴 수 있다는 뜻.
정말 말 그대로 룬의 레벨만 사라졌을 뿐.
이전과 다를 게 거의 없었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좋아졌다.
상위룬의 숙련도 보정.
이를 통해 성장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획득할 수 있는 룬의 개수 제한이 7개가 더 늘어났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무구 교체술. 이게 진짜 사기잖아.”
무구 교체술.
편의상 그렇게 이름을 붙인 특수효과.
내 신체에 접촉 중인 특정 보관함…
즉, 마법 가방과 같은 보관함에 ‘무구’들이 담겨 있다면, 얼마든지 그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다는 효과다.
이는 전부터 내게 계속 필요하던 효과였다.
지금의 내 주력 무기는 검과 단검이다.
검은 주로 근접 전투를 펼칠 때 사용하고, 단검은 대부분 투척술… 일종의 비도로서만 활용한다.
때문에 단검은 허리춤에 네 자루가 고정적으로 걸려 있고, 두 무기를 사용할 땐 거슬릴 일이 거의 없다.
“근데 방패 쓸 때가 문제지.”
양손검으로 공격에 치중한 검 활용을 하다 보면, 방패를 써야 하는 순간에 마법 가방에서 이를 꺼내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솔플로 던전 공략을 할 때는 활과 방패, 맨주먹까지도 활용하는데…
그동안 이들을 교체하는 데에 상당한 불편함이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무술의 달인] 특수효과는 매력적이다.
양손검을 쓰는 딜러 역할을 하다가도 얼마든지 방패를 들어 탱커 역할을 맡을 수도 있고, 활을 써서 원거리 공격을 하다가도 리치가 긴 창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전투에서 다양한 무기를 활용하는 내게 있어.
이 ‘무구 교체술’은 꼭 필요한 효과였다.
무구엔 방패도 포함되고, 너클을 쓰면 맨주먹도 포함이 되니 활용도가 매우 높았다.
“백병전 선언도 엄청 괜찮은 스킬이네.”
[백병전 선언]은 10분 동안, 원거리에서 날아드는 모든 물리 공격을 무시하는 스킬이다.
마력 공격은 무시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전투 도중에 원거리 공격을 일정 시간 동안 방어할 수 있다는 건 많은 메리트가 있다.
특히 내가 보유한 또다른 에픽룬, [무자비한 돌격]은 돌격 시 모든 물리 공격을 무시한다.
돌격할 땐 [무자비한 돌격]으로 무시하고, 전투 중엔 [백병전 선언]으로 무시하는 원거리 물리 공격.
콤보로 활용하면 굉장히 쓸모가 많아 보였다.
“…다 읽었다.”
마지막으로 신유나와의 대련에서 새로 얻은 [전투치유]의 정보까지 모두 읽고 나니, 기나긴 정보창의 행렬이 끝이 났다.
화장실에서 소모한 시간치곤 너무 길었지만, 충분히 보람 찬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빨리 실험해보고 싶은데?”
새로운 정보를 모두 확인한 지금.
몸이 근질근질거린다.
빨리 새로 얻은 룬과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다.
던전이라도 가야 하나?
밖은 슬슬 어두워지고 있고, 필드 괴수들을 사냥하기엔 늦은 시각이었다.
그리고 그때.
부우우웅-!
그런 내 맘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거짓말처럼 핸드폰이 울렸다.
그리고 익숙한 이름으로부터 문자가 한 통 와 있었다.
[박진우]
뭐하냐? 심심한데 한 판 뜨자.
“왔다. 내 샌드백.”
실험 대상이 돼 줄 날쌘 개구리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