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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78화 (78/353)

EP.78 보상 (2)

[갈라진 대지의 정원]은 땅 계열 마력 공격을 다룰 수 있는 에픽룬이다.

야산의 이무기가 우리를 상대할 때 활용했던 대지 마법.

그들은 모두 이 룬에 기인한 마법인 모양인 것 같았다.

이번 룬을 획득하며 나는 7번째 에픽룬을 획득했다.

특히 4원소 중엔 불, 물에 이은 땅 계열이었고, 번개까지 포함한 속성 마법으로 범위를 넓히면 네 번째 속성 계열 마력룬이다.

“어째 점점 마법사가 되는 것 같은데….”

이 정도 등급의 마력 계열 룬들이라면, 어지간한 마법사 계열 홀더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아마 마력의 배열과 발현, 응용 등을 제대로 배우고, 마법사 계열의 핵심룬들인 [마력증폭], [주문강화] 등의 룬까지 얻게 될 경우…

정말 파티의 마법사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주력은 무기를 써야지.”

[룬 사냥꾼]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룬을 획득하곤 있지만, 내 주력룬은 역시 다양한 무구를 활용하는 [무술의 달인]이다.

해당 룬의 숙련도나 레벨이 높은 건 물론이고…

검법류 등의 관련 파생룬, 그 외 보조룬들도 대부분 물리 계열 직접 전투에 영향을 준다.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면.

아무래도 물리 계열 룬을 성장시키는 게 효율이 높았다.

게다가 마력 계열 룬은 굳이 마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전투 도중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예를 들면, 불꽃을 검에 두른다거나, 물을 움직여 전장에 변수를 만든다거나 하는.

지금 이대로의 능력으로도 충분한 룬들이었다.

“파워 브레이크도… 괜찮은 스킬이고.”

[파워 브레이크]는 ‘갈라진’이라는 룬의 수식어구에 가장 걸맞는 파생스킬이다.

사용자와 맞닿은 대지의 지면에 커다란 충격을 주며, 해당 구역으로부터 일정 거리의 땅을 모조리 흔드는 스킬.

처음에 스킬 정보를 읽었을 땐 좀 애매해 보였는데, 읽다 보니 활용도가 무궁무진해 보인다.

솔플 도중 다수의 괴수로부터 둘러싸였을 때 도주용으로 쓸 수도 있고, 일대일 상황에서 선공으로 활용하며 변수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공격과 방어 둘 다 가능한 스킬.

진형을 무너뜨려 전투 구도를 뒤바꿀 수 있는 스킬이었다.

대신 범위가 생각보다는 넓지 않고, 쿨타임도 하루로 [뉴 웨이브]처럼 너무 길었다.

상황을 봐 가며 신중하게 써야 할 것 같았다.

“…이제 잘래.”

그대로 침대로 달려가 누웠다.

이번에 사용제한이 풀린 [파상천검], [유수활검]의 궁극스킬들이나, 던전을 공략하며 성장한 능력치들도 가볍게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기진맥진해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불의 심판>에 입단하고 겨우 사흘.

곧장 파견을 나가 미발견 던전을 공략하고, 최소 A급 이상의 보스 괴수를 상대하고…

심지어 같은 팀원이었던 홀더의 스파이 행각까지 검거했다.

사흘 만에 일어난 일이라기엔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새로 얻은 룬들의 정보만을 정리했을 뿐인데도.

괜히 머리가 아팠다.

“내일 하자, 내일.”

나는 밀린 일들을 내일의 내게 맡기며, 바로 잠을 청했다.

근래에 취한 수면 중 가장 달콤한 수면이었다.

* * *

다음 날.

나는 누구보다 산뜻한 마음으로 클랜에 출근했다.

출근길에 맞이하는 여의도의 공기는 의외로 상쾌했다.

<불의 심판>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활기가 가득하다.

1층의 프론트 데스크 누님들은 볼 때마다 정신없이 어딘가 전화 중이었고, 경비를 맡은 신입 가드들은 오늘도 든든하게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이러시면 안 됩니다. 출입증 없이 입장 불가합니다.”

“저기… 얘들아? 아까도 말했지만, 나 스카우트 팀장 조규혁이라는 사람이야. 지금 프론트 데스크도 바쁘고, 입증해 줄 사람이 없기는 한데. 나 진짜 경력 오래된 사람이거든? 좀 들여보내주지 않을래?”

“출입증 없이는 입장 불가합니다.”

“아니, 내가 파견을 갔다 와서 너희가 날 잘 모르나 본데…”

…데자뷰일까?

상당히 익숙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도대체 팀장급이란 사람들은 왜 이렇게 출입증을 안 들고 다니는 걸까.

같이 작전하거나 싸울 땐 믿음직한 팀원인데, 평소엔 허술하기 짝이 없는 말썽꾸러기 클랜원들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클랜 타워 25층.

사냥 5팀 사무실.

넘치는 서류와 각종 아이템이 뒹굴거리고 있다.

고작 하루를 비웠던 사무실인데도.

다시 보니 상당히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나는 사무실 문을 열고, 가볍게 인사하며 출근을 알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선배님들.”

각자 업무를 보던 이들의 시선이 한데 모인다.

아침 일찍부터 벌써 많은 팀원이 출근해 있었다.

나도 꽤 빨리 온 편인데, 부지런한 팀원들이 참 많았다.

“어라- 인턴 씨, 굿모닝. 빨리 왔네요?”

“도재현이 왔냐.”

“안녕, 도재현…!!”

이수미와 최동욱, 그리고 신유나가 차례대로 인사했다.

처음 이 클랜에 입단하고, 사냥 5팀에 들어올 때만 해도 어색하고 데면데면하던 팀원들이었는데…

어느새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 동료 사이가 되어있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홀더들이 가장 빨리 친해지는 계기는 파티 사냥이라고.

내 경우가 딱 그랬다.

뱀이 뒤덮은 숲 던전 공략.

사냥 5팀의 일원으로 한 번 현장 파견을 갔다 오니, 팀원들과도 빠르게 친해지고 팀이 돌아가는 구조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래서 운영OT보단 업무OT가 중요한 모양이다.

“팀장님은 아직 출근 안 하셨어요?”

팀내 C급 인원들은 북한산 필드로 파견을 갔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늘 사무실에 있을 인원은 B급 인원.

추가로 나와 신유나까지.

딱 어제 던전 공략 파견을 함께 했던 팀원들이다.

그중 김성철과 강주연, 그리고 팀장인 권오준이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음음- 팀장님은 10층에 있어요.”

“10층이요?”

이수미의 대답에 나도 모르게 되물었다.

10층이…

어디더라?

저번 입단 당일에 강주연에게 소개를 받다 말았던 탓에, 아직 클랜 타워 구조를 정확하게 몰랐다.

다음 날 대충 구경을 다시 하긴 했는데, 할 일도 많고 곧바로 파견 준비를 하느라 전부 체크하진 못했었다.

클랜 내부도 잘 모르는데 던전 파견부터 갔으니…

클랜 내 신입들이 들었으면 기가 찼을 이야기다.

어리둥절한 내 표정에 옆자리의 신유나가 소곤대며 말했다.

“클랜 타워 내 오피스텔이야. 숙박할 수 있는.”

“아하….”

강주연에게 한 번 들었던 기억이 난다.

클랜의 손님이나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클랜원을 위해 제공되는 숙박 편의 시설.

클랜 타워 내 오피스텔.

그게 10층에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제자리로 돌아간 신유나에게 다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제 집에 안 가셨대? 왜 오피스텔에서 계셔?”

“읏…”

“아, 미안.”

신유나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내 자리로 고개를 내밀어 소곤대며 말하길래 나도 따라한건데, 아무래도 너무 가까이 간 모양이다.

그녀는 잠시 손으로 부채질을 하더니 답했다.

“흠흠… 어제 그 사건 관련해서 밤새 야근하셨나 봐. 마스터 지시사항이라 파견 끝나자마자 클랜 타워 오셔서 업무 보셨대.”

“아… 그 사건….”

민채환 사건을 말하는 거다.

정확히는 민채환이 스파이 짓을 하며 <빌런> 클랜 강남 지부 클랜원을 모조리 끌어들여, 사냥 5팀을 습격하고 뱀이 뒤덮은 숲 공략의 보상을 차지하려 했던 사건.

<불의 심판>에서 사전에 이를 알아채고 역습했기에 망정이지, 그대로 습격에 당했다면 꼼짝없이 보상을 뺏기고 목숨까지 위험할 뻔했다.

그만큼 민채환의 연기 실력과 계획은 치밀했으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그 사건은 잘 마무리된 건가?”

“나도 모르겠어. 팀장급 인사랑 클랜 수뇌부에서 처리한 일이라… 우리 같은 신입 클랜원들이 알기엔 너무 고급 정보거든.”

<빌런> 클랜은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범죄조직임을 선언한 반사회적 집단이다.

당연히 소속 클랜원들은 대부분 수배 대상이고, 붙잡히면 처벌을 받는다.

아마 <불의 심판> 측에서도 정부와 협의해 잘 처리하겠지만, 언론 등은 통제되어 그에 관한 정보를 알긴 힘들 거다.

어쨌든 클랜 내부에 스파이가 침입했다는 건.

외부에 밝히기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니까.

“그럼 오늘 출근 안 하실 수도 있겠네. 밤새셨으면 이제야 주무실 텐데.”

사실 출근하자마자 권오준을 만나 면담을 하려 했다.

이번 뱀이 뒤덮은 숲 던전 공략.

그 보상으로 보스의 마력석을 신청하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봐도 그 녀석, 아룡 같단 말이지.’

야산의 이무기.

녀석은 지금껏 마주쳤던 아룡들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꽤나 비슷한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이무기라는 이름 자체가 용이 되지 못한 아룡을 뜻하기도 하고, 녀석의 룬 능력도 자연 속성을 다루는 마력 계열이었기에…

나는 놈의 마력석이 [잊혀진 아룡의 석판]에 들어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신청하려 했는데…’

팀 파견 보상은 대체로 클랜 지시에 따라 자동 분배된다.

기여도만큼 정산되어 현금으로 지급될 때도 있고, 각종 아이템이나 마력석으로 지급될 때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의 나나 강주연의 케이스처럼, 공을 많이 세운 클랜원의 경우엔 직접 원하는 보상을 신청할 수도 있다.

그 신청 내역을 취합하는 건 팀장급 인사.

그래서 권오준을 만나 마력석 보상을 신청하려 했는데…

어제 야근 후 휴식을 취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내 말에 신유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따가 점심 되기 전에 일어나실걸? 어제 파견 갔던 전 인원, 마스터와 면담 준비돼 있거든.”

“뭐? 파견 전 인원?”

처음 듣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갑자기 마스터와의 면담이라니.

게다가 파견 전 인원이면, 나도 면담한다는 거잖아?

“응. 이번 던전 난이도가 우리 팀의 역량을 넘어서는 수준이기도 했고, 스파이와 빌런 클랜 난입 같은 파견 외 변수도 많았던 작전이라… 마스터께서 직접 면담하시고 추가 보상 주신대.”

마스터와의 면담 후 추가 보상을 지급한다.

즉, 마력석 보상을 마스터에게 바로 신청할 수 있다는 뜻.

나는 다시 신유나에게 물었다.

“그거 언제 하는 건데? 오후에 하는 거야?”

“아니, 지금 바로 하고 있어. 지금은 김성철 홀더님 차례. 아마 곧 있으면 네 차례도 올걸.”

…바로 하고 있다고?

아니, 무슨.

면담을 출근하자마자 시작해.

신유나의 말에 내 표정이 어이없다는 듯 물들었지만.

그녀의 말이 씨가 됐을까.

띠리리리-

띠리리-

곧바로 내 자리에 있던 내선 전화가 울렸다.

인턴으로 클랜에 입단 후.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던 내선 전화였다.

나는 잠시 신유나와 눈을 맞추다가…

조심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네, 사냥 5팀 클랜원 도재현입니다.”

-클랜 마스터 비서실입니다. 도재현 홀더, 10분 뒤 마스터와의 면담 있으니 클랜 타워 37층으로 올라오시기 바랍니다.

전화 내용은 깔끔했다.

비서는 그 한마디를 통보한 후, 곧장 전화를 끊었다.

신유나가 말했던 대로.

김성철 다음 차례는 바로 나였다.

나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침을 삼켰다.

어제 인왕산 필드에서야 처음 얼굴을 본 클랜 마스터.

강우현과의 첫 개인 면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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