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82화 (82/353)

EP.82 A급 때려잡는 C급 (2)

쿠우웅! 콰아아-!!

굉음과 함께 던전이 울린다.

[파워 브레이크]는 맞닿은 지면에 커다란 충격을 줘, 일정 거리의 대지를 모조리 흔드는 스킬이다.

동굴로 구성된 아카데미 지하 던전은 그 충격을 버티지 못했다.

천장에 자리한 갖가지 종유석이 쏟아지듯 떨어졌고, 동굴 내 밑부분은 파르르 진동하더니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강렬하게 흔들렸다.

키에, 키에에!!

날아들던 도마뱀들도 괴성을 지르며 균형을 잃었다.

스킬을 시전한 나조차 버거울 정도로 강한 진동인데, 공중에서 날아드는 놈들의 몸이 성할 리 없었다.

‘와… 에픽룬 파생스킬답네.’

이 정도면 거의 궁극스킬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효과는 엄청났다.

시즐링 샐러맨더와 톡신 이구아나.

지면과 공중을 통해 동시에 내게 공격을 가하던 녀석들은, 거대한 땅의 울림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거기에 멀리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듯 보이던 다른 괴수들도, 조금씩은 [파워 브레이크]에 휘말리는 게 보였다.

이게 6레벨의 에픽룬 파생스킬이 보유한 파괴력.

하루라는 긴 쿨타임 대신, 위력만큼은 비할 데가 없었다.

게다가…

“스킬만 못 쓰는 거잖아.”

하루의 쿨타임은 스킬 대기시간일 뿐이다.

[갈라진 대지의 정원]의 능력은 여전히 활용할 수 있다.

[파워 브레이크]처럼 이 정도의 파동을 지면에 일으킬 순 없겠지만, 룬의 능력을 사용하면 땅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었다.

내가 발 디딘 곳의 대부분이 땅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이는 내 전투에 크게 도움이 되고 얼마든 활용 가능한 룬이었다.

키에에에!!

키, 키이이….

도마뱀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져갔다.

[파워 브레이크]로 균형을 잃고 정신을 못 차리는 괴수들.

나는 놈들에게 질주하듯 달려간 후.

[참회자의 검]으로 하나하나 친절하게 검격을 먹여줬다.

능력치가 부족해 물리 공격만으론 효과적 타격이 힘들어, 검 끝에 [이글거리는 불꽃]을 끌어올리는 건 덤이었다.

“와… 이거 뭐냐, 진짜?”

도마뱀들을 쓰러뜨려가며 감탄을 멈출 수 없었다.

전투가 쉽다.

쉬워도 너무 쉬웠다.

어중이떠중이 괴수들이 아니다.

능력치와 룬에서 부족함이 없는 B급 괴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위압]이 적용되지 않는…

아직까진 능력치가 나보다 대부분 높은 괴수들.

아무리 내가 강해졌다곤 해도, 열 마리가 넘는 B급 괴수들을 홀로 사냥하는 건 본래라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거의 1인 파티가 돼버렸는데.”

하지만 그게 너무도 쉽게 가능해진 건.

점점 폭을 넓히는 내 룬들의 다양성에 있었다.

전투 구도를 바꾸고 강렬한 파괴력을 보이는 마력룬들.

앞선의 탱킹력과 물리 공격의 효율성을 높이는 무기룬들.

암살 계열 룬이나 신성 계열 룬…

그 외에 전투에 도움을 주는 각종 보조 룬들까지.

파티가 분담해서 맡아야 할 능력과 역할들을, 나 혼자서 보유한 채 가감 없이 활용하고 있었다.

비상식적인 솔플 사냥의 핵심적인 이유였다.

키에에에-!!

문득 [파워 브레이크]에 휩쓸린 도마뱀 중.

어렵사리 균형을 잡는데 성공한 시즐링 샐러맨더 하나가, 강렬한 불길을 일으켜 내게 날렸다.

이제는 내게도 자주 활용되는 마력룬이자…

시즐링 샐러맨더의 주력룬인 [이글거리는 불꽃]이었다.

나는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마주한 녀석의 불 공격이 반가웠다.

“근데 이제 불꽃은 간지러워.”

불내성 능력치는 꾸준하게 성장해 어느덧 8에 도달했다.

게다가 7레벨인 [도마뱀의 비늘], 5레벨의 [육탄방어].

굳이 방패를 사용하지 않아도, 방어를 보조해 줄 두 룬들이 내게 적절히 자리 잡고 있었다.

“…거기에 하나 더 있지.”

룬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던전에 오기 직전 확인했던 아이템 정보를 떠올렸다.

<아이템 정보>

◎이름: 그을린 도마뱀 가죽갑옷

◎종류: 갑옷

◎등급: 레어(Rare)

◎내구도: 정상

◎제작자: 최유민

◎특수효과

: 내구+2 <내성 활성 시, 불내성+2>

: 불 계열 마력 공격을 당할 경우, 피해가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내구도가 깎이지는 않는다. 계속되는 불길에 의해 가죽이 그을리기만 할 뿐, 갑옷은 망가지지 않는다.

◎세부정보

: 시즐링 샐러맨더의 가죽으로 제작된 경갑. 깊이 있는 야금술로 만들어졌으며, 시즐링 샐러맨더의 타오르는 특성이 가미돼 살짝 그을린 형태로 완성되었다. 수수한 외관이지만, 탄탄한 내구도와 가벼운 무게를 자랑한다.

어제 강주연과의 식사가 끝난 후.

최유민이 전해줄 게 있다며 만나 건네줬던 갑옷이다.

당연히 이를 받고 나서 깜짝 놀랐다.

벌써 ‘레어급’ 아이템을 제작하다니.

못 본 새에 얼마나 룬을 성장시킨 거야?

[철혈의 야장]은 야금 계열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에픽룬.

이 룬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는 건, 그만큼 최유민이 고위 대장장이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걸 의미했다.

최유민은 처음으로 레어급 제작에 성공한 이 기념비적인 아이템을, 내게 ‘계약 장비’라며 무료로 건네줬다.

난 정식으로 값을 치르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한사코 거절했다.

-네 덕분에 만들 수 있었던 아이템이야! 그러니까 이건 내 선물.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한테도… 네 도움에 보답할 수 있게 기회를 줘.

최유민은 실력처럼 인성도 훌륭한 홀더였다.

똑같은 말을 해도 어쩜 그리 예쁘게 말할까.

솔직히 월 2억은 훗날 그녀의 명성을 생각하면 헐값에 가까운 돈인데… 그녀가 가장 필요할 때 주어진 투자금이, 어지간히 고마운 모양이었다.

그쯤 되니 나도 더는 그녀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게 오늘 전투에 곧장 착용한 갑옷이 이 갑옷.

[그을린 도마뱀 가죽갑옷].

[참회자의 검]과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

두 아이템에 이어, 세 번째 레어급 이상 아이템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키에에-!!

키, 키이잇…!!

불내성과 방어룬, 갑옷의 힘으로 쉽게 불 공격을 막은 후.

중간부에서의 전투는 쉬지 않고 계속됐다.

또다시 10마리가 넘어가는 B급 괴수들.

나는 멈추지 않고 이들의 몰이 사냥을 이어갔다.

스스, 스스스…

우우웅-

쏴아아-!!

이번엔 [소용돌이를 삼킨 파도]의 활용이다.

동굴의 형태이기에 지면 곳곳에 웅덩이처럼 고여있는 물.

그 물을 솟구치게 만들어…

사방을 덮을 거대한 파도로 변형시켰다.

룬의 파생스킬인 [뉴 웨이브]의 발현이었다.

‘확실히 더 능숙해졌어.’

[뉴 웨이브]는 저번 박진우와의 대련에서 써 본 적이 있다.

획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사용했던 스킬.

당시엔 박진우의 재빠른 속력만으로 손쉽게 피할 정도로 파도의 조종이 미숙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능숙해졌다.

혼자 있을 때 틈틈이 룬 활용을 시도했더니, 이제는 꽤 써먹을 만할 정도로 숙련도가 올라와 있었다.

부르, 부르르-

그르르르-

동굴 안을 뒤엎을 정도로 가득 찬 파도의 수량.

사실 이것만으로 도마뱀들에게 타격을 줄 순 없었다.

도마뱀 괴수들은 물 계열 마력 공격에 거의 피해를 입지 않는다.

“물 만난 물고기들 같네.”

[수중호흡] 때문이다.

C급인 리자드맨을 비롯해 B급인 도마뱀 계열 괴수들은 전부 [수중호흡] 룬을 지니고 있었고, 이는 물 안에서도 녀석들의 전투력이 크게 깎이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

오히려 톡신 이구아나처럼 속력 높은 괴수들은, 물 속에서 더 잘 싸울지도 모른다.

“새끼들, 이것도 같이 먹어봐라.”

그래서 나는 바로 연계할 추가타를 계획했다.

[침투하는 뇌기].

일렉트로포러스를 사냥하며 획득했던 번개 계열의 속성 마력 룬.

이를 활용해 양손으로 든 검에 전기를 일으켰다.

[뉴 웨이브]로 동굴 안을 가득 채운 파도와 그를 타고 격렬하게 이어지는 번개.

파, 파츠츠-

츠츠츠츳-!!

어마어마한 양의 과다 전류가 도마뱀들을 덮쳤다.

놈들은 물을 타고 더 강렬해진 번개를 버티지 못하며 그대로 감전되어갔다.

[뉴 웨이브]의 시전 시간이 끝나고, 주변의 모든 괴수들이 노릇노릇한 시체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나는 그 광격을 눈에 담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건 뭐… 성능들이 너무 좋은데.”

이번 던전 탐험은 뱀이 뒤덮은 숲 공략 이후, 그를 통해 얻었던 보상들을 확인하고자 했던 사냥이다.

아이템으로는 [참회자의 검]과 [그을린 도마뱀 가죽갑옷].

룬으로는 [갈라진 대지의 정원], [침투하는 뇌기], [은신] 등 총 7개의 추가룬.

그들의 성능과 성장한 스스로의 실력을 점검하고자 했었는데… 이건 뭐 전투의 구도 자체가 월등히 수월해져 점검이 쉽지 않았다.

물론, 이는 내가 도마뱀 괴수들을 지겹도록 많이 상대해봤고, 이 지하 던전의 구조와 매커니즘을 잘 알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벌써 두 자릿수에 가까워지는 공략 시도니까.

“실험을 다른 던전에서 해야 했나.”

그런 웃지 못할 고민이 들 정도였다.

어쨌든 그렇게 B급의 도마뱀들을 차곡차곡 쓰러뜨리며, 던전의 중간부를 남김없이 공략하다 보니…

어느덧 보스룸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이게 진짜 혼자서 되긴 하는구나.”

보스룸 앞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감탄했다.

아카데미 지하 던전의 중간부를 모두 공략하고 보스룸 앞까지 도달한 건, 최초 공략 때 동기 다섯 명으로 구성됐던 파티 사냥을 제외하곤 처음이다.

김채은과 둘이서 사냥할 때도 여기까지는 못 왔었다.

새삼 스스로 얼마나 많은 성장을 이뤘는지 체감이 된다.

“그럼…”

[전투치유]로 지금껏 사냥으로 입은 잔 상처들을 치료했다.

그리곤 잠깐의 정비 시간을 가진 후…

나는 조심스럽게 보스룸의 문을 열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찾아오는, 도마뱀 소굴의 마지막이었다.

[보스 룸에 입장하셨습니다.]

[레드 드레이크의 맹렬한 기운이 맴돌고 있습니다. 홀더의 속력이 저하합니다.]

눈앞에 나타난 정보창.

그리고 보스룸 중앙에 당당하게 자리한…

붉은색 갈기의 드레이크.

…붉은색?

뭐야, 붉은색이라고?

“…그리즐리 드레이크가 아니네?”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보스 괴수를 바라봤다.

오랜만에 찾아온 보스룸엔.

기존과 다른 개체의 보스 괴수가 자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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