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01화 (101/353)

EP.101 개강 준비 (3)

<수강신청 목록> (도재현 / 상급반 / 1-2)

[소검의 활용과 검법] (유은설)

[양손검의 이해] (탁원호)

[한손검과 방패 활용] (임현)

[맛있게 맞는 법] (George Malphite/외국어100%)

[마력제어의 응용] (정선영)

[부산물 채취] (김광부)

수강신청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나는 계획했던 모든 강의를 원하는 시간대로 맞춰 신청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이번 학기에 김명현 교수의 강의는 들을 수 없었다.

김명현 교수는 1학기엔 1학년의 강의를 개설하고, 2학기엔 2학년 쪽 강의를 개설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탁원호 교수 강의 하나는 건질 수 있었고, 또 김명현 교수는 전속 제자로서 언제든 배울 수 있으니 기회는 많았다.

특히 두 교수는 원래 중급반에서만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번 학기 들어서 상급반으로 반을 옮기셨다.

덕분에 반에 관계없이 수강을 신청할 수 있었다.

‘새로 부임한 교수들 강의도….’

유은설이 아카데미로 오자, 그런 그녀를 따라 아카데미로 부임하는 강사나 교수도 상당히 많았다.

그 중엔 내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

전사 계열의 임현과 마법사 계열의 정선영.

스월 레비아탄을 사냥할 때, 리더와 주력 딜러를 맡았던 A급 홀더들.

무소속 홀더로 나름 이름을 알리던 그들이기에, 첫 강의 개설인데도 인기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정선영은 빙결 쪽 전공과목과 더불어 공통과목인 <마력제어의 응용>을 개설해줬고, 임현은 양손검이 주력 무기임에도 <한손검과 방패 활용>을 개설했다.

나는 매력적인 두 강의 모두, 수강에 성공할 수 있었다.

‘제일 중요한 강의도 성공했고.’

골칫덩어리였던 <소검의 활용과 검법>.

이건 유은설의 전화 한 방에 여석이 뚫렸다.

조교가 여석을 열고, 타이밍을 맞추니 바로 신청 완료.

역시 세계관이 바뀌어도 한국은 인맥 사회인 걸까.

든든한 S급 홀더가 백으로 있으니 거리낄 게 없었다.

“아으- 뭔 자리가 하나도 없냐….”

옆자리에선 박진우가 머리를 감싸 매고 있었다.

아까완 정반대 상황이다.

수강예약을 안 해놓았던 박진우는, 도무지 들을 만한 강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한껏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닥쳐봐.”

“큭큭.”

아까 날 그렇게 놀리더니, 꼴 좋다.

낄낄대며 웃다가, 녀석의 화면에 흘깃 시선을 옮겼다.

“무슨 강의 찾는데.”

“마력제어 쪽 공통과목. 아오, 전공과목은 자리 널널한데, 공통과목은 왜 이렇게 자리가 없냐.”

“말 그대로 공통이니까 그렇지. 상급반 애들이 전공과목은 잘 신경 안 쓰는데, 공통과목은 신경 써서 고른다더라. 상급반은 오히려 공통과목 쪽을 더 잘 가르친대.”

박진우는 이번 학기에 상급반으로 승급했다.

원작보다 한 학기 빠른 승급이었지만, 이젠 나비효과를 하도 경험해서 이 정도 비틀림은 놀랍지도 않다.

박진우뿐만이 아니다.

나 역시 상급반으로 승급을 마친 상황이고, 안도권 사건으로 결정이 보류됐던 김채은도 재시험을 통해 상급반으로 승급했다.

상급반 최하위 홀더들의 실력이 C급 수준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우리 셋의 승급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옆에서 계속 깐족거리며 말을 덧붙이자, 박진우가 인상을 확 찌푸렸다.

“누가 보면 아주 시작부터 상급반이었던 줄 알겠다?”

“들은 거 말해준 건데 삐딱한 거 보소. 이래서 수강신청 실패한 애들은 안 돼.”

“누구한테 들었는데.”

“강주연이랑 문가은. 특히 문가은이 상급반치고 이런 쪽으론 빠삭하잖아.”

“너 뭐, 걔들이랑 사귀냐?”

“이 새끼는 뭐만 하면 사귄대.”

가만 보면 박진우가 제일 악질이다.

나는 그에게서 마우스를 뺏으며 말했다.

“줘 봐, 내가 찾아볼게. 아마 너보단 잘 알 거다.”

“맘대로 해라. 어차피 망한 거.”

박진우가 찾으려던 강의는 <마력제어의 응용>.

1학기 때 들었던 <마력제어의 기초>의 심화 강의다.

공통과목 중에서도 꽤 인기 강의로 유명 교수들이 개설한 건 모두 여석이 끝난 상황이었다.

딸깍- 딸각-

마우스 휠을 내리며 천천히 둘러봤지만 괜찮은 교수의 강의가 없었다.

전부 다 강의의 질이 떨어지거나, 과제 및 시험 등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악질 교수들.

아무리 아카데미 교수진의 수준이 낮다지만, 이런 교수들의 강의는 정말 안 듣느니만 못했다.

그렇게 쭉쭉 강의를 확인하고 있던 중.

“…어?”

나는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공통과목 강의의 담당 교수.

그건 개설 강의의 강사로 있어서는 안 될, 낯설기 짝이 없는 이름이었다.

[마력제어의 응용] (차수연)

<빌런> 내 아카데미 지부의 지부장.

중후반부 ‘아카데미 습격 사건’ 당시, 학생 홀더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사이코패스.

중력의 지배자, 차수연이 담당 교수로 있었다.

‘이 여자가 지금 왜…?’

차수연은 지금 등장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주연들이 2학년에 진학하고 본격적으로 극이 중반부에 들어서야 모습을 드러내는 인물인데, 벌써 등장을…

그것도 아카데미 강사로 취임하며 나타나니, 황당함 그 자체였다.

유은설의 아카데미 강사 취임.

태풍의 눈과도 같던 이 일은, 다른 무소속 홀더들을 넘어 <빌런>의 작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이었다.

차수연의 강의에서 내가 멈칫하자, 멀뚱멀뚱 이를 보고 있던 박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건 누구냐? 차수연? 오우, 여석 남네. 이 사람으로 신청해야겠다.”

“안 돼!!”

미친 새끼.

큰일 날 소리를.

깜짝 놀라 소리치자, PC방 내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집중됐다.

박진우도 놀라 몸을 들썩이며 말했다.

“깜짝이야.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차수연은 절대 안 돼. 다른 교수로 찾자.”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소리를 질러. 그리고 이유를 말해줘야…”

“아무튼 안 돼!!”

“오우, 씨. 알았다, 알았어. 신청 안 할게. 안 하면 되잖아.”

박진우가 백기를 들며 다른 강의를 찾았다.

<빌런>에서 무슨 계획을 세우고 차수연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기 전까지 그녀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차수연은 그만큼 위험한 여자였다.

* * *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개강까지 남았던 2주는 어느새 금세 흘러 있었고, 두 달이 넘는 긴 방학도 드디어 끝이 났다.

짝짝짝짝-

휘이익-

그와 동시에, 내 <불의 심판> 인턴도 끝이 났다.

출근의 마지막 날.

사냥 5팀 인원들은 가볍게 케이크를 준비하며 내 마지막을 격려해줬다.

“고생 많았다, 도재현. 함께 한 시간이 짧긴 했지만, 나름 뜻 깊은 시간이 됐을 거라 믿는다.”

“도재현! 졸업하면 불의 심판으로 오는 거지?”

“흐응- 이젠 인턴 씨가 아니라, 재현 씨네요?”

인턴으로 들어오고 두 달.

첫날부터 뱀이 뒤덮은 숲이라는 대형 던전 공략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클랜 활동에 발을 내딛었고, 이후 팀원들과 빠르게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이어졌던 다양한 클랜 내 업무.

이론적으로도 얻어간 게 많았고, 실전에서도 선배들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

나름 정도 들었고 팀 내 업무도 훨씬 익숙해졌는데…

이렇게 그만두게 되니, 내심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래도 헤어질 땐 깔끔히 헤어져야 하는 법.

나는 고개를 숙이며 팀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들 덕분에 배운 게 정말 많았습니다. 나중에 불의 심판에 또 오게 될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오게 되면 꼭 사냥 5팀으로 지원할게요.”

사실 강주연에게 정식 영입 제안을 받긴 했었다.

<불의 심판> 퇴단 1주일을 남겨놓은 주말.

함께 식사하며 강주연은 넌지시 이야기를 꺼냈다.

-혹시 괜찮다면, 불의 심판… 정식으로 들어올 생각 있어?

생각보다 늦게 들은 제안이었다.

몇 번이나 제안하고 싶었을 텐데, 중대하기 짝이 없는 이 이야기를 인턴 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주에 와서야 했다니…

강주연이 날 많이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게 느껴졌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내 대답은 결국 거절이었다.

<불의 심판>은 정말 좋은 클랜이다.

국내 3대 대형 클랜에, 이제는 꽤 친해진 강주연, 그리고 함께 사냥을 나섰던 가까운 동료들이 있는 클랜.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가고 싶어하는 홀더들의 워너비 클랜이다.

굳이 한 클랜을 골라 들어가야 한다면.

그건 고민의 여지 없이 <불의 심판>일 게 분명했다.

‘아직은 시간이 많으니까.’

하지만 당장은 특정 클랜에 소속될 생각 자체가 없었다.

졸업까지 2년도 더 넘게 남기도 했고, 그 안에 펼쳐질 원작의 사건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클랜 가입을 결정하고, 미래를 확정 지을 여유가 없었다.

또 설령 지금은 클랜에 가입하고 싶더라도, 2년 뒤 내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그래서 나는 정중하게 강주연의 제안을 거절했고, 언제든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내 인사를 듣던 이수미가 눈을 흘겼다.

“흐응- 인턴 씨는 마지막까지 빈말을 잘하는구나?”

“…빈말 아닙니다.”

“그럼 립서비스.”

“그게 그거잖아요….”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날 괴롭히고 싶을까.

참 장난기 많은 선배였다.

어쨌든 <불의 심판>에서의 마지막 업무까지 마친 후.

나는 본격적으로 개강을 준비할 수 있었다.

주말이 지나면 이제 정말 개강.

새로운 교수진과 예상치 못한 전개가 기다리는 새 학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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