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06화 (106/353)

EP.106 변화와 대비 (2)

“일전에 미리 도재현 홀더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모두 읽어봤었어요.”

유은설이 가볍게 말문을 열었다.

“암살자 계열로 입학했지만, 전사 계열로서의 자질에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이며 전사 쪽으로 성장한 멀티 홀더. 그리고 1학년 홀더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학생 홀더. 그렇게 적혀있었죠.”

직접 들으니 살짝 부끄럽지만,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내 능력이 주로 전사 계열 쪽에 치중되어 있기도 하고, 아마 1학년 홀더 중 나보다 성장이 빠른 학생은 없을 것이었다.

[룬 사냥꾼]과 [구도자의 땀방울].

한정적이지만 [소용돌이를 삼킨 파도]까지.

새로운 능력 획득이나 기존 능력의 성장과 관련된 룬이 워낙 많은 탓에, 남들과 비교가 힘들 정도의 성장 속도긴 했다.

유은설은 살짝 눈을 뜨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제가 던전을 함께 공략할 때 봤던 바로는… 마법사 계열의 능력도 지닌 다재능 멀티홀더로 보이던데, 맞나요?”

“네, 맞습니다.”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미 내가 불이나 번개 등의 속성 마력룬들을 활용할 줄 안다는 건, <불의 심판>을 비롯한 많은 단체나 개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력제어]에서의 배열이나 발현 등을 배우지 않아 일반 마법사 계열처럼 스킬을 뻥뻥 쓸 수는 없어도, 적당히 해당 속성을 사용할 수는 있었고 그 원류가 마법사 계열인 것도 맞았다.

‘능력들이 3분할 되어있지.’

탱킹이 필요할 땐 한손검과 방패를, 물리 공격이 필요할 땐 양손검을, 마력 공격이 필요할 땐 속성 마력룬들을.

내 전투 방식은 이런 식으로 딱딱 나누어져 있었다.

사냥에서 솔플을 함에 있어, 가장 높은 효율을 고려해 구성된 방식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읽었을 때도, 실전에서 직접 도재현 홀더를 봤을 때도. 입학 당시 배정되었다던 암살자 계열 능력을 활용하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마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투척술 정도일까요.”

구구절절 옳은 말이었다.

내 허리춤에 트레이드 마크처럼 걸린 네 자루의 단검.

양손검과 더불어 내 상시 보유 무기 중 하나지만, 내가 이를 활용할 때는 투척술… 정확히는 파생스킬인 [쿼터 나이프]를 쓸 때 말곤 없다.

암습이나 선공을 가할 때 효과적인 [쿼터 나이프].

하지만 쿨타임이있기에 한 번 쓰고 나면 한동안 활용하지 못한다.

자주 쓴다고 하는 ‘투척술’조차, 다양한 내 전투 방식 중 하나의 옵션에 불과한 것이다.

“적당한 공격력만 갖춰진다면, 암살자 계열에게 무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어디까지나 보편적인 수준의 무기는 필요해요. 그리고 그건 대부분 경우에, 단검 혹은 소검이죠.”

“아….”

요약하자면 유은설은 내게 이렇게 지적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 암살자 계열이면서 왜 투척술밖에 안 쓰니?

하지만 억울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많다.

‘공통룬이 없는데 어떻게 써요….’

말이 암살자 계열이지, 솔직히 난 [단검] 하나만 보유하던 반쪽짜리 암살자였다.

암살자 계열의 대표적인 공통룬으론 [은신], [민첩성], [약점 파악] 등이 있다.

암살자 계열의 기습과 타격을 보조하는 핵심 공통룬들.

[마력증폭] 룬 하나만으로도 마법사 계열의 힘이 대폭 증가하듯, 암살자 계열 역시 이러한 보조룬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게 아닌 상태에서, 단검이나 소검을 쓰는 건 시간 낭비.

오히려 당시 [파상검법]과 [유수검법]을 익히며, 탄력이 붙었던 전사 계열 쪽 힘을 키우는 게 더 효과적이었다.

‘지금은 다르지.’

하지만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아무 기반도 없던 전과 달리, 지금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다.

일렉트로포러스를 사냥하며 얻었던 [은신]은 어느새 7레벨에 다다르고 있었고, 보법류 룬 역시 [민첩성]은 물론 그보다 상위호환인 [날렵한 몸놀림]까지 보유했다.

아직 획득하지 못한 다른 공통룬도 있었지만, 이 정도 보조만 해도 충분히 암살자 계열 힘을 다룰 만했다.

유은설은 문득 품에서 소검 두 자루를 꺼내며 말했다.

“저는 그 이유가 무공룬을 익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요.”

“무공룬….”

“네. 단순히 단검 룬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단검을 다루는 검법 관련 룬을 보유하는 건, 활용도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불러오니까요.”

탁-

유은설이 품에서 꺼낸 소검 두 자루를 내게 던졌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들의 손잡이를 잡아챘다.

“도재현 홀더, 매화검법에 대해 들어봤나요?”

“예. 중국 쪽에서 자주 쓰이는 무공룬 아닌가요?”

중국은 예전부터 무술과 관련된 역사나 전설이 깊은 탓에, 관련 무공들도 룬으로 등록되는 경우가 많았다.

[매화검법] 역시 마찬가지.

무협 소설 등에 자주 나오는 ‘화산파’.

그들의 대표적인 무공 중 하나였다.

“맞아요. 정확한 명칭은 이십사수매화검법. 하지만 한국으로 넘어오고, 암살자 계열들이 소검으로 이 검법을 활용하면서 하위호환 격인 검법이 파생됐죠. 그게 바로 매화검법이에요.”

그런 역사까지는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유은설이 이 이야기를 왜 꺼내는지는 알 수 있었다.

“혹시…”

“네. 도재현 홀더에게 이번 학기 동안, 이 매화검법을 가르칠 거예요.”

내가 배우게 될 단검 혹은 소검의 검법룬.

그게 바로 [매화검법]인 모양이었다.

에픽룬인 [설중매화]를 배우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건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유은설 역시 자신의 핵심 주력룬을 쉽게 가르쳐줄 리도 없었다.

“그럼 시작할게요. 소검을 들어요.”

유은설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10분 뒤 바로 깨달았다.

그 얕은 미소가, 악마의 미소라는 걸.

* * *

나는 허리와 어깨를 두드리며 아카데미를 걸었다.

“아우, 삭신이야….”

오랜만에 온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극한까지 몸을 몰아붙여 수업을 받은 결과다.

솔직히 내구 능력치와 [단단한 지구력] 덕에 실제로 몸에 근육통이 오는 건 아니지만, 끝도 없이 몰아치다 보니 정신적으로 괜히 그런 느낌이 든다.

유은설의 강의는 그만큼 지독했다.

“후우….”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화검법] 룬은 오늘 획득하지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무리 하위호환으로 파생된 룬이라곤 하지만, 무공룬이라는 게 하루 깔짝 배운다고 그리 쉽게 익혀지는 게 아니다.

양손검 쪽 무공룬인 [파상검법]과 [유수검법]을 익힐 때도 꽤 시간이 걸렸었다.

“그래도 얻은 게 없진 않지.”

S급 홀더의 전담 수업 효과는 엄청났다.

쉴 새 없이 휘몰아쳤던 유은설의 일대일 지도.

그 힘든 수업을 모두 받고 나니, 단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게 느껴졌다.

일대일로 배우기에 단순히 교육 자체도 훨씬 수월한 편이지만, 자세 교정이나 지적 부분에선 더 빛이 난다.

내가 모르는 부분 혹은 막히는 부분에서 바로바로 그녀의 피드백이 들어오고… 그에 따라 굳이 부딪혀볼 필요 없이, 고쳐야 할 부분들이 곧장 수정된다.

때문에 강의실에 앉아 다대일 강의를 들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룬 레벨까지 올랐고.”

훈련이나 교육만으로 룬 레벨이 오른 건 상당히 오랜만인 것 같다.

오늘 수업으로 단검 숙련도를 대폭 늘렸고, 그로 인해 [무술의 달인] 룬 레벨이 올랐다.

거기에 [계단 베기]라는 파생스킬까지 획득했는데…

<스킬 정보>

◎이름: 계단 베기

◎파생 룬: 무술의 달인

◎대기시간: 30분

◎사용조건: 단검을 역수로 쥐고 있어야 함.

◎사용효과

: 역수로 쥔 두 자루의 단검을, 계단 타듯 빠르게 올라가며 휘두른다. 계단을 탄 첫 번째 베기와 도착한 마지막 베기에 강렬한 마력을 담을 수 있다.

설명을 읽어 보니 상당히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일전에 <불의 심판> 사냥 5팀 클랜원이었던 암살자 계열, 최동욱이 일렉트로포러스를 사냥할 때 보여주던 소검술.

스킬 설명을 읽자마자, 당시 최동욱의 움직임이 연상됐다.

아마 그때 최동욱이 쓴 스킬이 [계단 베기]인 모양이었다.

[연격]처럼 무기를 쓸 때 움직임을 보조하는 실전형 스킬이자, [쿼터 나이프]처럼 물리 공격에 마력을 담는 복합형 스킬.

상당히 괜찮아 보이는 직접 전투 스킬이었다.

“아. 다 왔네.”

오늘 배운 것들을 정리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전사 계열 A관 301

[개인 교수실 - 김명현]

김명현 교수의 교수실.

그의 전속 제자가 된 이후로 질리도록 자주 찾아왔던 교수실이지만, 오늘은 찾아온 목적이 달랐다.

전담 수업을 하는 날도 아니고, 이번 학기엔 강의가 개설되지 않아 그와 관련된 방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나는 천천히 교수실의 문을 두드렸다.

-똑똑

“네. 들어오시죠.”

부드러운 김명현 교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에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김명현 교수가 차를 준비하며 앉아있었다.

그는 소파에 앉을 걸 권하며 물었다.

“카페모카 괜찮나요? 내 취향대로 샀는데.”

“저도 단 거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한다.

달달한 거라면 환장하는 사람이라.

탁원호 교수와 차를 마실 때면 항상 쓰디쓴 에스프레소를 먹느라 고역인데, 김명현 교수와는 단 걸 좋아하는 입맛이 맞아 다행이었다.

후릅-

자리에 앉아 차분히 카페모카를 한 모금 들이켰다.

김명현 교수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우리가 개강하고는 처음 보는 건가요?”

“예. 저번 방학 때 궁극스킬 관련해서 뵌 이후로 뵌 적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 맞아요, 그랬죠. 그때 유수활검을 익혀왔다고 했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빠른 속도긴 했다.

학기 말 평가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할 때 쯤.

그때 처음으로 김명현 교수에게 [유수활검]에 대한 교육을 받았었는데…

그걸 방학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익혀버렸으니.

김명현 교수 역시 쉽게 이를 믿지 못했었고, 때문에 언제 한번 그의 앞에서 [유수활검]을 시전했던 게 기억난다.

평온하던 그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어가던…

김명현 교수의 그 표정은 아직도 쉽게 잊히지 않았다.

“오랜만에 봐서 하고 싶은 얘기가 많긴 한데…”

말끝을 흐린 김명현 교수가 잠깐 달력을 봤다.

그리고 이내 다시 나를 봤다.

“어차피 모레면 시간은 많으니까요.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네.”

매주 목요일은 김명현 교수에게 전담 수업을 받는 날이다.

오늘은 화요일.

이틀만 지나면 회포를 풀 시간은 많았다.

오늘은 수업과 별개의 문제로 찾아왔기에…

그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

김명현 교수는 다시 한번 커피를 마신 후.

한껏 진중해진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써클을… 새로 만들고 싶다구요?”

전담 수업도 아닌 오늘.

내가 김명현 교수를 찾아온 진짜 이유.

그 내용에 대해…

김명현 교수가 먼저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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