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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12화 (112/353)

김도윤은 B급의 실력을 지닌 홀더다.

원작에서 그의 실력과 지금이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는 몰라도, 작중에선 상급반 전사 계열 어느 홀더에게도 밀리지 않을 실력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학기 말 평가 때 일을 저질렀던 안도권과 비슷한 수준.

그런 그가.

전력을 다해 문가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광폭화 포션]으로 능력치까지 펌핑한 채.

기세로 보나, 겉모습으로 보나…

돌격류 룬을 활용한 [무자비한 돌격]이 틀림없었다.

‘개새끼가….’

분노가 살짝 끌어 올랐다.

녀석의 의도는 뻔하다.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우선 원거리 계열부터 처치하고 내게 공격할 심산이겠지.

어쩌면 여자를 살인할 때 쾌락을 느끼는 녀석의 사이코 같은 본성이, 자연히 몸을 이끈 것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간에…

저 개새끼로부터 문가은을 구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마력은 안 돼.’

이미 김도윤이 몸을 움직인 시점에서 마력을 사용하는 건 늦었다.

마력은 배열이나 발현은 물론, 감응만 하더라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괜히 마법사 계열 홀더들의 공격 준비가 오래 걸리는 게 아니다.

[갈라진 대지의 정원]이나 [침투하는 뇌기] 등으로 녀석을 저지하기엔, 골든 타임이 너무 가까워져 있었다.

‘방법은 세 개.’

하나는 [위압]의 [선전포고].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상태 이상 스킬이자, 안도권 사건 때도 톡톡히 제값을 했던 스킬.

하지만 여기엔 한 가지 단점이 있다.

만약 상대의 정신 수치가 높으면, ‘공포’가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안도권 때는 그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시간이 너무 촉박했기에 이를 사용했었지만…

또다시 상대의 정신 수치가 낮을 거라 기대하는 건 너무 운에 기대는 방식이었다.

‘방패도 안 돼.’

방패를 들고 녀석의 돌격을 막아서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이게 위험하다는 사실은, 이미 ‘레드 드레이크’를 사냥하며 경험한 바 있다.

당시 나는 공격을 막아내긴 했어도, 온몸이 너덜너덜해지며 빈사 상태가 됐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막고 반격을 할 순 있겠지만, 아마 그렇게 되면 문가은이 위험해질 것이다.

정면에서 [무자비한 돌격]을 막아내는 건, 아무리 방어 관련 능력이 좋아도 무모한 짓이었다.

“흐읍…!!”

그럼 남은 방법은 하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돌격에는 돌격으로 맞서는 것.

먼저 돌격을 시작한 김도윤에겐 가속력에서 훨씬 부족하겠지만, 레어룬인 [분노의 질주]라면 어느 정도 이를 커버할 수 있었다.

나는 [분노의 질주]와 [무자비한 돌격]을 동시에 활용했다.

“으아아아-!!”

파아앗-!!

괴성을 내지르며 지척까지 다가온 김도윤.

나 역시 그를 향해 달려가며 서로 맞부딪혔다.

[무자비한 돌격]과 [무자비한 돌격]이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정답은 ‘돌격이 끝난다’다.

방패를 들어 막아서든, 맞돌격으로 막아서든…

돌격류 룬은 방해물 혹은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돌격의 보조를 멈춘다.

하지만 [무자비한 돌격]의 효과마저 상쇄되는 건 아니다.

보유한 근력의 두 배로 상대를 가격하는 특수효과.

이 효과가 서로 부딪히게 되고, 결과는 해당 근력 수치가 낮은 쪽이 그 차이만큼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는다.

A급 괴수 레드 드레이크를 상대할 때, 이 방법을 쓸 수 없던 이유였다.

“끄읍…!!”

나는 곧바로 [단단해지기]를 활용했다.

‘광폭화 포션’으로 펌핑된 상태에서 두 배가 된 김도윤의 근력 능력치.

과하게 높아진 수치긴 했지만, 내 근력 역시 낮은 편은 아니기에 충격을 견딜 만했다.

“도재혀언… 죽인다아….”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검의 소리가 들린다.

돌격 간의 충돌에서 이겨낸 김도윤이, 빠른 속도로 내게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젠장.’

나는 그 정신없는 와중에도 재빨리 ‘무구교체술’로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꺼내 그 공격을 막아냈다.

검으로 막아내지 않은 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는 자세가 무너진 지금 같은 상황에선, 검으로 맞받아치는 것보다 방패로 막아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철벽수비!’

콰아아앙-!!

손에 든 방패에서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다.

방패를 든 두 번째 이유.

그건 김도윤이 보유한 특별한 에픽룬에 있었다.

[폭발하는 검의 기세].

검으로 타격을 준 대상에 자유자재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에픽룬.

물리적인 공격과 마력이 적절하게 배합돼 복합적인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성향의 룬으로, 김도윤을 실력자로 만들어준 1등공신이었다.

이런 공격을 무턱대고 검으로 상대하는 건 너무 위험했다.

“도재현!!”

갑작스러운 폭발.

그에 뒤편의 문가은이 당황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적재적소의 스킬 활용은, 내게 또다시 녀석의 공격을 막아낼 여유를 줬다.

타이밍에 맞춘 [철벽수비] 덕에 폭발의 살상력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압력까지 완전히 견뎌내진 못했다.

나는 방패를 든 자세 그대로, 뒤편으로 쭉 밀려났다.

반격을 준비 중이던 문가은이 내 몸을 받아줬다.

“도, 도재현. 괜찮아?”

“…….”

의도치 않은 그녀의 백허그.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다.

나는 정면에서 시선을 놓지 않으며 답했다.

“괜찮아. 지원 사격 준비 중이었어?”

“어, 응. 근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모르겠어. 일단 막고 생각하자. 내가 틈 만들 테니까, 타이밍 맞춰서 공격해줘. 기왕이면 익스트림 샷으로.”

“알겠어. 조심해야 해….”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빌런> 쪽에 갑자기 무슨 지령이 내려져 김도윤이 우릴 공격한 건지 모르겠지만…

김도윤의 계획은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시작부터 [광폭화 포션]을 들이켜 따라잡을 수 없는 능력치 차이를 벌린 후, 궁수 계열인 문가은부터 공격하며 원거리 공격을 차단한다.

혹여나 그게 막히더라도, 자신의 특수한 룬 능력과 증폭된 능력치를 활용해 상대를 몰아붙인다.

주먹구구식의 단순한 계획 같아도, 제대로 방어할 틈을 주지 않는 급습이었다.

‘그래서 김도윤만 보냈겠지.’

나를 제거하라는 지령.

그 계획에, <빌런>이 김도윤만을 보낸 이유.

그건 아마 <빌런> 측에서도, 광폭화한 김도윤 정도면 충분히 날 제거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거다.

내가 아무리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한 ‘안도권 사건’ 때를 고려하면…

광폭화한 김도윤만으로도 제압 가능하다는 계산이 서니까.

‘…일반적인 계산일 때의 얘기지.’

하지만 그건 계산착오다.

당시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져도 너무 많은 게 달려졌다.

[룬 사냥꾼], 그리고 [구도자의 땀방울].

두 사기룬이 보조하는 내 성장 속도는, 일반적인 계산으론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당장 김도윤의 공격을 막은 능력만 봐도 그렇다.

돌격류 룬인 [분노의 질주].

거기에 더해진 [무자비한 돌격].

돌격 이후 두 번째 공격을 막은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와 추가적인 스킬로 활용한 [철벽수비].

방어에 사용한 룬, 스킬, 아이템…

대부분이 ‘안도권 사건’ 이후 획득한 결과물들이다.

나조차 놀랄 정도의 성장 속도인데, 이걸 <빌런>에서 예상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도재현… 죽이고… 여자도… 흐흐. 여자도 죽여….”

“미친 새끼.”

연기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김도윤.

그의 중얼거림에 욕설이 절로 나왔다.

[광폭화 포션]을 들이키면 홀더들은 대부분 이성을 잃고, 자신이 포션을 들이킨 목적과 본성에만 이끌리게 된다.

김도윤의 본래 목적은 날 죽이는 것.

그리고 본능은 여자를 살해하는 것.

그로부터 얻는 정신적 쾌락이, 지금의 녀석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즉, 내가 뚫리면 문가은도 죽게 된다는 거다.

역겹기 그지없는 그 모습에 욕이 안 나올 수 없었다.

“으으, 으아아-!!”

또다시 병신처럼 정신을 잃은 김도윤이 싸울 준비를 했다.

예기치 못한 공격의 방어는 모두 끝났다.

나 역시 이제는 반격을 준비해야 했다.

‘일단… 능력치 균형부터.’

지금 김도윤의 능력치 증폭은 어마어마하다.

평범한 B급 홀더들의 평균 주력 능력치가 50이라고 치면, [광폭화 포션]으로 1.5배 강화된 놈의 능력치는 70~80 수준.

지금의 내 능력치로는 상대가 안 된다.

앞선에서 녀석과 싸워야 하는 내 입장에선, 능력치 균형을 맞춰야만 전투가 굴러갈 만했다.

능력치를 보조하는 룬은 [야만왕의 후예]와 [위압].

하지만 지금은 두 룬이 요구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

별다른 조건이나 페널티 없이 능력치를 상승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런 수단이, 내게 딱 하나 남아있었다.

‘광폭화.’

고오오-

알 수 없는 기운이 내 주변을 감쌌다.

온몸이 달아오르고 머리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진다.

무기를 쥔 손엔 터질 듯한 힘이 넘쳐흘렀다.

과연.

이게 [광폭화]구나.

[야만왕의 후예]의 파생스킬인 [광폭화]는 10분간 능력치를 50% 증가시키는 스킬.

일전에 안도권이 썼던, 그리고 지금 김도윤이 쓰고 있는 [광폭화 포션]과 완전히 똑같은 효과였다.

대신 페널티는 거의 없다시피 한 사기적인 스킬이었다.

나는 넘실거리는 힘을 품은 채…

달려들 준비가 끝난 김도윤을 바라봤다.

그리곤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붙자, 이 새끼야.”

템빨로 밀어붙여 공격하던 치사한 새끼.

나도 녀석과 비슷한 수준의 능력치로 올라왔다.

이제부터 원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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