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20화 (120/353)

숨 가쁘던 금요일과 주말을 보낸 후…

다시 찾아온 월요일.

수업을 다 마치고, 잠시 도서관으로 향하던 중.

반가운 이름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이지혜] 안녕하세요, 도재현 홀더님! 오랜만에 문자 드리네요. 혹시 지금 통화 가능하실까요?

이지혜.

한국 홀더 협회 소속의 직원으로, 나와는 C급 홀더 승급 때 심사관을 맡으며 연이 닿았었다.

내 기억에 남은 그녀의 이미지는…

일 잘하는 협회 직원.

그때 북한산 필드를 함께 사냥하며 상당히 고생했음에도, 사적인 감정 없이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던 게 인상적이었다.

그런 이미지 덕에 그녀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했었다.

간간이 안부 연락도 보내고, 홀더 협회에 들를 일이 있을 때면 항상 그녀를 찾았다.

물론, 그마저도 개강 이후엔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잠시 뜸하던 차였지만 말이다.

“무슨 일이지?”

그런 그녀에게서 오랜만에 문자가 왔다.

통화 가능하시냐는 내용의 문자.

나는 고민 않고 곧장 버튼을 눌러 전화를 걸었다.

마침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연결음이 오래가지 않아 멈췄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도재현 홀더님?

“네, 심사관님. 오랜만입니다.”

반가운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렸다.

-반가워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예, 뭐. 저야 항상 비슷하죠.”

-요즘도 하루 내내 사냥하고 그러세요?

“예? 아, 그거… 하하. 그땐 제가 승급이 좀 급해서… 요즘은 개강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사냥할 시간도 없어요.”

당시 스월 레비아탄 사냥에 최소 참가조건이었던 C급 홀더.

시간 안에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좀 했었다.

…덕분에 심사를 보던 이지혜도 함께 갈려 나갔었지.

미안한 마음에 괜히 어색하게 대답하자, 이지혜가 ‘아!’하고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요즘 도재현 홀더님 소식 들었어요. 빌런 쪽 스파이하고 싸우셨다면서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예. 멀쩡합니다.”

-진짜 다행이다. 어쩌다가 아카데미에까지 빌런 클랜원들이 잠입했나 몰라요.

워낙 음습한 놈들이니까요.

심지어 그놈은 잔챙이입니다….

그런 말이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겨우 참아내며 답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아, 참! 제가 오늘 연락드린 것도 그거랑 관련된 거거든요.

“어떤… 제가 빌런 측 스파이랑 싸운 거 말인가요?”

-네네.

핸드폰 너머로 서류를 넘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지혜가 뭔가를 찾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내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긴 한데… 도재현 홀더님께서 협회에 등록한 성과들이 지금 거의 B급에 근접해 있어요.

그 말에 내 목소리도 자연스레 커졌다.

“예? B급이요?”

-네. 음, 간략하게 읊어드리면… 미발견 던전 홉고블린 부락의 단독 공략 성과 및 완전 소유 등록, 재난 S급 괴수 스월 레비아탄 공동 사냥 성과, 미발견 던전 뱀이 뒤덮은 숲의 공동 공략 성과, 미발견 던전 얼룩진 암석 더미의 공동 공략 성과 및 공동 소유 등록, 그 외 각종 필드 및 던전 사냥 성과…

미친….

진짜 말도 안 되게 많긴 하네.

숨넘어갈 듯 내 활동 성과를 읊던 이지혜가 말을 이었다.

-이걸 어떻게 3개월도 안 돼서 다 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성과로는 이미 B급에 가까워요. 아마 공동 공략으로 하급 던전 하나 정도 공략하시면, 성과 조건은 모두 만족하실 것 같아요.

“그렇군요.”

-그런데 성과가 만족해도 실력이 안 되면 승급이 안 되잖아요?

“네, 뭐. 그렇죠.”

-그러던 와중에 제가 도재현 홀더님 소식을 듣게 된 거예요. 광폭화한 B급 홀더와 혼자 싸워 이기셨다는.

“…혼자 싸운 거 아닙니다.”

문가은이랑 같이 싸웠다니까….

빌어먹을 과장 기사.

도대체 어떻게 기사를 냈으면, 소식을 접한 사람마다 모두 이렇게 알고 있다.

-아무튼 실력적으로도 B급 심사를 통과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연락드려봤어요. 혹시 시간 나시면 B급 승급심사 보러 오셨으면 해서요…!

그런 이지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학생 홀더들은 주말마다 틈틈이 사냥을 가며 성과를 쌓는다.

B급 홀더 승급에 요구되는 공략 성과는 상당히 많은 편이기에, 시간 날 때마다 꾸준히 사냥하지 않으면 승급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훈련에 시간을 많이 쏟고, 개인적인 일도 바쁜 탓에 사냥을 그리 많이 가진 않았다.

대신, 한 번 사냥을 갔을 때의 성과들이 굵직했다.

다수의 미발견 던전 공략과 상위 필드 사냥…

심지어는 협회에서 주관한 재난 괴수 소탕 참여까지.

워낙 큰 성과들을 올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B급 승급에 필요한 조건을 거의 만족한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 날 때 협회 한 번 들를게요.”

-네! 아직 던전 공동 공략 정도의 성과가 하나 남아있으니까, 그것도 잊지 마시구요!

“네, 심사관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이지혜와의 짧은 통화가 끝이 났다.

나는 멈췄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B급 홀더라….”

C급으로 승급하던 게 고작 세 달 전이다.

그동안 눈 깜짝할 속도로 성장을 이어오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B급까지 올라오게 될 줄은 몰랐다.

단순히 등급만이 아니다.

지금의 나는 주변 환경 또한 더 단단하게 다져가고 있다.

“…….”

개강이 시작되고 벌써 3주 가량.

이번 학기는 내게, 하나의 큰 전환점이 됐다.

신입생으로 입학한 1학기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고 한 명의 홀더로서 자리를 잡아가는 단계였다면…

2학기는 그 변화에 대처하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

유은설에게 [매화검법]을 배우며 암살자 계열의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 그러했고, 직접 <안티 빌런>이라는 써클을 창설하며 <빌런>의 경계에 대응한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얻은 힘과 갑작스레 찾아온 명성에 휘둘리지 않고, 이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 결과가, 개강부터 바쁘게 달려온 이번 2학기였다.

“아직 부족해.”

그래도 아직 부족했다.

지금의 내가 또래보다 훨씬 강하고 매서운 성장 속도를 보이곤 있지만, <빌런>과 맞붙으려면 더 정교하고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당장 차수연만 해도 그렇다.

그녀가 <빌런> 내 아카데미 지부장을 맡고 있고, 나아가 현장 스파이로까지 침투한 이상…

훗날 그녀와의 대결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최소 A급, 최대론 S급 문턱까지의 실력을 지닌 차수연.

그런 그녀와 맞붙기 위해선,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 강해질 방법.

수단이야 다양하겠지만, 당장 내가 확정적으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없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잊혀진 아룡의 석판

◎종류: 특수

◎등급: 전설(Legendary)

◎제작자: -

◎특수효과

: 특별한 힘이 봉인되어 있다. 잊혀진 아룡들의 마력석을 모두 채우면, 봉인이 해방된다. (3/5)

‘아카데미 지하 던전’을 공략하고 얻은 아이템.

<빌런> 선임 클랜원 지윤재가 ‘용을 탄 암살자’가 될 수 있게 해준 물건.

이 [잊혀진 아룡의 석판]을 모두 채우고 전설급 룬을 획득한다면, 한층 더 강해질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아룡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게 문제지만.”

원작에선 지윤재가 [잊혀진 아룡의 석판]을 들고 있던 장면, 그리고 이후 전설급 룬을 획득해 이미 강해져 있는 장면만 나왔었다.

이를 채워가며 강해지는 과정, 혹은 어떤 아룡들을 사냥했는지는 나오지 않았었다.

즉, 이 아룡의 마력석을 채우기 위해선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 관련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는 이야기.

그리고 아카데미에서 괴수에 관해 가장 많은 정보가 모인 곳은, 중앙에 자리한 아카데미 도서관.

아까 막 수업이 끝난 후.

한참을 걸어 내가 도서관까지 와 있는 이유였다.

‘후우… 이걸 언제 다 읽냐.’

나는 도서관 한편에 자리를 잡은 채, 닥치는 대로 골라온 ‘용에 관한 서적’들을 올려다봤다.

대충 봐도 열 권은 넘는 것 같은데…

이걸 오늘 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읽는다 해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관 내 책들은 그 양이 방대한 만큼, 쓸데없는 개소리만 가득한 책도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읽어야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룡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한, 뭐라도 직접 뒤지며 찾아내야 했다.

나는 천천히 첫 번째 책의 책장을 넘기며, 끝을 모를 탐독을 시작했다.

그렇게 30분.

1시간.

2시간…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은 거의 3시간에 가까워지고, 쓸모없는 정보만 가득한 책들을 다섯 권 이상 넘길 때쯤…

“아!”

나는 기어코 단서 하나를 찾아낼 수 있었다.

- … … 한편, A급 괴수인 와이번에 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같은 등급의 그리핀이나 만티코어가 종종 몇몇 필드에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와이번은 마주했다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등록된 괴수 정보가 매우 적은 괴수이기도 하고, 실제로 와이번을 마주했다는 홀더들의 이야기에 신빙성이 … …

‘그래, 와이번.’

A급 괴수, 와이번.

등록된 괴수 정보가 매우 부족하고, 실제로 존재하는 게 맞냐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 공중 괴수.

이러한 정보들과 그간 찾아본 용에 관한 전설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와이번은 아룡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괴수다.

원작에서도 와이번이 직접 나타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녀석이 있을 거라 추측되는 미발견 던전은 하나 있었다.

충북 속리산 필드.

그 안 어딘가에 감춰진 던전, ‘구름을 가린 둥지’.

공중형 괴수가 대부분이라는 특이 형태의 던전.

만약 와이번이 존재한다면.

이 던전에서 나타날 확률이 가장 높았다.

물론, 원작에서도 언급만 되고 넘어갔던 던전이기에 발견 위치, 공략 조건, 출현 괴수 등 알려진 게 거의 없는 던전이지만…

아룡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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