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27화 (127/353)

도와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두 선택지의 갈림길에서, 성나연은 수도 없이 고민했다.

A급 괴수, 만티코어.

신체강화형 괴수 중엔 거의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놈들이, 무려 3마리였다.

B급 수준의 홀더 두 명이서…

그것도 원탱원딜 조합으로만 잡기엔, 너무도 버거워 보이는 괴수 무리였다.

‘그런데….’

하지만 결정을 내릴 틈도 없이, 전투가 시작됐다.

도재현과 문가은.

두 사람의 준비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었다.

탐색류 룬으로 괴수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전투태세를 취했고, 괴수의 공격을 기다리기에 앞서 선공을 가져가며 유리한 구도를 차지했다.

타이밍에 맞춘 점프와 날렵한 단검술.

스킬로 보이는 마력 공격의 침착한 연계까지.

A급 괴수를 상대로 두 사람은 무리 없이 사냥을 이어갔다.

‘도재현 홀더….’

도재현의 이름은 성나연도 잘 안다.

아카데미 1학년, 암살자 계열.

하지만 계열에 상관 없이 다양한 룬을 보유한 멀티 홀더.

단순히 무기를 여러 개 쓰는 게 아닌, 성나연 자신처럼 마력룬과 물리룬을 동시에 활용하는 다재능 멀티 홀더.

그에 대한 평가와 이야기는 알음알음 퍼져나가는 중이었다.

특히 <불의 심판>에서 선례를 깨고 단기 인턴으로 받았다는 건, 그만큼 그가 현 홀더 계에서 주목받는 유망주라는 걸 증명하는 셈이었다.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

대형 클랜이 괜히 대형 클랜이 아니다.

대외적으로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내부에서는 아카데미 유망주들에 대해 모두 스카우트 리포트를 기록하고 있다.

그중 도재현은 <로열>에게도 핵심 영입 대상.

아카데미 1학년에선 강주연을 제외하고, 거의 최고 수준의 내부 평가를 받은 인재였다.

성나연 역시 <로열> 클랜에서 나름 지위와 명성을 인정받는 선임 클랜원이기에, 그러한 클랜의 핵심 영입 리스트를 잘 알고 있었다.

“이름값을 하긴 하는구나.”

그러한 도재현과 문가은의 파티사냥을 지켜보며, 성나연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확실히 실력 있는 홀더였다.

보유 능력치, 룬 레벨 및 활용, 감각과 판단.

전투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거의 없었다.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젊은 나이에 큰 힘을 얻어서인지, 약간은 자만하는 모습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

만티코어의 독 공격을 정면에서 몸으로 받아낸 것.

방어 수단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이는 탱커로서 최선의 행동은 아니었다.

할 수 있다면 끝까지 회피하고 상대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해내는 게, 전사 계열로서 지향해야 할 전투 방식이었다.

뭐,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상당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재밌겠네.”

성나연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도재현을 바라봤다.

처음엔 그저 문가은의 호위.

그리고 두 사람이 커플이라는 것에 대한 호기심.

그런 생각들로 흥미롭게 임했던 임무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도, 도재현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있었다.

* * *

“도재현! 괜찮아?!”

뒤편에서 문가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갈 같은 꼬리에 내 팔뚝이 찔리는 모습.

그걸 적나라하게 보여줬으니 걱정할 만도 했다.

사실 나도 아차 싶긴 했다.

이 공격이 독 공격이었기에 효율적인 방어가 가능했지, 다른 종류의 특수 공격이었다면 꽤 위험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야만왕의 후예]와 [육탄방어]가 있긴 해도, 과도하게 룬에 의존하는 전투는 지양해야 했다.

“괜찮아! 그것보다 지원 사격!”

“응!”

미리 준비가 끝나있었던 듯.

문가은의 화살 세례가 공중으로 빗발쳤다.

목표는 내가 [계단 베기]를 사용하며 올라탔던 만티코어.

내 몸은 이미 내게 공격하던 다른 만티코어에게 옮겨간 후였다.

‘이글거리는 불꽃으로…’

만티코어의 목덜미에 꽂은 [참회자의 검].

그 안에 강렬한 불꽃을 끌어올렸다.

물리 공격이 성공적으로 들어간 다음의 마력 공격은, 더할 나위 없이 효과적이었다.

화르륵-!

커흐, 커흐으으-!!

만티코어는 괴로움에 발버둥 치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글거리는 불꽃]도 벌써 8레벨이다.

어지간한 불내성이 있지 않고서야, 타이밍에 맞춘 이 공격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나머지도….”

[계단 베기]와 문가은의 화살 세례를 모두 받아낸 만티코어도 땅으로 떨어졌다.

아마 이대로 모든 만티코어가 빈사상태에…

커흐으으-!!

끼이이--

…빠지진 않았다.

아직 한 마리가 정상적으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건 처음에 선두에서 달려들던 만티코어.

녀석은 시작부터 우리에게 [쿼터 나이프]와 [익스트림 샷]을 맞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상태를 회복하며 반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마력 내성이라도 있는 건가?’

나와 문가은의 주력 스킬을 맞고도 저렇게 빠른 회복이라니.

녀석은 다른 만티코어들과 달리.

버티고 회복하는 데에 조금 더 강점이 있어 보였다.

“그래도 안 되지.”

이상한 점과는 별개로, 공격을 허용할 순 없었다.

나는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한 후.

그대로 문가은을 향해 질주했다.

녀석의 반격이 어디로 향할지…

그건 안 봐도 뻔했기 때문이다.

커흐으으-!!

캉! 카강!!

순식간에 문가은의 앞에 도달했다.

그리고 숨 돌릴 틈 없이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든다.

이어서 곧바로 사용하는 파생스킬, [철벽수비].

돌격류 룬이 없는 만티코어의 육탄공격 정도는, 어렵지 않게 받아칠 수 있었다.

나름 머리를 굴려 원거리 계열을 공격하려던 만티코어였지만, 스킬까지 사용한 내 방어에 허무하게 막히고 말았다.

“흐읍…!!”

그 이후론 일사천리였다.

다시 검을 들어, 녀석들의 사냥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공격을 가한 만티코어는 유독 마력에 대한 내성이 높아 보였지만, 집중되는 문가은과 내 공격에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파상검법]과 [유수검법], 그 외 다양한 마력룬들의 조합.

이는 지친 만티코어들을 사냥하기에 충분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눈앞에 우수수 나타나는 정보창.

전투종료를 알리는 일종의 신호다.

나는 이들을 잠시 뒤로 한 채, 문가은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응. 마력을 좀 많이 쓰긴 했는데, 포션 먹으면 될 것 같아. 그것보다…”

문가은은 만티코어의 사체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A급 괴수 셋을 상대로 이렇게….”

“새삼스럽게 무슨. 자주 봤잖아. 호흡도 맞춰보고.”

“이 정도까진 아니었잖아.”

그렇긴 하다.

문가은과 함께 사냥했던 건 아카데미 지하 던전이 마지막이었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개벽 수준으로 달라졌으니까.

“너도 엄청 세졌던데? 학기 말 평가 때하고 비교도 안되는 것 같아. 방학 때 뭐 좋은 아이템이라도 먹었어?”

하지만 그만큼 문가은의 실력도 일취월장했다.

일반 물리 공격의 적중률은 뛰어났고, 마력을 활용한 공격은 섬세하며 정교했다.

특히 적재적소에 지원 사격을 넣는 타이밍은, 전투 중에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궁극스킬 한 번 사용하지 않고, 세 마리의 만티코어를 깔끔히 사냥한 것.

이는 분명 문가은의 보조가 없었다면 불가했을 일이었다.

“뭐, 뭐래… 원래 이 정도였는데….”

아닌데.

분명 훨씬 성장했는데.

잘했다는 한마디에 문가은이 유독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내가 너무 칭찬을 안 했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른 질문을 건넸다.

“가은. 너 지금 B급이야?”

함께 사냥하며 확실히 느꼈다.

문가은의 수준은 절대 C급이 아니다.

최소 B급…

거기에 사냥 경험이 많아서인지 완숙한 실력의 B급 홀더로 느껴졌다.

그러나 문가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거의 B급이긴 한데… 근력이 조금 모자란 것 같아서, 더 올리고 승급하려고.”

“성과는?”

“그건 진작 채웠지. 난 클랜 소속으로 사냥 갔던 게 워낙 많으니까.”

나랑 비슷한 상황이구나.

B급 홀더 승급에 필요한 능력치는 50.

주력 능력치 중 하나만 50을 넘겨도 승급 조건을 만족한다.

나 같은 경우는 [천하제일 경주마] 룬을 획득하며 속력 수치가 51로 올랐기에, 이미 승급 조건을 만족했다.

이대로 사냥 성과까지 충족하면, 모든 조건을 만족.

아마 이번 던전을 공략하고 난 후.

문가은과 나는 동시에 B급으로 승급할 것 같았다.

“아무튼 고마워. 네가 보조 확실히 해줘서 이겼어.”

“…네가 더 잘했어.”

“푸흐- 우리 뭐하고 있냐. 얼른 부산물 챙기고 중간부로 가자.”

“응!”

만티코어는 A급 괴수.

당연히 사냥에 따른 결과물 역시 고급 부산물이 많았다.

문가은은 한쪽에 너부러진 만티코어를 향해 걸어갔고, 나는 맨앞의 만티코어에 먼저 다가갔다.

아까 전투에서 선두에 있던 만티코어.

우리의 공격을 견디고 마지막까지 반격하던 녀석이었다.

“……?”

그리고 가장 먼저 녀석의 마력석을 캐려던 찰나.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만티코어가 품고 있는 마력석.

가슴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커다란 크기의 마력석이…

“검은색?”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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