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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31화 (131/353)

쿠에에에-!!

“말도 안 돼….”

맹렬한 격돌이 펼쳐지는 하늘로, 시선이 향했다.

엄청난 속도, 놀라운 파괴력.

그를 모두 품은 창으로 찔러 들어가는 도재현.

무모해 보이던 그 돌진은, 기어코 와이번의 바람 속성 방어 마법을 뚫어내고 있었다.

온 주변이 찢어질 듯한 파공음이 들린다.

시끄럽던 하늘을 더 소란스럽게 만드는 격돌이었다.

‘어떻게 저런….’

성나연은 준비 중이던 스킬조차 멈춘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봐야 했다.

처음 [레비테이션]을 써줄 때만 해도.

그녀의 머릿속엔 의구심이 가득했었다.

아무리 능력을 입증한 유망주라곤 하지만, 기껏해야 B급 홀더다.

A급인 자신조차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대치 상황에서, 공중으로 몸을 올리는 것만으로 도재현이 뭔가 해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이대로 전투가 이어지면 위험하기에.

가만히 있으면 당할 수밖에 없었기에.

‘틈’을 만들어보겠다는 그의 시도를 인정해준 것뿐이었다.

‘그런데….’

하지만 도재현은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결과를 보여줬다.

[레비테이션]으로 하늘로 올라간 후.

곧바로 이어진 와이번의 바람 공격을 스킬 하나로 막아냈다.

작게나마 들린 언령…

그리고 그 수준을 고려했을 때, 그건 아마 궁극스킬.

이제 막 B급에 올라서려는 홀더가, 완벽에 가까운 숙련도로 궁극스킬을 펼쳐 전투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그는 갑자기 또 하나의 스킬을 쓰며 폭발적인 점프력을 보여주더니, 이내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와이번을 향해 비행했다.

양손엔 창 한 자루를 쥔 채로.

그리고 보여준 모습이 지금의 상황.

마력과 가속도가 한곳에 집중된 도재현의 창은, 와이번의 방어 마법을 찢고 들어가며…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괴수의 살갗을 찌르고 있었다.

틈을 만들어보겠다던 계획.

그는 기어코 이를 성공해낸 것이다.

“지금…!!”

옆에서 문가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마력이 담긴 화살 하나가 와이번을 향해 쏘아진다.

단단해 보이던 방어선이 드디어 뚫린 와이번.

지금은 녀석에게 타격을 입힐 유일한 기회였다.

쿠에에에-?!

도재현의 [액셀 피어싱].

그리고 문가은의 [익스트림 샷].

두 번의 연계 공격에 타격을 입은 와이번이, 고통에 겨운 괴성을 지르며 바람을 일으켰다.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

그 기세는 마치 폭풍과도 같았다.

예상치 못한 일격을 얻어맞았지만, 여전히 공격의 날카로움은 죽지 않은 와이번이었다.

“흡…?!”

그 반격에 도재현이 튕겨 나갔다.

곧바로 연계 공격을 하려던 그였지만, 생각보다 거센 와이번의 저항에 손을 대지 못하고 추락했다.

쿠, 쿠에에에…!!

그뿐만이 아니었다.

분노에 가득 찬 와이번이 네 번째 마력 공격을 준비했다.

이번 전투 내내 파티를 괴롭혔던 바람의 투창.

그 강도는 몇 배로 세지고, 시전 속도는 훨씬 빨라졌다.

공격을 그대로 받아낸다면, 추락 중인 도재현은 커다란 충격을 받으며 위험해질 게 분명했다.

‘그건 안 돼.’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성나연은 미리 준비해 둔 마력을 끌어 올렸다.

와이번과 전투를 시작한 순간부터.

그리고 도재현이 틈을 만든 순간부터.

가장 결정적일 때 쓰려고 아껴뒀던 힘.

“휘몰아쳐라.”

성나연이 보유한 궁극스킬, [타이푼 핸드].

언령을 읊으며, 그 힘을 꺼냈다.

거대한 폭풍의 손이 둥지를 타고 하늘로, 이어 하늘에서 전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우선 방어부터….’

[타이푼 핸드]는 꽤 특이한 스킬이다.

고도로 응축된 바람의 힘을 불러와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스킬인데, 이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든 활용될 수 있다.

공격을 의도하면 공격 스킬로.

방어가 목적이면 방어 스킬로.

성나연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람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필요한 건 방어.

도재현에게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바람의 창들을 막아내야 했다.

팟- 파밧-

우우우웅!!

모든 걸 찢을 기세로 날아들던 바람의 창들이 모조리 막혔다.

와이번은 분명 성나연보다 바람을 잘 다룬다.

녀석의 바람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고, 그를 조종하는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하지만 [타이푼 핸드] 또한 궁극스킬.

성나연이 지닌 힘과 마력을 모두 쏟아부어 발현해낸 극한의 바람이다.

A급 홀더의 숙련된 궁극스킬로 만들어진 바람은, 와이번의 것에 쉽사리 밀리지 않고 있었다.

‘다음으론….’

간신히 와이번의 바람 공격을 모두 막아낸 성나연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다음 플랜을 이어갔다.

아직 [타이푼 핸드]의 바람은 남아있다.

최소 한 번 정도는 더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선택지는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이대로 기세를 이어 와이번을 공격하는 것.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타이푼 핸드]를, 이번엔 공격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나연은 이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비효율적이야.’

[타이푼 핸드]가 강력한 궁극스킬이라곤 해도, 결국 바람에 불과하다.

바람에 대한 친화력과 관련 마력룬 숙련도가 압도적인 와이번에게, 바람으로 이루어진 공격을 한다는 건…

바다 괴수들에게 물속성 마법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타격을 줄 수야 있겠지만, 효율이 극히 떨어진다.

얼마 남지 않은 기회를 그렇게 날릴 순 없었다.

‘그렇다면 보조로…!!’

[타이푼 핸드]는 사용자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스킬이다.

공격을 원한다면, 공격 스킬로.

방어를 원한다면, 방어 스킬로.

그리고…

보조를 원한다면, 보조 스킬로.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그리고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낸 홀더는 단 한 명.

도재현.

지금은 기세를 잃은 듯 추락하고 있는 그였지만…

다시 원동력을 부여해줄 수 있다면.

또다시 와이번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었다.

도재현이라면 분명 그게 가능했다.

‘다시 보여주세요.’

성나연은 한 번 더 그를 신뢰하기로 했다.

처음엔 흥미롭기만 했던 문가은의 남자친구.

이후 전투를 볼 땐 관심이 생긴 유망주.

그리고 지금은.

보스를 잡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쇠와도 같은 홀더.

그를 믿고, 성나연은 남은 [타이푼 핸드]의 바람을 모조리 보조로 전향했다.

이내 응축된 거대 바람이, 추락해가던 도재현을 붙잡았다.

“…어?”

그의 입에서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엄청난 속도로 끌어올려지는 그의 몸.

[레비테이션]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도.

순식간에 점거되는 와이번의 등 뒤.

2차전의 시작이었다.

* * *

거침없이 추락하던 몸이 알 수 없는 바람에 붙잡힌다.

그리고 한 번 더.

와이번을 향해 내 몸이 쏘아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추진력과 속도.

마치 등 뒤에 모터가 달린 듯한 움직임이었다.

‘성나연이구나…!’

나는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잠잠하던 성나연의 바람이 날 돕고 있었다.

인위적인 마력의 바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보조였다.

‘궁극스킬인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았다.

비단 지금의 보조뿐만 아니라, 아까 내게 쏟아지던 와이번의 마력 공격 역시 이 바람이 막아줬었었으니까.

이 정도의 위력과 지속력은 궁극스킬이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됐다.

그리고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궁극스킬.

그를 내 보조에 쓴 것에, 나는 막중한 책임감이 들었다.

‘놓치면 안 돼.’

성나연이 만들어 준 천금 같은 기회.

이걸 절대 놓쳐선 안 됐다.

다행히 몸 상태는 최상이다.

마력 공격으로 입은 상처의 치유를 돕는 [빠른 회복력].

그리고 전투 도중 치유가 가능한 [전투치유].

두 룬의 활용으로, 와이번에게 당한 부상은 이미 회복한 상태였다.

우우우웅-!!

응축된 바람이 날 순식간에 와이번의 뒤로 옮겨줬다.

나는 긴장한 얼굴로 손에 단검을 들었다.

처음엔 [참회자의 검]을 들어 바로 [파상천검]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다시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쉽게 오지 않는 기회다.

무작정 달려들어 스킬을 꽂는 것보다, 리스크를 생각하며 더 신중하게 싸울 필요가 있었다.

‘분명 처음보다 약해졌어.’

돌격하며 창으로 찔렀던 와이번의 어깨를 바라본다.

[액셀 피어싱]의 가공할 파괴력과 ‘출혈’ 특수효과.

둘이 겹쳐져 놈의 어깨는 깊은 자상이 새겨져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격 기회에, 내가 [액셀 피어싱]만 사용했을 리 없었다.

‘독도 발라져 있어서 힘들걸.’

[포이즌 어택].

만티코어 사냥 후 [맹독]이 7레벨에 오르며, [포이즌 클로우]가 진화하듯 변환된 스킬.

손톱에만 독을 묻힐 수 있던 이전 효과와 달리, 이젠 모든 ‘물리적 공격’에 독을 섞을 수 있었다.

와이번에게 [액셀 피어싱]을 사용하던 그 순간.

나는 창 끝에 기어코 [포이즌 어택]까지 섞으며, 독 공격을 같이 먹였던 것이다.

강력한 일격, 출혈, 독…

심지어 추가타로 들어온 문가은의 화살 공격까지.

일반적인 공격 허용보다 훨씬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곧바로 반격하긴 했어도, 놈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게 단번에 느껴졌다.

‘쿼터 나이프부터.’

그런 유리한 상황을 가볍게 확인한 후.

나는 일단 비도 폭탄이 담긴 [쿼터 나이프]를 활용해 놈에게 던졌다.

쿠에에에-!!

역시 단검 정도의 요행은 통하지 않는 걸까.

와이번의 반응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아까 나를 바닥으로 추락시킬 때처럼, 거친 바람을 일으켜 단검들을 튕겨냈다.

하지만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어쨌든 마력을 썼다는 거지?’

처음 스킬을 쓸 때부터 타격을 줄 거라곤 생각지 않았다.

단지 조금이라도 놈의 마력을 소모하는 것.

더 지치게 만들어 접근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

그게 목적이었다.

[간단한 저주] 룬이나 [선전포고] 스킬을 쓰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정신 수치에 영향을 받는 능력들은 급박한 지금 상황에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

이제는 정말 검을 쓸 때다.

나는 그대로 ‘무구 교체술’을 통해 [참회자의 검]을 들었다.

이후 [날렵한 몸놀림]을 비롯한 모든 신체 보조룬을 활용해, 최대한 빨리 놈의 등으로 다가갔다.

원래라면 절대 허용하지 않았을 접근.

돌격류 룬과 [액셀 피어싱]을 써야 겨우 닿을 수 있던 거리.

그러나 이미 많은 마력을 소모했고, 이어진 페이크로 또 마력을 쓴 와이번.

녀석은 기어코 밀착 접근을 허용했다.

쿠에에-?!

거대한 와이번의 등가죽.

그 안에 [참회자의 검]이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그리고 또 한번.

다시 녀석에게 닿는 데에 성공한 나는…

“터져라.”

두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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