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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48화 (148/353)

처음 던전에 입장했을 때 느낀 건, 당혹스러움이었다.

‘바다 요괴 서식지’엔 주로 물속성 괴수들이 나온다.

이름 그대로 바다에 서식하는 어류 형태의 괴수들도 있고, 무인도 내륙에서 나타나는 괴수들 또한 대부분 물속성의 마력룬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 안에 자리한 이중던전도, 당연히 물과 관련되어 있고 괴수들도 해당 범주에서 나올 거라 생각했다.

“주변이 화끈하네요.”

“…그러게요.”

하지만 이중던전은 ‘바다 요괴 서식지’와 전혀 달랐다.

던전의 내부는 좁고 폐쇄적이었고, 주변엔 온갖 불꽃들이 일렁였다.

종류는 ‘아카데미 지하 던전’과 유사한 동굴 형태의 던전.

특히 눈앞의 정보창과 주변의 열기를 고려하면, 아마 출현하는 괴수들 또한 불속성을 보유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거기까지 추론하자, 권오준과 내 표정은 동시에 난감함으로 물들었다.

“상성 상 안 좋군.”

그건 말할 것도 없이, 우리 파티의 지원 인원인 마법사 계열과 괴수들의 상성이 안 좋기 때문이다.

강주연과 윤지아는 불속성.

김성철은 바람속성.

딱 세 명 있는 마법사들이 전부 동일속성이거나 큰 타격을 주기 힘든 속성이었다.

“어쩔 수 없죠. 항상 유효 상성만 만날 순 없으니까.”

“음.”

사냥 도중 무효 상성의 괴수들을 만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대부분 경우엔 사냥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미리 준비해 가기에, 유효 상성 홀더들만 파티원으로 넣으면 되지만…

지금처럼 미발견 던전을 찾아내거나 기믹이 있는 보스 괴수 등 특수 상황을 맞이할 때면, 무효 상성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그럴 땐 딱히 방법이 없다.

결국 실력으로 찍어 눌러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특수 상황을 대비해, 속성별로 마법사 계열을 데리고 다닐 순 없는 노릇이니까.

이미 강주연이 몇 번 보여준 적 있듯, 압도적인 위력 앞에선 상성이 크게 의미가 없었다.

“파티 역할군을 재편할게요.”

나는 파티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꺼냈다.

뿔뿔이 흩어졌던 10명이 다시 모인 만큼, 인원을 새로이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아키바 씨와 주연이는 수색 인원으로 빠집니다. 지켜본 결과, 우리 파티에서 마력감지가 가장 뛰어난 게 주연이인 것 같아요. 당장 이 던전을 찾아내기도 했구요.”

나는 강주연과 아키바를 번갈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궁수 계열은 아니지만, 수색 임무를 맡기겠습니다. 두 사람은 후열에서 미허가 워프 게이트와 현장증거 위주로 탐색을 해주세요.”

이에 강주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아키바 역시 특유의 딱딱한 말투로 알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팀원들의 반응이 묘했다.

“…주연이?”

“흐응- 방금 임무 맡기면서 괜히 칭찬한 거 맞죠? 제가 제대로 들었죠?”

“이수미 홀더. 옷이나 올려 입으십시오. 보기 민망합니다.”

…자기들끼리 속닥이면서 말하는데, 다 들린다.

무슨 망상들을 하는 걸까.

게다가 옷을 올려 입으라는 김성철의 핀잔에, 나도 모르게 이수미의 의상에 눈이 가고 말았다.

…민망하긴 하네.

봐도 봐도 익숙해지질 않는다.

저 사람은 정말 신성 계열 홀더가 맞긴 한 걸까?

“집중들 해라. 중요 작전 중이고, 도재현은 현재 파티장이다. 다들 너무 산만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행히 파티의 실질적 리더인 권오준이 분위기를 다시 잡아줬다.

나는 그에 가볍게 감사 인사를 표하고, 말을 이었다.

“나머지는 전원 던전 공략 인원입니다. 밀수 범죄자들의 영향이 던전 내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저희는 역량이 닿는다면 보스 룸까지 공략을 이어갑니다.”

동굴 형태의 던전엔 공간이 많다.

공략 방향으로 가는 도중에도 외진 공간들이 하나둘 나오고, 당연히 그 안은 물건이나 아이템을 보관할 수 있는 일종의 ‘방’이다.

<빌런>과 밀수 범죄자들이 이 던전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 또한, 아마 그런 공간적 용이성과 여유 때문이었을 거다.

“대신 신유나 홀더는 후방 수색 인원의 호위를 맡아주세요. 미처 캐치하지 못한 괴수들의 앞선 상대는 신유나 홀더가 해줘야 합니다.”

“응! 알겠어.”

그렇게 우리는 이중던전의 공략 및 수색을 시작했다.

그렇게 공략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소한 형태의 괴수들이 우리를 덮쳤다.

콰, 콰아앙-!!

캉- 캉-

“마법사들 지원 공격 더 빨리! 타격을 주는 것보다 자리를 묶는 데에 집중해주세요! 최대한 물리 공격으로 잡아냅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파티원들 사이에서, 나는 목이 터져라 오더를 내렸다.

이중던전… 가칭 ‘밀수 동굴’의 난이도는 절대 만만치 않았다.

나타나는 괴수들의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주로 나타나는 괴수는 아카오니(赤鬼/홍귀)와 헬 하운드.

이름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똑같은 녀석들로, 이들은 불속성 마력룬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전투 구도를 까다롭게 끌고 갔다.

스스스스-

그르르으…!!

컹! 커엉-!!

“씨발. 더럽게 엉겨 붙네.”

“박진우! 이번엔 딜도 같이 넣어야 해. 마력 지원이 큰 효과가 없어.”

“알고 있어…!!”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아카오니와 헬 하운드는 둘 다 A급 괴수다.

일반적으로 A급 괴수 무리는 B급 홀더 파티가 잡아내야 정상이지만, 이번 전투는 일반적이지 않았다.

괴수들을 사냥해야 할 마법사 계열과 괴수 간의 상성이 동일하거나 무효에 가까웠고, 이 때문에 물리 공격을 맡은 앞선의 부담이 더해졌다.

특히 이 ‘밀수 동굴’은 던전 내부 자체가 협소하다.

공간적인 문제로 인해 전투 구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한 번에 상대하는 괴수의 수도 많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상황이 아예 절망적인 건 아니었다.

마법사 계열의 지원이 힘을 잃은 만큼, 앞선의 탱커들이 딜을 보충해줘야 하는데…

우린 그 구조가 꽤 괜찮았다.

앞선을 맡은 나, 박진우, 권오준.

세 명의 홀더는 모두 딜탱을 겸하는 브루저였고, 암살자 계열인 최동욱도 적재적소에 모습을 드러내며 딜을 보충했다.

즉, 우리의 물리 공격이 괴수들에게 먹혀든다는 점.

이 때문에 전투가 어떻게든 굴러가긴 했다.

‘그리고 권 팀장님이 너무 잘 싸워.’

나는 괴수들의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권오준을 한 번씩 바라봤다.

파티 내 유일한 A급 홀더이자, 사냥 5팀의 숙련된 팀장.

그의 활약이 엄청났다.

오더를 내려놓고 온전히 전투에만 집중하는 권오준은, 압도적인 실력과 번뜩이는 감각으로 파티를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해내고 있었다.

“흐읍…!!”

카가강-

그, 그르으-?!

기합과 함께 권오준의 창이 헬 하운드의 머리를 단번에 꿰뚫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찌르기.

그러나 그 안엔 집중된 마력과 창술의 정수가 담겨있었다.

덕분에 옆에서 포위된 상태였던 박진우는, 순간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아, 감사합니다.”

“인사는 나중에!”

“예.”

그렇게 치열한 전투가 계속해서 반복되며, 우리는 던전 공략을 이어갔다.

* * *

공략이 시작되고 몇 시간이 흘렀을까.

우리 파티는 초반의 어려움을 딛고, 기어코 던전의 중간부 끝자락까지 공략을 마칠 수 있었다.

고위 던전 공략 경험이 많은 <불의 심판> 사냥 5팀.

실력자들로 구성된 <안티 빌런> 부원들.

두 팀이 합쳐지니, 고위 던전 공략도 뚫을 수 없는 벽은 아니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

[‘사자(死者)의 불꽃놀이’ 룬을 선택하셨습니다. 8레벨의 레어룬이기에 레벨이 하락해, 4레벨로 등록됩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 불내성을 각각 1씩 획득합니다.]

새로운 룬도 획득했다.

[사자의 불꽃놀이]라는 레어룬으로, 불속성을 다룰 수 있게 보조하는 마력룬.

이미 보유 중인 [이글거리는 불꽃]과 유사 형태의 룬이었다.

그동안 워낙 많은 괴수로부터 룬을 획득한 탓에, 처음 보는 유형의 괴수가 아니면 이젠 룬이 잘 나오질 않는데…

이번엔 운이 좋은 모양이었다.

“아키바 씨. 아이템은 모두 수거했나요?”

“예, 재현님. 총 128개의 불법 아이템을 전부 수거 완료했습니다. 도중에 유실되거나 아직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아이템을 합치면 훨씬 많겠지만… 최소한 이번 던전에 있는 아이템은 모두 회수한 것 같습니다.”

던전 공략이 끝자락에 온만큼, 수색 또한 성공적이었다.

이중던전 ‘밀수 동굴’은 예상대로 밀수 범죄의 현장이 맞았다.

던전을 공략하며 지나온 몇몇 여유 공간으로부터 거래의 흔적과 불법 아이템들이 버려져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고, 우린 그들을 모두 회수 및 처리하며 지나왔다.

‘워프 게이트도 또 있었지.’

특히 그 공간들엔 ‘미허가 워프 게이트’가 더 설치되어 있었다.

A급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최고위 수준의 던전.

이런 곳을 어떻게 밀수 장소로 잡았나 계속 의구심이 들었었는데, 녀석들은 괴수의 손이 닿지 않는 특수 공간을 찾아 [워프 게이트]를 만든 모양이었다.

그렇게 5개의 미허가 워프 게이트.

또한, 총 128개의 불법 아이템을 수거 완료하며…

우리는 목표했던 진정한 현장조사를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딱 하나 남았네요.”

내 시선이 아키바를 벗어나, 던전 앞쪽으로 향했다.

강렬한 마력이 일렁이고 있는 동굴 내 또 다른 입구.

힘겹게 공략을 이어온 던전의 마지막.

‘밀수 동굴’의 보스 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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