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50화 (150/353)

‘보스가 두 마리라고?’

보스 룸의 왼쪽 벽면이 박살 나고, 야마타노오로치에 이어 또 다른 괴물 뱀이 나타났다.

그 몸집과 생김새.

거대하면서도 흉악한 외양으로 보아…

절대 평범한 일반 괴수는 아니다.

즉, 저 괴물 뱀 또한 보스 괴수라는 뜻.

그건 ‘밀수 동굴’ 던전의 보수가 총 두 마리라는 걸 말해줬다.

‘그게 말이 돼?’

정신없는 와중에도 의아함이 멈추질 않았다.

한 던전에 두 마리의 보스 괴수가 존재한다는 것.

이건 지금까지의 내 지식엔 없던 정보였다.

던전 공략을 수없이 많이 다녔어도 이런 적은 없었고, 이전 세계에서 <넥스트 룬 홀더>를 몇 번이나 탐독했어도 관련 내용은 읽은 적이 없었다.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면, 지하 던전 보스 괴수가 아룡 ‘그리즐리 드레이크’에서 기존의 ‘레드 드레이크’로 변경됐던 것.

그게 그나마 새로 알게 된 보스 관련 정보의 전부였다.

‘이번에도 완전히 새로운 정보구나.’

머릿속에 번뜩이듯 생각들이 떠오른다.

이전 세계에서 난 <넥스트 룬 홀더>의 완결을 보지 못했었다.

‘아카데미 습격 사건’이 잘 해결되고, <빌런> 클랜이 쇠약의 길을 걷는 것.

그리고 성장을 마친 박진우가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에 발을 들이며, 던전 내 특이 존재들과 서로 마주하게 되는 것.

그게 내가 봤던 후반부 전개의 끝이었다.

때문에 나는 이 세계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 지식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비단 이번 던전의 더블 보스에 관한 내용뿐만이 아니다.

일전에 문가은과 ‘구름을 가린 둥지’에서 사냥했던 A급 괴수, 만티코어.

그중 특이 괴수에게서 획득했던 [빠른 회복력] 룬.

그 룬의 정보에도 내가 모르는 내용이 수두룩했다.

격하(Downgrade)룬, 바바리안 강화술, 루덴아크 주문….

생소한 단어들과 정보가 당시 내게 찾아왔었다.

‘슬슬 직접 파헤쳐야 해.’

나는 그제야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선점했던 정보는 끝을 맞이했다.

이제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미발견 던전을 찾아낼 거고, 숨겨진 아이템과 룬을 각자만의 방식으로 얻어낼 거다.

극중 등장인물인 송현은 곧 ‘반복을 통한 룬 획득방법’을 공표할 거고, 최유민은 머지않아 국내 최고 대장장이로 발돋움하게 될 거다.

그 격변 속에서…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달라진 주변에 적응해야 했다.

이번 던전의 공략과 더블 보스의 출현은, 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갸, 오오오-!!

괴물 뱀이 소름 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공격을 가해왔다.

첫 습격은 물리 공격.

그 커다란 머리를 이용해 정면으로 날아드는 물어뜯기였다.

“흡…!!”

징그럽게 솟아난 9개의 머리 중 4개의 머리가 순식간에 날아든다.

나는 재빨리 ‘무구교체술’로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꺼냈다.

이어, 곧바로 펼쳐내는 [철벽수비] 스킬.

녀석의 수준이 A급인지 S급인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당장 내가 쓸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기술을 써서 막아야 했다.

캉-!

캉, 캉, 카앙-!!

갸오오오-!!

그 지독한 공격을 받아낸 후.

나는 곧바로 느꼈다.

‘의외로 할 만해.’

상대의 물리 공격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머리의 개수가 많아 방향을 예측하는 데에 조금 까다로웠을 뿐, 어쨌든 막아낼 순 있었다.

그리고 이 정도 포스를 내는 괴수가 물리 공격이 약하다면…

이유는 하나였다.

갸오오오-!!

파아앙-

화륵- 화르르-!!

온 시야를 가득 채울 강렬한 불꽃이 터진다.

사방에 불길이 치솟고, 상대 괴수의 비늘에도 작은 불씨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불속성 마력.

이번 ‘밀수 동굴’을 설명하는 하나의 키워드였던 속성을, 상대 괴수는 매우 높은 수준으로 다루는 모양이었다.

파밧- 팟-

화르르르-!!

“윽….”

불길의 방향이 순식간에 날 향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녀석의 머리박치기 공격을 막아내며 곧장 반격하려 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거무튀튀한 색깔의 불길은 사방에서 뻗쳐와 내 몸에 찔러왔고, 금세 가슴팍까지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내겐 아직 최후의 방어 수단이 하나 더 있었다.

‘단단해지기…!’

[야만왕의 후예] 룬 파생스킬 중 하나인 [단단해지기].

[철벽수비]를 제외하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 스킬이다.

게다가 속성 마력 공격을 막아낼 땐, [단단해지기]가 [철벽수비]보다 더 효율적이다.

<스킬 정보>

◎이름: 단단해지기

◎효과

: 5초간 내구 수치를 두 배로 상승시키며, 더욱 단단해진다. 또한, 단단해지는 동안 모든 원소 계열의 공격에 내성이 10씩 생긴다. 5초가 끝나면, 단단해지기가 해제된다.

[단단해지기]는 모든 원소 계열 공격에 대해, 일시적 내성 상승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 ‘내성 능력치’ 중 불내성은 10.

거기에 [단단해지기]를 통해 순간적으로 20이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최유민이 만들어준 [그을린 도마뱀 가죽 갑옷]은 화염 공격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

정말 어지간히 강력한 공격이 아니고서야…

불속성 마력 공격으론, 지금의 날 뚫을 수 없었다.

[맹독과 화염의 특수 조합! 플레임 히드라의 ‘레드 베놈’을 정면에서 받아냈습니다. 강렬한 독과 불꽃이 살결을 타며 날뛰고 있습니다.]

[‘사자의 불꽃놀이’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불내성을 1 획득합니다.]

[‘맹독’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독내성을 1 획득합니다.]

빙글빙글 눈앞을 어지럽히는 정보창.

그리고 금세 몸에서 사라지는 화마(火魔)의 기운.

이는 내 몸이 강렬하던 마력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는 것과 상대 괴수의 이름이 ‘플레임 히드라’라는 걸 알려줬다.

“도재현!”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쪽에서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날 부르는 외침이 들렸다.

야마타노오로치를 상대하다가 급하게 노선을 튼 박진우였다.

아무래도 후열 공격으로 나선 권오준이, 내 쪽의 상황을 파악하고 없는 지원 인력을 쪼개 보낸 것 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정확히 파악하셨네.’

플레임 히드라는 최고 수준의 불속성 마력룬을 보유한 보스 괴수.

당연히 우리 파티의 마법사 계열들론 상대가 어렵다.

어떻게든 근접 계열로 버티고, 아키바의 지원 사격을 기대해야 한다.

게다가 박진우는 불내성에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홀더.

권오준을 제외하면, 파티원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된다.

그의 합류는, 지금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지원 인력이었던 것이다.

나는 녀석의 기척을 확인하자마자, 뒤도 안 보고 소리쳤다.

“머리부터 잘라! 불이 꽤 강하니까 조심하고!”

“오우!”

박진우와 나는 지금껏 수십 번의 대련을 해왔다.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만큼 서로의 포지셔닝도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방금 잠깐의 대화만으로, 우리는 이미 전투 구도의 계산을 마쳤다.

“쫓아라!”

박진우가 일말의 고민도 없이 궁극스킬을 펼친다.

[쫓을 수 없는 쾌검]의 [비월참].

17번의 초고속 베기가, 플레임 히드라의 첫 번째 머리에 닿았다.

스캉- 캉-

갸- 갸오오오-!!

플레임 히드라가 갑작스러운 공격에 아까보다 더 격렬한 몸부림을 쳤다.

머리 하나를 썰어내는 데에 궁극스킬을 태우다니…

녀석의 입장에선 황당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건 유기적인 연쇄 공격을 위한 발판이었다.

“흡…!!”

나는 공중으로 도약해 박진우가 있는 쪽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공격을 마친 박진우의 어깨를 밟는다.

그대로 또다시 앞으로 도약.

추진력을 이용해, 플레임 히드라의 다른 머리들로 날아들었다.

‘계단 베기…!!’

양손엔 [클로우 숏소드]가 들려있다.

소검을 이용한 [매화검법] 활용으로, 플레임 히드라에게 자잘한 타격을 주기 위함이었다.

콰앙-!! 콰가강-!!

갸오오오-!!

3개? 4개?

몇 개의 머리를 지나친지 모르겠다.

워낙 스치듯이 빠르게 지나쳤던 터라.

대신 [계단 베기]의 마력이 들어가는 첫 번째 공격과 마지막 공격.

거기에 [폭발하는 검의 기세] 효과를 담았다.

큰 타격까진 아니어도, 연달아 들어온 마력 공격에 플레임 히드라가 당황한 게 눈에 보였다.

화륵-!!

화르르-

그를 방증이라도 하듯, 주변에서 뜨거운 불길이 다시 치솟았다.

녀석의 주특기인 불속성 마력 공격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끄, 끄아악…!!”

박진우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왔다.

서둘러 확인하니, 플레임 히드라의 입에서 나온 웬 불구덩이를 정통으로 맞고 있었다.

불내성이 꽤 높은 박진우라지만, 내성 수치를 넘어서는 공격을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분노에 가득 차 폭발적으로 던지는 일격에…

박진우는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씨발새끼가….”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나온다.

하지만 화를 꾹 참으며, 목표했던 플레임 히드라의 몸 위로 올라섰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지금 이곳의 보스 괴수는 둘.

이 녀석의 공격에 당황해 이성을 잃으면, 공략은커녕 파티원들의 목숨이 위험했다.

‘물을…!’

그 혼란스러운 중심에서.

나는 문득 생수를 꺼냈다.

아무런 효과도, 시스템상 아이템도 아닌…

그냥 평범한 생수.

누군가 보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만, 지금의 내겐 이게 꼭 필요했다.

파앙-!

쪼르륵-

물병을 터뜨린다.

적은 양의 물이 플레임 히드라의 몸 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걸 구경할 틈도 없이, 나는 서둘러 스킬을 사용했다.

‘뉴 웨이브.’

[소용돌이를 삼킨 파도]의 파생스킬, [뉴 웨이브].

아주 조금이라도, 적은 양의 물만 있다면.

바다에 버금가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킬 수 있는 스킬.

생수병에서 시작한 물이, 증식이라도 하듯 미친 속도로 불어났다.

갸, 갸오오오-?

무언가 이상한 걸 느낀 듯.

플레임 히드라가 다시금 몸부림을 치려고 했지만…

“늦었어, 이 새끼야.”

파츠, 파츠츳-

어느새 무기를 바꿔 든 내 손엔, 이미 [침투하는 뇌기]의 강렬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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