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151화 (151/353)

‘안 좋군.’

권오준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순조로울 것 같던 사냥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파티의 선봉을 맡은 도재현이 전투의 포문을 연 것까진 좋았다.

멀티 홀더인 그는 또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창술로 야마타노오로치에게 선공을 가했고, 돌격의 가속도가 붙은 찌르기는 녀석에게 큰 타격을 줬다.

그건 창술을 주력으로 사용하는 권오준이 보기에도, 놀라운 수준의 ‘랜스차징’이었다.

그대로라면 분명 야마타노오로치는 후속타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

‘회복이 너무 빨라.’

하지만 그 예상은 단단히 빗나갔다.

처음 야마타노오로치는 보스 괴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낮은 내구 수치를 보였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 부상들을 순식간에 치료하는 모습 또한 보여줬다.

그건 일종의 ‘신성술’이었다.

고위 신성 계열 홀더들이 [큐어]나 [레스트]를 펼치는 것처럼, 녀석은 빠르게 자신의 신체를 치료하고 안정시켰다.

그 시전 속도는 너무 빨라서, 자연치유라고 느껴질 정도였다.

‘저주를 쓰는 거야.’

이 괴물과 전투를 이어가면서, 권오준은 그제야 그 정체를 눈치챌 수 있었다.

홀더 계에서 ‘저주’는 신성 주문의 방식 중 하나다.

근원 자체가 악신에게서 힘을 빌려 발현하는 것이기에, 겉보기와 상관없이 저주는 신성술의 한 종류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야마타노오로치는 그 저주 발현에 있어, 압도적인 수준의 실력을 보이는 보스 괴수였다.

공격당한 자신의 신체 부위를 회복하는 것부터, 전장의 공기를 확연하게 바꾸는 것, 자신을 비롯한 파티원들에게 디버프를 거는 것까지.

자신에게 유리한 전투 구도를, 각종 저주를 통해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었다.

지금껏 일본에서 마주했던 아오오니, 아카오니 등의 저주형 괴수들보다 훨씬 상위호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젠장. 너무 안 좋은데.’

권오준은 창을 쥔 상태로, 뒤편을 흘깃 바라봤다.

설상가상으로, 난데없이 한쪽에선 또 다른 보스 괴수가 나타났다.

보스 룸에 두 마리의 보스 괴수가 존재한다?

이건 10년 넘게 홀더 생활을 해온 권오준도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야마타노오로치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버거운데, ‘더블 보스’는 상황을 최악으로 치닫게 하는 변수였다.

때문에 파티의 핵심 전력인 도재현은, 녀석에게 묶여 홀로 외로운 전투를 하고 있었다.

다급히 박진우를 지원 인력으로 보내긴 했지만, 얼핏 보니 큰 도움이 된 것 같진 않았다.

‘철수…해야 할 수도.’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건 ‘공략 포기’였다.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뱀이 뒤덮은 숲’ 공략 때 암울한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던 권오준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렵단 생각이 자꾸 들었다.

S급에 근접한 A급 보스 괴수가 무려 둘이다.

지금 멤버로 이들을 공략하는 데엔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이번 던전 공략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수색’.

목표했던 바를 다 이룬 이상, 무리해서 공략을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전투가 진행된 상황에서 퇴각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가진 아이템과 스킬을 모두 사용하고 어그로를 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권 팀장님!”

앞선에 있던 최동욱이 다급히 소리쳤다.

이 이상은 한계다.

야마타노오로치의 저주 중 하나인 ‘둔화’가 최대한으로 적용돼, 파티원들의 움직임이 더없이 둔해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정말 위험했다.

현재 파티장은 도재현이지만, 권오준은 암묵적으로 또 다른 파티장.

그의 결정에 따라 방향은 달라진다.

속으로 결정을 내린 권오준은 파티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 파티원! 퇴…”

공략 포기.

퇴각 및 철수.

그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였다.

쏴, 쏴아아-!!

측면에서 머리 9개의 괴물 뱀을 상대하던 도재현이, 갑자기 커다란 물줄기와 파도를 만들어냈다.

녀석이 물속성 마력룬을 사용한다는 것도 신기한데, 물의 양이 엄청났다.

물이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곳에서 만들어낸 거대한 폭포.

커다란 파도가 괴물 뱀과 보스 룸 온 내부를 덮고 있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파츠, 파츠츠-!!

도재현의 검에서 번개속성의 마력룬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전도체를 타고 만들어진 번개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흘렀다.

목표는 머리 9개의 괴물 뱀.

갑자기 만들어진 물바다에 당황하는 보스 괴수였다.

파츠츠츠-!!

갸, 갸오오-?!

거대한 번개가 보스 괴수에 작렬한다.

이미 마력룬 자체만으로 전기량이 상당했는데, 앞서 만들어진 파도와 함께 결합하니 그 양을 도무지 측정할 수 없었다.

괴물 뱀은 괴로워하며 몸부림쳤고, 도재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터져라.”

일전에도 본 적이 있던, 그의 [파상천검]이 작열한다.

이미 전투 도중 몇 번이나 먹인 물리 공격.

이후 물과 번개를 활용해 커다란 타격을 준 마력 공격.

마무리론, 자신이 가진 최고의 공격형 궁극스킬까지.

일반적인 홀더라면 하나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공격들을, 도재현은 홀로 이어가고 있었다.

파티원들이 해야 할 역할을 다 챙겨가며, 거의 혼자 힘으로 A급 이상의 보스 괴수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 압도적인 광경 앞에서, 권오준은 생각했다.

‘저 녀석, 대체 뭐 하는 놈이지?’

재능 있는 홀더라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몇 달 전만 해도 C급이던 홀더였는데, 어느새 폭발적으로 성장해 A급 문턱까지 와 있었다.

멀티 홀더인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검도 쓰고, 창도 쓰고, 주먹도 쓰는데…

여기에 불도 쓰고, 물도 쓰고, 번개도 쓰며 혼자 다 해 먹는 미친놈이었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건가…?

‘저건 거의… 1인 군단이잖아.’

1인 군단.

그 표현이 딱 적절했다.

지금의 도재현은 마치 1인 군단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정말 위기에 닿아 있던 보스 룸 공략을, 멱살 잡고 성공으로 끌고 가는…

미친 수준의 활약이었다.

* * *

갸오오오….

잡았다.

플레임 히드라가 마침내 육중한 몸의 균형을 잃으며, 땅에 처박혔다.

녀석이 불속성에 치중되어 내가 저항력이 높았던 점, [뉴 웨이브] 스킬과 [침투하는 뇌기] 룬을 적절히 잘 활용했던 점, 그리고 마무리까지 깔끔했던 점….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해, 거의 혼자 힘으로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파상천검까지 쓴 건 아쉽긴 하지만.’

현재 내가 쓸 수 있는 최고의 공격 스킬을 날린 게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어줍잖은 일반 괴수도 아니고, 무려 보스 괴수다.

앞으로 또 어떤 능력을 보일지 모르는데, 괜히 힘을 아끼겠답시고 스킬을 안 썼다간 후회할지도 몰랐다.

기회가 왔을 때 반드시 쓰러뜨려야 했다.

‘다른 쪽도 급해 보이고.’

야마타노오로치를 상대하는 우리 팀을 흘깃 본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최전방에 있던 권오준과 신유나, 최동욱은 ‘둔화’, ‘공포’ 등 상태 이상에 걸려 간신히 버티고 있었고, 후방 지원 인력도 저주와 맞서며 힘겹게 마법을 시전했다.

파티 내 유일한 신성 계열인 이수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팀원들의 디버프를 푸는 중이었다.

‘저주 쪽에 특화된 괴수구나.’

나는 단숨에 전황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야마타노오로치는 저주 및 악성향 신성룬에 특화된 괴수다.

지금껏 마주친 아오오니, 아카오니 등 괴수들의 진화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파티원들의 정신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는 모르지만, A급 이상 보스 괴수의 저주는 해주가 쉽진 않을 것이다.

이수미 하나론 부족하다.

신성 계열이 최소 두세 명은 더 있어야 했다.

‘방법이 필요해.’

나도 마찬가지다.

내게 [참회자의 검]이라는 에픽 신성 무기가 있긴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공격이 성공했을 때에 효과를 볼 수 있는 무기다.

공격을 마치기도 전, 보스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저주에 당한다면…

나로서도 딱히 답이 없었다.

때문에 녀석에 닿기 위해선, 저 강력한 저주를 뚫고 갈 수 있을 만한 특별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리고 나는 그 주인공을 잘 알고 있었다.

“박진우-!!”

플레임 히드라에게 불구덩이를 얻어맞고 쓰러진 박진우를 부른다.

그에겐 [명경지수]라는 에픽룬이 있다.

거의 모든 저주에 대해 면역 효과를 지니고, 흔들림 없이 의지를 관철할 수 있는 정신방어 룬.

정신 계열 룬 중에선 최고로 평가받는 사기룬.

[명경지수]를 보유한 박진우가 앞쪽에서 야마타노오로치의 공격을 탱킹하며 어그로를 끌어주고, 그사이 내가 신성력을 극대화해 딜을 넣어줄 수 있다면…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저 보스도 충분히 사냥 가능성이 있었다.

“오우, 씨발- 가슴이 존나게 뜨겁네….”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가슴을 부여잡고 있는 박진우.

나는 그에게 다가가 마법 가방에서 꺼낸 최고급 포션을 던졌다.

탁-

“뭐야.”

“뭐긴, 뭐야. 포션이지. 빨리 먹고 움직이자. 남은 보스 잡아야지.”

“미친. 이 꼴로 또 싸우라고?”

“그럼 팀원들 죽게 놔둘 거야?”

“…그건 안 되지.”

동료애 하나만큼은 남다른 박진우가 다시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보스 룸에 나타난 두 마리의 보스 괴수.

그 낯선 상황에 당황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쪽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원작의 주인공이 두 명이나 있었고, 산전수전 다 겪은 <불의 심판> 사냥 5팀이 함께한다.

꽤 골칫거리였던 플레임 히드라를 완전히 끝장낸 지금.

오히려 남은 보스 괴수를 처치할 절호의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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