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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57)화 (157/353)

Chapter 157 -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5)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었다.

동기이자 <안티 빌런> 부원이었던 지윤재가 <빌런> 클랜 소속이었고, 이번 던전에 함정을 파 기습을 준비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어안이 벙벙해지는데, 그 이후는 더 놀라웠다.

죽음이 눈앞까지 다가온 절망적인 상황 속.

가장 앞에 있던 도재현에게 변화가 생겨났다.

커다란 황금색 빛줄기가 온통 그를 향해 쏟아졌고, 등 뒤에선 웬 용의 모습을 한 형체가 잠시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그건 마치, 전설 속에서나 들어봤던 ‘드래곤’의 생김새였다.

‘…….’

강주연은 멍하니 그런 도재현을 바라봤다.

매번 달라지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처음 봤을 땐 그저 단검 하나만 쓸 줄 아는 투박한 홀더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루는 무기가 점점 늘어났고…

이젠 어느새, 마력룬까지 다수 활용하는 다재능 멀티 홀더가 되어있었다.

그 신비로운 성장에 어떤 룬이 있는지.

혹은 무슨 힘을 빌렸는지까진 모른다.

다만, 하나 확실한 건.

그는 늘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고, 그 성장엔 남모를 땀방울이 흘러왔다는 것.

그간 꽤 오랫동안 그를 지켜본 강주연은, 이제 그 성장의 뒷면을 볼 수 있었다.

‘…또 도움을 받았어.’

그런 도재현의 또 다른 변화.

이번엔 어떤 힘을 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그건 분명 위기의 파티를 구하기 위한… 있는 힘을 다한 발버둥이었다.

그래서 도재현이 특별한 힘을 온전히 얻고 나서도.

이후 “쇄도하라.”라는 짧은 언령과 함께, 적의 수장을 단숨에 리타이어시킨 궁극스킬을 쓰고 나서도.

불리했던 전세를, 완전히 뒤바꾸고 난 후에도.

강주연은 생각했다.

나도 돕고 싶다.

그에게 도움만 받는 게 아닌, 나란히 선 강자로서 그의 어깨에 힘을 보태고 싶다.

도재현이.

아니, 재현이가.

믿고 등을 맡길 수 있는, 그런 강한 동료가 되고 싶다.

그 다짐과 의지는 하나의 알을 깨뜨렸다.

재능이라는 이름 아래.

정체의 매너리즘이 만든 알에 갇혀 있던 강주연.

그 알이 완전히 깨졌다.

그리고 그녀는 밖으로 나서며, 새로이 비상하고 있었다.

[한때 사람들에게서 잊혔던 용기사와 드래곤의 거룩한 맹약을 지켜봤습니다. 맹약에 담긴 힘과 당신의 의지가 맞물립니다. 당신의 가슴에 잠들어 있던, 꺼지지 않는 수호의 불꽃이 꿈틀거리고 있습니다. 맹약의 레드 드래곤, 카날레스는 언제 어디서든 용기사의 옆에 있을 것입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 룬의 숨겨진 힘이 드러납니다.]

[새로운 룬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으로 룬 정보가 갱신됩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을 5, 불내성을 5 획득합니다.]

[파생스킬 ‘호신화기’를 익혔습니다.]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

기존의 [꺼지지 않는 불꽃]이 갱신되어, 새로운 전설룬이 등록됐다.

단지 각성 시에 얻은 불속성 에픽룬이라고만 여겼는데, 알고 보니 용의 전설과 엮여 있는 신비롭고 강렬한 힘이었다.

그 봉인이 드디어 깨져, 그녀에게 새로운 힘을 전달하고 있었다.

강주연은 살포시 감았던 눈을 떴다.

룬의 새로운 방향이, 그녀의 뇌리에 스쳐가고 있었다.

오로지 공격에만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룬.

그 성향 때문에, 강주연은 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룬 활용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룬이 지닌 진짜 힘은 그게 아니었다.

레드 드래곤 카날레스가 오래전 보유했던 불속성 마력룬.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

이건 맹약을 맺은 용기사를 지키고, 인간들을 보살피기 위해 만들어진 힘이었다.

콰아앙-!!

눈앞의 전장을 바라본다.

도재현이 적의 수장을 쓰러뜨리며 완전히 전황을 바꿔놨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리했다.

최소 B급 홀더로 보이는 <빌런> 클랜원들이 아직 일곱 명이나 건재했고, 새 힘을 얻었다곤 해도 이미 보스 공략에서 힘을 많이 쓴 도재현이 언제까지 버텨줄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지윤재.

도재현과의 처음 부딪힘에서 잠시 밀려났던 그가, 암살자 계열 특유의 움직임으로 도재현을 공격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

도재현도 이를 눈치챘을진 모르겠지만, 멀리서 집중하는 강주연에겐 확실히 보였다.

폭발로 잠시 시야가 가려진 연기 속.

지윤재는 다시 한번 도재현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강주연은 조용히 마력을 움직였다.

‘호신화기.’

먼 곳에서 홀로 포위된 도재현.

그를 주변으로…

뜨겁게 막아서는 맹렬한 불꽃의 방패.

이제는 자신도 힘을 보탤 차례였다.

* * *

타- 타다다-

화르르륵-!!

‘오, 씨발. 깜짝이야.’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올 뻔했다.

구명훈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고, 남은 <빌런> 클랜원들과 싸우려던 찰나.

갑자기 내 주변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적들이 쓴 건 아니다.

상대는 모두 근접 계열에, 마력을 활용하려는 낌새조차 없었다.

마력의 발현은 뒤편.

긴장한 채 전투를 지켜보는 우리 파티 쪽에서 나온 마법이었다.

‘누구지. 주연이? 윤지아 선배?’

마법을 쓴 이가 누군지는 모르겠다.

모두 보스 공략 때문에 마력이 고갈됐을 텐데, 어떻게 마법을 썼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온전히 내 주변에만 타오르는 불의 방패.

이건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특이 형태의 마법이었다.

내 주변에 피어 올랐지만, 날 공격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듯한 마법.

불길은 활활 타올라 내 몸 근처를 감싸더니, 이내 가슴팍 근처에서 높이를 조절하며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그건 마치 [마력 제어]와 무공룬을 극한으로 끌어올렸을 때 획득할 수 있다는 스킬, [호신강기]를 보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캉-

화르륵-!!

“끄, 끄으읍…!!”

눈먼 불길에, 기어코 당하는 적이 있었다.

지윤재.

아까 나와 잠깐 검을 부딪치고, [폭발하는 검의 기세]에 당해 잠시 밀려났던 녀석.

그는 내가 구명훈과 속행으로 전투를 벌였던 틈을 노려 기습을 가해왔는데, 난데없이 나타난 그 불길에 막히며 나가 떨어졌다.

불의 방패는 마력으로 구성된 기운임에도 불구하고, 지윤재의 물리 공격을 모두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뭐지, 대체.’

물론, 녀석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용인화]와 [광폭화]를 통해 거의 두 배에 가깝게 뻥튀기된 내 능력치는, 상대의 습격에 반응할 수 있는 동체 시력도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

당연히 지윤재의 습격도 눈치채고 있었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불의 방패가 녀석을 막아세웠다.

그 뜬금없는 방어에, 지윤재는 마치 폭발한 듯 소리쳤다.

“빌어먹을! 도대체 스킬이 얼마나 많은 거냐!!”

“야. 이건 내가 한 거 아니야.”

진짜 아닌데.

왠지 억울하네.

탁- 탁-

스스슥-

캉!!

그리고 그 방어가 기폭제가 된 걸까.

나 홀로 포위됐던 전투 구도 안에, 이번엔 세 명의 홀더가 끼어들었다.

권오준, 박진우, 최동욱.

앞선에서 탱킹 라인을 맡았던 홀더들.

후방에서 호위를 맡은 신유나를 제외한 인원이었다.

그들은 빠르게 내 옆으로 다가온 후.

각자 <빌런> 클랜원들과 무기를 맞댔다.

그 모습에 난 조용히 말을 건넸다.

“…다들 괜찮습니까?”

아무리 물리 공격을 쓰기에 다른 계열보단 낫다지만, 어쨌든 지치고 마력이 고갈된 건 마찬가지다.

팀원들이 무리해서 온 것 같아 괜히 걱정이 들었다.

“오우,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지.”

“그래. 네가 저 중력 마법사를 해치운 탓에, 우리 발이 좀 풀렸다.”

“…세 명 정도는 잡아주마.”

이미 궁극스킬도 다 써버렸고, 쿨타임이 긴 스킬들도 거의 다 썼을 거다.

남은 거라곤 오직 신체 능력과 무기뿐.

그런데도 이들은 악착같이 달려와 날 돕고 있었다.

팀이니까.

서로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온 팀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마음이 백번 이해가 갔다.

나라고 해서 딱히 다를 건 없었다.

그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뭐라도 해보려고 ‘석판의 봉인’을 해금한 것이었다. 

결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 모든 건 팀을 위한 행동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무기를 쥐었다.

“그럼 다들 알아서 조심하십시오! 제가 앞에서 최대한 많이 상대하겠습니다!”

타다닥-!!

팀원들에게 뒤를 맡긴 후.

곧장 [날렵한 몸놀림]을 활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빌런>의 클랜원들은 이미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차수연은 [왜곡의 그림자]에 당해 사망 위기였고, 그런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 클랜원 한 명이 붙어있다.

거기에 구명훈은 내 폭발적인 첫 공격에 거의 전투 불능이 돼 있는 상태.

10명의 클랜원 중, 남은 건 어느덧 7명.

그중 또 3명을 우리 팀원들이 맡아줬으니, 내가 상대할 인원은 4명뿐이었다.

‘그리고 세 명 이상부턴 맹수의 법칙이 적용돼.’

[야만왕의 후예] 특수효과, 맹수의 법칙.

셋 이상의 적과 싸울 때 신체 능력치(근력, 속력, 내구)가 상승한다.

4레벨이기에 퍼센티지는 20%.

[광폭화]와 [용인화]로 인한 펌핑.

[야만왕의 후예]로 한 번 더 펌핑.

마지막으론, [위압] 특수효과로 또다시 펌핑.

무수히 많은 능력치 보정이 콤보처럼 적용됐다.

이건 뭐, 치트키를 쓴다고 해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지금의 난 능력치만 놓고 봤을 때…

A급 수준을 가볍게 뛰어넘고 있었다.

캉- 카강-!!

까가가가-

“크윽….”

“뭐 이런 괴물 같은 힘이…!!”

<빌런> 클랜원들은 어떻게든 합격을 펼쳐 보려다가, 압도적인 내 능력치에 급격히 당황했다.

물론, A급 홀더부터는 능력치의 고저가 큰 의미를 잃는다.

등급을 상승시키는 기준 능력치가 없기도 하고, 이때부턴 능력치보다 룬 레벨과 룬 활용능력이 무력을 가르는 더 큰 척도가 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A급 이상의 얘기.

지금 이곳에 있는 <빌런> 클랜원들은, 지윤재를 제외하곤 모조리 B급 홀더다.

3:1을 하더라도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캉- 카강-!!

그나마 지금의 내게 비빌 수 있는 건, A급 홀더뿐이다.

[참회자의 검]과 두 자루의 소검이 거칠게 맞부딪힌다.

그리고 능력치 차이의 영향에서 벗어난…

단 한 명의 홀더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아까부터 호시탐탐 급습의 기회만 노리던 지윤재였다.

나는 맞댄 무기 앞에서, 씨익 하고 웃었다.

“쥐새끼 같은 놈. 이번에도 뒤만 노리네?”

“도재현… 너만은 반드시 여기서 죽이겠다.”

지윤재.

그리고 세 명의 <빌런> 클랜원과의 4:1 전투.

평소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구도지만, 지금의 나는 그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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