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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65)화 (165/353)

Chapter 165 - 전면전 (1)

강동욱 교수에게 [조련 계약]에 관한 속성 강의를 받고 있을 무렵.

강화도에 자리를 잡은 지 2시간가량이 지나고, 뒤늦게 출발한 본대 인원들이 드디어 모두 도착했다.

정확히는 강화도에만 몰린 건 아니고, 인천 근처의 각기 다른 지점들로 인원이 분산됐다. 

<빌런> 클랜의 거점이 고작 한 무인도에만 설립되어 있진 않을 거라는, 컨트롤 타워 쪽 탁원호 교수의 판단이었다.

‘신기하네.’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그 작전 과정을 보면서, 나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카데미 내 보물이라던 [융화의 질서].

그 아이템을 탈취당하고, 이를 함정 삼아 <빌런>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것.

이러한 과정은 내가 봤던 원작 내용엔 없었기 때문이다.

‘그땐 황성연도 없었어.’

정확히 1년 뒤에 일어났어야 할 ‘아카데미 습격작전’.

여기엔 부마스터인 황성연의 참여가 없었었다.

차수연을 비롯해 지윤재와 아카데미 스파이들이 대거 참여한 습격작전이었고, 당시엔 박진우의 각성과 주요 인물들의 참전으로 아이템을 뺏기지 않고 막아낼 수 있었다.

때문에 박진우가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던전을 공략하러 가는 극 후반부까지도 <빌런>은 건재했다.

붙잡힌 건 아카데미 지부뿐, 클랜의 머리인 황동연과 황성연 형제는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래서 빌런을 잡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빌런> 클랜을 완전히 소탕하는 건, 먼 훗날의 일로만 느껴졌었다.

애초에 처음 빙의하고의 내 계획도, <빌런>만은 피해서 움직이자는 주의였으니까.

그런데 순차적이던 계획이 꼬이고, 작전들이 연달아 실패했기 때문일까.

예상외로 <빌런>은 자신들에게 무리가 갈 습격작전을 펼쳤고, 그로 인해 실제로 위험한 상황에 마주하게 됐다.

<빌런>이라는 거대 범죄조직을 소탕하게 될 절호의 기회.

이곳에 빙의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었다.

‘무조건 이번에 잡아야 해.’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빌런>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회악이다.

녀석들만 퇴치한다면, 앞으로 홀더 생활을 이어감에 있어 걸림돌이 될 요소는 없었다.

“오우, 기대가 잔뜩 되는구만.”

잠깐 생각에 빠진 사이,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본대 합류로 강화도에 도착한 박진우였다.

녀석은 새롭게 편성된 수색조 중 나와 같은 조에 속하게 됐다.

“너 원래 이런 거 관심 없지 않았냐?”

문득 원작에서, 녀석의 친동생인 박윤서가 당하기 전까지 아카데미 방어에 참여하지 않던 녀석이 떠올라 물었다.

그러자 박진우는 코웃음을 쳤다.

“뭔 소리야. 빌런 놈들 우리 써클 건드렸잖아. 난 당하곤 못 살아. 맞은 만큼 돌려줘야지.”

그 대답에 오히려 내가 당황했다.

“우리… 써클?”

“어. 왜, 맞잖아.”

“…….”

이 자식….

아닌 척하면서, 은근 <안티 빌런>에 진심이었구나?

무심하게 장비를 점검하는 박진우의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근처엔 박진우뿐 아니라, 익숙한 얼굴들이 모여 있었다.

“…재현아, 안녕.”

“어, 왔어? 몸은 다 회복한 거야?”

“…응. 푹 쉬었어.”

“다행이네.”

하루 만에 다시 마주한 강주연.

그리고 양손으로 팔짱을 낀 채, 왠지 모를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는 김채은도 와 있었다.

“왜 나한텐 인사 안 해줘?”

“어? 아니, 이제 봤으니까 그렇지.”

“뭔가 변했어.”

“…뭐가, 또.”

“몰라. 근데 뭔가 달라졌어!”

“…어떻게 해야 풀리는데.”

“작전 다 끝나고 파스타 해줘. 크림 파스타로.”

“결국 그거였냐….”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그 옆 문가은에게 고개를 돌렸다.

“가은이도 안녕….”

“뭐래.”

“넌 왜 또.”

“흥. 언제부터 이름으로 불렀다고. 평소대로 해.”

“하아… 다들 나한테 왜 그래.”

얜 또 왜 아직까지 삐진 것 같지.

나는 난감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내 주변 여자들은 도무지, 매일매일 기분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도재현.”

“아, 권 팀장님.”

위기에 빠진 날 구출해준 건 권오준이었다.

그의 뒤엔 팀원인 신유나, 김성철, 최동욱, 이수미가 같이 와 있었다.

권오준은 웃는 얼굴로 내게 말을 걸었다.

“어떻게 또 한 팀이 됐군.”

“그러게요. 이러다가 다 같이 클랜이라도 차려야 되는 거 아닌가 몰라요.”

“하하. 큰일 날 소리를. 그것보단 네가 불의 심판에 들어오는 게 더 빠를 거다.”

“그건 그렇긴 하죠.”

사냥 5팀이 또 한 번 같은 파티가 됐다.

이번 본대 수색을 맡을 파티다.

파티 당 대략 15인을 한 팀으로 구성했는데, 그중 전사 계열과 마법사 계열은 4인, 암살자 계열과 궁수 및 신성 계열은 2인, 특수 계열은 1인으로 이루어졌다.

때문에 우리 조에는 나름 호흡이 맞춰진 <불의 심판> 사냥 5팀이 배정됐고, <안티 빌런> 측인 나와 강주연, 김채은, 문가은, 박진우가 더해지며 10명이 됐다.

여기에 타 클랜 신성 계열 1명, 궁수 계열 1명, 마법사 계열 1명, 특수 계열 1명씩이 추가됐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스승님. 다들 준비가 끝난 것 같습니다.”

나는 선두에 있는 한 여성에게 다가가 말했다.

백색 도복과 눈송이처럼 내려앉은 백발.

깨끗하고 새하얀 분위기를 뽐내는 S급 홀더, 유은설.

이번 작전의 최강자이자 이 수색조의 암살자 계열로 배정된 그녀가, 우리 파티의 파티장이었다.

유은설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답했다.

“네, 그럼 출발하죠. 도재현 홀더는 이 파티의 실질적 부팀장이니까, 파티원들 상태나 동향을 꾸준히 제게 보고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가 마쳐지고, 우리 파티는 무인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강화도와 달리, 무인도엔 별다른 [워프 게이트]가 없기에 직접 배를 타고 움직여야 했다.

우리의 수색 섬은 기장섬.

강동욱 교수의 버그가 가리키고 있는, [융화의 질서] 소재지였다.

부으으-

모두 탑승을 마치고, 작은 배가 기장섬을 향해 출발했다.

“…….”

거대 범죄조직과 싸움을 앞둔 터인지, 배에 올라탄 파티원들 사이엔 긴장 섞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평소에 그토록 말이 많은 박진우도, 지금은 조용히 장비를 점검 중이었다.

나 역시 천천히 <홀더 정보>와 룬들을 돌아보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전투를 준비했다.

“저기, 재현 씨.”

그러던 중.

누군가가 내 옷깃을 잡으며 말을 걸었다.

들을 때부터 익숙한 말투와 목소리.

애초에 나를 이런 식으로 부를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뒤를 돌아 보니, 역시나 이수미였다.

나는 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답했다.

“오늘은 회장 씨라고 안 하시네요?”

“…장난칠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

뭐야.

이수미 홀더 맞아?

그녀에게서 너무 의외의 말이 들려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항상 이수미가 덧붙이는 독특한 콧소리도 없고, 차분한 목소리나 진중한 말투도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까….’

혹여나 싶어서 서둘러 위아래를 훑어보니, 의상도 그녀답지 않다.

클랜 내부 업무를 할 때든 현장 파견을 나갈 때든, 언제나 노출이 있는 수녀복을 입던 그녀였는데…

오늘은 입은 옷의 스타일이 굉장히 단정하다.

온몸을 덮듯이 가린 수녀복과 로브, 그리고 스태프.

신성 계열의 정석이라고 봐도 될 의상이지만, 이수미가 입으니 상당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부탁할 게 있어서.”

“부탁이요? 어떤 건데요?”

그녀 정도 되는 홀더가 나한테 부탁할 만한 게 있나?

이수미는 잠시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다가, 입술을 살짝 물며 내게 말했다.

“이번 작전에서 이수연… 아니, 차수연을 찾게 되면. 그 여자를 꼭 제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

그리고 그녀에게서 나온 말은…

꽤 충격적이었다.

<빌런>의 핵심 간부인 차수연.

그녀를 직접 자기 손으로 죽이고 싶다.

어지간한 원한 관계를 지니지 않고서야, 쉽사리 나올 수 없는 말이었다.

‘아, 저번에.’

그리고 순간, 일전에 차수연을 보고서 이수미의 반응이 특이했던 게 기억났다.

차수연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증오하는 듯한…

처음 보는 사이라곤 믿기지 않던 감정의 물결.

당시에도 그녀를 보며 이상하다 여겼는데, 오늘 그녀의 말을 들으니…

확실히 둘 사이에 뭔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의문은, 이수미의 다음 말에 바로 풀렸다.

“그 여자, 제 언니예요.”

“…예?”

“차수연. 본명 이수연. 10년 전에 일가족 중 동생만 남기고 모두 살해했던, 최악의 싸이코패스. 그 미친 여자가, 제 언니예요.”

그 충격적인 전말을 듣고 나서야…

모든 게 이해가 됐다.

이수미의 특이했던 반응도, 차수연의 지독했던 웃음도.

모두 과거의 실타래가 얽히고설켜 만들어낸 재회였던 모양이다.

마치 트라우마를 직접 지워내고자 <안티 빌런>에 가입했던 우리 부원들처럼, 이수미는 <빌런>에게 당한 또 다른 피해자 중 하나였다.

“빌런 퇴치에 변환점을 만들어낸 것도, 차수연을 찾게 된 것도… 모두 재현 씨가 안티 빌런을 움직이면서 가능했던 거니까. 그래서 재현 씨한테 말하고 싶었어요.”

마치 과거의 자신을 비워내는 듯한 이수미의 말.

그에 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범죄자의 살해는, 단순히 개인의 욕심만으로 이어질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이수미 홀더님, 그…”

“알아요. 함부로 죽일 수도 없고, 재현 씨한테 그런 권한도 없다는 거. 그냥 말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혹시나 제가 복수를 하게 되면, 재현 씨는 묵인해줬으면 해서.”

“…….”

침묵은 곧 긍정이었다.

단지 일종의 선언이었을 뿐이라는 그녀의 말에 더 덧붙일 말은 없었다.

이수미도 그걸 잘 아는지.

한 걸음 물러서며, 평소처럼 눈웃음을 지었다.

“흐응- 재현 씨는 역시 진지한 얘길 할 때 멋있네요. 아무튼 다치지 말고 잘해봐요, 우리.”

짤막한 말과 함께, 이수미가 선실 안으로 들어섰다.

나 역시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리고 이내, 바다를 바라보며 복잡한 머릿속을 비웠다.

‘이번 작전… 꼭 성공해야겠네.’

단순한 범죄 조직과의 싸움이 아니다.

많은 이들의 복수와 말로 다 할 수 없는 원한이 담겨있는, 거대한 규모의 작전.

<빌런>과의 전면전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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