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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88)화 (188/353)

Chapter 188 -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3)

푸르, 푸르르-

우으으으-!!

괴이한 울음소리가 던전 내에 울린다.

‘이레귤러 보스’가 내는 소리였다.

그는 어떻게 들으면 말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자세히 들으면 소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다.

다만, 사슴을 닮은 녀석의 생김새.

온몸이 얼음으로 구성된 영롱한 겉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저 이상한 소리는 아마 사슴 울음소리가 아닐까 했다.

“갑자기 이레귤러 보스가 나타나다니….”

이레귤러 보스는 일전에 <얼룩진 암석 더미>에서 마주쳤던 중간보스, ‘아세나’와 유사한 느낌의 괴수다.

다만, 중간 보스가 해당 던전의 수준과 맞고 최종 보스보단 낮은 실력인 데 반해, 이레귤러 보스는 던전의 수준을 뛰어넘는 탓에 최종 보스보다 강한 경우도 많다.

당장 <얼음 정원>만 해도 F급 및 E급 괴수들만 출현하는 최하급 던전인데, 지금 눈앞에 나타난 괴수는 아무리 봐도 최소 B급이었다.

그런 특수성 때문에 이레귤러 보스는 일종의 ‘재난 괴수’로 불리기도 했다.

실제로 던전 내에 이레귤러 보스가 나타나면, 한국 홀더 협회에서 가장 먼저 임시 공격대를 파견하는 조치를 하곤 했다.

“빨리 도망쳐!!”

“얼음 마법을 쓴다! 파워 멜팅 쓸 줄 아는 마법사 계열 없습니까?!”

“그런 고위 홀더 여기 없어!!”

이레귤러 보스 근처에 있던 홀더들이 혼란을 겪으며 각기 흩어졌다.

‘그런 고위 홀더 여기 있는데….’

불속성 마법인 [파워 멜팅].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스킬이긴 하지만, 아마 강주연 정도면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이다.

아무래도 <얼음 정원>이 관광 명소로서의 가치가 더 높은 던전이다 보니, 오늘 이곳에 찾은 홀더들의 수준이 그리 높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런 것치곤, 아직 크게 다친 홀더는 없어 보인다.

갑작스러운 습격이긴 해도, 녀석이 마법을 사용하는 괴수라서 그런지… 다행히 큰 피해는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연아. 보조 가능해?”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나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강주연을 봤다.

마법사 계열은 늘 시간과 싸우는 홀더들이다.

마력의 배열, 발현, 응용…

모든 면에서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그만큼 돌아오는 파괴력이 강하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이레귤러 보스에, 강주연의 준비도 덜 됐을 확률이 높았다.

“…응, 가능해.”

하지만 강주연은 프로페셔널 룬 홀더.

상황이 벌어졌을 때부터, 이미 스태프를 든 채 준비를 마쳤었다.

국내 10대 유망주, 아카데미 마법사 계열 최대 기대주…

그 화려하기 짝이 없는 타이틀들이, 괜히 그녀에게 매번 따라붙는 게 아니었다.

나는 강한 신뢰의 눈빛을 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공격 스킬보단 최대한 반격이나 방어 쪽으로 해줘. 금방 갔다 올게.”

“응.”

강주연의 대답을 듣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나섰다.

평소라면 곧장 돌격류 룬인 [천하제일 경주마]를 사용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빌런> 소탕 작전이 있고 난 후, 어떻게 보면 첫 실전이라 볼 수 있는 전투.

그때 이후의 내 전투 방식은 훨씬 다채로워져 있었다.

‘계약의 부름.’

빠르게 앞으로 달려가며, [소환] 룬의 [계약의 부름] 스킬을 사용한다.

계약 관련 룬을 통해 지정된 계약자를, 마력석을 소모해 룬의 힘으로 불러오는 스킬.

내 손에서 벗어나 허공으로 쏘아진 마력석이, 거대한 괴수 한 마리를 불러왔다.

캬오오오-!!

“저, 저게 뭐야? 또 다른 이레귤러 보스인가?”

“아니야. 저거 그거야, 그거. 본 드래곤. 그 도재현 홀더의 계약 괴수.”

“도재현? 도재현이 여기 와 있다고?”

멀리서 다른 홀더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온몸이 뼈로 이루어진 기괴한 겉모습.

그러나 그만큼 웅장한 등장을 뽐내는 날갯짓.

내 유일한 계약자, 본드였다.

나는 요란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본드의 몸 위로 가볍게 올라탔다.

‘오랜만이네, 본드.’

-주인. 오늘은 그 미친 연구원이 보이질 않는다.

본드가 내 인사를 받기는커녕, 다른 소리부터 한다.

미친 연구원.

강동욱 교수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강동욱 교수는 주말마다 종종 <홉고블린 부락>을 찾아와, 나와 본드의 계약 관계와 협공을 연구하곤 했다.

그는 대부분 우리의 전력을 상승시키는 계약 관련 연구였고, 특수아이템인 [융화의 질서] 연구와도 연관이 있는 부분이라 난 적극적으로 그에 참여했었다.

실제로 그를 통해 우리의 협공 전력이 상승하기도 했고.

하지만 ‘미친 연구원’이라는 표현을 보니, 그게 본드에겐 그저 귀찮기만 한 과정이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연구 아니고 실전이야. 저기 저 사슴같이 생긴 녀석 보이지? 저거 잡아야 해.’

그 말에 본드의 시선이 잠시 이레귤러 보스를 향한다.

상대는 벌써 얼음 속성 마법을 펼치며, 안 그래도 얼어 있는 주변을 더욱 냉기로 가득 차게 만들고 있었다.

아마 그대로 두면.

서둘러 도망치는 홀더들도 금세 위험에 빠질 것 같다.

-약해 보이는데.

‘마법 쓰는 놈이라 그래. 아무튼 바로 출발한다?’

-알겠다.

본드의 허락에, 나는 곧바로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했다.

[천하제일 경주마]는 내가 지닌 돌격류 룬들을 모두 통합한, 에픽급의 상위룬.

그동안 룬의 능력을 적절하게 잘 써왔지만…

본드라는 계약자를 얻고 난 후, 난 비로소 이 룬의 진정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캬오오오-!!

우우웅-

쏴아아아-

본드가 엄청난 속도로 돌격을 준비한다.

평소 자신이 날아다니는 속도.

그의 몇 배는 빠른 듯한 움직임이다.

[천하제일 경주마]의 ‘래피드 라이딩’ 특수효과.

어느 때든 상시적용되는 이 효과는, 룬 사용자가 올라탄 ‘탈것’에게도 돌격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효과였다.

그 성능은 70%.

비록 내 몸으로 직접 쓸 때보다 성능이 줄지만, 활용도는 훨씬 높아진다.

‘본드의 움직임에 탄력이 붙는 거니까.’

본드에겐 [천하제일 경주마] 룬이 없는데도 그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중요했다.

본드가 돌격을 사용하면 그 방향에 제한이 사실상 없어지고, 올라탄 상태에서 난 또 다른 공격을 준비할 수 있다.

속도는 줄어드는 대신, 돌격 이후의 파괴력이 높아진다고 보면 편했다.

푸르, 푸르르-

우으으으-!!

거침없이 이레귤러 보스를 향해 달려들던 도중.

녀석이 마침내 준비 중이던 얼음 속성 마법을 펼쳤다.

쩌적-

쩌저저적-

<얼음 정원> 내부 바닥에 깔려있던 빙판이 모두 치솟기 시작한다.

몇몇은 기둥이 되어 올라오고, 몇몇은 날카로운 가시 형태로 내부 곳곳을 찔러댔다.

개중엔 투창처럼 얼음의 창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건 내가 가진 속성 스킬 중 하나인 [윈드 재블린].

그 스킬의 얼음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미친… 생각보다 더 세잖아.’

예상외의 공격에 골치가 아팠다.

녀석의 얼음 마법이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

나야 저 마법들을 막거나 피해낼 수 있지만, 아직 피신하지 못한 다른 홀더들이 문제였다.

그대로 둔다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때.

화륵-!

화르르르-

때마침 적절하게 강주연의 불속성 마법이 펼쳐진다.

던전 내부 전역에 거대하게 일어난 불의 기운이, 이레귤러 보스의 얼음을 모두 녹여냈다.

‘와….’

그건 단순히 [파워 멜팅] 수준의 마법이 아니었다.

불로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용.

마치 피닉스를 보는 듯한 불의 형상이었다.

거대한 불꽃은 강주연의 스태프에서부터 시작해 온 던전을 덮으며, 상대의 얼음 마법을 그대로 상쇄시켰다.

최근에 강주연의 룬에 변화가 생기고, 실력도 거의 A급에 다다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 위력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주인, 한눈팔지 마라. 돌격 중이다.

‘아, 미안. 이대로 액셀 피어싱까지 갈 거야. 기억하지?’

-문제없다.

강주연의 보조에 힘입어, 나는 본드의 돌격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리고 꺼내 드는 [와이번 스피어].

그간 본드와의 협공을 개발하며 무수히 연습했던…

‘본드의 돌격 이후 [액셀 피어싱]’이었다.

캬오오오-!!

앞으로만 가던 본드의 돌격 방향이 바뀐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듯 맹렬하게 날아드는 돌격.

아직 강주연의 마법에 녹지 않은 얼음 공격들이 틈틈이 본드에게 쏟아졌지만, 무용지물.

전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다.

그건 순전히 본드의 신체 능력 때문이다.

무려 100을 넘어서고 있는 본드의 내구 수치.

그건 아무리 마력이 많이 담긴 공격이라고 해도, 쉽게 뚫어낼 수 있는 수치가 아니었다.

‘액셀 피어싱.’

그대로 준비 중이던 스킬을 활용한다.

돌격 속도를 발판 삼아, ‘찌르기’에 모든 힘을 쏟는 공격 스킬.

특히 하늘에서 땅에 떨어지며 공격할 땐 30% 위력이 증가한다는, [와이번 스피어]의 특수효과까지 더해져…

본드와 나의 협공은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했다.

콰, 카가가-!!

콰앙! 콰앙!

콰아앙!!

찔러드는 창에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이레귤러 보스의 얼음 공격인가?

그걸 알아챌 틈도 없이…

내 창은 눈앞의 방해물을 모조리 파훼하고, 그대로 찔러 들어가 녀석의 몸통까지 꿰뚫어버렸다.

푸, 푸르….

우으으-

그걸로 전투는 끝이었다.

이레귤러 보스는 잠시 몸을 떨다가, 이내 영롱하던 빛을 잃으며 목숨을 잃었다.

“아니, 무슨….”

그 말도 안 되는 결과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게 대체 뭘까?

[액셀 피어싱]은 원래 마무리를 짓는 스킬이 아니다.

강력한 선제공격을 가하며 기세를 잡아 오는 공격이고, 스킬에 붙은 효과 역시 ‘출혈’… 지속적인 타격을 주기 위한 효과다.

그런데 스킬 한 번에 전투가 끝났다.

이레귤러 보스가 보였던 마법의 위력을 생각하면, 상대는 최소 A급 괴수.

난 지금 A급 괴수를…

스킬 한 번에 끝장낸 거였다.

“…재현이, 너무 강해.”

천천히 뒤쪽에서 걸어오던 강주연이 내게 말했다.

강주연에게 이런 소릴 들으니까 뭔가 억울한데.

하지만 내가 봐도 말이 안 되는 결과긴 하다.

“그러게. 이건 나도 예상 못 했어….”

아마 추측하건대, 본드와 내 합동 공격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동안 강동욱 교수와 함께 많은 연구를 진행했었지만, 그 연구결과가 실전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아카데미가 종강하지도 않았고, 마땅히 실전을 치를 만한 일이 없었기에.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 이를 활용하니, 그 위력이 어마어마했다.

본드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치와 내 뛰어난 룬 활용.

그 둘이 더해지면서 [액셀 피어싱]은, 기존의 위력을 뛰어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음…. 가, 갈까?”

왠지 모르게 민망한 기분에, 고개를 돌리며 강주연을 봤다.

“응.”

강주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홀더들 대부분이 피신하면서, 근방엔 사람들이 보이질 않았다.

사소한 사냥이 있었지만, 문제없다.

이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관광을 즐기면 그만이었다.

사후처리야 뭐…

뒤늦게 온 홀더 협회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렇게 발을 돌리려던 때였다.

[‘아이스 루돌프’의 특별한 힘이 정원에 스며듭니다. 1년에 딱 한 번. 그것마저 절반의 확률로 모습을 드러내는 아이스 루돌프는, 자신만의 보스 룸을 보유한 매우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의 흔적을 쫓다 보면, 놀랍도록 아름다운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얼음 정원’의 또 다른 보스 룸이 열립니다.]

내 [액셀 피어싱]으로 초토화가 된 <얼음 정원>.

그 중앙 한쪽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영롱한 빛의 계단이 생겨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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