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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92)화 (192/353)

Chapter 192 -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7)

특별한 크리스마스이브를 보내고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나는 장비를 챙겨 던전에 나와 있었다.

<구름을 가린 둥지>.

일전에 문가은, 성나연 홀더와 함께 공략한 경험이 있는 던전이었다.

공략 후엔 던전 소유권의 지분만 보장받고, 운영에 대해서는 <로열> 측에 완전히 넘겼었다.

덕분에 꾸준히 들어오는 수익 외엔 한동안 잊고 살던 던전이었다.

그 던전의 입구에서 서서, 나는 바보처럼 물었다.

“정말 여기서 보내자고?”

함께 크리스마스의 점심을 보내기로 한 문가은.

그녀가 아침 일찍부터 잡은 약속 장소는 이곳.

<구름을 가린 둥지>였다.

심지어 클랜에 직접 요청을 하며, 다른 홀더들이 올 수 없게 오늘 하루 던전 내부까지 비워 놨다고 한다.

문가은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늘 꼭 네 계약 괴수에 올라타 보겠어.”

그 이유는 하나.

내 계약자인 ‘본드’의 몸에 올라타, 직접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욕심에서였다.

나는 황당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니, 그건 언제든 할 수 있잖아. 꼭 크리스마스에 해야 해?”

그 말에 문가은은 살짝 눈을 흘기며 날 봤다.

“치- 너 방학 되면 또 엄청 바쁠 거잖아. 어차피 시간 안 될 거면서.”

“…….”

너무 정곡을 찔려서 할 말이 없다.

특히 이번 방학은 새로 얻은 룬들을 강화해야 하고, 유은설과의 던전 공략까지 잡혀 있어 저번 방학보다 더 바쁠지도 몰랐다.

‘그래도 미리 약속 잡으면, 충분히 시간 낼 수 있는데….’

하지만 굳이 그 말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문가은의 속마음을 대충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마 문가은은 내가 그런 점들에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방학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런 식으로 계획을 짠 거겠지.

가만 보면…

안 그럴 것 같은 애가 제일 배려심이 깊었다.

“그리고 어차피 아침에서 점심이라 마땅히 갈 만한 곳도 없어. 그럴 바엔 아예 던전을 통째로 빌려서 노는 게 나아.”

“…그것도 그렇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물론, ‘논다’는 범주에 사냥이 들어간다는 게 문제지만…

뭐, 문가은은 잔뜩 신나 보이니까 상관없겠지.

그녀는 잰걸음으로 총총 다가와 내 등을 밀었다.

“어쨌든 빨리 가자! 시간이 없어, 시간이.”

“으아아, 간지러워.”

이런저런 장난을 치며, 우리는 금세 <구름을 가린 둥지>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우리를 끌어 올려줬던 성나연 홀더가 없었지만, 다행히 지금의 내겐 [엘리멘탈 마스터] 룬과 [플로리안 주문] 룬이 있다.

바람속성을 내포한 마력룬과 고레벨의 주문법 룬.

두 룬의 조합이면 [레비테이션] 정도는 껌이었다.

* * *

캬오오오-!!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창공.

마치 폭풍이라도 불 것처럼, 거칠게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그사이를, 거침없이 가로지르는 거대 괴수.

공중형 괴수들로 가득 쌓인 <구름을 가린 둥지>의 하늘은, 10분도 채 안 돼 본드의 영역이 돼 버렸다.

[소환]의 [계약의 부름]으로 단번에 소환된 본드는, 자신과 딱 맞는 형태의 던전에 기뻐하며 하늘을 날았다.

마치 자신의 집을 찾기라도 한 듯한 움직임이었다.

“와아-! 신나…!!”

그리고 신난 건, 본드만이 아니었다.

문가은은 내 등 뒤에서 날 꼭 껴안은 채로, 하늘에서의 질주를 만끽 중이었다.

-주인. 이 여자, 이상하다.

‘…착한 애야.’

-모르겠다. 그냥 이상하다.

사실 문가은이 본드 위에 탄 채 하늘을 나는 것.

이건 원래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아무리 계약 괴수라고 할지라도, 이 정도로 거칠고 투박한 비행을 견디려면 [승마] 룬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도 해당 룬이 없긴 하지만, 난 [승마] 룬이 없는 대신 계약자와의 협력을 다방면으로 보조하는 공통룬 [계약 강화]로 이를 커버한다.

하지만 [승마]도 [계약 강화]도 없는 문가은은, 당연히 하늘 위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 승마 룬 있는데?”

“…있다고?”

“응! 홀더 각성 때부터 공통룬으로 보유 중이었어. 레벨도 엄청 높아. 나 아마 전생에 기마 궁수였었나 봐, 아하하.”

어쩐지.

장난감처럼 본드를 타고 싶다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근데 그러면 조련 계약에 재능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문가은은 웃으며 장난식으로 말했지만, 나는 이를 좀 더 진지하게 바라봤다.

최근 강동욱 교수와 [융화의 질서] 및 ‘계약 관련 룬’들에 대해 연구하며 알게 됐는데, [승마] 룬을 보유한 홀더들은 대개 [조련 계약]에 관한 재능도 같이 지닌 경우가 많다.

[승마] 룬은 ‘탈것’과 관련한 능력들을 보조해주는 룬이지만, 시스템에 기록되지 않은 탈것들은 대개 홀더의 전투에서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승마] 룬을 보유한 홀더들은, 나중에라도 [조련 계약] 룬을 얻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신나게 본드 위에서 질주를 만끽하는 문가은도, 아마 이런 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호!!”

…지금이야 이렇듯 잔뜩 신난 상태라.

그런 얘기가 전혀 들어오지 않겠지만 말이다.

나는 살짝 본드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며, 문가은에게 물었다.

“사냥해볼래?”

“사냥?”

“응. 아까부터 만티코어 네 마리 따라붙는 것 같거든? 본드 위에서, 활 한 번 쏴 봐.”

“좋아! 너무 좋아! 꼭 해볼래!”

아이처럼 좋아하는 문가은에,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들어 문가은이 뭔가 기죽은 모습을 보여 안쓰러웠었는데, 이렇듯 웃게 해줄 수 있다는 게 나도 즐거웠다.

본드와의 ‘마력 연결’에 조금 더 힘을 싣는다.

‘가자, 본드.’

-…귀찮다.

‘좀만 참아. 나중에 집 가면 최고급 마력석 줄게.’

-좋다. 약속 지켜라, 주인.

…이걸 또 굳이 구두 약속까지 받아내네.

하여간 비싼 거 좋아하는 건, 괴수나 사람이나 다 똑같다.

동기부여가 생긴 본드는 열정적으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캬오오오-!!

커흐흐흐-!!

하늘 위에 네 마리의 괴수가 날고 있다.

한 마리는 본드, 남은 세 마리는 A급 괴수 만티코어.

[천하제일 경주마]를 비롯해 내 직접 전투 룬들을 쓴다면 이제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녀석들이지만, 지금은 문가은의 사냥을 보조해줄 시간.

본드에 올라탄 상태 그대로…

나는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상태 이상들을 걸었다.

‘선전포고.’

우선 [위압]의 [선전포고].

상대의 정신 수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파생스킬이라 그리 선호하지는 않지만, 다행히 만티코어는 신체 강화에 온 능력치들이 집중돼 정신 수치가 꽤 낮은 괴수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무려 3초의 공포를 걸 수 있는 매력적인 스킬이었다.

커흐흐-?!

빙고.

세 마리 중 두 마리가 공포에 걸렸다.

그와 동시에 문가은의 활시위가 곧장 당겨졌다.

총 세 개.

마치 [연격] 스킬을 사용하듯, 총 세 개의 화살이 연속적으로 날아가 꽂힌다.

이제는 나도 보유한 [별절사법]의 파생스킬, [일점사]였다.

쉬이이-

팍-! 파박-!

만티코어 한 마리의 어깨 쪽에 박히는 세 개의 화살.

그걸 다 확인할 틈도 없이, 나는 연달아 상태 이상을 사용했다.

이번엔 [악귀의 저주] 룬.

그 안에 담긴 주술, ‘둔화’다.

커흐흐-!!

커흐?

[선전포고]의 권역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달려들던 만티코어가 그대로 멈춘다.

내 신성 수치도 벌써 50을 넘었기 때문일까.

주술을 사용하는데도 위력이 엄청났다.

이건 뭐, 둔화가 아니라 거의 정지 수준이다.

캬오오오-!!

이번엔 본드가 몸을 움직였다.

이번 전투 내 딜링은 전부 문가은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어쨌든 본드도 싸움을 좋아하는 호전적인 계약자.

눈앞에 있는 먹잇감을 가만히 두고만 있을 녀석이 아니었다.

커흐흐-!!

캬오오오-!!

본드의 단단하고 파괴적인 뼈 이빨이 만티코어의 몸통을 물어뜯는다.

내 [악귀의 저주] 때문에 거의 정지 상태가 된 만티코어는, 그 맹렬한 물어뜯기를 속절없이 허용해야만 했다.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만티코어.

그를 절대 놔주지 않는 본드.

“앗….”

하늘에서의 그 격렬한 싸움에, [승마] 룬이 있다던 문가은이 휘청였다.

나는 순간 떨어질 뻔한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괜찮아?”

“어, 어… 응.”

한껏 당황한 문가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조심하라니까. 승마 룬 있다고 그렇게 막 맘대로 움직이면 안 돼.”

“씨이- 이건 불가항력이잖아…!! 이렇게 거칠게 움직이면 어떻게 반응해.”

“하하하.”

문가은의 몸을 붙잡은 그대로, 본드에게 다시 더 단단히 붙는다.

녀석에게 움질일 방향을 지시한다.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속삭였다.

“꽉 잡아, 가은아.”

“꺄아-!!”

캬오오오-!!

커흐흐흐-!!

물어뜯던 만티코어를 무시하며 하늘 위로 더 솟아오르는 본드.

그를 뒤따라.

마지막으로 남은 한 마리의 만티코어가 날아오른다.

본드가 위에 서고 아래에서 만티코어가 따라붙는 형태.

그건 하나의 추격전처럼, 서로가 위를 향해 날고 있었다.

그리고 본드의 위에 붙은 우리는, 마치 고층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만티코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기형적인 구조에서…

나는 활시위를 잡았다.

내 활의 시위가 아닌, 문가은의 활시위를.

“뭐, 뭐 하려고?”

“마무리 사냥.”

잠깐 전투 준비가 흐트러진 문가은을 대신해.

내가 직접 활을 쏜다.

[무술의 달인]이 10레벨이고, 최근에 룬 사냥으로 얻은 [별절사법]도 10레벨이기에 활을 쏘는 공격에 무리는 없었다.

백허그를 하듯 그녀를 붙잡은 상태에서 같이 당기는 활시위.

완벽에 가까운 [일점사]가, 만티코어를 향해 쏟아진다.

“앗….”

“어…?”

다만, 그 과정에서 약간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는데….

급한 전투니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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