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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97)화 (197/353)

Chapter 197 - 용의 숨결이 닿는 강 (1)

뜨거웠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까지 모두 마무리된 후.

새해의 아침이 밝았다.

그리고, 아카데미의 방학이 시작됐다.

이번 방학은 내게 있어선 꽤 의미가 깊다.

아카데미에서 드디어 1학년 타이틀을 떼게 되는 첫 방학이기도 하고, 돌풍과도 같았던 이번 한 해를 마무리하는 휴식기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작년 한 해를 한 단어로 평가하라면…

딱 집어 하나로 말할 수 있다.

룬.

나는 그동안 [룬 사냥꾼]이라는 사기적인 룬을 통해 무수히 많은 룬을 획득해왔고, 그 다양한 룬들은 내가 한곳에 치우치지 않고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이 돼줬다. 

“개수가… 48개?”

문득 보유 룬의 개수를 세 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미친.

뭐가 이렇게 많아?

일반 홀더들이 획득 가능한 룬 개수 제한(30)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심지어 [룬 사냥꾼] 특수효과로 늘어난 50개 제한도 거의 다 채울 기세다.

나름 조절하며 얻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페이스가 빨랐다.

“아, 1개가 더 있구나.”

48개가 아닌, 49개다.

생각해 보니 크리스마스 이브에 획득한 룬이 하나 더 있었다.

<룬 정보> 

◎이름: 사슴의 얼음뿔

◎등급: 레어(Rare)

◎레벨: 4

◎새겨진 부위: 머리

◎특수효과

: 얼음 속성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된다. 물이나 얼음 등이 있는 특수 지형에서 사용할 경우, 더 강하고 빠르게 활용할 수 있다.

: 신체 부위에 뿔이 있는 대상이 보유하면, 룬의 위력이 50% 상승한다. 또한, 해당 뿔을 언제든쿨타임 없이 마력이 담긴 얼음속성으로 변환할 수 있다.

◎파생스킬

◎세부정보

: 특별한 날에만 찾아온다는 사슴의 특별한 얼음뿔. 본래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힘이었지만,시간이 흐르며 주변을 오통 얼어붙게 만드는 강력한 힘 또한 담게 됐다.

‘아이스 루돌프’를 처치하고 획득했던 룬.

처음 이걸 얻었을 땐 [엘리멘탈 마스터]의 하위룬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특이하게도 이 녀석은 하위룬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건 이 룬뿐만이 아니다.

내가 가진 [이글거리는 불꽃]이나 [침투하는 뇌기] 등도 하위룬으로 편입되지 않고, 여전히 보유 룬에 남아있다.

단순 원소 속성의 룬이라고 해서, 모두 하위룬으로 편입되는 게 아닌 것이다.

아무래도 [엘리멘탈 마스터]는 다른 상위룬들과는 달리, 설정된 특정 룬들만을 하위룬으로 인정하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사슴의 얼음뿔]은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 얼음 속성을 다룰 수 있게 해주는 마력룬이었다.

숙련도와 룬 레벨이 낮아 별다른 파생스킬은 없지만, 조건부로 위력을 올려주는 특수효과들이 붙어있었다.

특히 ‘신체 부위에 뿔이 있는 대상이 보유하면’이라는 조건이 눈에 띄었다.

“…대놓고 사람은 쓰지 말라는 거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억울할 것도 없다.

‘원래 못 얻는 거잖아?’

애초에 사람은 획득할 수 없는 룬인데, [룬 사냥꾼]을 통해 억지로 얻어낸 거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나마 내가 가진 스킬 중에 [용인화]라는 신체가 변형하는 특수 스킬이 있긴 하지만…

이것도 몸에 비늘만 조금 돋아나는 능력치 펌핑 스킬일 뿐, 특별히 몸에 뿔이 돋아나는 효과 같은 건 없었다.

“계약 괴수한테 줘야 하겠네.”

새로 계약하게 될 괴수에게 룬 부여를 하든지, 아니면 [용언이 맺은 약속] 룬 레벨을 올려 본드에게 추가로 룬을 주든지 해야 했다.

그냥 내가 써도 되지만, 큰 효율이 나올 것 같진 않다.

애초에 정말 얼음속성 마법이 필요할 땐, 김채은과 함께 사냥을 가면 될 일이니까.

“3레벨에, 통솔도 31이니까….”

그동안 강동욱 교수와 꾸준히 수련하고, 특수아이템 [융화의 질서]를 연구하며…

‘계약’과 관련된 내 능력들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용언이 맺은 약속]은 3레벨, 통솔 수치는 31.

덕분에 계약 가능한 대상도 최대 1마리에서 3마리로 늘어 있었다.

이 정도면 한 마리는 더 계약을 맺어도 소환 유지에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빨리 1마리 계약해서 룬 좀 털어내야겠다.”

그동안 나름 관리를 했다고 느꼈는데, 벌써 49개에 달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무래도 저번 <빌런> 소탕 작전으로 대거 획득한 15개의 룬이 자리를 많이 차지한 모양이다.

보유 룬이 꽉 차면 원하는 룬을 못 얻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으니, 나는 서둘러서 계약자를 하나 더 만들 걸 결심했다.

룬을 정리할 방법은 ‘상위룬’과 ‘계약자에 룬 부여’ 총 두 가지가 있는데, 아무래도 전자보단 후자가 더 확실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재현. 오래 기다렸나요?”

그렇게 내 <홀더 정보>에 대해 잠시 정리하고 있을 무렵.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아, 스승님.”

새하얀 도복과 찰랑거리는 백발.

눈송이처럼 창백하면서도 아름다운 외모.

코디가 올드하다고 느껴질 법도 한데도, 특유의 고고한 분위기가 이를 상쇄시키는 홀더.

이제는 내 ‘정식 스승’이 된 유은설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내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지만, ‘도재현 홀더’라는 딱딱한 호칭은 바꾼 상태였다.

처음엔 호칭에 별생각 없었는데, 막상 스승님께 이름으로 불리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주연이나 가은이와 서로 처음 이름을 텄을 때의 기분과 비슷했다.

유은설은 자신의 도복과 단검들을 조금씩 매만지며 내게 다가왔다.

“미안해요. 오랫동안 준비해 온 던전이라, 점검할 게 좀 많아서.”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어요.”

새해가 시작되고 며칠 안 된 오늘.

우리는 2인 파티로 사냥을 준비 중이었다.

유은설과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맺었던 약속.

그녀가 굳이 아카데미 강사로까지 취임했던 이유.

<용의 숨결이 닿는 강> 내부의 이중 던전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미리 말해 둔 아이템들은 챙겨왔나요?”

유은설이 마법 가방과 장비를 점검하며 내게 물었다.

미리 말해 둔 아이템.

그건 [중급 해독제], [중급 진정제], [중급 가속제] 등의 ‘상태 이상 해제’와 관련 아이템들을 말했다.

이번에 우리가 가게 될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은 다양한 종류의 괴수들이 나타나는데, 그들 중 대부분이 ‘상태 이상’과 관련된 룬 혹은 스킬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공략을 위해선 반드시 신성 계열 홀더를 파티에 포함시키거나, 연금술사가 제작한 ‘상태 이상 해제’ 아이템들을 지참해야 했다.

“우린 2인 파티로 던전을 뚫을 거니까, 아이템들이 꼭 필요해요.”

다만, 이번 공략은 유은설과 나.

딱 두 명으로만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우리의 목표가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이 아닌, 그 안에 숨겨진 ‘이중 던전 공략’이기 때문이다.

이 이중 던전은, 오직 특별한 조건을 지닌 두 명의 홀더만이 입장할 수 있다.

유은설의 말로는 그게 ‘용의 기운을 지닌 홀더’라는데…

당시 난 석판을 해금하기 전이었는데, 어떻게 그때 내가 조건에 부합했는 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그러한 공략 관련 정보를 내게 주지시키며, 오늘 오기 전에 꼭 관련 아이템들을 챙겨올 것을 지시했다.

‘명경지수 때문에 필요 없는데….’

하지만 사실 난 그런 아이템들이 필요 없다.

일본에서 ‘야마타노오로치’를 처치하고 획득했던 정신 계열 에픽룬, [명경지수]가 있기 때문.

박진우의 두 번째 트레이드 마크인 이 룬은, 정신 계열 공격에 관해선 완전한 면역을 보이는 사기적인 룬이다.

벌써 레벨도 6에 달해서, 어지간한 상태 이상은 이제 가려운 수준이었다.

“예. 여기 다 챙겨왔습니다.”

그래도 스승의 지시는 지시.

굳이 그런 설명을 덧붙여 내 룬 정보를 알릴 필요도 없었고, 또 만약을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내가 마법 가방에서 해당 아이템들을 모두 꺼내자, 유은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바로 가죠.”

“아카데미 워프 게이트로 갈까요?”

“네. 충남으로 가야 하니까요.”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은 충남에 있는 던전이다.

공주와 대전에 걸쳐 솟은 계룡산에 자리한 던전으로, 공략 당시 유은설이 파티원들로부터 지분을 모두 구매하며 소유권을 넘겨받은 개인 소유의 던전이었다.

덕분에 오늘 우리가 갈 때도, 다른 홀더들의 방해 없이 공략을 진행할 것 같았다.

우리는 정문에서 움직여,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워프 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카데미에 워프 게이트가 있어서 편하네요.”

“학생들은 못 쓰는 게 살짝 아쉽지만요.”

사실 이 워프 게이트는 평범한 학생들은 함부로 쓸 수 없다.

아카데미에서 이용에 제한을 뒀다.

내부 관계자나 전임 교수, 혹은 권리를 인정받은 특수 학생들만 사용할 수 있었다.

단순 국가 운영 워프 게이트가 아닌, 운영 재단에서 사유로 관리하며 협회와 연동하는 게이트이기에 그런 제한이 가능했다.

‘난 쓸 수 있긴 하지만.’

참고로 나도 이 워프 게이트에 이용 권한이 있다.

일전에 아카데미에서 공식 선정한 ‘올해의 써클’.

내가 만든 <안티 빌런>이 받게 된 그 수상 혜택 중에, 이 ‘아카데미 워프 게이트 사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별하고 다양한 혜택을 포함한다더니, 의외로 멀지 않은 곳에 사용처가 있었따.

덕분에 난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유은설과 함께 워프 게이트를 쓸 수 있었다.

“곧 떠날 사람인데도, 아카데미에서 아직 내 지위를 인정해주더라구요.”

유은설이 내 옆을 걸어가며 말했다.

그녀는 처음 목표했던 대로, 딱 6개월만의 강사 기간을 마치고 아카데미를 그만뒀다.

이건 탁원호 교수도 받아들였던 내용이기에 군말 없이 그녀를 보내줬다.

다만, 아카데미의 정식 졸업 기간이 새해의 2월이기에, 아직까지는 특별강사직을 인정받는 모양이었다.

나는 웃으며 답했다.

“그야 스승님이 저번 작전에서 기여한 게 크시니까요. 아카데미를 구하는 데에 많은 힘을 쓰셨잖아요.”

“그런가요?”

“네.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우린 거기서 전멸했을 거예요.”

“그 말은 재현에게 해당되는 말 아닌가요. 나보단 재현이 더 많은 걸 했던 것 같은데.”

“아….”

한 번 그녀를 추켜세웠다가, 더 낯간지러운 칭찬을 받는다.

사실 이런 대화에선 도저히 스승님을 이길 수 없다.

스승님은, 나를 제자로 둔 것에 대해 프라이드가 엄청났다.

언론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때도 항상 나를 추켜올리며 언급했고, 자신을 뛰어넘어 최연소 S급 홀더가 될 거라는 충격적인 발언도 하시곤 했다.

‘…잘해야지.’

처음엔 그런 그녀의 칭찬이 민망하기만 했는데, 이젠 그 기대에 부응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만큼 ‘첫 정식 제자’인 날 믿고 의지한다는 뜻이니까.

“도착했네요.”

그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다.

워프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대전, 유성구.

그 끝자락에 걸쳐 있는 계룡산 국립공원.

<용의 숨결이 닿는 강>으로 향하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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