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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198)화 (198/353)

Chapter 198 - 용의 숨결이 닿는 강 (2)

현대 사회에 괴수가 나타난 후.

국내에 있는 특수 지형지물은 대부분 ‘결계 밖 필드’가 되었다.

하지만 속칭 ‘필드’라고 불리는 이 공간은, 단순히 [마력 결계]만 없다고 해서 그렇게 칭해진 건 아니다.

한 던전을 공략하면 해당 던전의 보스가 일주일이 지나야 리젠되듯, 던전이 아닌 지역에서도 시스템이 지정한 일종의 ‘괴수 리젠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선 아무리 결계를 치고, 마력을 제어해도 그를 뚫고 어떻게든 괴수가 출현한다.

단순히 결계를 치지 않은 공간이 아니라, 결계를 쳐도 달리 의미가 없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세계 각국의 홀더들이 ‘괴수의 말살’을 위해 무수히 많은 연구를 했지만, 시스템의 불가항력에 전부 실패로 돌아갔었다.

그 때문에 필드는 이제 [마력 결계]의 가능성을 모두 잃고, 홀더들의 사냥터 정도로 인식이 바뀐 상태였다. 

“필드가… 아니네요?”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러한 필드 지정을 벗어난 특수 지형지물이 국내에 있었다.

그게 오늘 우리가 올라가는 계룡산이었다.

계룡산은 필드 지정이 되지 않아, [마력 결계]가 정상적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산’이었다.

유은설이 그런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룡산은 국내 주요 산들 중 필드 지정이 되지 않은 유일한 산이에요. 국내에선 등산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산에 가깝고, 그래서 평일인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죠.”

“…그렇구나.”

난 여전히 모르는 게 많구나.

1년 만에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베테랑격 B급 홀더가 된 나였지만, 사실 홀더 경력으로 치면 햇병아리나 다름없는 홀더 초년생이다.

아직 안 가본 필드나 던전도 많았고, 원작에서 못 봤던 탓에 전혀 모르고 있던 정보들도 꽤 있었다.

계룡산이 국내 주요 산 중 유일한 ‘노 필드’라는 건 오늘 처음 알았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주변엔 엄청난 수의 일반인들이 북적이며 등산 중이었다.

입구에서 어느 정도 인원 제한을 한다고 했음에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수였다.

“어? 엄마, 저기 홀더들인가 봐.”

“준수야, 홀더님들한텐 그렇게 삿대질하는 거 아니야.”

무장한 채 등산 중인 우릴 신기하게 보는 이들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스승님도 나도 복면과 로브를 쓴 채 이동 중이라 정체를 들킬 일이 없다는 것이다.

홀더라는 이유만으로도 이렇듯 시선이 쏠리는데, 우리가 어떤 홀더인지 알게 되면…

사인해달라니, 사진을 찍어달라니 하며 아예 길을 막아 설 지도 모른다.

‘스승님은 일반인도 아는 유명 인사니까.’

난 최근에야 이름을 알리고, 그마저도 홀더들 사이에서 관심도가 더 높은 유망주지만…

스승님은 국내에 딱 다섯 명 밖에 없는 ‘S급 홀더’다.

심지어 최연소 S급 홀더에 등극했던, 천재 중 천재.

S급 홀더의 숫자는 곧 국격을 의미하기도 했기에, 그 인기는 어지간한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들의 뺨을 치고도 남았다.

이렇듯 꽁꽁 변장을 한 채 던전을 가는 게, 전혀 과한 일이 아니었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던전의 용맹한 기운이 홀더의 정신과 신성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킵니다.]

그렇게 많은 인파를 거쳐, 금세 도착한 던전.

<용의 숨결이 닿는 강>.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또 처음 보는 메시지를 읽어야 했다.

‘뭐야. 하락이 아니라 상승시킨다고?’

출현 괴수가 평균 C급 이상인, 중급 던전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던전에 입장하면… 일반적으로 능력치 하락의 정보창이 뜬다.

이는 정신 수치나 [명경지수]로도 면역이 되지 않는, 던전이 자체적으로 지니는 디버프다.

아무리 강한 홀더라도 이 디버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하락이 아닌, 상승의 메시지가 떴다.

당연히 들어본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는 사실.

눈을 깜빡이며 몇 번 비비자, 스승님이 이상하다는 듯 날 봤다.

“재현, 왜 그러나요?”

“그… 던전 디버프가…”

“아. 좀 특이하죠? 이 던전은 신기하게도 정신과 신성을 하락시켜요. 저도 이런 특이 디버프가 있는 던전은 공략 때 처음 봤던 것 같아요.”

“…예?”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서, 바보처럼 되묻고 말았다.

상승시키는 게 아니라, 하락시킨다고?

‘뭐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생각해봤다.

저 말은 즉, 스승님에게 뜬 정보창과 내 것의 내용이 다르다는 뜻인데…

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스승님이, 나와 차이가 생길 만한 계기가 있나?

‘아. 룬 때문인가.’

순간 번뜩이듯 생각이 났다.

내가 가진 ‘용’과 관련된 룬들.

[용언이 맺은 약속], 그리고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뭔가 이유가 될 만한 게 있다면, 이 두 개의 룬일 확률이 높았다.

이번 던전의 이름은 <용의 숨결이 닿는 강>.

이름부터 용과 관련된 던전인데다가, 어쨌든 내가 가진 두 개의 룬은 ‘용기사와 용에 관한 전설’을 담은 특수 룬이니까.

“스승님.”

“네. 말하세요.”

“혹시 이 던전의 보스는 용인가요?”

최상급 던전 <용의 숨결이 닿는 강>.

그런데 이 던전에 대해선, 사실 홀더 계에 제대로 알려진 게 없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미 공략이 끝난 던전이지만, 정작 공략을 마친 스승님이 ‘던전 운영’에 대한 비용을 혼자 직접 부담하며 사실상 던전 자체를 폐쇄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던전의 공략 정보는 물론, 던전 보스의 종류가 무엇인지도 알 방법이 없었다. 

유은설이 이 던전을 통해 S급 홀더가 됐다는 둥, 이 던전의 보스 룸엔 어마어마한 보상이 있다는 둥…

홀더 계에 다양한 루머들이 떠도는 이유도 그런 탓이었다.

“그렇네요. 재현에겐 미리 말을 해줬어야 하는데….”

스승님이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던전 내부 앞쪽을 가리켰다.

“우선 걸으면서 이야기해요. 이 던전은 초입 10분 정도는 괴수가 나오지 않아요.”

우리는 간단히 장비를 챙기고, 던전 내부를 걷기 시작했다.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은 여타 던전들과 비슷한, 평범한 ‘숲’ 형태의 던전이다.

초입에서 중간, 보스 룸까지 이어지는 울창한 숲이 일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옆에 숲의 규모보다 훨씬 커다란 강 하나가 함께 흐르고 있다.

공략 경로 또한 생각보다 간단하다.

해당 강의 물줄기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끝이 나오는 구조.

물론, 그 과정에 나타나는 괴수의 수준이 어마어마하지만, 지형지물 때문에 공략이 까다로운 던전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일전에 공략했던 던전을 생각해보면, <뱀이 뒤덮은 숲>과 상당히 유사한 형태의 던전이었다.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던전의 보스는 용이 아니에요.”

“용이 아니라고요?”

“네. 정확히는 이 던전 내의 모든 괴수들이, 소문으로만 알려진 ‘드래곤’의 형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요.”

스승님의 말에 따르면.

<용의 숨결이 닿는 강>에는 용이 없었다.

사실 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일전에 봤던 ‘그리즐리 드레이크’나 ‘야산의 이무기’ 등…

‘아룡’이라고 불릴 만한 존재도 없었다.

나타나는 괴수들은 대부분 짐승 형태의 괴수, 혹은 유사인종의 형태를 한 괴수.

주로 디버프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괴수들이었다.

나는 거기까지 듣자,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왜 던전 이름이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이 된 건가요? 홀더 협회에서 정한 이름이 아닌 건가요?”

던전의 이름은 두 가지 방식으로 결정된다.

하나는 공략을 마친 후, 보고서를 종합해 홀더 협회에서 정하는 경우.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던전의 이름이 정해져 있는 경우.

아마 지금까지의 얘기로 추론해 보면, 이 던전은 후자의 경우일 확률이 높았다.

스승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던전 이름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어요.”

그리고 그 말과 함께, 품에서 웬 펜던트 같은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펜던트 안엔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 보석과 검 모양의 그림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용맹한 맹약의 증표’라는 아이템이에요. 공략을 마치고 레스트 룸에서 발견했죠. 이 아이템의 세부 정보에 이 던전의 이름에 대한 부분이 명시되어 있어요.”

“용맹한 맹약의 증표….”

멍하니 그 이름을 읊조려봤다.

용맹, 그리고 맹약.

둘 다 꽤나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스승님이 말을 이었다.

“아이템 효과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곳의 이중 던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거예요. 정확히는 보유자에겐 자격을 주고, 또 다른 자격을 갖춘 이들에겐 빛을 내며 반응하죠. 전에 내가 재현을 파트너로 찾을 수 있었던 이유도, 이 아이템의 효과 덕분이었어요.”

궁금했던 몇 가지 의문들이 거기서 풀렸다.

스승님이 날 정확히 집어 선택한 이유.

그리고 이중 던전의 입장 조건에 대해 알고 있던 이유.

모두 그와 관련된 아이템에 설명이 붙어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하자, 문득 떠오른 생각에 손뼉을 쳤다.

“아! 그럼 그 이중 던전이…”

“네. 아마 그곳이 정말 용이라는 존재와 관련된 던전이 아닐까 생각해요. 이 던전은 거기에 들어가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일 것 같구요.”

통과의례 치곤 너무 강력한 던전 같긴 한데…

어쨌든 스승님이 말하고자 하는 건 모두 이해가 갔다.

그렇게 슬슬 처음 말했던 ‘10분’이 끝나갈 때쯤.

우우우우-!!

쏴, 아아아-!!

갑자기 어디선가.

육중함이 느껴지는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결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

소리의 주인은 멀지 않았다.

우리 바로 옆의 커다란 강.

그 뒤쪽에서 밀려오는 소리였다.

나는 재빨리 무구 교체술로 [참회자의 검]과 [홉고블린의 청동 방패]를 동시에 꺼냈다.

일단 수비적인 자세로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스승님은 손을 뻗으며 날 제지했다.

“침착해요. 후공형 괴수예요.”

“후공형 괴수요?”

“네. 정확히는 우리가 공격할 틈도 없이, 바로 지나가죠. 초입부터 보스 룸이 있는 뭍까지 반복해서 움직이는 특이 괴수예요.”

후공형 괴수는 일반적인 괴수들과 달리, 홀더가 먼저 공격하기 전까진 공격을 취하지 않는다.

극히 드문 케이스지만, 던전을 돌다 보면 종종 그런 괴수들이 있었다.

심지어 지금 괴수는 공격은커녕, 아예 공격할 틈도 없이 지나가는 특이 괴수인 모양이었다.

그런 스승님의 말에, 나도 안심하며 경계 태세를 풀었다.

사냥하지도 않을 괴수에 벌써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우우우우-!!

쏴아아아-!!

쿠우, 콰아아-!!

“스승님? 이 자식, 안 지나가는데요?”

“어…라?”

엄청난 굉음을 내며 움직이던 거대 괴수가 우리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사냥할 틈도 없이 바로 지나갈 거라던 스승님의 말과는 전혀 다른 전개.

스승님의 얼굴에서도, 드물게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신, 아스피도켈론! 위대한 존재의 맹약자를 뵙습니다! 맹약자께서 가고자 하는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드리겠습니다!!

[언어] 룬을 통해 괴수의 소음이 소통된다.

하지만 녀석의 말이 곧장 이해되진 않았다.

순간 바보가 된 느낌이다.

…이 거대 거북이 새끼는 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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