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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00)화 (200/353)

Chapter 200 - 용맹의 블루 드래곤 (1)

우우우우-!!

쏴아아아-!!

물 위에서 아스의 이동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굉음을 내는 움직임과 그에 걸맞는 속도.

우리가 녀석을 처음 봤을 때의 모습 그대로…

마치 소규모 초고속 보트라도 탄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엔 너무 빠른 속도가 적응이 안 됐지만, 그것도 시간이 흐르니 점차 익숙해졌다.

“나무가 손잡이었네요.”

“…그러게요.”

나와 스승님은 몸에 마력을 발현한 채, 아스의 등껍질 위 나무들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관상용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스의 나무들이 알고 보니 손잡이였다.

여기에 붙어있으니, 아무리 속도가 빨라도 떨어질 일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수송 속도에 익숙해지고, 울렁거리던 속도 점차 가라앉는다.

나는 컨디션을 되찾자마자 다시 아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

-말씀하십시오.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지금이 반의 반 정도 왔습니다.

방금까지 3분 정도를 달렸으니…

반의 반이면, 총 소요시간은 12분.

이건 뭐, 거의 지하철 역 4개 정도 이동하는 시간이었다.

거북이가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건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스의 능력치 중, 속력 수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계약자 정보>

◎이름: 아스 (아스피도켈론)

-계약자: 도재현

◎분류: 아룡 (특수/고대)

◎속성: 물 

◎우호도: 충성 

◎상태: 보통 

◎일반 능력치

[근력: 61 (+14.2)] [마력: 101 (+14.6)]

[속력: 35 (+15.0)] [신성: 40 (+10.0)]

[내구: 108 (+11.0)] [정신: 83 (+10.8)]

◎보유 룬

[귀룡의 등껍질 Lv.20] [소용돌이를 삼킨 파도 Lv.16] 

[마력 제어 Lv.20] [드래고니안 주문 Lv.17]

[수중질주 Lv.Max] [수중호흡 Lv.Max] [수송 전문가 Lv.Max]

[마력 지배](*제한) [용맹의 뿔피리](*제한)

정확히 말하면, 과하게 낮다.

35.

계약 효과 추가 능력치까지 더해야 겨우 50을 찍는다.

누가 거북이 아니랄까봐, 초월적인 다른 능력치에 비해 속력이 너무 낮았다.

대신, 녀석은 [수중질주]와 [수송 전문가]라는 룬이 Max 레벨에 달해 있었다.

즉, 본연의 속력 자체는 굉장히 낮지만, 물 속에서 이동하거나 수송을 할 땐 한계를 넘어선 속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너, 마법 쪽에 강하구나?’

-그렇습니다. 저의 강점은 단단한 내구력과 그를 기반으로 버티며 펼치는 물속성 마법입니다. 부디 이 능력이, 맹약자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엄청 도움될 것 같은데?’

내게 [엘리멘탈 마스터]가 있긴 하지만, 속성 마력룬을 잘 다루는 계약자가 있어서 나쁠 건 전혀 없었다.

특히 아스는 본드와 정반대 스타일의 괴수다.

내구 수치가 높은 건 비슷하지만, 전투 성향이 아예 다르다.

본드는 높은 근력과 보조룬들을 바탕으로 육탄전을 펼치는 공중형 괴수이고, 아스는 마력 제어와 마법에 조예가 깊은 수중형 괴수.

덕분에 계약자들을 소환하고 활용함에 있어서도, 꽤 밸런스 있는 전투를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스.’

-말씀하십시오.

‘혹시 위대한 존재의 영역은 어떤 곳인지, 좀 알려줄 수 있어?’

<용의 숨결이 닿는 강> 내 이중던전.

스승님과 내가 곧 공략하게 될, 속칭 ‘위대한 존재의 영역’이라고 불리는 곳.

아스는 어쨌든 드래곤의 신하를 맡았던 아룡이고, 그런 그의 정보를 이용한다면 더 수월한 던전 공략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돌아온 아스의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송구합니다만,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모른다고?’

-그렇습니다. 제가 그분의 영토에서 거주했다는 사실은 맞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기억들이 대부분 소거됐습니다. 그 뿐 아니라, 위대한 존재에 대해서도 남아있는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단지 제가 그분을 모셨었고, 지금의 제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무감만이 남아 있습니다.

이건 꽤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현대로 넘어온 괴수들이나 이종족들이 다른 차원과 이계에 존재하는 이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들의 기억이 시스템에 의해 소거 된 채 온다는 건 몰랐다.

저번에 본드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비슷한 말을 들었었는데, 그땐 그저 본드가 드래곤 하트만 남은 언데드이기에 기억을 상실했다고 생각했었다.

‘…던전의 괴수들이 대부분 기억상실이라는 거지?’

물론, 본드나 아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당장 내가 [언어] 룬을 얻고 난 후, 제대로 이야기해 본 이계의 존재가 본드와 아스밖에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았다.

‘끝나는 대로 바로 가봐야겠네.’

나는 머릿속으로 슬그머니 던전 하나를 떠올렸다.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원작에서 홀더들과 대화를 시도했던, ‘이종족’들이 처음 나타난 던전.

내겐 그 던전에 들어갈 열쇠인 [울부짖는 광인의 일지] 아이템이 있고, 최상급 던전의 난이도에 맞게 내 수준도 적당히 올라온 상태였다.

이계와 던전, 룬에 관한 비밀들을 더 풀기 위해선…

이제 정말 그 던전을 직접 파헤쳐야 했다.

-맹약자님, 도착했습니다.

쏴아아아- 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아스가 도착을 알렸다.

강과 뭍의 투박한 경계.

울창한 숲이 바로 옆에 뻗어진 하류.

“…정말 이중 던전 입구에, 바로 도착했군요.”

살짝 감탄이 어린 스승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제대로 온 모양이었다.

나는 아스의 등껍질에서 내리며, 가볍게 땅으로 착지했다.

그리곤 다시 아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마워, 아스. 덕분에 금방 왔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아, 그리고 나랑 계약을 맺으면 거주지를 정해야 하는데….’

잠시 커다란 강과 그 주변을 둘러본다.

내가 소유한 여러 개의 던전.

그중 어디에도 이 정도로 넓은 물이 있는 곳은 없었다.

아스에게 가장 알맞은 거주지는…

누가 뭐라 해도 이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일 것이다.

‘역시 있던 곳이 좋지?’

그에 아스는 드물게 기쁘다는 몸짓을 보이며 말했다.

-허락해주신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좋아. 여기로 정하자. 만약 내가 필요한 일이 있을 땐, 꼭 물이 있는 곳에서 소환할게.’

-알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그럼 이제… 아.’

안전하게 우릴 이동시켜준 아스에게 인사를 건네려다, 나는 순간 생각난 점에 손가락을 튕겼다.

제일 중요한 걸 놓칠 뻔했다.

이것 때문에 계약 괴수를 늘리려고 한 건데 말이다.

나는 [용언이 맺은 약속]의 특수 효과를 사용했다.

[‘혼의 외침(노멀/Lv.4)’ 룬을 계약자 ‘아스피도켈론’에 부여합니다. 해당 룬이 홀더 정보에서 삭제됩니다.]

[‘삼재검법(노멀/Lv.11)’ 룬을 … … ]

[‘간단한 저주(레어/Lv.5)’ 룬을 … … ]

[‘오염된 근육(레어/Lv.5)’ 룬을 … … ]

[‘현혹의 손길(레어/Lv.7)’ 룬을 … … 해당 룬이 홀더 정보에서 삭제됩니다.]

총 5개의 룬을 아스에게 부여한다.

[용언이 맺은 약속]의 룬 레벨이 벌써 5가 되면서, 계약자에게 부여할 수 있는 룬의 개수도 3개에서 5개로 늘었다.

본드에겐 이미 5개를 준 상황이고, 나는 추가로 아스에게 5개를 더 부여했다.

기왕이면 그에게 어울릴 법한 룬들로 주고 싶지만, 지금 내 룬들이 꽉 찬 상황이기에 그나마 불필요한 룬들부터 처리를 했다.

어차피 아스는 이 룬들 말고도, 이미 훨씬 좋은 룬들이 있으니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신기하군요. 맹약자님의 능력입니까?

아스가 새로 얻은 능력들에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저 거대한 거북이가 고개를 흔드니,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날 기세다.

나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답했다.

‘이젠 네 능력이지.’

-뭔가 검을 잘 쓰게 된 듯한 기분입니다. 정작 검을 쓸 손이 없는데 말이죠.

‘하하하. 아무튼 다음에 또 보자, 아스. 오늘 옮겨줘서 고마워.’

-영광이었습니다. 위대한 존재의 가호가 맹약자님께 함께 하길….

우우우우-!!

쏴아아아-

“…정말 빠르네요.”

다시 엄청난 속도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아스를 보며, 스승님이 멍하니 말했다.

그에 나는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속력 자체는 생각보다 안 높더라고요.”

“그런가요?”

“네. 물에서 질주하는 룬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가벼운 잡담을 주고받으며 이중 던전이 있는 매개 장소로 다가갔다.

뭍과 강의 경계.

강물이 고여 있는 땅, 그 근처의 나무.

신비로운 기운이 넘실거리는 커다란 나무 아래에,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스승님은 그 중 하나에 올라서며 말했다.

“이 원 같은 곳에 들어가면 돼요. 그리고 각자 동시에 마력을 투입하면 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던전 입장은 워낙 많이 해왔던 터라 이젠 익숙했다.

스승님과 나는 해당 공간에 올라서고, 그대로 마력을 투입했다.

특수 조건을 요구하는 던전 입장이라 그런지, 입장하기 전부터 정보창이 나타났다.

[위대한 영역에 들어가기 위한 특수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두 개체가 뿜어내는 마력이, 위대한 영역으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와 감응합니다.]

거기부터는 일반 던전 입장 혹은 [워프 게이트]를 사용할 때와 똑같았다.

우리는 단숨에 <용의 숨결이 닿는 강>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놀라운 업적! 위대한 존재의 영역, 모든 존재가 경외하는 공간. ‘드래곤 레어’와 맞닥뜨렸습니다. 고대의 신비와 유구한 역사가, 공간 안에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전설의 한 장소를 목격한 당신의 시야가 더욱 넓고 새로워집니다.]

[업적의 성향으로 모든 일반 능력치가 2씩 상승합니다.]

[잊힌 기억은 때때로 재회에서 되살아납니다! 당신은 수호의 불꽃에 이어, 이번엔 용맹의 물결을 목격했습니다. 연달아 떠오른 맹약의 기억에, 관련 룬에 대한 숙련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용언이 맺은 약속’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통솔을 2 획득합니다.]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모든 일반 능력치를 1씩 획득합니다.]

<용의 숨결이 닿는 강>.

그 안의 이중던전.

아스가 ‘위대한 존재의 영역’이라고 일컫던 그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다 읽기도 힘들 정도의 정보창들이 날 덮쳤다.

룬과 괴수들을 파헤치다 보면 가끔 가다 나오는 ‘놀라운 업적’.

그게 이번엔 던전 발견만으로 나타났다.

덕분에 능력치들이 오르고, 각종 룬의 레벨들도 단번에 상승한다.

홀더들이 아주 가끔 던전을 탐험하다 마주치게 된다는, 일종의 ‘기연’이었다.

“재현! 은신을!”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이런 기연들이 아니었다.

다급히 내게 소리치는 스승님의 말에, 난 의문을 품지도 않고 곧바로 [은신]을 사용했다.

스승님은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만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은신을 펼치라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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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하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무언의 소음을 들었을 때.

조용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괴성과도 같은 그 음성을 들었을 때.

나는 뭔가 단단히 잘못됐음을 느꼈다.

[전설 속 존재. 용맹의 블루 드래곤, 플러비우스의 고요한 외침이 느껴집니다. 압도적인 마력과 기운에, 홀더의 모든 능력치가 크게 저하합니다.]

위대한 존재의 영역, 드래곤 레어.

이 이중던전은.

입장하자마자 보스가 나타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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