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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02)화 (202/353)

Chapter 202 - 용맹의 블루 드래곤 (3)

현재 내가 가진 룬들 중, 직접 전투 계열에서 최고의 룬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를 고를 것이다.

전설룬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는, 그 이름과 명성에 맞게 막대한 효과들을 지녔다.

마력룬 위력 증가와 마력 공격의 저항력이 높아지는 특수 효과부터, 체력 회복 및 마력 회복 속도와 체내 마력 저장량이 크게 늘어나는 ‘용의 축복’ 효과, 마력 발현 시 대상을 위축시킬 수 있게 만드는 ‘드래곤 피어’ 효과까지.

아마 다른 홀더들이 이 룬의 효과들을 본다면, 계열에 상관없이 누구나 갖고 싶어서 안달 날 것이다.

‘그리고 스킬까지.’

하지만 이 룬의 진정한 가치는 스킬에서 나온다.

이제는 명실상부 내 최고의 공격스킬이 된 [왜곡의 그림자]는 말할 것도 없고, 두 개의 파생스킬인 [용인화]와 [드래곤 브레스] 역시 각기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

[용인화]는 리스크 없는 보조 계열 스킬로.

[드래곤 브레스]는 파괴력이 뛰어난 마력 공격 스킬로.

그동안 난 마땅한 주문법 룬이 없어 [드래곤 브레스]를 극한으로 활용하지 못했었다. 

이 스킬은 다른 스킬들과 달리, 주문법을 통한 마력의 응용 과정이 훨씬 중요시되기 때문이다.

스킬 획득 후 실전에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지금은 달라.’

그러나 지금은 확실한 스킬 사용이 가능했다.

<빌런> 소탕 작전이 끝난 후 얻었던 15개의 공통룬.

그중 [플로리안 주문]이 11레벨이었다.

이젠 나도 꽤 숙련도 있는 주문으로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

그렇게 쏟아낸 첫 번째 주문이, 방금 마력을 모두 퍼부어 만들어낸 [드래곤 브레스]였다.

쿠, 콰아아-!!

쩌저저적-!!

엄청난 마력을 뿜은 브레스가 입으로부터 퍼져간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브레스에 닿은 모든 것들이 얼어붙기 시작한다.

[드래곤 브레스]는 시전자가 ‘속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이번 브레스에 담은 속성은 얼음.

[얼음의 사슴뿔] 룬으로 최근 사용 가능해진 속성.

비록 4대 원소에 해당하지 않기에 [엘리멘탈 마스터] 룬의 효과는 적용 받을 순 없지만, 주변을 바다로 만들어버린 블루 드래곤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엔 최적화된 속성이었다.

냉기의 브레스는 물바다를 모두 얼리고, 하늘로 솟구치며 블루 드래곤 플러비우스에게도 그 흔적을 남겼다.

“……?!”

“아차…!!”

하지만 역시 숙련도가 부족하긴 한 걸까.

스승님이 자리한 곳을 피하며 브레스를 조준하려 했는데, 아직 그 정도의 미세한 조종은 쉽지 않았다.

냉기의 브레스가 스승님을 살짝 스쳐 지나가며, 그녀의 다리 쪽을 얼렸다.

갑작스러운 마력 공격에 스승님은 당황했지만, 이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검에 마력을 담아 얼음을 쳐냈다.

“와….”

그 모습에 나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오늘 꽤 여러 번 느끼는 거지만, 스승님의 순간 판단력은 빨라도 너무 빠르다.

다른 홀더라면 머리로 상황을 파악해야 할 시점에, 스승님은 이미 행동이 먼저 옮겨진다.

표정은 당황한 것처럼 보여도, 몸은 그렇게 될 걸 예상했다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아까의 과감한 궁극스킬 사용 때도 놀랐지만, 지금의 움직임도 놀라웠다.

아마 이런 보이지 않는 능력치들이 S급 홀더의 자질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

쩌적-! 쩌저저적-

-----!!

냉기의 브레스가 마침내 블루 드래곤의 날개를 묶었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블루 드래곤도, 온 마력을 퍼붓고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니 어떻게든 묶어낼 수 있었다.

녀석의 거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허공답보]로 녀석에게 다가간 스승님은 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하압…!!”

그녀의 소검 두 자루가 춤을 춘다.

[설중매화].

그간 대련하면서 수십, 수백 번이나 봤던 무공.

암살자 계열이 사용하는 검법 룬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로 평가받는 무공.

이름 그대로 눈 속에 핀 매화처럼, 그녀는 유려한 움직임으로 블루 드래곤의 약점들을 베어갔다.

얼어붙은 날개부터, 살짝 힘을 잃은 듯한 꼬리, 훤하게 공간을 드러낸 몸통 중앙까지.

더 빠르게, 더 강하게.

스승님은 무아지경의 움직임으로 플러비우스를 공격했다.

-----!!

-----.

하지만 역시 ‘드래곤’이란 이름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녀석은 내 [드래곤 브레스]와 스승님의 총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도, 저항 의지를 잃지 않았다.

날개 쪽에 달라붙었던 얼음들이 모두 깨지고, 순식간에 플러비우스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

그리고 또 한 번 들리는, 소름 끼치는 무언의 괴성.

익룡이 목소리를 한껏 조여 내면 이런 소리가 날까 싶다.

게다가 이번 괴성은 평범한 괴성이 아니었다.

[절대자의 무거운 공포가 온몸을 타고 흐릅니다! ‘명경지수’의 평온한 마음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처음 플러비우스를 마주했을 때의 압도적인 분위기가 온몸으로 흐른다.

나는 이 효과를 잘 알고 있다.

내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룬에도 담겨 있는 특수효과, ‘드래곤 피어’.

다만, 그 위력과 성능이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나, 울림 한 번에 온 던전 내부가 일렁이며 진동했다.

다행히 나는 [명경지수] 룬이 있어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잠시 흔들리긴 했어도, 빠른 시간 안에 몸상태를 되찾았다.

‘스승님이….’

하지만 플러비우스와 직면 중인 스승님이 문제였다.

스승님 역시 나름대로 상태 이상에 저항할 수 있는 룬이나 스킬이 있을 텐데, 블루 드래곤의 ‘드래곤 피어’는 그런 대비책을 모두 무시했다.

[명경지수]까지 잠깐이나마 뚫을 정도면, 아무리 높은 정신 수치를 기록해도 쉽게 저항할 수 없는 효과다.

때문에 스승님은 잠시 ‘공포’ 상태에 걸려 정지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1초라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건, 매우 치명적인 위기임을 뜻했다.

-----!!

플러비우스의 꼬리가 스승님에게 날아든다.

그와 동시에, 다른 방향에선 다섯 줄기의 물대포가 그녀에게 쏟아진다.

물리 공격과 마력 공격을 복합적으로 섞어 날리는 일격.

모든 능력치가 극한에 가까운 ‘드래곤’이기에 가능한 신묘한 기술이다.

그대로라면.

스승님이 상당히 위험한 수준의 타격을 입을 지도 몰랐다.

“쇄도하라.”

그래서.

나는 이를 그대로 두지 않았다.

[드래곤 브레스]를 쓸 때부터 미리 준비 중이었던 궁극스킬을 사용한다.

[왜곡의 그림자].

고대 마법 ‘블링크’를 사용해 대상에게 도달한 후, 다음 공격에 내구력을 전부 깎아 100%의 물리 공격을 가하는 스킬.

나는 이 스킬의 대상을 플러비우스가 아닌, 스승님으로 지정했다.

플러비우스에게 사용하면 더 가까이 갈 순 있겠지만, 반격의 기회를 잡는 게 어렵다.

그러나 스승님에게 사용하면, 놈의 공격을 막아냄과 동시에 반격을 먹힐 수 있다.

‘물줄기는 막혔고.’

순식간에 스승님의 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승님께 날아들던 물줄기들이 갑자기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왜곡의 그림자]의 또 다른 효과.

공간을 왜곡시켜 도달함으로써, 해당 지점의 마력 배열을 한 순간 망가뜨리는 효과였다.

단순 암살을 위해 스킬을 사용할 땐 큰 의미가 없지만, 이런 특수 상황에선 일종의 ‘마력 방해 결계’와 같은 역할을 하며 효과를 톡톡히 발휘한다.

‘무구 교체술.’

손에는 [와이번 스피어]를 든다.

녀석의 꼬리 공격을 받아치려면, 검보단 좀 더 긴 리치의 무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린다.

지금은 스승님께 스킬을 사용했기에 플러비우스와 마주 보지 않은 상황.

몸을 돌려야만 공격이 가능하다.

나는 쓸 수 있는 모든 보조룬을 활용해 허공에서 몸을 돌렸고, 그 회전력을 이용해 플러비우스에게 강하게 창을 찔러넣었다.

-----!!

[왜곡의 그림자]는 다음 물리 공격에 한해, 대상의 내구 수치를 100% 무시한다.

아무리 내구 수치가 높더라도, 그 수치가 무시된다면 50의 근력에도 타격을 입는다.

하물며 지금 내 근력 수치는 버프 스킬들로 인해 펌핑되어 거의 120 수준.

이는 무방비 상태가 된 플러비우스의 꼬리를 찢어 버리는 데에 있어,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

꼬리가 거의 아작나듯 찢어지자, 플러비우스가 괴로움에 몸부림을 쳤다.

그리고….

“천 개의 꽃잎을 새겨라.”

그새 공포 상태가 풀린 스승님의 일격이 더해진다.

이번엔 나도 처음 듣는, 완전히 새로운 궁극스킬이다.

[설원유섬낙화]가 그녀의 단검술로 쓰는 궁극스킬이라면, 이번은 비도술에서 쓸 수 있는 극한의 궁극스킬처럼 보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아마 내 [은닉의 비도술] 궁극스킬, [나이프 레인]과 비슷한 느낌?

물론, 그 파괴력에선 비교될 수준이 아니었다.

-----!!

슥- 슥- 스삭-

파바밧-!!

플러비우스의 몸에서 수십 자루의 단검들이 돋아난다.

표현한 그대로다.

단검들이 ‘꽂히는’ 게 아니라, 녀석의 몸에서 ‘돋아났다’.\

녀석의 몸 곳곳에서 무수히 많은 단검들이 역수로 나오며 모습을 드러냈다.

잔혹한 외관과 어울리진 않지만, 마치 꽃이 피어나는 듯한 광경이었다.

슈우우우-

콰아앙!!

그걸로 전투는 끝이었다.

이미 내 [드래곤 브레스]와 스승님의 [설중매화]에 쌓이듯이 타격을 입었던 플러비우스는, 반격마저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쓰러졌다.

높은 하늘에서 녀석의 육중한 몸이 떨어지며 굉음이 울렸다.

“앗! 재현!”

…그리고 내 몸도 같이 떨어져갔다.

완전한 ‘마력 고갈’ 상태.

모든 힘을 쏟아 부은 탓에, [레비테이션]을 사용할 마력조차 남아있질 않았다.

스승님은 재빨리 [허공답보]를 활용하시며, 내 몸을 받아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던전의 입장부터 보스를 공략하는…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끝내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 * *

“재현은 늘 저를 놀라게 하네요.”

전투가 모두 끝난 후.

스승님이 신기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하하….”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내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긴 한다.

입으로는 브레스를 쏘고, 상태 이상은 가볍게 무시하고, 블링크로 순간이동한 후 창을 사용해 드래곤에게 타격을 입히는 B급 홀더라니….

상황을 안 보고 말로만 들으면.

개소리하지 말라며 뺨 한 대 얻어맞을 허무맹랑한 이야기다.

하지만 어쨌든 룬은 홀더 개인의 프라이버시.

스승님은 누구보다 이에 대해 칼 같아서, 내 능력에 대해 더 묻진 않았다.

“그럼 이제… 끝난 거겠죠?”

육중한 플러비우스의 사체.

그리고 다시 황폐해진 주변을 바라보며 내가 물었다.

스승님도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 정도 괴수는 보스급 말곤 없으니까요. 아마…”

하지만 그때.

나는 스승님의 이어진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눈앞을 어지럽히며 등장한 정보창 때문이었다.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그러나 ‘분신’과의 결투에서 승리했기에, 승리가 절반만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절반의 승리로, 복제될 룬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용족의 흔적’ 룬이 선택되었습니다. 레벨을 올릴 수 없는 Max 레벨의 전설룬이기에, 복제 시 등급이 하락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 정신을 각각 6씩 획득합니다.]

어김없이 등장한 [룬 사냥꾼]의 보상 메시지.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이상했다.

‘분신…이라고?’

분신과의 결투.

그리고 절반의 승리.

순간 이해되지 않는 문구들이 머리를 때렸다.

그리고.

“반갑다. 자격을 갖춘 인간들이여.”

듣기 좋은 미성이 울려 퍼진다.

곧바로 고개를 돌리니, 웬 여자 한 명이 우리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아까 플러비우스의 비늘에서 봤던…

영롱한 푸른 빛.

그 빛을 머리카락에 담은, 신비롭고 성숙한 여성이었다.

“아.”

그리고 나는 단숨에 그녀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정보창에 뜬 ‘분신’이라는 내용.

그리고 플러비우스의 비늘과 너무도 비슷한 머리색.

이 정도면 유추를 못하는 게 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드래곤치고 생각보다 쉽게 잡힌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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