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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05)화 (205/353)

Chapter 205 - 새로운 힘 (2)

‘초월자의 방’을 공략한 보상은 크게 세 갈래였다.

업적 보상으로 얻은 능력치.

시련 공략으로 얻은 룬.

특수 조건으로 얻은 본드의 각성.

게다가 플러비우스의 말대로라면, 공략의 보상은 홀더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의 정보창들은 선택 없이 자동으로 결정된 사항들.

즉, 일반 던전에서 레스트 룸으로 통칭되는 ‘물질적 보상’은… 이와 별개로, 또 따로 있다는 뜻이다.

“여기 있네.”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정보창이 눈앞을 가린 탓에 몰랐는데, 조금 걸으니 바로 앞에 보상들이 보였다.

총 3개의 보석함.

그 앞에 놓인 열쇠는 하나.

아무래도 이들 중 하나만 골라 가져갈 수 있는 모양이었다.

“음….”

보석함은 단출하면서도 강렬했다.

첫 번째 보석함엔 화려하게 빛나는 최고급 마력석들이 수십 개 들어있었고, 두 번째 보석함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보석함 안엔, 심플한 디자인의 푸른 신발이 있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른 건 다 있으니까.”

검은 이미 [참회자의 검]으로도 충분한 효율을 내고 있고, 마력석은 좀 많긴 해도 어쨌든 돈으로 살 수 있는 녀석들이다.

반면 특이한 기운을 내는 이 신발은 다르다.

이미 적당한 레어급 신발을 구매해 쓰고 있긴 했지만, ‘초월자의 방’을 공략하고 얻어내는 보상과는 비교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이템 정보>

◎이름: 영험한 드래곤 부츠

◎종류: 신발

◎등급: 전설(Legendary)

◎내구도: 정상

◎제작자: -

◎특수효과

: 내구+5, 마력+5, 물내성+5 

: 이동과 관련된 모든 룬의 위력이 30% 증가한다.

: 마력을 소모해, 허공에서 발을 디딘 채 움직일 수 있다. 또한, 특별한 위화감 없이 육지와 비슷하게 움직일 수 있다.

◎세부정보

: 용맹의 블루 드래곤, 플러비우스가 유희 시절 신고 다녔다는 신발.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평범한 신발론 사용할 수 없는 놀라운 힘들을 다룰 수 있다.

“와….”

효과는 말할 것도 없었다.

기본 스탯으로 붙는 부가 능력치도 좋은데, 특수효과는 더더욱 만점이다.

이동 관련 룬 위력이 30% 증가한다는 건, 내가 지닌 모든 보법류나 돌격류 룬 등의 성능이 한층 발전한다는 뜻.

거기에 두 번째 특수효과.

이젠 [레비테이션] 없이도 허공에서의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스승님이 이번 전투에서 보여주신 [허공답보] 스킬처럼, 나 역시 하늘에서 자유로운 전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스-

스스스- 캉!

그렇게 보상을 골라 잠시 보고 있자, 남은 보석함들이 갑자기 워프가 되듯 사라졌다.

예상했던 대로 셋 중 하나만 고를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 몸도 다시, 특정 공간으로 워프된다.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에 들어가기 전.

처음 입장했던 커다란 나무 아래였다.

“재현.”

“아, 스승님.”

밖엔 스승님이 먼저 와 있었다.

그녀는 나와 달리 무기를 고른 건지,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소검 두 자루를 매만지고 있었다.

“무기를 고르셨군요.”

“네. 재현은 그 신발인가요?”

“맞습니다. 효과가 엄청 좋더라고요.”

전설급 아이템.

심지어 초월자인 플러비우스와 연관된 아이템.

성능이 좋을 수밖에 없는 조건들을 달고 얻은 아이템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효과가 훨씬 좋았다.

나는 스승님께 꾸벅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네? 뭐가요?”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스승님.

그리고 ‘설마 나 때문에 시련을 이겼다고 하려는 건 아니죠?’와 같은 말을 작게 덧붙이신다.

그에 나는 작게 웃었다.

나도 그 정도로 겸손하진 않다.

이번 초월자의 시련은 스승님과 내가 합심해내 얻은 결과.

만약 스승님도, 내가 없었더라면 꽤 위험하셨을 거다.

다만….

“초월자의 시련 말이에요. 너무 짧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너무 짧다?”

“네. 초월자들이 각자 자신의 시련을 설정할 수 있다곤 해도, 강력한 분신 하나를 잡았다고 해서 시련이 끝난 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 분신의 힘이 어지간한 보스들보다 훨씬 강하긴 했지만, 그에 비해 저희가 얻은 보상이 더 엄청난 것 같아서요.”

그 말에 스승님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네요.”

“저는 그게 기존 던전인 ‘용의 숨결이 닿는 강’ 공략을 마쳐서인 것 같아요. 이미 고위 던전의 까다로운 공략 조건을 모두 만족하고 난 후라, 말 그대로 시련을 이겨낼 정도의 증명만 하면 되는 거죠.”

지금껏 무수히 많은 던전들이 등장했음에도, <초월자의 방>이라는 생소한 개념은 나와 스승님이 처음 발견해냈다.

그 말은 즉.

이 던전은 평범한 던전들처럼, 현실을 매개로 발견되지는 않는다는 뜻.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 <초월자의 방> 대부분은 이번처럼 ‘이중 던전’일 확률이 높았다.

고위 던전을 차근차근 공략해 나가며 마지막에 도달하고, 아마 그 기저에 담긴 전설로써 초월자가 나타나는 구조일 것이다.

나는 그 가설을 모두 스승님께 전달한 후,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감사해요. 제가 이 던전의 공략엔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시련 보상을 얻어 갈 수 있게 돼서.”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의 시련 보상이 막대했던 이유.

그건 시련 보상이, <용의 숨결이 닿는 강> 공략에 대한 히든 피스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스승님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재현은 어차피 맹약자라는 조건과 그 거대 거북이 덕분에, 한 번에 올 수 있었잖아요.”

“그래도요. 어쨌든 스승님이 아니었으면, 이 던전엔 오지도 못했을 거니까.”

처음 스승님을 만났던 건…

분명 서로 필요에 의해서였다.

스승님은 <초월자의 방>으로 들어가기 위한 조건 만족에 내가 필요했고, 나는 당시 <얼룩진 암석 더미>를 공략하고 암살자 계열에 대해 더 배우기 위해 스승님이 필요했다.

각자 목적을 지니고 서로를 대했었고, 오늘에서야 그 결과를 이뤄낸 우리.

그러나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서로 닮은 점이 많아진 스승과 제자였다.

“저도 고마워요, 재현. 제자 덕분에, 스승인 제가 또 벽 하나를 허물었네요.”

그래서 이렇듯.

내 스승님이자, S급 홀더인 유은설의 작은 미소도 함께 볼 수 있었다.

…스승님의 웃는 모습은 좀 귀한데.

“아, 스승님. 혹시 초월자의 방에 대한 정보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협회에 공개하실 건가요?”

우리가 오늘 최초로 발견한 개념.

<초월자의 방>.

비록 들어가자마자 최고 난이도의 시련이 주어지긴 하지만, 이를 이겨낼 수만 있다면 막대한 보상이 주어지는 특수 던전.

이대로 밝혀진다면, 홀더 계가 발칵 뒤집힐 만한 대사건이었다.

스승님은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답했다.

“공개는 해야 하겠죠. 우리가 오늘 완전히 새로운 정보를 알아냈듯, 여전히 홀더 계엔 미지의 영역이 많으니까요. 집단 지성을 무시할 순 없어요.”

정보가 공유되면, 연구는 발전한다.

우리가 <빌런> 같은 특수한 범죄 조직도 아니고, 홀더의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정보들을 굳이 독점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잠시 보류하죠. 새로 얻은 힘에 좀 익숙해지고, 이번 공략의 보고서를 정리할 때까지.”

“네. 알겠습니다.”

깔끔한 정리였다.

스승님은 문득 생각났다 듯, 다른 중요한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전담 수업은 잠시 쉬어 갈게요. 재현도 방학이 있어야 하니까.”

스승님은 아카데미 강사직을 곧 그만두지만, 여전히 내게는 ‘전속 스승’이다.

당연히 수업이 없는 방학에도 강의는 이어진다.

다만.

그녀 역시 쉬어 갈 시간이 필요하고, 나 역시 개인 점검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를 위해 스승님은 임시 장기 휴강을 선언했다.

“얼마나 쉴까요?”

“아마 한 달이면 충분할 것 같아요.”

“한 달이면…”

잠시 말 끝을 흐리며, 아까 빠져나온 커다란 나무 아래 던전 입구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 스승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시 와보죠. 초월자의 방이라는 이곳.”

플러비우스는 <초월자의 방>은 한 달이 지나야 다시 입장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그녀는 그때 다시 오더라도 이번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순 없다고 말했지만…

어쨌든 정보를 캐내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미지의 영역을 다시 탐험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나와 스승님은 정확히 한 달 후.

다시 이곳에 모일 것을 약속하며…

길었던 하루의 마침표를 찍었다.

* * *

“빨리, 빨리 보여줘, 재현아.”

“잠깐만. 나도 그때 이후로 처음 소환하는 거야.”

자꾸 옆에서 부추기는 문가은의 재촉에, 머리를 긁적인다.

<구름을 가린 둥지>.

문가은과 함께 공략했던 추억이 담긴 던전.

주로 공중형 괴수들이 출현하는 까다로운 던전인데…

이제는 뭐 거의, 둘이서 사냥하고 싶을 때면 자주 찾는 데이트 장소가 돼 버렸다.

던전 소유권도 나와 문가은에게 있어서, 다른 홀더들 눈치 볼 필요가 없어 나름 편하긴 했다.

“소환한다?”

“응응! 빨리, 빨리.”

그리고, 본드.

아니, 이제는 티르본드가 돼 버린 내 계약자를 주로 소환하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티르본드의 거주지는 내 사유 던전인 [홉고블린 부락]인데, 거긴 넓기만 하고 괴수들의 수준이 낮아 뭔가를 실험하기에 부적합한 던전이었다.

<구름을 가린 둥지>는 그런 부족함을 채워줄 던전.

특히 오늘은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 보상을 얻고 난 후, 처음으로 티르본드를 소환하는 날이었다.

문가은은 그걸 구경하고 싶다며, 내 옆에 팔짱을 낀 채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럼… 계약의 부름.’

나는 더 망설이지 않고, [소환] 룬의 [계약의 부름]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던전이 울리기 시작했다.

-----!!

캬오오오-!!

어마어마한 진동과 함께, 던전 안에 거대한 형체가 나타난다.

익숙한데 생소한 모습.

봤던 것 같은데 달라진 외관.

온몸이 뼈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사이사이 영롱한 푸른색이 빛나고 있다.

마치 온몸에 보석이 박힌 듯한 신비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반갑다, 주인. 나는 티르본드라고 한다.

왠지 모르게 더 의기양양해진…

그리고 자신의 이름에 매우 만족한 듯한 티르본드가 내게 말을 건넸다.

‘이 새끼… 좋아 죽네.’

계약자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인사를 받은 후.

저번부터 미뤄뒀던 정보창을 불러와, 티르본드와 내가 얻은 ‘새로운 힘’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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