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7 - 새로운 힘 (4)
<초월자의 방>을 공략하고 새로 얻은 룬.
[용맹한 영원의 물결]은 ‘물의 힘’을 다루는 룬이다.
정확히는 물의 힘을 빌려, 내가 사용하는 검술에 그 묘리를 담아낼 수 있게 해주는 룬.
기존의 내 주력룬이었던 [파상검법] 및 [유수검법]을 결합한 상위룬이자, 물 속성 마력룬을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사용 가능한 특이 형태의 룬이었다.
그 때문에 두 룬의 궁극스킬 또한, 한층 진화한 채 내게 돌아왔다.
‘진 유수활검.’
진(眞)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수활검은, 기존의 방어 능력에 물의 힘이 더해져 원거리 공격 기능이 추가됐다.
검에서 뽑아낸 ‘물의 구’로 먼저 절대적인 방어를 시도하고, 이후 만들어낸 수십 개의 참격으로 적에게 반격하는 기술.
써보기 전엔 몰랐는데, 직접 써보니 확실히 다르다.
단순히 변화된 부분만 아니라, 위력 자체가 아예 달라진 느낌.
이전보다 최소 3배는 강해진 느낌이었다.
‘파상천검도….’
[진 유수활검]이 생겨났듯, 당연히 [진 파상천검]도 생겼다.
변화가 더 많아진 [진 유수활검]과 달리, [진 파상천검]은 기존에 검을 찔러 넣고 마력을 터뜨리던 공격 방식을 극대화했다.
찔러 넣은 검 끝에서 물을 뽑아내고, 그 물로 소용돌이를 만들어 강한 회전을 일으킨다.
그 회전력과 마력의 폭발을 결합시켜 날리는 강력한 한방.
원래도 마무리 스킬로 쓰였던 이 녀석은, 그 능력을 훨씬 더 견고하게 강화했다.
내 단일 공격 스킬 중.
이젠 파괴력으론 명백히 원탑이었다.
<룬 정보>
◎이름: 용맹한 영원의 물결
◎등급: 전설(Legendary) / 상위(Superior)
◎레벨: 1
◎새겨진 부위: 오른쪽 손목
◎특수효과
: 사용하는 모든 검술 및 검법에 물의 힘이 담긴다. 물의 힘은 사용자의 모든 공격을 유연하게 강화시킨다. 이는 물속성 마력룬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상시 발동된다.
: 보법 관련 룬과의 호환성이 매우 높아진다. 특별히 거슬릴 게 없는 움직임에 매끄러움이 더해진다.
: 바다나 강과 같은 특수 지형에서 능력이 증폭되고, 수중 전투 혹은 상대가 불속성일 경우에 룬의 위력이 20% 상승한다.
◎궁극스킬
[진 유수활검]
[진 파상천검]
솔직히 처음 룬 설명을 읽었을 땐, 사실 잘 감이 오지 않았다.
바다 같은 곳에서 위력이 증가한다는 직관적인 효과를 제외하면, 너무 두루뭉술한 설명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검을 들고 싸워보니 알 것 같다.
[용맹한 영원의 물결]은…
한 마디로 말해, ‘매우 수준 높은 무공룬’이었다.
커흐흐흐-?!
슥- 스슥-
쏴아아-
9마리의 만티코어들 사이를 가볍게 헤집는다.
[진 유수활검]을 정통으로 맞고 이미 크게 타격을 입은 녀석들은, 물이 흩날리는 내 검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쓰러져갔다.
[파상검법]과 [유수검법]이 결합되니, 두 검법을 연결하는 데에 있어 버벅거림이 없었다.
베고 회전할 땐 유연하고, 찌르고 찍어 내릴 땐 파괴적이다.
‘물의 힘’은 내게 더욱 부드럽고 빠른 움직임을 선사했고… 그런 내 검에서 펼쳐지는 초식들은 더없이 매끄러웠다.
‘강해진 게 실감이 나.’
내가 직접 움직여 보니 체감이 된다.
단순 능력치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감각이 아니었다.
더 빠르고 강한 움직임.
더 어렵고 난해한 동작.
머릿속에만 그려지고 막상 현실에선 나오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는 가능해진다.
[용맹한 영원의 물결].
이 룬은 결국.
내 전반적인 무력 수준을 끌어 올려주는, 강력한 무공룬의 일종이었다.
‘다행히 선행조건도 맞아떨어졌고.’
[용맹한 영원의 물결]은 드래곤인 플러비우스가 보유했던 힘이다.
그 때문에 이 룬의 진정한 힘을 끌어내려면.
특이하게도 [용인화] 스킬을 사용해야만 했다.
[용인화]가 없어도 룬을 쓸 수 있긴 하지만, 온전한 능력을 모두 활용하긴 힘들었다.
‘용’의 특성을 갖게 되는 게, 일종의 선행조건인 셈.
그런데 그 까다로운 조건 또한, 플러비우스의 분신을 처치하고 획득했던 [용족의 흔적] 룬을 통해 해결이 됐다.
<룬 정보>
◎이름: 용족의 흔적
◎등급: 전설(Legendary)
◎레벨: Max
◎새겨진 부위: 심장 (중복)
◎특수효과
: 드래곤들이 지닌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 용과 관련된 모든 룬의 위력이 10% 상승하고, 사용 제한의 일부분이 해제된다.
: 더 빠르고 강하게, 드래곤들의 성장을 촉진시킨다. 용과 관련된 모든 룬의 성장 속도가 2배 빨라진다.
[용족의 흔적]은 ‘용의 힘’을 담을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그릇과도 같은 룬.
이 룬을 보유하고 있으니, [용인화]를 쓰지 않은 평상시에도 자유롭게 용의 힘을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용과 관련된 룬의 성장 속도를 2배 빠르게 해준다는 사기적인 효과까지….
[구도자의 땀방울], 그리고 [소용돌이를 삼킨 파도] 이후 세 번째로 등장한 ‘성장 관련’ 룬이다.
비록 Max 레벨의 특수룬이기에 특별한 스킬은 없지만, 이 성장 효과만으로 충분한 보물 같은 룬이었다.
-주인. 다 죽었다. 이제 그만해라.
무아지경으로 검을 휘두르고 있으니, 어느덧 티르본드가 근처에 다가와 있었다.
녀석은 질린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무슨 괴물이라도 보는 표정이다.
…자기도 괴물이면서.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신나서.”
주변을 보니 어느덧 8마리의 만티코어는 모두 바닥에 떨어지고, 한 마리만 내 손에 붙잡혀 있었다.
새로 얻은 무공룬에, 어지간히 신나긴 했나 보다.
나는 그대로 검을 집어넣고, 근처로 날아든 티르본드의 위에 올라탔다.
“가자.”
-어디로 가나, 주인.
“사냥 조금만 더 하자.”
시험할 건 모두 끝났다.
티르본드와 내가 새로 얻은 룬의 힘도 모두 확인했고, 90에 가까워진 주력 능력치들의 파워도 검증이 끝났다.
다만….
[용에게 잠든 물결은 파도처럼 거칠면서,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릅니다. 영원의 물결에 대한 당신의 이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용맹한 영원의 물결’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너무 쉽게 잡힌 면이 있지만, 만티코어들도 모두 A급에 해당하는 괴수다.
고위 괴수들을 한 번에 모아 몰이 사냥을 하니, 이제 막 획득한 룬의 레벨이 쭉쭉 올라갔다.
오랜만에 재미를 보는 사냥에…
나는 티르본드와의 비행을 조금 더 지속했다.
* * *
“아니, 씨발! 세도 너무 세잖아.”
억울함이 가득한 박진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상도동의 <프라임 연무장>.
이제는 정기 약속장소가 돼 버린 이곳에서, 우린 늘 하던 대로 검을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버거운 대련 과정에 박진우가 타임을 요청했다.
녀석은 질린 얼굴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이 괴물 같은 새끼. 이걸 대체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너무 강해졌잖아.”
대련 결과는 압도적인 내 승리.
오랜만에 보는 박진우의 성장도 눈부시긴 했지만, 근 두 달간 급성장을 이룬 내가 더 우위에 있었다.
[용맹한 영원의 물결]을 비롯한 새 룬들, 거의 90에 가까워진 주력 능력치(근력, 속력, 마력), 슬슬 궤도에 오른 마력룬과 보조룬 등.
성장 지표가 좋기도 했지만, 그 종류가 다양한 게 장점이었다.
심지어 이제는 내 주력룬 중 하나가 돼버린 [용언이 맺은 약속].
즉, 소환 계열 룬도 안 쓰고 이겼으니, 박진우가 허탈함을 느낄 만도 했다.
“너도 엄청 강해졌어.”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냐?”
“그럼 뭐라 말해. 너도 세진 거 팩트긴 하잖아.”
“아오….”
박진우가 머리를 박박 긁었다.
그걸 보며 나도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징징거리긴 해도, 녀석 역시 알고 있을 거다.
자신의 성장 속도가 남들보다 매우 빠르다는 걸.
내가 과한 급성장을 겪긴 했지만, 박진우 역시 일본 파견 및 빌런 소탕 작전을 겪으며 상당히 강해졌다.
‘벌써 A급 초입이니까.’
그 수준은 등급으로 치면 A급 홀더 초입.
성과만 채우면 곧바로 협회에서 승급을 받을 정도.
원작의 박진우가 지금 시점에 B급 평균이었던 걸 고려하면,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다.
탁원호 교수에게 배우지 않은 자기만의 수련 방식과 적당한 대련 상대, 그리고 격변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지는 박진우였다.
지금 협회에선 내 승급이 진행되고 있으니까…
아마 녀석이 승급한다면, 나와 강주연에 이어 모임 중 세 번째로 A급 홀더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 실은 다들 거의 A급인가.’
사실 김채은 역시 성과만 부족할 뿐 거의 A급 초입의 실력을 갖췄고, 문가은도 조금만 더 스퍼트를 올리면 A급에 근접할 정도니…
‘아카데미 지하 던전 파티’의 우리 모임은 대부분 A급을 찍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카데미 학생들.
그것도 이제 막 2학년에 오르는 다섯 명이 모두 A급이다?
듣기만 해도 헛웃음이 나온다.
홀더 유망주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물면, 특종으로 뽑힐 만한 소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