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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14)화 (214/353)

Chapter 214 - 초월자의 방: 카날레스 (2)

아스는 물이 있는 곳에서만 소환할 수 있고, 물길을 가를 때 고속 수송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잿빛 불의 재단]은 동굴 형태의 던전.

물이라고 해봐야 곳곳에 고여 있는 지하수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물이 없는 곳에 물을 끌어오는 전략을 생각했다.

[뉴 웨이브] 스킬을 통해 아스를 소환할 수 있을 정도의 물을 만들어내고, 여기서 또 아스의 [뉴 웨이브]를 통해 우리가 이동할 물을 만든다.

그렇게 마력에 증폭과 강화를 더해 스킬을 쓰고, 또 아스의 고레벨 물 마법이 펼쳐지니 어마어마한 양의 급류가 생겨나 버렸다.

감탄이 나올 정도의 막대한 파도.

이를 멍하니 보다가…

이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보고만 있을 시간이 없었다.

“주연아, 잠깐만.”

“응.”

나는 단숨에 강주연을 품 안에 안아 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도약하며, 아스의 등 위로 올라섰다.

조금 더 서둘러야 했다.

당장은 동굴 안을 모두 덮을 정도로 많은 물을 불러왔어도, 이 파도는 결국 던전 끝까지 닿지 못한다.

아마 중간부 지점쯤에 물은 바닥을 보일 거고, 최대한 많은 거리를 이동하려면 지금부터 스퍼트를 내야 했다.

‘가자, 아스.’

-예. 꽉 잡으십시오, 맹약자님.

우우우우-!!

잡다한 명령은 필요 없었다.

‘가자’는 한 마디에, 아스는 본인의 장점을 마음껏 발휘했다.

Max레벨의 룬 활용도는 역시 명불허전.

[수중질주]와 [수송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녀석은, 누구보다 빠르게 우릴 이동시켰다.

전에도 생각한 적 있는데, 이건 마치 초고속 보트를 타는 것 같은 맹렬한 기세였다.

화르르-!

카가가-!!

게다가 속도뿐 아니라, 안전도 갖췄다.

이동 도중 물길 속에서 A급 헬 하운드와 버닝 스콜피언이 튀어나왔는데…

아스의 수송엔 전혀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건 뭐, 거의 철벽이네.’

단단하기 그지없는 아스의 방어력 덕분이다.

아스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육각형 계약자지만, 신체 능력치는 대부분 방어 쪽에 치중돼있다.

20레벨인 [귀룡의 등껍질] 룬과 108의 내구 수치.

웬만한 탱커 홀더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방어 능력이었다.

때문에 괴수들의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아스는 가렵다는 듯 이들을 무시했고, 덕분에 우리도 특별히 전투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그야말로 편안한 던전 이동이었다.

‘아스. 궁금한 게 있어.’

그렇게 안정적인 이동이 이어질 때쯤.

나는 문득 생각난 질문에 아스를 불렀다.

아스는 속도를 유지한 채 내게 답했다.

-말씀하십시오.

‘혹시 너, 폴리모프 같은 마법도 사용할 수 있어?’

[폴리모프].

위대한 존재, 드래곤 일족이 유희를 위해 종종 사용했다던 전설 속 마법.

현 마법사 계열 학계에선, 사실상 홀더가 시전할 수 없다고 판정된 마법이기도 했다.

‘박지환 홀더님이 보여준 건 폴리모프가 아니야.’

물론, 어제 박지환이 비슷한 능력을 보여주긴 했다.

박지환, 류지혁, 김지성.

그는 무려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의 외관을 자유자재로 변형시켰었다.

당시의 난 그게 [폴리모프] 마법인지 아닌지 살짝 헷갈렸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박지환의 그 능력엔 ‘마법이 시전되는 일정한 루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법은 마력을 끌어다 주문법을 통해 조형하는 작업.

마력이 배열되고 발현되는 것에 더해, ‘주문법’으로 응용되는 과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이에 조예가 깊다면, 외견만 보더라도 그게 마법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박지환의 능력은 마법이 아니었고, 여전히 [폴리모프]를 쓸 수 있는 홀더는 없었다.

‘하지만 아스는 가능할 수도 있어.’

아스는 일단아룡이긴 해도 용족이다.

[드래고니안 주문]이라는 독특한 주문법을 룬으로 보유 중이고, [마력제어]의 룬 레벨도 무려 20이었다.

그런 제반 상황을 고려한다면, 어쩌면 아스의 [폴리모프]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직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아스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했다.

대신 거기에 조건이 하나 붙어있었다.

‘아직은?’

-그렇습니다. 제가 현재 맹약자님과 계약을 맺고 있지만, 특정 조건의 불만족으로 인해 몇몇 룬들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폴리모프는 매우 까다로운 마력 활용을 요구하는 마법이기 때문에, ‘마력지배’라는 룬이 해금되어야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아!’

단번에 이해했다.

티르본드와 아스는 고위 괴수다.

원래라면 지금의 내 통솔 수치와 룬 레벨로는 제어할 수 없는 괴수들.

용기사의 특수성과 사기적인 룬들로 어떻게든 계약을 맺었지만, 그 페널티로 현재 몇몇 룬들이 제한된 상황.

<계약자 정보>

◎보유 룬

[마력 지배](*제한) [용맹의 뿔피리](*제한)

아스는 그중 [마력지배]와 [용맹의 뿔피리]라는 룬이 제한되어 있다.

녀석의 말대로라면, 아무래도 이 룬들이 해금되어야만 [폴리모프] 같은 고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폴리모프만 되면, 물이 없어도 네 소환이 유지되는 거지?’

내가 굳이 이 마법에 대해 묻는 이유는 간단했다.

‘물이 있는 곳에서만 소환할 수 있다’는 아스의 제한을 깨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스는 물 마법과 방어에 있어서 극한에 다다른 괴수.

따라서 이러한 소환의 제한만 깬다면,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 같았다.

아마 능력치가 제한될 확률이 높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충분히 쓸 만할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다만, 폴리모프 상태가 되면 모든 능력이 70%로 격하됩니다.

‘괜찮아. 그 정돈 예상했어.’

어쨌든 아스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생겼다.

통솔 수치를 더 늘리고, 계약 관련 룬들의 레벨을 빨리 성장시킬 것….

나는 또 하나의 소목표를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 * *

쏴아아아-.

우리의 이동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아스와 내가 만든 파도는 던전 내 꽤 먼 곳까지 다다랐고, 덕분에 아스의 수송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도착지는 던전 중간부의 끝자락.

거리로 쳤을 때 10분 정도만 더 걸으면, 바로 <초월자의 방> 입구에 도착할 수 있는 지점.

나는 강주연과 함께 바닥으로 뛰어내린 후, 멈춰 선 아스에게 말했다.

‘고생했어, 아스.’

-다시 봬서 영광이었습니다, 맹약자님. 위대한 존재의 가호가 맹약자님께 함께 하기를.

‘그래. 또 보자.’

언제 또 아스를 부르게 될지 모르겠지만, 새 목표가 생긴 이상 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딱 10분.

아스를 보내고 10분을 걸어가자, 예상했던 대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다행히 도중에 마주친 괴수는 A급의 헬 하운드 세 마리 정도.

컨디션에 전혀 영향이 가지 않을 사냥이었다.

“여긴가?”

“…맞는 것 같아.”

박지환이 가르쳐준 대로, 보스 룸에서 외진 곳으로 떨어진 곳의 한 공간.

그 안엔 타오를 듯 강렬하고 붉은 빛의 제단이 있었다.

원래는 붉은색이 아닌 잿빛이고, 이곳이 아닌 보스 룸에 있어야 할 제단이다.

던전 이름을 <잿빛 불의 제단>으로 지은 이유였다.

다만, 이곳은 그 안에 있는 이중던전.

<초월자의 방>으로 향하기 위한 입구.

그래서인지 보스 룸과 대비되듯, 제단은 강렬한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주연아.”

“응.”

우리는 그대로 제단 앞까지 다가가 손을 댔다.

그리고 텅 빈 손에 강한 마력을 집중한다.

그 과정은, 동시에 이뤄졌다.

‘플러비우스 때와는 달라.’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는 ‘용의 기운을 지녔거나, 증표를 지닌 두 개체’가 있어야만 입장 가능한 던전이었다.

즉, 무조건 2인의 파티만이 입장할 수 있던 던전.

하지만 이 제단엔 달리 표식이 없다.

1인 입장이 가능하다는 뜻.

그리고 그런 던전일수록 동시에 마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초월자의 방>은 한 홀더가 던전을 클리어하면, 한 달간 입장할 수 없는 던전이 되기 때문이다.

“됐다…!!”

그리고 성공을 직감했다.

마력을 불어넣자 곧바로 공간이 일렁인다.

내 쪽뿐만이 아닌 강주연의 자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둘 다, 이곳의 입장 조건을 만족한 것이다.

[위대한 영역에 들어가기 위한 특수 조건을 만족합니다! 전설 속 불의 기운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습니다. 당신이 뿜어내는 마력이, 위대한 영역으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와 감응합니다.]

그렇게 일그러진 마력을 거쳐,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온 순간.

나는 그제야 던전의 입장 조건을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와 온몸을 타고 찌르는 불의 기운이 말해준다.

불속성과 관련된 전설룬의 보유.

그게 이 <초월자의 방>에 들어올 수 있는 특수 조건이었다.

[놀라운 업적! 위대한 존재의 영역, 모든 존재가 경외하는 공간. ‘드래곤 레어’를 두 번째로 목격했습니다. 전설의 공간들은 각자만이 지닌 고유한 가치가 있습니다. 신비롭고 경건한 고대의 역사를 계속 찾다 보면, 어쩌면 당신에게 새로운 길이 열릴지도 모릅니다.]

[업적의 성향으로 모든 일반 능력치가 1씩 상승합니다.]

[‘용언이 맺은 약속’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잊혀진 용기사의 긍지’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통솔을 2 획득합니다.]

‘정보창 볼 시간이 없어.’

나는 모든 정보창을 잠시 미뤄두고,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초월자의 방>은 강력한 종류의 시련이 기다린다.

플러비우스 땐 그녀의 분신이 나타나 공격하는, 공격형 보스의 형태였다.

그것도 던전 초입부터 곧바로 시작되는.

이번엔 또 어떤 시련이 나타날지 알 수 없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했다.

‘장소는 똑같이 황무지.’

내부 구조는 그때와 비슷하다.

허허벌판.

아무런 생물도 보이지 않는 커다란 황무지다.

게다가 별다른 괴수도 보이지 않고, 괴성 따위도 없다.

분신의 형태로 나타나던 그때의 시련과는 다른 것 같았다.

‘하긴. 드래곤이라는 작자들이 시련을 똑같이 낼 리가…’

그런데 그때.

“재현아! 저기…!!”

문득 옆에 있던 강주연이, 소리치며 날 불렀다.

그녀가 가리킨 곳은 우리의 뒤편.

나는 다급히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뒤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선…

하나의 ‘재난’이 몰려오는 중이었다.

보기만 해도 아득한 거대 불길이, 강렬한 폭발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쾅-! 콰가가-!!

콰아아앙-!!

‘씨발… 폭탄 피하기냐고.’

아무래도 이번 시련은.

초월자의 마력 공격을 직접 피하거나, 막아내야 하는 종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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