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15 - 초월자의 방: 카날레스 (3)
마력 공격을 막아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이는 ‘상성에 맞는 마력 반격’을 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날아드는 마력 공격의 속성은 불.
당연히 이를 막으려면 물속성을 활용해야 했다.
‘어림도 없어.’
하지만 이에 대한 내 의견은 부정적이었다.
이 불은 단순히 물속성 마력을 쓴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압도적인 이 공격의 원류는, 아마 초월자인 드래곤.
그런 만큼 강도가 일반적인 마력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도 그렇게 느껴진다.
이건 단언컨대, 지금껏 봤던 그 어떤 불보다 강렬하고 깊은 불의 기운이었다.
‘마땅한 물 마법도 없고.’
게다가 이렇게 많은 불을 덮을 만한 물 마법도 없다.
내 물 마법 중 가장 효과가 뛰어난 [뉴 웨이브]는 이미 사용한 상황.
만약 아스를 소환할 수만 있다면, 괜찮은 물 마법을 여러 개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긴 물이 없어 아스를 소환할 조건이 안 되고, 또 소환해봤자 저번 플러비우스 때처럼 특정 결계로 무산될 확률이 높았다.
“주연아, 꽉 잡아…!!”
“응!”
방법은 결국 하나.
막을 수 없다면, 피하는 것뿐.
나는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모든 판단을 마치고, 곧바로 움직여 강주연을 들어 업었다.
마땅한 신체 강화 계열 룬이 없는 강주연이기에, 내 능력치를 활용해 함께 움직여야 했다.
‘광폭화. 용인화.’
거기에 망설이지 않고, 버프 스킬을 연달아 사용한다.
80~90 수준이던 능력치가 단숨에 150 선까지 올라간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속력.
87의 속력이 157의 속력을 기록했다.
끌어오르는 신체의 속력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했다.
‘일단 달려야 해.’
불길이 날아드는 반대 방향으로 돌격해야 한다.
그게 이 마력 공격을 피할 첫 번째 방법이었다.
“하압…!!”
팟- 파바밧-
쿠구구구-!!
기합을 채우고, 정신없이 돌격을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돌격류 룬은 룬 레벨만 높다면, 속력 수치가 낮아도 괜찮은 수준을 보인다.
당장 내가 보유한 두 계약자만 봐도 그렇다.
[수중질주]를 보유하고 있는 아스의 돌격엔 거침이 없었고, [천하제일 경주마]로 ‘래피드 라이딩’효과를 받는 티르본드의 돌격도 상당히 저돌적이었다.
둘의 속력이 각각 35, 63 이라는 걸 생각하면 꽤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속력 영향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그렇다고 해서 속력이 높은 게 아무 효과가 없는 건 아니다.
높은 속력을 활용하면.
돌격은 당연히 더욱 효과적으로 변한다.
버프 스킬로 펌핑된 내 속력은 무려 157.
157의 속력이 이끄는 [천하제일 경주마]의 속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쾅! 콰앙!
화르륵-!!
쿠구구구-!!
‘따돌리기 쉽네.’
맹렬했던 불길과 폭발이 점점 멀어진다.
소리와 열기로부터 그게 느껴졌다.
아득해 보였던 시련 공략에 실마리가 보이는 걸 느꼈다.
어쨌든 이곳 <초월자의 방> 던전 내부 구조는 커다란 황무지다.
아무리 초월자가 광범위한 마력 공격을 펼친다고 해도, 이 드넓은 황무지를 모두 덮을 수는 없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마력이 무한한 것도 아니고, 설사 무한하다 해도 한 번에 던전 내부를 마력 공격으로 모두 채우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재현아, 앞!”
나에게 업혀 있는 강주연.
그녀에게서 터진 갑작스러운 외침.
아마도 그녀의 눈앞에 뭔가 나타난 게 보인 모양이었다.
무아지경의 돌격을 지속하던 나는, 그에 곧바로 방향을 틀었다.
‘흡…!!’
원래라면 돌격 도중 방향 변경은 불가하다.
돌격류 룬은 한계를 넘어선 속도를 내게 하는 룬이고, 그 속도는 룬 사용자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천하제일 경주마]는 돌격류 룬 중 최상위 격을 지닌 룬.
하위룬인 [분노의 질주]가 지닌 ‘방향 변경’ 효과까지 보유하고 있어, 빠르고 부드러운 돌격 전환이 가능했다.
화르륵-!!
콰아앙-!!
불길이 바로 옆을 지나간다.
팔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열기.
그리고 바로 뒤에서 들리는 엄청난 폭발음.
상식을 벗어난 그 위력과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이건 절대.
내 ‘불 저항’ 능력치나 ‘물 마법’ 등으로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당할 뻔했네.’
게다가 상황이 돌변했다.
불 공격은 뒤에서만 오지 않았다.
앞에서 우릴 정면으로 공격하려 들었다.
그건 마치 땅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아마 강주연의 마킹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불 공격에 직면했을 것이다.
다시 눈앞의 변수들에 집중해야 했다.
나는 정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그대로 돌격을 이어갔다.
쾅! 콰아앙!
화륵- 화르르-
하나, 둘, 셋…
일곱, 여덟, 아홉….
다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불꽃들이 주변을 스쳐간다.
‘씨발… 끝이 없잖아.’
업힌 상태로 최대한 시야를 넓혀 마킹하는 강주연과 내 돌격.
그 협동은 어떻게든 불의 공격들을 피해낼 수 있게 해줬지만…
너무나 절망스럽게도, 끝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 앞에 나타나는 불 공격은 점점 그 수가 늘어났다.
증식, 그리고 또 증식.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불길은 증식에 증식을 거쳐…
방향을 트는 것만으론 피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사방이 불이었다.
‘젠장… 엑셀 피어싱.’
상황이 너무 위험해졌다.
돌격하는 나는 물론, 업혀 있는 강주연도 언제든 당할 수 있는 상황.
나는 어쩔 수 없이 ‘무구교체술’로 [와이번 스피어]를 꺼냈다.
선택지가 없었다.
돌격으로 피할 수 있는 경로가 모두 막힌다면.
그 막힌 벽을 직접 뚫어낼 수밖에.
화륵-
화르르-!!
[액셀 피어싱]은 단순 물리 공격이 아니다.
물리 공격과 마력 공격이 더해져, 상대를 단숨에 찢어발길 수 있게 하는 복합 공격 스킬.
그 대상이 설사 ‘마력으로 구성된 불의 기운’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츠- 츠츳-
쏴아아아-!!
나는 [액셀 피어싱]이 찔러 들어가는 순간에 재빨리 물 속성을 부여했다.
[엘리멘탈 마스터]의 특수효과 ‘체인지 스트라이크’를 이용해, 최대한 더 확실히 지나가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견고해 보이던 불의 방벽은, 기어코 내 창에 뚫렸다.
“주연아, 쉴드!”
“응!”
그 순간 재빨리 강주연에게 [마력 방어막]을 부탁했다.
많은 안전 장치를 담긴 했어도, 남아있는 열기에 다칠 수 있다.
더 확실하게 후폭풍을 잠재워야 했다.
최악의 생황에서 내리는 최선의 판단.
우리는 그렇게 짧은 시간 속에서도, 효과적인 해결책만을 찾아 행동했다.
덕분에 시련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타격 없이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위험해.’
상황이 마냥 좋은 건 아니었다.
사실상 진짜 위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액셀 피어싱]은 조건을 타고 쓰는 스킬인 만큼, 강력한 스킬인 건 분명하다.
당장 막을 수 없다 생각했던 ‘초월자의 불길’마저 뚫어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건 바로 스킬을 사용하면, 내 돌격조차 끊겨버린다는 점.
평소 돌격을 사용하는 ‘선공의 상황’에선 전혀 문제가 안 되지만, 지금과 같은 ‘도주의 상황’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호신화기…!!”
마침 옆의 강주연이 준비를 마친 듯.
내리자마자 곧바로 스킬 하나를 사용한다.
일전에 나도 경험한 적 있던 ‘방어 형태의 스킬’.
지금의 위기를 최대한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낸 불길이었다.
화륵-
화르으….
하지만 역시 불로 불을 막아내는 건 어려운 걸까.
강주연의 불 방어막은, 더 커다란 초월자의 불에 순식간에 잡아먹혀 버렸다.
그리곤 더욱 강렬한 기세를 선보이며, 다시금 우리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워 브레이크.’
그걸 보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가진 바 모든 스킬을 사용하기로.
어차피 이 시련만 끝나면, <초월자의 방>은 공략 완료다.
지닌 능력과 스킬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쿵! 쿠구구구-
쩌저저적-
우리 바로 뒤에 있던 대지가 움직인다.
[파워 브레이크]는 마력을 통해 순간적으로 땅을 변형시켜, 지형지물의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스킬.
거대한 진동과 함께 땅이 갈라지고, 그 사이엔 절벽이라도 생기듯 커다란 틈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뒤에서 날아들던 불길도 이를 넘지 못한 채 틈으로 파고들어갔다.
사방에서 날아들던 불길 중, 후방은 안전해진 것이다.
그리고….
“급류로 흘러라.”
궁극스킬도 아끼지 않고 활용한다.
[진 유수활검].
내가 가진 방어 계열 스킬 중, 이제는 최고의 성능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킬.
특히 [용맹한 영원의 물결] 룬의 특성으로 ‘물의 힘’까지 스킬에 담기기에… 지금처럼 불로 뒤덮인 상황에선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궁극스킬이었다.
쏴아, 아아아-!!
쿠가가가-!!
순식간에 내 주변에 ‘물의 구’가 생성되고, 이는 곧 참격이 되어 사방으로 쏟아진다.
[진 유수활검]의 위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했었다.
방어와 반격의 힘을 모두 지닌 ‘물의 참격’은, 거침없이 주변을 덮으며 불길을 상쇄시켰다.
[액셀 피어싱]으로 불길을 뚫어낸 이후.
다시 한번 초월자의 공격에 한 방 먹이는 공격.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통쾌한 반격이었다.
‘안심하면 안 돼.’
계획한 모든 공격이 성공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기회를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기에선 있는 마력과 없는 마력을 모두 짜내서, 우릴 방어할 수 있는 결계를 세워야 했다.
나는 재빨리 땅에 손을 짚으며, 뒤를 돌아봤다.
“주연아, 이쪽에 마력 증폭 좀 같이…”
“…재현아.”
하지만 딱딱하게 굳은 강주연의 표정이.
멍하니 반대편을 향한 그녀의 시선이…
상황이 또 한 번 어렵게 흘러감을 말해줬다.
‘미…친.’
고개를 돌린 난 절망을 그대로 직면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너무 강하다.
이 빌어먹을 초월자라는 녀석은, 지금까지의 공격들 중 어느 것보다 더 강렬한 불길을 만들어내…
우리에게 곧바로 쏘아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