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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16)화 (216/353)

Chapter 216 - 초월자의 방: 카날레스 (4)

‘씨발… 진짜 너무하잖아.’

이건 뭐, 거머리가 따로 없다.

그렇게 많은 불을 잠재웠는데도, 또다시 불이 나타났다.

심지어 이번엔 더 강력하고 커다랗게 돌아온 불이.

마치 ‘시련’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초월자의 불 공격은 지치지도 않고 우리를 반겼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

지금까지 적어도 15분은 버틴 것 같은데, 이 빌어먹을 시련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무구교체술.’

하지만 징징대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단지 우리만 위험에 빠지게 될 뿐.

나는 재빨리 검을 집어넣고 방패를 꺼냈다.

[진 유수활검]도 막힌 이상, 이제 검을 들고 있을 이유는 없다.

‘…이건 진짜 하기 싫었는데.’

너무 무모하다고 생각해 선택지에서 제외했던 수.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남겨 놓은 방어 수단.

그건.

내 몸과 방패를 활용해…

저 불길을 ‘직접 막아내는 것’뿐이었다.

“주연아, 움직이지 마.”

“안 돼…!!”

무언가 알아챈 듯 소리치는 강주연을 무시하고, 그녀를 품 안에 꽉 끌어안는다.

그리고 불길로부터 등을 졌다.

화륵- 화르르-!!

원래는 불길을 향해 앞을 보고 방패를 드는 게 정석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뒤쪽의 강주연이 위험해질 수 있다.

방패의 옆으로 흘러간 불길들이 향할 곳은 뒤쪽 뿐이니까.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방패로 그녀를 감싸고, 불길은 온전히 내 몸으로 받아낸다.

이런 식으로 방어를 하면 내가 부담하는 공격은 심해지지만, 조금 더 완벽한 방어를 펼칠 수 있었다.

‘…남은 스킬도 전부.’

[철벽수비], 그리고 [단단해지기].

마지막으로 남은 모든 방어 스킬을 활용한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

이제 남은 건 저 불길의 위력이 부디 내 예측 안이기를, 그리고 이번 공격이 제발 마지막이기를.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콰, 콰아아-!!

화르르륵-!!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어마어마한 화마와 통증이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 * *

‘안 돼….’

강주연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캄캄한 눈앞을 바라봤다.

도재현이 움직일 수 없도록 꽉 끌어안은 탓에, 사방이 차단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

그러나 그녀는 뭐라도 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안 돼… 안 돼.’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면 도재현은 정말 위험했다.

저 불이 지닌 위험도는…

불을 다루는 강주연조차 가늠이 가질 않았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불.

아빠한테도 못 느꼈던 불.

모든 걸 삼켜버릴 듯한 재앙과도 같은 불.

그런 불을 도재현은 맨몸으로 막아섰다.

오직 강주연을 지키기 위해 방패를 뒤로 쓴, 무모한 행동이었다.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호신화기를 한 번 더…!!’

이미 한 번 막혔던 스킬이지만, 강주연은 어떻게든 그 스킬을 다시 사용했다.

도재현의 주변으로 피어오르는 불의 방패.

그러나 이미 아까도 보였듯.

[호신화기]는 너무도 쉽게 거대한 불에 잡아먹혔다.

콰, 콰아아-!!

화르르륵-!!

그리고 지독한 불 공격이 기어코 그들을 덮쳤다.

고막이 터질 것 같은 강렬한 폭발음이 들린다.

연쇄적으로 쏟아지는 거대한 불길.

기운만으로 느껴지는 압도적인 마력량.

“아, 아….”

강주연은 절망적인 얼굴로 앞을 봤다.

이 말도 안되는 공격을 홀로 막아낸 남자.

도재현은 작은 신음 하나 없이…

가만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몸을 붙잡은 손을 타고 그런 상태가 느껴진다.

그래서 강주연은 더 무서웠다.

어떤 통증들은 때로.

소리조차 낼 수 없도록, 매우 고통스럽게 찾아온다.

지금의 도재현이 그랬다.

너무 강하고 커다란 불길을 직격으로 맞은 탓에, 평범한 공격보다 타격이 극심해 보였다.

아무리 불 저항이 높아도, 아무리 내구 수치가 높아도.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불.

강주연은 그 고통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안 돼, 안 돼요….’

강주연은 속으로 절규하듯 말했다.

깊은 후회가 그녀의 마음을 파고들어왔다.

만약 자신이 그를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 혼자 이 시련을 겪었더라면…

그가 이렇게 아플 일은 없지 않았을까.

모든 게 자신의 욕심은 아니었을까?

극한까지 몰린 위기 상황에서, 그녀는 모든 게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신체 강화 계열 룬이 없던 강주연과 그런 그녀를 업은 채 외롭게 시련을 버틴 도재현.

불필요한 생각들이 자꾸만 머리를 때렸다.

화르- 화르륵-!!

그리고 그런 그녀를 타박이라도 하듯.

또 한 번.

불길이 치솟았다.

너무도 야속하고 무자비한 공격.

그러나 막아야 한다.

더 이상의 방어 스킬도 없다.

이번에 당하면 정말 끝이었다.

‘제발… 뭐라도….’

그 끝을 모르는 절망 속에서.

강주연은 울부짖듯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호신화기]는 아무리 써봤자 불길에 잡아먹혔고, 그 외에 그녀가 쓸 수 있는 방어 스킬은 마땅치 않았다.

분명 새로이 각성하며,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이라는 전설룬을 얻게 된 그녀였지만… 막상 그녀는 룬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능력을 사용할 때마다 뭔가 벽에 막히듯 제한이 됐었고, ‘수호’라는 이름으로 반영되는 방어의 진짜 힘도 끌어내기 어려웠다.

단순히 룬 획득뿐 아니라, 또 다른 각성 조건이 필요하다는 건 어렴풋이 깨달았으나… 그 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게 지금의 강주연이 무력한 이유였다.

‘재현아….’

강주연은 그런 자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뭐가 국내 최고의 유망주고, 뭐가 A급 홀더일까.

지금껏 많은 찬사와 기대를 받으며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막상 가장 중요한 순간엔 무엇 하나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

그녀 자신의 감정에, 가장 솔직해질 수 있게 해준 사람.

그녀가 살면서 처음으로…

처음으로, 사랑한다고 느꼈던 사람.

그런 소중한 이조차 지키지 못하는데, 그런 수식어들이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안해….’

절망은 좌절로, 좌절은 포기로.

깊은 후회와 자기비하 속에서, 강주연의 마음은 끝을 모른 채 추락해갔다.

이대로…

이대로 모든 걸 받아들인 채.

비참하게 끝이 날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강, 주연….”

미동이 없던 그에게서 목소리가 나왔다.

쇳소리가 가득하고, 잔뜩 갈라졌지만…

분명 도재현의 목소리였다.

“재, 재현아…!”

강주연이 깜짝 놀라 그를 불렀다.

완전히 빈사 상태가 됐다고 여겼던 그였지만, 다행히 말을 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는 끌어안았던 몸을 천천히 풀었다.

그리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으며, 간신히 목소리를 토해냈다.

“…더, 싸… 쿨럭.”

“뭐…라고?”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말에, 강주연이 되물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당장이라도 불길이 닥칠 듯한 위급한 상황에서…

그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의문에, 도재현은 살며시 지은 미소로 화답했다.

그리고 건네는 한 마디.

“…더, 싸울 수 있겠어? 네… 힘이 필요해.”

“……!”

그 짧은 한마디에.

강주연의 몸은 순간 석상처럼 굳고 말았다.

그건.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마디였다.

-강주연. 더 싸울 수 있겠어? 네 힘이 필요해.

<뱀이 뒤덮은 숲>.

그와 함께, 힘을 합쳐 보스를 사냥했던 던전.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절망적 상황.

놀라운 능력을 보이며 홀로 돌파구를 마련했던 도재현.

그는 그때도 똑같이 말했었다.

똑같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었다.

-가자.

그를 보며, 처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던 순간.

어쩌면 처음 반했을지도 모르는 순간.

그때도 그는, 강주연을 믿었었다.

망설임없이 도와달라고 말했었다.

분명 본연의 힘과 능력이 압도적으로 뛰어남에도…

동료가 자신을 도와, ‘시련’을 이겨낼 거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쿨럭!”

그리고 지금도 똑같았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우고…

그 결과가 절망으로 돌아왔는데도.

하나뿐인 동료이자 연인인 홀더가 아무것도 못한 채…

스스로 자책하며 포기하려 했을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강주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믿지 않았지만.

도재현은 언제나, 그녀를 믿고 있었다.

“…….”

강주연은 그런 그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바보처럼 미소지은 채 자신을 보는 남자.

외관은 불에 타고 남은 재처럼 초라해졌지만…

그 순간.

그는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이는, 이토록.

이토록 멋진 사람이었다.

그래서 강주연은 떨어지는 눈물을 삼키며…

웃는 얼굴로 그를 마주봤다.

그리고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건 분명.

지금껏 강주연이 살아오며 지었던 미소 중.

가장 환하고, 아름다운 미소였다.

[당신의 굳은 의지와 용기사의 간절한 부탁이 염원처럼 닿습니다. 잊혔던 기억의 편린들이 순환의 고리를 타고 흘러와, 당신에게 돌아옵니다. 아주 오래된 흔적으로 남아있던, 거룩한 맹약이 다시 빛을 발합니다!]

[새로운 룬 ‘용족의 흔적’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 정신을 각각 6씩 획득합니다.]

[특수한 조건을 모두 만족해, 전설룬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에 걸린 모든 제한이 해금됩니다. 해당 룬의 진정한 힘을 새로이 각성합니다.]

[‘수호하는 영원의 불꽃’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 ]

[존재하는 모든 ‘불’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마력, 불 저항을 각각 10씩 획득합니다.]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수없이 많은 정보창들.

콰아아아-

화륵- 화르륵-!!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불길들.

강주연은 잠시 눈을 감아 이들을 미뤄둔 후…

자신의 남자친구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때.

“끝없이 타올라라.”

날아드는 불 공격을 향한 그녀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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