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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17)화 (217/353)

Chapter 217 - 초월자의 방: 카날레스 (5)

일본 나고야시의 아쓰타구.

그 안의 명물처럼 여겨지는 ‘아쓰타 신궁’.

일본 3대 신궁 중 하나라 불리는 이 거대한 신사에, 한국인 홀더 한 명이 발을 디디고 있었다.

애쉬블루의 컬러의 헤어와 맑은 눈동자.

상체를 덮을 길이는 돼 보이는 장궁.

지나가던 이들이 모두 뒤를 돌아볼 법한, 아름다운 외모.

<로열> 클랜 소속의 궁수 계열 홀더, 문가은이었다.

“와아….”

문가은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신궁의 장엄한 모습을 구경했다.

이미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일본이지만, 이렇듯 웅장한 유적지의 현장은 처음 봤다.

전혀 다른 목적으로 왔음에도, 관광지에 온 느낌이 물씬 났다.

“일본도 오랜만이네.”

그 옆엔 <로열> 소속 선임 클랜원.

A급 홀더 성나연도 함께였다.

그녀는 클랜에 파견 계획을 요청해 인가받은 후, 문가은의 호위 역할로 일본에 따라와 있었다.

물론, 말이 호위지 사실상 겨울 휴가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

문가은이 일본에 온 건 형식상 파견이긴 해도 개인적인 목적이 강하고, 큰 이슈가 없어 호위의 위험도도 낮으니까.

<로열>에서도 그간 성나연의 공로를 인정해주고, 클랜 내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끝났기에 이번파견을 선선히 허락해준 느낌이었다.

“팀장님도 일본 많이 와보셨어요?”

“언니라 하라니까.”

“아, 맞다. 팀장님이란 호칭이 너무 입에 붙어서. 헷.”

성나연이 핀잔에 문가은이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은 원래부터 클랜 내에서 친했지만, 요즘 들어 부쩍 가까워져 있었다.

성나연이 최근에 문가은의 호위를 많이 맡기도 했지만, 다른 측면으로 관심도가 높아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건 바로 문가은의 연애 사업.

21살 숙녀 홀더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처음엔 가짜였지만 이제는 진짜가 돼 버린 그 주제가, 그녀의 흥미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다.

“많이 왔지. 특히 너희 아빠랑 많이 왔어.”

“저희 아빠랑요?”

“응. 한창 클랜 활동할 때, 문정혁 홀더님이 내 사수였거든.”

“아하….”

문가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반짝이는 눈빛에서 왠지 모를 기대감이 느껴졌다.

그에 성나연이 묘한 얼굴로 문가은을 봤다.

“너 지금, 도재현 홀더랑 여기 놀러 오고 싶다- 라고 생각했지?”

그러자 정곡을 찔린 문가은이, 화들짝 놀라 말했다.

“…네? 아, 아니거든요? 언니는 무슨, 제가 맨날 재현이 생각만 하는 줄 알아요?”

“하하. 맞잖아. 저번에도 스킨쉽한 거 얘기해 달라니까, 혼자 신나서 키스한 썰까지…”

“아아아아- 안 들린다아-.”

양쪽 귀를 손으로 때리며 앞서가는 문가은에, 성나연도 웃음을 터뜨리며 따라갔다.

이번에 그녀들이 일본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이곳 나고야에 자리한 일본 클랜, <남자의 조건> 클랜과 자신들 <로열> 클랜의 상호 협동 계약을 맺기 위함이었다.

<남자의 조건>은 이미 <불의 심판>과도 무역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클랜.

하지만 이번 ‘빌런 소탕 작전’을 겪으며, 더욱 그 인지도와 호감도가 올라갔다.

덕분에 더 많은 한국 클랜들과 교류를 하게 됐고,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됐다.

<로열> 역시 그런 흐름에 편승해, 상호 협동 계약까지 맺게 된 클랜 중 하나였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지만.’

그러나 사실 계약 자체는 거의 끝이 난 상황이다.

이미 클랜 담당자들이 서로 만나 구두 합의를 맞췄고, 세부적인 사항까지 조율을 마친 상태.

남은 건 계약서의 검수와 서명뿐이었다.

때문에 이걸 굳이, 문가은이 파견까지 오며 진행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가 일본에 온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아쓰타 신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신당의 무녀, 아키바 미유라고 합니다.”

그 이유가 눈앞에 있었다.

붉은색과 흰색으로 어우러진 무녀복.

정돈된 분위기와 아름다운 자태.

‘무녀’라는 호칭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홀더, 아키바 미유였다.

문가은이 일본에 온 진짜 이유는, 이 아키바라는 홀더를 만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거기엔 남자친구인 도재현의 추천이 있었다.

-아쓰타 신궁의 아키바 미유라는 홀더를 찾아가 봐. 원래 남자의 조건 소속 클랜원인데, 지금은 클랜 그만두고 다시 무녀로 돌아갔을 거야.

뜬금없이 일본의 무녀를 찾아온 건, 최근 문가은의 고민 때문이었다.

그녀는 요즘 들어 홀더로서의 실력 향상에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룬 레벨과 능력치의 성장은 더뎠고, 궁수 계열이라는 계열의 특성도 제한적이었다.

홀더로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에 벽이 하나 생긴 기분이었다.

‘나쁜 수준까진 아닌데….’

물론, 대외적으로 그녀의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었다.

21살의 B급 홀더, 클랜 내 최대 기대주, 아카데미 궁수 계열 원탑….

이미 많은 수식어구들이 그녀를 감싸고 있고, 동나이 대에선 따라오기 힘든 수준의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문가은은 이에 쉽사리 만족할 수 없었다.

도재현, 강주연, 박진우, 심지어 최근엔 김채은까지.

더 대단하고 유망한 자신의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열등감 같은 마이너스한 감정은 아니었고, 그들과 같이 걷고 싶다는 향상심이었다.

“로열 클랜 소속 홀더, 문가은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듣던 대로 한국말을 정말 잘하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추천받은 이가 눈앞의 아키바 미유였다.

문가은의 가장 가까운 곳에 ‘문정혁’이라는 국내 최고의 궁수 계열 홀더가 있긴 하지만…

문정혁의 교육에도 한계가 있었다.

문정혁은 어쨌든 클랜 내 핵심 간부이기에 매일이 바빴고, 그녀를 가르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고의 홀더와 최고의 스승은 다르다.

S급 홀더인 유은설이 최근 스승으로서의 자질도 보여주긴 했지만, 모든 S급 홀더나 A급 홀더들이 그녀처럼 뛰어난 교육자는 아니었다.

문정혁은 분명 궁수 계열의 정점에 있는 A급 홀더지만, 그 성향은 천부적인 재능 쪽에 가까웠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데에 특화된 이는 아닌 것.

그래서 도재현은 문가은에게 아키바를 추천했다.

아키바는 비록 일본의 홀더지만 정석적으로 실력을 쌓아온 홀더에, 신사에서 타 홀더들을 교육한 경험도 많았다.

때문에 정석적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문가은의 성향과도 잘 맞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재현 님께는 전화로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안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대화하시겠습니까? 계획은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아, 네. 그럼….”

뚝-.

아키바의 환영 어린 인사에 고개를 끄덕이던 문가은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재현님…?

전화로 얘기 많이?

뭔가 이상한 단어들을 들은 것 같은데.

“왜 그러십니까?”

갑자기 멈춰선 문가은에, 아키바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문가은이 머뭇거리며 물었다.

“혹시… 재현이랑 무슨 관계예요?”

재현이에게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말은 듣긴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 번 더 묻는다.

옆의 성나연에게서 풋-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건 문가은에게 꽤 중요한 문제였다.

“제가 동경하는 분입니다.”

그러자 밝은 얼굴로 오묘한 말을 건네는 아키바.

“…….”

그 말을 들은 문가은의 표정에…

더욱 경계심이 짙어졌다.

아니, 친구면 친구고, 사업 파트너면 파트너지.

동경하는 건 뭐야…?

이 여자, 스승으로 삼아도 되는 걸까?

약간은 억지성이 있는 의문들로,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한다.

절대.

절대 아키바의 외모에 위기감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 * *

‘무서워….’

주변 이곳저곳이 갈라지고 변형된 황무지와 화끈거리는 주변의 열기.

그 돌풍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핼쑥해진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눈앞엔…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마력을 제어하는 강주연이 있었다.

그녀는 지금껏 받은 설움을 모두 되갚겠다는 듯, 맹수 같은 기세로 불을 퍼붓고 있었다.

뭐라 말을 걸기도 힘든, 무서운 광경이었다.

“그… 주연아?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 본다.

이미 상황은 거의 끝이 났다.

새로운 힘을 각성한 강주연의 불은 완전히 다른 위력을 보여줬다.

아까는 그녀의 불이 초월자의 불에 잡아 먹혔었지만, 이번엔 오히려 그녀의 불이 다른 불들을 잡아 먹었다.

순수하고 정갈하게 타오르던 그녀의 불은, 반경 내 모든 지역을 덮어내며…

재앙처럼 다가오던 공격을 너무나 쉽게 막아버렸다.

우리가 15분 동안 이 공격에 끌려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결과였다.

“…….”

하지만 강주연은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죽하면 저 불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쉴 새 없이 주변을 몰아치고 있다.

아까 “끝없이 타올라라”라는 언령을 통해 만들어낸 불이 이미 상황을 진압했지만, 그에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룬과 마력을 활용 중이다.

안 그래도 황무지인 땅이 재로만 가득해질 기세였다.

“ … … 감히… 감히 재현이를….”

“…….”

거기서 나는 더 말리는 걸 포기했다.

뭔가 들어선 안 될 혼잣말을 들은 것 같다.

더 파고들면 알 수 없는 심연에 빠질지도 몰랐다.

그렇게 5분을 더 쏟아부었을까.

“그만! 그만하거라!”

웬 붉디 붉은 머리카락을 지닌 여자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나만큼이나 질려버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내 힘을 이은 아이지만, 정말 지독한 아이가 나타났구나.”

우리에게 이 ‘시련’을 내린 장본인.

이 <초월자의 방>을 소유한 주인.

전에 강주연에게 들었던 바에 의하면, ‘카날레스’라는 이름을 지닌 존재.

‘수호의 레드 드래곤’으로 추정되는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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