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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19)화 (219/353)

Chapter 219 - 스승님의 여가 방식

하지만 카날레스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그녀는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느냐. 그대는 내 힘을 이은 아이라고.”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죠?”

“나도 시스템에 묶여 있는 존재이기에 많은 걸 말해줄 순 없다. 다만…”

한 차례 숨을 고른 카날레스가 말을 이었다.

“위대한 전설로 남은 존재들은, 때로 세대를 거쳐 그 힘을 계승하곤 한다. 비록 그 흔적이 차원까지 넘어설 줄은 몰랐지만… 어쨌든 그대는 그 결과의 주인이자, 거룩한 영혼의 편린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대는 더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녀의 말은 언뜻 두루뭉술한 면이 있었다.

그런 점은 플러비우스 때와도 비슷했는데…

이는 그녀들이 초월자더라도 시스템에 묶여 있고, 답할 수 있는 영역과 시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강주연은 이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던전에 오기 전부터 내게 이런 점을 강조받았기에, 억지를 부려도 답을 찾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

“그럼… 제 힘을 더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선 물어도 되나요?”

“시간이 된다면 얼마든지.”

기다렸던 질문이 나온 걸까.

카날레스가 처음으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남은 시간 동안, 한 드래곤과 인간의 열띤 토의가 이뤄졌다.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는 강주연의 모습에 살짝 놀랐다.

‘…룬 얘기할 땐, 말 진짜 많아지는구나.’

평소에 낯을 많이 가리고, 말수가 거의 없다시피한 강주연이지만… 가끔씩 놀랄 만큼 말을 많이 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작전의 지휘권자가 되어 파티에 지시를 한다거나, 사냥 도중 전략에 대해 언급하는 등 공적인 업무를 행할 때.

그리고 저번 고백처럼 내게 할 말이 있을 때나, 데이트하다가 재밌는 일이 있을 때나, 어제처럼 침대 위에서 특별한 일이 있을….

‘…뭔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래도 내가 강주연의 남자친구이다 보니, 차갑기만 한 그녀의 새로운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대화가 이어지며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테이블의 모래시계가 끝을 알렸다.

“시간이 다 됐군.”

카날레스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격을 갖춘 인간들이여. 만나서 반가웠다. 적적하던 이곳에서, 그대들과 나눈 대화는 흥미로웠다.”

탁-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고, 또다시 레어 안에 방문이 생겨났다.

플러비우스 때처럼 <초월자의 방>을 나가는 문이자, 시련의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장소였다.

“시련의 보상은 저 문을 넘어서면 얻을 수 있으니,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감사합니다.”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카날레스는 웃으며 이를 받아줬다.

그리고 강주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대는 한달 뒤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도록. 내 힘을 다루는 데에 익숙해지려면, 앞으로도 몇 번은 더 와야 할 거다.”

“…알겠어요.”

“원한다면 나를 어머니라 불러도 좋다.”

“그건 싫어요.”

“하하하. 역시 의사표현이 확실한 아이구나.”

그렇게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후.

우리는 마무리 인사를 마치며, 방문을 열고 레어 밖으로 나왔다.

<초월자의 방: 카날레스>의 공략을 마치는 순간이었다.

* * *

최근 한국의 홀더들은 상당히 들떠 있었다.

그건 작년 10월부터 새해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폭탄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잠잠하던 홀더 계를 흔들어 깨웠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가 <빌런> 클랜의 완전 소탕과 아카데미의 대변혁.

그로 인해 나타난 수많은 ‘학생 유망주’들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재능 있는 홀더들은 홀더 계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다.

그들이 곧 그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기 때문.

그런 의미에서 ‘빌런 소탕 작전’에서 크게 활약한, 유망한 학생들이 많이 나왔다는 건 꽤나 고무적인 사실이었다.

-아카데미 2학년 도재현, A급 홀더 승급!

-유은설, 강주연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빠른 나이…

-한국 홀더 협회, “기간 내 승급으론 가장 빠른 속도”

-도재현, 스승 유은설 뛰어넘고 최연소 S급 달게 될까?

특히 그 주역이었던 도재현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다재다능한 멀티 홀더에, 이제 막 21살의 어린 나이.

F급 홀더부터 시작한 노력의 성장 가도까지.

괜히 한국을 대표하는 유망주로 떠오른 게 아니었다.

홀더들은 누구나 그와 친분을 쌓고 싶어했고, 클랜들은 어떻게든 그를 영입하려 들었다.

-송현아의 [검] 룬 획득방법, 옳았다!

-벌써 11번째 룬 획득자 탄생. 반복행동의 혁명.

-[검] 획득의 가장 큰 효율은 궁수 계열…

그리고 두 번째로 홀더 계를 강타한 내용.

송현아의 ‘[검] 룬 획득 방법’.

이건 아예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었다.

비록 홀더들에게만 국한되는 방법이긴 하지만, 계열이 다른 홀더들이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하나의 룬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

이는 지금껏 홀더 계에 퍼져 있던, ‘재능의 상식’을 뒤바꾸는 혁명이었다.

그렇게 많은 홀더들이 새로이 [검] 룬을 획득했고, 그와 더불어 이를 발견해낸 송현아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국내 검술명가 송씨 가문의 자제이자, S급 홀더 송도혁의 동생.

이제 막 스무 살이 되어, 올해 아카데미에 입학 예정인 예비 홀더.

가문과 명성도 좋은 그녀가, 홀더 계에 파격적인 발견까지 해냈다.

도재현, 강주연 등의 특급 홀더들에 이어, 또 한 명의 기대주가 탄생했다는 평이 잇따랐다.

그리고….

-S급 홀더 유은설, 이중 던전 공략 성공 및 정보공개.

-던전 공략에 새로이 나타난 개념, <초월자의 방>은…?

-한국 홀더 협회, 공식 사이트에 관련 정보 전면 게시!

-<초월자의 방> 공략 보상은 뭘까. 홀더들 관심 폭증…

홀더들의 심장을 뛰게 할, 또 하나의 정보가 공개됐다.

<초월자의 방>.

각종 특수 조건과 최고 수준의 난이도로 구성된, 고위 이중 던전.

지금껏 한 번도 홀더 계에 공개된 적이 없던 던전이자, 고착화된 던전 공략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새로운 개념이기도 했다.

유은설은 1월이 시작되자마자 도재현과 해당 던전을 공략했지만, 정보 공개는 꽤나 시간이 흐른 지금으로 미뤄졌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복잡하고 새로운 정보들로 인해 정리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

그리고 공개될 경우, 홀더 계에 워낙 큰 파장을 일으킨다는 점 때문이었다.

충격은 최소한 줄이고, 정보 전달은 최대한 효과적이게.

이런 부분에서 오랜 협의를 거치느라 늦어져었다.

그리고 늦어진 만큼,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 … …  그럼 유은설 홀더님의 말씀은, 제자인 도재현 홀더가 아니었다면 해당 던전의 공략이 어려웠을 거란 뜻인가요?”

“네. 사실상 그 친구가 공략의 중심이었어요. 초월자라는 존재를 마주하고 나서의 상황 파악도, 저보다 훨씬 빨랐구요.”

유은설이 담백하게 질문에 답했다.

그녀는 지금 <룬 저널>이라는 신문사와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룬 저널>은 홀더들과 괴수들의 세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는 신문사로, 관련 정보 전달에선 가장 뛰어난 공신력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그들의 이번 인터뷰 주제는 당연하게도 <초월자의 방>.

‘빌런 소탕 작전’, 도재현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유망주 출현, 송현아의 [검] 룬 공개 등…

굵직한 사건들에 이어, 유은설이 던진 또 하나의 화두였다.

“정말 놀라운 활약이네요.”

가만히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가 문득 감탄하며 말했다.

사실 이 인터뷰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이번 성과가 오직 유은설과 홀더 협회의 합작인 것으로만 알려졌었다.

실제로 협회에서 처음 정보를 공개했고, 그 원류로는 S급 홀더 유은설을 내세웠으니까.

하지만 막상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도재현의 활약이 굉장히 컸다.

공략 자체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특히 <초월자의 방>이라는 개념을 알아내는 데에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유은설과 도재현의 합작.

인터뷰가 끝나면, 그렇게 불려야 할 법한 성과였다.

“네. 실력 있는 홀더니까요.”

그에, 유은설도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의 제자다.

제자가 실제로 큰 활약을 했었고, 공략을 주도했다는 것.

이를 굳이 감출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럼 방향을 바꿔 질문하겠습니다. 유은설 홀더님께서는 … … ”

띡- 띡-

띠리릭-

길고 길었던 인터뷰가 끝이 난 후.

유은설은 홀로 사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탁-

그리고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가 자리한 책상 앞에 앉았다.

지친 하루의 마무리.

만약 보통의 홀더들이라면 그대로 침대에 눕는다거나, 욕실에 씻으러 들어가겠지만…

유은설은 달랐다.

그녀에겐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키는 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루틴이었다.

딸깍-

그리고 마우스를 움직여, 습관적으로 포털을 켰다.

“음… 올라왔네.”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오늘 있었던 인터뷰.

<룬 저널>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답게, 오늘 진행한 인터뷰를 그새 편집하고 올렸다.

그녀는 천천히 인터뷰를 읽으며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관련 기사들을 ‘스크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무려 S급 홀더라는 압도적 위치를 보유 중인 홀더가 하는 것치곤, 너무 소박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딸깍-

또 한 번 그녀의 마우스가 움직이고, 화면은 새로운 사이트를 가리켰다.

<도재현 공식 팬카페 (룬 홀더 팬카페) >

“…흠, 흠.”

유은설은 괜히 헛기침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연히 자취 집이기에 아무도 없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글쓰기 칸에 들어가, 아까 스크랩한 기사들을 올렸다.

적당한 제목, 적당한 내용과 함께.

글을 쓰는 그녀의 아이디 등급엔…

[최우수회원]이라는 단어가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역시 내 제자야.”

그렇게 오늘의 할당량을 채운 후.

유은설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다른 기사들을 읽어갔다.

제자의 활약상을 구경하거나, 이를 직접 찾아내 많은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

부끄럽지만…

이게 유은설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매우 중요한 여가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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