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2 - 공격대 모집 (5)
암살자 계열, B급 홀더 도승민.
올해로 홀더 경력 6년차를 자랑하는 무소속 홀더.
하지만 경력이 무색하게, 그는 지금 긴장되는 순간을 앞두고 있었다.
<프라임 연무장>
-파문 공격대 대원 선발 최종면접 중.
도재현의 임시 공격대 모집.
공략하게 될 던전의 이름을 따서, <파문 공격대>라는 이름까지 붙은 공격대.
그 대원 선발의 최종면접을…
도승민도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합격하다니….’
사실 믿기 힘든 결과였다.
무려 311명의 홀더가 지원했다는 1차 서류.
모든 홀더들의 면접을 볼 순 없기 때문에, 협회에 등록된 등급과 이력서의 간략 정보만으로 홀더들을 가른다.
때문에 어지간한 홀더들은 서류 통과부터 힘들었다.
듣기로는 A급 홀더들이 상당수 붙고, B급 홀더들은 대거 떨어졌다고 한다.
공격대원의 등급에 따라 던전 공략의 성패가 달라질 수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
그리고 도승민은 그 무수히 많은 B급 홀더 중에서, 당당히 경쟁을 뚫고 최종면접까지 온 인물이었다.
‘드디어 재현이 형님을 뵙는구나.’
하지만 도승민의 감상은 다른 홀더들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이들이 공격대의 엄청난 규모, 초호화 구성원, 역대급 보수 등에 환호했다면, 도승민은 도재현의 실물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열광했다.
그는 도재현의 열렬한 팬이자 추종자.
공격대의 지원 동기 역시 오로지 ‘팬심’이었기 때문이다.
‘재현이 형님은 도씨 가문의 자랑이야!!’
그저 같은 성씨일 뿐이지만, 도승민은 ‘가문’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미 부여를 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고, 또 그 최고의 자리에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홀더.
오히려 그를 기반으로 한 발짝 앞서가며 역사를 써가는 영웅.
항상 낮은 자존감과 불안한 현실 속에서 싸웠던 그에게 있어, 도재현이란 존재는 바라보며 동경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국내 최고 유망주.
암살자 계열의 미래.
아카데미의 영웅.
최연소 공격대장….
도재현을 감싼 모든 칭호들이, 도승민에겐 감탄과 열망의 대상이었다.
‘형님을 실망시켜선 안 돼.’
도승민은 결연한 마음가짐으로 최종면접에 임했다.
지금껏 부모님, 친구들, 홀더 계, 심지어 스스로까지…
많은 이들을 실망시켜왔지만, 도재현에게만큼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몇 년 만에 생겨난 우상을 통해, 자기 자신의 한계 또한 깨부수고 싶은 그였다.
“도승민 홀더?”
그러던 중.
오피스룩의 한 여성이 다가와 그를 불렀다.
도승민은 다급히 허벅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제가 도승민입니다.”
“아, 일어나실 필요는 없어요. 앞으로 세 분 정도 남았으니까 미리 준비하시라고 불렀어요. 이따가 이름이 불리면 바로 들어가셔야 합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면접 인원도 많고 실전 심사가 필요한 만큼, 불필요한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모양이었다.
도승민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켜, ‘즐겨 찾는 사이트’의 <도재현 공식 팬카페>라는 곳에 접속했다.
도승민이 거의 숨 쉬듯이 자주 들어가는…
무려 [우수회원] 등급으로 있는 팬카페였다.
그는 글쓰기 란에 들어가 곧장 짧은 글 하나를 남겼다.
-실물 영접 3분전.. 진짜 ㅈㄴ 떨린다
면접 시작 전.
긴장을 풀기 위해 쓰는 카페 글.
아니나 다를까…
카페에 늘 상주 중인 망령들이 곧바로 댓글을 달았다.
[재현조아/우] 와.. 어디 가시는데요?!
└ [재현SS/최] 오늘 공격대 면접 날이잖아요. 이분 아마 공격대원으로 지원하셨나 보네요.
[포도맛푸딩/최] 긴장하지 말고, 화이팅!
[본드주인/최] 혹시 여자예요?
[오빠저예요/우] 부럽다.. 나도 면접 ㅠ.ㅠ
‘…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지.’
도승민은 식은땀을 흘리며 핸드폰을 접었다.
올린지 1분만에 달린 댓글들.
게다가 도재현의 하루 동선을 전부 꿰고 있다.
긴장을 풀려고 올린 글인데, 회원들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기가 빨린다.
정말 망령이란 호칭이 딱이다.
심지어 ‘최’라는 마크가 달려있는, [최우수회원] 등급들은 더 미스테리였다.
뭔 짓을 해도 그 등급까진 못 가겠던데…
도대체 저들은 어떻게 저 정도 등업을 마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지원자, B급 홀더 도승민.”
하지만 이내 자신을 호명하는 목소리에…
도승민은 잡생각을 떨쳐 버리고 연무장 내 특별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들어가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순간 놀라고 말았다.
‘재, 재현이 형님?’
자신의 우상이자 롤모델인 도재현이, 땀을 뻘뻘 흘리며 가운데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공격대 면접이나 클랜 입단 심사를 볼 때면, 면접관들은 보통 연무장에 테이블을 갖춰 놓고 앉아있는다.
그리고 지원자가 직접 자신의 능력을 허공에 보여주거나, 혹은 다른 지원자와 함께 대련을 펼치는 형식으로 면접이 진행된다.
도승민 역시 지금껏 그런 식의 면접을 많이 치러왔었다.
그런데 도재현은 직접 무기를 들고 서 있다.
그건 누가 봐도 직접 대련하며 능력을 점검하는, 특별한 형식의 면접이었다.
“지원자 도승민 홀더 맞나요?”
그리고 소검을 닦아내며, 질문을 건네는 도재현.
자신의 우상이 직접 건네는…
영광스러운 첫 질문이었다.
도승민은 벅찬 감정을 애써 감추며, 최대한 예의를 갖춰 답했다.
“예. 맞습니다, 형님.”
“…형님?”
하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습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굉장히 낯선 호칭에 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도승민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말을 바꿨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친화력이 좀 좋아서….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형님, 누님 합니다.”
“…좋아 보이긴 하네요. 우선 무기부터 꺼내고 몸부터 푸세요. 면접은 간단한 문답 후에 대련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예!”
도승민은 짧게 대답한 후 자신의 무기를 꺼냈다.
근처엔 감독관 혹은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인지 얼굴이 익숙한 고위 홀더들이 자리하고 있었지만, 도승민의 눈엔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오직 도재현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도재현이 지원서를 읽으며 면접을 시작했다.
“나이가… 19살?”
가장 먼저 확인한 건 역시 나이.
경력이 무려 6년차 홀더인데, 아직 19살밖에 되지 않은 연령에 관해서였다.
민감한 주제가 나오자, 도승민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조기 각성을 하신 건가요?”
“예.”
룬 홀더가 각성하는 시기는 주로 18~20세 사이지만, 간혹 너무 늦게 각성하거나 너무 빨리 각성하는 경우가 있다.
도승민은 그중 후자에 속하는 ‘조기 각성 홀더’였다.
13세에 각성해 홀더 생활을 시작한 케이스.
그 전까진 그렇게 이른 나이에 각성한 홀더가 없었기에, 당시엔 신동으로도 불리며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결국 실패한 유망주로 남았지만.’
과거를 떠올리자 씁쓸한 미소가 나온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일까.
도승민은 유망주 타이틀의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항상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조바심이 마음 한 켠에 있었고, 그로 인해 그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성장이 정체돼 버렸다.
이후 정신을 차리며 차근차근 경력을 쌓았지만, 결국 A급 홀더의 벽은 허물지 못했던 그였다.
‘재현이 형님은 나와 달라.’
도재현이 그의 우상이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같은 상황에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도재현은 이를 다 이겨내고 당당히 영웅이 됐다.
홀더 경력이 고작 2년차에 불과한데도, 한계를 뚫으며 모든 이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그 모습이 부럽고, 멋있었다.
열등감도 눈높이가 맞는 사람이어야 생기는 법.
너무 압도적으로 빛나는 사람에겐…
오히려 따르고 본받고 싶은 마음만이 든다.
그렇게 도재현은 자연스럽게, 동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 … … 그럼 대련 면접 시작하겠습니다.”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문답 면접이 끝나고, 곧바로 대련 면접이 시작됐다.
대련 상대는 도재현.
<파문 공격대>의 공격대장이었다.
캉-!
카강-!
‘와….’
그리고 대련을 이어가며, 도승민은 감탄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명불허전이다.
소문은 실제 실력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했다.
별다른 스킬이나 추가 능력을 사용하지 않는데도, 두 자루의 소검만으로 도승민을 압도한다.
능력치, 룬 레벨, 활용도…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난다.
2년차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 모습.
단순 암살자 계열로만 봐도, 탑급 홀더로 불릴 만한 실력이었다.
‘역시 재현이 형님이야.’
패색이 짙은 대련에도 도승민은 그저 감탄했다.
부족한 자신의 실력에 한탄하기보다는, 동경하는 우상과 검을 섞는 것을 영광으로 여길 뿐이었다.
“그만. 여기까지입니다.”
그렇게 대련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결과는 당연히 도승민의 패배.
깔끔하게 승복할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에 도승민이 벅찬 감정을 붙잡고 인사하려던 찰나.
“도승민 홀더. 혹시 은제 무기를 쓰셨나요?”
자신의 연예인이 또다시 말을 걸어왔다.
도승민은 살짝 신이 난 얼굴로 답했다.
“아닙니다, 형님! 이건 제가 보유한 룬 중 은빛 달그림자라는 룬인데, 전투 도중 신성력을 활용해 모든 능력에 은의 힘을 담을 수 있는 효과입니다. 들으셨다시피 정말 쓸데없는 룬이지만, 언데드 괴수들을 상대할 땐 꽤 도움이…”
“그만, 그만. 그렇게까지 다 말해주진 않아도 돼요.”
도재현이 질린 얼굴을 하며 말을 끊었다.
와다다 쏟아지는 도승민의 대답을 듣고 있으면 그럴 만도 했다.
그리고 무기를 집어넣은 후, 등을 돌리며 말했다.
“도승민 홀더는 최종합격입니다. 추후 일정은 공지해드릴테니, 앞으로 2주 정도는 시간을 비워 놓으세요.”
도승민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합격.
그 쟁쟁한 <파문 공격대>의 대원으로 선발됐다.
믿기지 않는 결과가, 자신이 가장 동경하는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와, 와….”
순간 벙찌며 말을 잃은 그는…
이내 고개를 넙죽 숙이며 소리쳤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형님!!”
“…형님이라고 하지 마시라니까.”
“아! 감사합니다, 공격대장님! 와…!”
그렇게 도승민을 마지막으로.
홀더 도재현의 임시 공격대…
일명 <파문 공격대>의 모든 대원 선발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