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38 -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6)
------!!
아우우우-!!
울분에 젖은 늑대의 광기 어린 울음소리가 전장에 울려퍼진다.
아무리 전력을 다한 [액셀 피어싱]이었다지만 상대는 S급 괴수다.
자신만의 특수한 능력도 지니고 있고, 설사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해도 이를 딛고 충분히 반격할 줄 아는 존재다.
‘많이 빡쳤나 본데.’
하지만 그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것.
그게 저 듀크라는 라이칸에겐 어지간히 치욕이었나 보다.
S급 라이칸들의 고유능력으로 불리는 ‘색깔 하울링’.
이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용한 걸 보면 말이다.
듀크라는 라이칸의 색상은 남색.
하울링의 종류는 마력통제.
대상을 ‘기절’시키거나 ‘마비’시키는 등의 강력한 상태이상은 아니지만, 마력의 일시적인 불능 및 교란으로 전투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상태이상이다.
‘성능도 생각보다 뛰어나.’
게다가 다른 상태이상에 비해 직접적인 효과가 낮은 대신, 그 범위가 상당히 넓고 지속력이 뛰어나다.
당장 우리 공격대만 봐도 영향권 안에 있다.
저 멀리에 있는 후방 인원들은 마력 지원이 완전히 끊겨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고, 전방으로 온 대원들도 순간 마력으로 펼치려던 공격들을 모두 멈춰버렸다.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 나랑 진우.’
[명경지수] 룬을 보유한 박진우는 통제의 권역 외.
나 역시 일본에서 ‘야마타노오로치’를 처치하고 [명경지수]를 얻었었기에 면역.
싸울 수 있는 건 우리 둘이 전부였다.
“진우!”
“이미 간다!”
티르본드가 했던 대답을 박진우도 똑같이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상대 라이칸 듀크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모든 룬 세팅이 공격, 그중 ‘쾌검’에 치중된 전사 계열.
당연히 싸움 구도에 있어서도 상대를 공격하는 데에 장점이 있다.
반면 나는 다양한 계열의 룬들을 보유한 멀티 홀더.
공격은 물론, 방어, 회피, 치유까지도 가능하다.
비록 박진우의 파괴력이 나보다 낮다고 하더라도, 이런 구도에선 녀석이 앞장서고 내가 서포트를 맡는 게 맞았다.
아우우우우-!!
------!!
그리고 그때.
듀크가 또다시 울부짖으며 자신의 육중한 다리를 땅에 쿵- 하고 내려찍었다.
“뭐야!”
“땅이…!!”
그러자 이내, 거대한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땅속에 웬 구렁이가 파고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속도로 땅이 갈라지며 우리 대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마법을 다룰 줄 아는 늑대인간, 듀크의 힘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녀석은 아무래도 땅속성을 다루는 마력룬을 보유한 모양이었다.
‘티르본드. 적당한 높이로 비행하면서, 웨어울프들을 괴롭혀. 너 잘 쓰는 날개로 공격하면서. 최대한 까다롭게. 알았지?’
-알겠다, 주인.
[창공의 무투가]를 비롯해 육탄전을 보조하는 티르본드의 많은 룬들, 그리고 특정 부분에 있어선 나보다도 더 높은 녀석의 능력치.
이 정도 세팅이라면 티르본드 혼자서도 충분히 늑대인간들을 성가시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짧은 명령을 내리고 그대로 땅으로 낙하했다.
목적지는 전사 계열 및 암살자 계열의 우리 대원들이 모여있는 곳.
상대 듀크가 날린 땅속성 마력 공격이…
이쪽으로 거침없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파워 브레이크.”
그 한가운데에서 땅에 손을 짚는다.
땅으로 공격해온다면, 마찬가지로 땅으로 막는다.
[엘리멘탈 마스터]의 파생스킬, [파워 브레이크].
대지를 단번에 갈라 구조를 바꿔버리는 대형 스킬.
쿨타임이 길어 하루에 딱 한 번 밖에 쓸 수 없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이보다 적절한 스킬이 없었다.
쿠구구-
콰아아-!!
대지와 대지가 맞물리듯 부딪친다.
모든 걸 삼킬 기세로 달려들던 땅의 움직임은…
거짓말처럼 모습을 사선으로 빗겨가며 사라졌다.
상태이상이 걸린 통제 상황.
그 안에서 쏟아진 S급 괴수의 강력한 마력 공격.
이를 스킬 단 하나로 막아냈다.
그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주변에 있던 공격대 대원들 모두가 아연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까 다섯 마리의 웨어울프를 10초도 안 돼 처치한 것만으로 이미 놀랐는데, 이번엔 더욱 경악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광경에 답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박진우는 여전히 홀로 듀크에게 다가가고 있었고 시간은 부족했다.
“도승민 대원.”
“예, 예, 공대장님!”
몽롱함에 빠진 듯한 얼굴로 멍하니 날 보던 도승민이, 내 부름에 바짝 군기 든 모습으로 대답한다.
이 자식…
다급한 상황에선 공대장 소리가 알아서 나오는 구나.
“신호 아이템을 쓰세요. 후방 인원들을 모두 여기로 불러와야 합니다. 그리고 신성 계열 홀더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상태이상을 치료 받도록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도승민은 칼 같이 대답하며 품에서 신호를 보내는 아이템을 꺼냈다.
나는 시선을 돌려, C팀 팀장인 임현을 바라봤다.
“임현 대원은 남은 대원들 도착하면 직접 지휘하셔서 남은 웨어울프들이랑 라이칸스로프 정리 좀 해주세요. 이제 숫자로 밀어붙이면 우리가 무조건 이길 겁니다.”
“제가 공대원들을 이끌란 뜻입니까?”
“네. 부공대장은 저 녀석한테 가고 있고…”
나는 대답과 동시에 무구교체술로 ‘활과 화살’을 꺼냈다.
최유민과 이현호에게 부탁해 제작받은 특수 은제화살이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하지만 정교한 자세로 활의 시위를 당긴다.
“지금은 저도, 부공대장을 보조해야 하니까요.”
푸쉬이이-!!
강렬한 마력, 그중에서도 불속성을 담은 은제화살 하나가 거침없이 날아가 듀크의 가슴팍에 꽂힌다.
결과는 명중.
최근 13레벨로 오른 [별절사법] 룬의 힘이었다.
[별절사법]은 검법 룬이나 비도술 룬처럼, 활을 사용해 펼치는 무공룬.
활이 내 주력 무기가 아니라서 딱히 가질 필요성을 못 느꼈었는데, 저번 <빌런> 소탕 때 잡다한 룬들을 대거 획득하면서 얻게 된 룬이었다.
그리고 만고불변의 진리.
룬은 획득해 놓으면, 어딘가 분명 쓸 데가 있다.
오늘도 그 사실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었다.
푸쉬이이, 캉!!
-크아아아!! 빌어처먹으으을!! 저 인간 새끼를 잡아라! 저놈을 잡아 족치란 말이야!!
-지, 진정하십시오, 듀크 님!!
[언어]를 통해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듀크라는 라이칸이 드디어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가슴팍에 꽂힌 불화살.
이어 곧바로 날아들어 똑같은 곳을 저격한 물화살.
처음의 내가 먹였던 [액셀 피어싱]만큼의 충격은 없겠지만, 자꾸 거슬리는 공격이… 그것도 한놈에게서 계속 날아온다는 게 어지간히 짜증날 것이다.
‘일점사.’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신명나게 활을 쏘아댔다.
[별절사법]의 파생스킬, [일점사].
스킬 사용 후 쓰는 5발의 화살을 같은 곳에 명중시킬 수 있도록 보조하는 스킬.
덕분에 내가 오랫동안 활을 놓고 있었어도, 계속해서 라이칸의 가슴팍에 화살을 꽂아넣을 수 있었다.
게다가….
‘활을 쓰면 속성을 변환하기가 더 쉬워.’
검을 사용하며 전투할 땐 공격의 속성을 휙휙 바꾸는 게 꽤 어렵다.
어쨌든 마력을 사용하는 일이고, 1분1초가 시급한 근접전에선 마력을 발현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하지만 활을 사용하면, 시위를 당길 때마다 여유가 있다.
그때마다 [엘리멘탈 마스터]를 활용해, 화살의 마력에 담는 속성을 변환시킨다.
그리고 순식간에 ‘체인지 스트라이크’의 5스택이 다 쌓인다.
은제화살에, 속성 공격에, 위력 증폭 특수 효과까지.
이쯤되면 아무리 내 궁술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상대 라이칸에게 강한 타격을 입힐 수밖에 없다.
-크, 아아아!! 뭐해, 이 새끼들아! 저 화살 쏘는 놈을 막으라고!
-하지만 이쪽에도 인간들이…!!
-듀크 님! 하늘에서 웬 용처럼 생긴 녀석이 위르겐들을 공격 중입니다!
그렇다고 클라크 진영의 라이칸들이 놀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방어에 필사적이었다.
현 상황은 [남색 포스하울링]에 의해 ‘마력’이 통제된 것이지 ‘육체’가 통제된 건 아니다.
때문에 아직 저력이 있는 바라텐 진영의 라이칸들, 내가 미리 명령을 내려놓은 티르본드, 그리고…/
“현도야,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공대장 사기 아니야? 무기는 무기대로 다 쓰고, 속성은 속성대로 다 쓰고. 상식적으로 저건 말이 안 되잖아. 난 고작 검에 바람, 두 개만 쓰는데.”
“제발 전투 중엔 말 좀 거지 마십시오, 성나연 홀더님!”
“어차피 이긴 것 같은데 네 생각 좀 말해 봐.”
…여유를 부리며 전투 중인.
우리 전사 계열 대원들 몇몇까지.
모두 마력은 사용하기 힘들지만, 특유의 물리 공격을 활용하며 적 라이칸들과 웨어울프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임현 홀더님이 명령했구나.’
C팀 팀장 임현.
지휘권을 그에게 잠깐 넘겼더니, 그새 남은 인원들을 추려 전방으로 파견한 모양이다.
최대한 속전속결로 사상자 없이 전투를 끝내려는 베테랑의 판단이었다.
덕분에 내 화살은 방해물 없이, 계속해서 듀크의 가슴팍에 꽂혔다.
화살 공격이 주는 가장 큰 이점은 역시 움직임을 묶어내는 것.
특히 듀크는 마법사 계열 라이칸에, 이미 [액셀 피어싱]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었기에… 내 지원 사격을 속수무책으로 허용했다.
그리고.
“쫓아라!”
이 정도로 다 차려진 밥상을 못 먹을 정도로, 내 친구는 미숙한 홀더가 아니었다.
팟- 파바밧-!!
-크으아아아…!!
-듀, 듀크 님…!!
박진우의 궁극스킬, [비월참]이 듀크의 가슴팍을 수십 번 베며, 빈사 상태의 적을 마무리했다.
‘…잔인한 새끼. 하필 또 거길 공격하네.’
왠지 모르게 [액셀 피어싱] 때부터 마지막까지.
똑같은 곳만 공격당하는 듯한 듀크.
어쨌든 녀석의 마무리를 끝으로 전투는 사실상 종료됐다.
듀크가 죽으면서 자연스레 ‘마력 통제’ 상태이상도 풀렸기 때문이다.
“전 공격대원, 남은 늑대들을 총공격합니다.”
다시 지휘권을 가져온 내 명령이었다.
…
…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결투에서의 높은 기여도로 인해 승리가 인정됩니다. 룬 사냥꾼의 신묘한 힘으로, 상대방의 룬 하나를 복제할 수 있습니다. 복제할 룬을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