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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42)화 (242/353)

Chapter 242 - 바라텐의 전사들 (4)

초미의 관심사.

그야말로 모두가 주목하는 장안의 화제다.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던전.

그리고 그 공략을 시도하는 <파문 공격대>의 행보에, 한국은 물론 전세계 각국 홀더 계가 들썩이며 관심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게…

‘한 종족’이 던전을 가득 채운 케이스.

[언어]를 통한 괴수와의 소통.

진영 간 전쟁을 통한 던전 공략.

<파문 공격대>가 밝혀낸 모든 것들이, 지금껏 홀더 계에서 경험한 적 없던 완전히 최초의 사건들이었기 때문이다.

홀더 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그 도전에 각국의 많은 홀더들이 관심을 가졌고, 선발탈락 및 개인사정으로 인해 공격대에 참여하지 못한 고위 홀더들은 아쉬움을 삼켰다.

“정말 재밌는 친구란 말이지.”

그 관심은 대형 클랜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의 심판> 클랜 마스터인 강우현.

그는 흥미로운 얼굴로 자꾸만 관련 기사들을 살폈다.

어쩌면 홀더 계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르는 일.

이를 임시 공격대가 주도한다는 사실에 다른 클랜들은 발만 동동 굴렀지만, 이미 클랜원을 한 명씩 공격대에 넣어둔 3대 클랜들은 그러한 걱정이 없었다.

게다가 <불의 심판>은 한 술 더 뜬다.

공격대원으로 참가한 이가 클랜 마스터의 딸인데다가…

-그 도재현… 남편감으론 어떠세요?

이런 당돌한 생각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득 어제 자신의 딸이 꺼냈던 말이 떠오르자 강우현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역시 우리 딸이야. 사윗감을 데려오려면 그 정도는 돼야지. 음음.”

자타공인 딸바보 강우현.

그라고 해서 관련된 부분에 꽉 막히기만 한 아빠는 아니었다.

딸을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해온 그였지만, 부녀 간의 사랑과 남녀 간의 사랑은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지금껏 딸의 연애에 철벽을 쳐온 건 농담반 진심반이었다.

게다가 이와는 별개로 딸의 행복을 찾아주는 것 또한 아빠의 역할.

자신이 생각한 기준에 부합하는 남자라면, 그는 얼마든 용인해줄 생각이 있었다.

-남편이 아니라 남자친구로 어떠냐는 말이었어요. 그렇다고 사귀는 건 아니고, 그냥 어떠냐는… 그러니까, 그게….

-절대 안 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안 돼!!

“…흠흠.”

물론, 그 당시엔 너무 흥분해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냥 반대가 아니라 좀 심한 반대.

정말 보기 드문 딸의 당황한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강우현은 완고하게 반대했었다.

21살이 무슨 벌써 연애냐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대면서.

하지만 정작 딸이 가고 난 후.

홀로 남은 집무실.

강우현은 그제야 실실 웃음을 흘리며, 도재현의 기사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최연소 S급 홀더 기대되는 도재현, 이번 공략으로 벌써 업적 요건 채워… 하하하. 그렇지. 내 사위면 이정도는 해야지.”

이미 그의 머릿속에 도재현은 자신의 사위였다.

당황했던 딸의 말을 조합해보면, 아직 두 사람이 사귀는 건 아닌 것 같지만…

그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 딸이 좋아하는데 이걸 안 만나고 배겨?

그런 마인드를 지닌 딸바보 강우현에게 있어, 딸에게 마음만 있으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또 뭘 그렇게 실실 웃으면서 보고 있어?”

그런데 어디선가.

익숙하면서도 짜증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휙하고 고개를 돌리니…

소파 앞에 서 있는 지긋지긋한 얼굴의 중년.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

강우현의 오랜 친구, 문정혁이었다.

“넌 대체 왜 노크도 안 하고 막 들어와? 남의 클랜에, 그것도 마스터 집무실을.”

“너도 맨날 우리 집무실 그렇게 오잖아.”

탁- 촤락-

못마땅한 얼굴의 강우현을 무시하고, 문정혁이 소파에 앉으며 신문을 폈다.

그리곤 단번에 흥미로운 얼굴로 변한다.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마침 자신의 관심사를 찾은 듯한 표정.

이내 그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 사위 기사 보고 있었구나?”

“…뭔 위?”

강우현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분명 자신이 해야 할 말을.

왜 저 빌어먹을 친구놈이 하는 걸까?

“아아, 사윗감을 말한다는 게 잘못 나왔네. 나이 드니까 이렇게 자꾸 말이 헛나와.”

그에 강우현의 얼굴이 팍 구겨졌다.

“도재현이 왜 네 사윗감이야?”

“안 될 건 또 뭐야. 얼굴 잘 생겨, 능력 좋아, 돈 많아. 그 나이대에 갖출 수 있는 건 다 갖췄는데. 우리 가은이랑 투샷도 잘 어울리잖아. 나이도 같고.”

“뭔 개소리야!”

쾅!

테이블을 내려치며 일어선 강우현이 소리쳤다.

안 그래도 <도재현과 문가은… 아카데미에서 꽃피는 로맨스?>와 같은 루머 기사를 봐서 마음 한 구석이 심히 불쾌했는데, 당사자의 아빠란 놈이 침을 흘려대니 더욱 화가 났다.

“누가 봐도 우리 주연이랑 더 잘 어울리구만! 손 떼. 내 사윗감이야.”

“뭐?”

그러자 이번엔 문정혁의 얼굴이 제대로 구겨진다.

도재현과 문가은이 비밀 연애를 하는 걸로 알고 있는 그에게 있어, ‘도재현은 내 사윗감’이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돼 있었는데…

난데없이 적수가, 그것도 매우 강적이 나타났다.

20년 넘게 강우현과 알고 지낸 문정혁은 잘 알았다.

저 자식은 한다면 하는 자식이다.

“도재현 인턴 클랜원 하는 것도 독식해놓고, 사위 자리까지 가져가겠다고? 에라이, 도둑놈아. S급 홀더라는 위명이 아깝다.”

“아니, 그거랑 이거랑 대체 뭔 상관이야? 애초에 인턴도 주연이가 데려온 건데, 억울하면 가은이 시켜서 인턴으로 데려가지 그랬냐!”

“뭐? 말 다 했어?!”

쾅! 콰앙!

탁! 타다다다-!

테이블이 뒤집어지고, 소파가 박살난다.

마력을 쓰지 않는 주먹다짐은 기본.

한 클랜 마스터의 집무실이 난장판이 돼가는 현실….

두 친구가 그토록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비결이었다.

* * *

<홀더 코리아>

[A급괴수 웨어울프 혼자 다 때려잡는 도재현.gif]

-와, 씨발. 이게 말이 되냐?

└ 아니, 뭔 혼자 공수보조 다 하냐? 개사기잖아.

-올해의 웃음벨: 도재현이 암살자 계열 ㅋㅋㅋ

-이게 K-홀더?

-이거 말고 라이칸스로프 때려잡는 게 개지린다던데. 활 쏘면서 박진우 지원하는데, 거의 뭐 궁수 계열이나 다름없대.

└ 구라치지마 진짜..

-인생 ㅈㄴ 불공평하네 ㄹㅇ..

이번처럼 국내외 홀더 계가 주목하는 중요 공략의 경우, 홀더 협회와 해당 공격대는 서로 협의 하에 증빙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린다.

[기록 수정구]를 통해 녹화된 내용 중, 기밀은 최대한 감추면서 공개된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영상.

그게 이번에 풀린 ‘도재현의 위르겐 솔로 사냥’ 영상이었다.

영상의 목적은 웨어울프로 알려진 ‘위르겐’과 라이칸스로프로 불리는 ‘라이칸’의 모습들이 모두 적나라하게 담겼고, 또 칼라크와 바라텐의 전투로 인해 ‘진영간 세력싸움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었지만….

정작 이를 본 홀더들은 ‘역시 도재현 홀더, 전장을 뒤집어 놓으셨다’와 같은 날것의 반응들을 보였다.

솔플 홀더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량.

압도적인 전투 장면을 보니…

다른 요소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인정, 또 인정하는 부분이구요.’

도승민은 히죽히죽 웃으며 핸드폰 내 화면을 봤다.

도재현의 열렬한 팬인 그에게 있어, 이런 커뮤니티 반응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즐거움이었다.

“이번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첫 전투를 전면전으로 끌고 가야한다는 겁니다.”

던전에 재진입하기 전의 작전 회의.

공격대장 도재현은 그 말을 첫 번째로 꺼냈다.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자 도승민은 서둘러 핸드폰을 집어넣고 회의에 집중했다.

“총공세. 라이칸들과 회의에 참석하게 되면, 오직 총공세를 기반으로 한 전면전을 주장해야 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베테랑 홀더 임현의 질문.

이에 도재현은 세미나 룸 안에 미리 준비해 온 PPT를 띄웠다.

그 안엔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파문 공격대>가 받아온 칭찬, 감탄, 인정 등…

다양한 방면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담겨있었다.

“우리 공격대는 저번 임시 보고를 통해, 홀더 계의 모든 집중을 한몸에 받게 됐습니다. 비단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렇죠.”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공격대원들도 홀더고, 사람이다.

그들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칭송에 기분이 좋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사흘간 밤새 그런 반응들만 지켜본 대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코 긍정적인 신호만은 아닙니다.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속도는 빨라지는 법. 아마 우리가 추락하길 바라거나 벼르고 있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대표적으로 언론.

그들은 기삿거리로 만들 수만 있다면 상대가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쓰지 않기에, 얼마든지 돌변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렇기에 저는 속전속결 전면전으로 가고 싶습니다. 탐색전이나 전략 위주로 시간을 끌다 보면, 의도치않게 외부의 압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도재현이 설명을 하다 말고, 대원들을 쭉 훑어봤다.

“이래서 신생 임시 공격대는 안 된다, 더 강하고 많은 인원들을 보충해야 한다는 식의 의견들, 최악의 경우엔 특정 클랜들이 이번 던전 공략을 맡겠다며 나설 수도 있겠죠.”

탁-

가볍게 탁자를 내려친 도재현이 말을 이었다.

“저는 그런 상황을 원치 않습니다. 어쨌든 이번 던전 공략은, 온전히 우리 공격대의 몫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땀 흘려서 만들어낸 결과니까요.”

도재현이 살짝 웃었다.

“대원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낮은 어조의 낮은 음성.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말들은 결코 낮지 않다.

우리 건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지금의 찬사를 그대로 이어가겠다.

‘우리 공격대’는, 계속 나아가겠다.

이는 대원들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줬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우리만으로 공략되죠!!”

“후딱 끝내버립시다…!!”

생각보다 너무 커진 규모의 공략에 조금은 불안해하던 대원들의 마음을 단숨에 다잡게 한 작전 회의.

그 시작과 함께.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의 두 번째 진입이 이뤄졌다.

바라텐의 전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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