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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245)화 (245/353)

Chapter 245 - 선전포고 (1)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

관련 아이템으로 문을 열고, 제한된 시간 안에만 입장할 수 있는 특수 던전.

그 입구에 세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얼굴까지 덮은 후드와 온몸을 가득 가린 로브.

작정하고 정체를 숨기려는 듯한 옷차림이었다.

“…….”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입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초입이라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아무런 괴수도 나타나지 않는 허허벌판.

그 광활한 영역에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있기 1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무리 중 가장 큰 체형을 자랑하던 남자가, 못 참고 머리 위의 후드를 집어던졌다.

“재미없군.”

황성연이었다.

전부터 이 던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던 그는, 기어코 <파문 공격대>를 따라 던전 안까지 들어와 있었다.

그에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한 로브의 남자가 답했다.

“답답하실 만합니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아퀼렌. 너도 답답하면 로브를 벗어도 된다.”

“감사합니다.”

금발과 푸른 눈, 서구에 있을 법한 말끔한 외모.

아퀼렌이라 불린 또 다른 ‘이탈자’도 로브를 벗었다.

이를 빤히 보던 황성연이 로브의 남자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데이브. 너도 이제 그 낯짝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나? 로브 생활이 지겹지도 않나.”

데이브.

본명인지는 모르지만, 로브의 남자가 자신을 지칭하며 알려준 이름.

황성연은 이제 그의 이름은 알지만, 얼굴은 여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와 계약을 맺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그는 여전히 단 한 번도 로브를 벗은 적이 없었다.

“하하. 말씀드렸잖습니까. 봐서 좋을 것 없는 얼굴이라고요. 그리고 저희가 뭐, 굳이 얼굴을 봐야 신뢰가 쌓이고 그런 사이는 아니잖습니까?”

틀린 말은 없었다.

애당초 서로의 필요에 의해 맺은 관계였다.

데이브는 오래 전부터 만들어온 계획을 성사시킬 기회를.

황성연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화려한 도구를….

서로가 필요한 걸 채우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황성연은 마검을 꺼내 땅에 찍으며 따분한 듯 말했다.

“어지간히 재미가 없어야 말이지. 던전 입구에서도 그렇다. 굳이 그 인간들을 잠재웠어야 하나? 어차피 다른 인간들이 들어오지도 못하는 거, 다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던전에 들어오기 바로 직전 상황.

황성연을 비롯한 세 명은 던전 앞을 지키는 이들.

즉,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의 ‘공략권 보호’ 중인 협회 홀더들을 제압하며 이곳에 들어왔다.

황성연은 그들을 모조리 죽이며 파티의 시작을 알리고 싶었지만, 데이브는 굳이 ‘광역 수면 마법’이라는 복잡한 마법을 사용하면서 살상을 최소화시켰다.

더 다양한 살인, 더 훌륭한 쾌락을 바라는 그에게 있어…

그건 굉장히 낭비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랬으면 시간 안에 던전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겁니다.”

“어차피 입장 시간은 네 마법으로 연장한 거 아니었나?”

<파문된 늑대들의 도시>는 특수 아이템이 있어야 입장할 수 있는 던전이다.

아이템을 통해 입장 조건을 만족시키면 대략 30초간 던전의 입구가 열리는데, 그 안에 입장하지 않으면 던전은 닫힌다.

그렇다고 공격대를 무작정 따라 들어가면 미행이 들킬 확률이 매우 높다.

그 때문에 던전 보안 인원들을 최대한 조용히 제압하고, ‘입장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데이브의 마법을 통해 여유롭게 던전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입니다. 그 시간의 연장을 위해서, 최대한 주변의 관심을 덜 끄는 게 중요했습니다. 만약 무차별한 살상을 한 후 혹여나 S급 홀더들에게 연락이라도 들어갔다면, 우리가 던전 안으로 들어오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아마 지금쯤 던전 밖은 난리가 났을 거다.

하지만 던전 내 공격대와 연락할 방법이 없으니,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지.

물론, 이런 전략들은 모두…

공격대 내부로 침투한 스파이 덕분에 가능했다.

“그리고 사람 죽이는 거야 여기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죠. 뭣하면 덜떨어진 늑대 놈들이라도 에피타이저로 사냥하셔도 되구요.”

얼굴을 가려도 어조는 모두 느껴진다.

능청스럽게 자신을 설득하려 드는 데이브.

그 모습에 황성연은 마검을 어깨에 지며 몸을 돌렸다.

“…재미없는 이야기군.”

던전 공략이 목적이 아닌…

인간 공략이 목적인 자들.

그들이 전장 속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 * *

“바라텐의 모든 전사들이여! 출정한다!!”

바라텐의 전사들과 <파문 공격대> 연합.

우리의 공격 방향은 ‘전면전’으로 결정됐다.

이미 다른 형태의 전략은 수도 없이 많이 펼쳐왔다.

더 이상의 탐색전과 게릴라는 무의미.

그리고 전쟁에서 이기려면, 결국 적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끊어내야 한다.

결정적인 기회가 온 순간, 엔리히텐과 바라텐의 전사들은 우리 공격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와아아아-!!”

“도시를 되찾자! 싸워 이기자!”

“톨! 톨! 톨!”

그렇게 라이칸들의 요란한 함성을 기점으로 출정이 시작됐다.

엔리히텐을 비롯한 13명의 바라텐 전사들과 그들 휘하 150여 명의 라이칸.

여기에 전선에서 앞장서서 싸우는 병사들…

인간에겐 웨어울프로 알려진, 위르겐 800여 명.

그리고 <파문 공격대> 내 32명의 대원들까지.

총 1000명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이 함께 이동했다.

‘더럽게 많긴 하네.’

다 세기도 힘든 인원이 한 번에 이동하니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실 몇 만명 혹은 몇십 만명 단위로 움직였던 과거 역사의 전쟁들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 초점을 홀더 계와 던전 공략 쪽으로 바꿔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A급 이상의 괴수가 무려 1000마리.

그것도 바라텐 진영만 센 숫자다.

칼라크 진영은 이 병력의 2배에 가까운 수라고 들었다.

그럼 대충 잡아도 도합 3000이다.

C급 괴수는 가볍게 죽일 수 있는 3000명의 실력자들이, 도시 하나를 두고 서로 맞붙는 싸움.

당연히 전쟁이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톨. 적의 척후부대가 경계선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렇게 이동하던 중.

정찰을 맡던 라이칸 한 명이 다가와 보고했다.

칼라크 진영의 경계선을 넘고 난 후 고작 10분.

10분도 안 된 시간에 적이 나타났다.

아마 우리 쪽에서 그들을 발견했듯 그들도 우리를 발견했겠지.

그리고 선제 공격의 이점은…

상대가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거다.

“그대로 전진한다. 상대가 도망칠 수 없도록, 최대한 빨리 잡아내야 한다. 아마 각성 전사도 있을 거다.”

엔리히텐이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은 상황이다.

총력을 걸고 대규모로 움직이고 있는데, 상대 척후부대가 멋도 모르고 나타난 상황이라니.

잡아낼 수만 있다면 칼라크 진영의 전력을 조금이라도 깎아낼 수 있었다.

“톨. 나 쉴르텐과 제8부대가 선봉에 서게 해주시오.”

일전에 나와 말다툼이 있었던 쉴르텐이 말을 꺼냈다.

선봉으로 나서서 적의 부대를 묶어두겠다.

그 중요한 역할의 제안에, 엔리히텐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하지.”

“저희 공격대의 B팀도 함께 가겠습니다.”

나도 뒤질 세라 곧장 따라 말했다.

대규모 인원이 서로 맞붙는 상황에서의 선봉도 아니고, 상대 척후부대를 따라잡는 역할의 선봉이라니.

이런 리스크도 없는 확정적인 사냥에 안 끼면 바보다.

“윽….”

그러자 나와 약간은 껄끄러운 쉴르텐이 표정을 구겼지만, 엔리히텐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허락하지. 쉴르텐의 제8부대와 파문공격대의 B팀은 선봉으로 나서, 적의 척후부대를 사냥한다. 중요한 건 속도다. 위르겐 한 마리조차 도망칠 수 없도록, 칼라크 녀석들을 몰아붙여라!”

“예…!!”

엔리히텐의 명령과 함께, 우리는 곧바로 앞장서며 움직였다.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하는 라이칸과 위르겐들.

그리고 나 역시 쉴르텐의 옆에 붙어 움직이며 말했다.

“거, 너무 싫은 티 내진 맙시다. 우리 이제 팀이잖습니까.”

“…티 낸 적 없소!”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는 쉴르텐과 함께, 곧장 돌격을 활용한다.

이 던전에 오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라이칸 및 위르겐의 모든 늑대인간들은 ‘돌격류 룬’을 보유하고 있다.

룬의 이름은 [늑대의 질주].

노멀급 [질주]보다 성능이 좋은 레어급 룬으로, 짐승처럼 ‘사족’으로 달렸을 경우 훨씬 뛰어난 돌격 속도를 보이는 특수 룬.

나 역시 저번 위르겐 사냥 때 획득했었고, 자연스럽게 상위룬인 [천하제일 경주마]에 편입됐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늑대인간들은.

원한다면 얼마든지 늑대의 형태로 움직일 수 있다.

쿠궁- 구궁-

쿠구구구-

아우우우-

선봉에 나선 제8부대의 모든 늑대인간.

그들이 팔과 다리를 사용해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보다 효과적인 돌격을 위한 사족 질주.

거의 90여 명에 가까운 늑대인간…

아니, 늑대들의 질주.

그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르게 가슴이 벅차는 걸 느꼈다.

여전히 전황은 불리하고, 전쟁의 끝을 알 수 없지만…

시작을 알리는 바라텐들의 질주엔 두려움이 없었다.

앞으로 나가, 싸워 이긴다.

그것만이 그들의 머릿속에 박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이들은, 지금껏 전면전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최대한 버프를 받고 빠르게 움직입니다!”

“예, 공대장님!”

우리 공격대의 B팀은 나를 제외하곤 돌격류 룬이 없다.

대신 신성 계열의 버프와 속력을 이용해 최대한 빠르게 움직일 수는 있었다.

나는 공격대원들의 템포에 맞추며, 제8부대의 질주를 따라갔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했다.

‘…나도 달리고 싶네.’

뭣하면 [천하제일 경주마]의 [사족질주]까지 사용할 수 있긴 한데….

네 발로 달려가 돌격하는 공대장이라니.

그건 권위가 너무 실추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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