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6 - 선전포고 (2)
적 라이칸들을 붙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구름처럼 몰려가는 바라텐들의 돌격과 우리 공격대의 빠른 이동.
그 속도는 워낙 엄청나서, 적들이 우릴 눈치채고 도망치기 시작했는데도 기어코 꼬리를 밟았다.
-라크님!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습니다!
-젠장! 전열을 가다듬어라! 놈들을 처치하고 다시 도망친다!
클라크 진영 라이칸들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언어]를 타고 들려온다.
우리 부대와 적 부대의 사이가 그만큼 가까워졌음을 의미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곧장 울려퍼지는 거센 울음소리.
-------!!
아우우우-!!
각성 라이칸 전사의 ‘하울링’이 터진 것.
이는 전투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클라크 진영 라이칸 ‘라크’의 ‘곤색 포스하울링’이 울려 퍼집니다. 하울링을 들은 범위 내 지정 대상의 근력이 일시적으로 현저히 감소합니다!]
[‘명경지수’ 룬의 특별한 힘이 대상의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합니다. 어떠한 저주나 상태 이상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일전에 상대했던 듀크와 달리, 이번 라이칸의 하울링은 ‘근력’을 통제하는 종류의 하울링이었다.
나는 여전히 [명경지수] 덕에 면역 상태였지만, 함께 온 대원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걸 보니 꽤 강력한 통제력을 지니는 모양이다.
게다가 라이칸 및 위르겐의 늑대인간들은 능력치 자체가 신체 강화에 치중돼있기에 근력 저하는 치명적인 상태이상이었다.
하지만….
아우우우-!!
[바라텐 진영 ‘쉴르텐’의 ‘청록색 버프하울링’이 울려 퍼집니다. 하울링을 들은 범위 내 지정 대상의 속력이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합니다!]
각성 라이칸 전사는 상대 진영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 쪽의 전사인 쉴르텐도 하울링을 펼쳤다.
재밌게도 이번 하울링의 종류는 ‘버프하울링’.
듀크나 라크가 보유한 하울링과 달리, 아군에게 버프를 부여하는 종류의 스킬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근력이 많이 깎였지만, 속력이 대폭 상승하며 적들에게 돌진했다.
나는 그에 뒤처지지 않고 곧바로 대원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지원 인원들은 최대한 상대 진영의 라이칸들을 요격합니다! 위르겐 사냥은 우리 쪽 늑대인간들한테 맡기죠. 전사 계열과 암살자 계열은 앞장서기보단 지원 인원의 호위를 맡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상대와 우리의 수를 합치면 거의 250명에 가까운 대규모 전투지만, 결국 전투의 중심을 이끄는 건 강한 무력의 소수 인원들이다.
위르겐 사냥은 마찬가지로 이쪽 위르겐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최대한 상대 핵심 전력인 라이칸과 각성 라이칸을 요격해야 했다.
다행히 내가 데려온 B팀의 지원인원은 강주연, 김채은, 문가은, 아키바 등… 꽤 익숙한 멤버들.
그들 중 대부분이 내 연인이긴 한데, 어쨌든 공격대 내의 확실한 실력자들이기도 했다.
아마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들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전원, 총 공격!!”
나는 [천하제일 경주마]를 활용해 앞으로 달려나가며 소리쳤다.
이미 오더를 모두 내렸음에도…
굳이 이렇게 소리를 치는 이유는 하나.
‘남색 포스하울링.’
저번 전투의 보상으로 나 또한 얻게 된 ‘하울링’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하울링은 늑대의 울음소리지만, 나는 인간으로서 이 힘을 획득했기에 적당히 소리만 질러도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
[남색 포스하울링]의 능력은 지정 대상의 마력을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것.
적 늑대인간들을 디버프시키는 스킬이다.
갑작스러운 내 하울링에 적들이 당황하는 게 눈에 보였다.
‘계약의 부름.’
나는 스퍼트를 늦추지 않았다.
적들을 향해 달려가는 자세 그대로 하늘을 향해 점프.
그리고 티르본드를 불러낸다.
캬오오오-!!
우리의 질주엔 잠깐의 끊김도 없었다.
마치 스포츠 선수들이 달려가다 기구에 타듯 나 역시 부드럽게 티르본드에 올라탔고, 녀석은 곧바로 [천하제일 경주마]의 ‘래피드 라이딩’ 효과를 받아 전속력으로 날았다.
목표는 상대 각성 라이칸, 라크.
공격의 종류는 당연히 찌르기.
‘무구교체술, 액셀 피어싱.’
이젠 선제 공격을 가할 때 안 사용하면 섭섭한 [액셀 피어싱]을 활용한다.
한 손에 쥔 [와이번 스피어].
거침없이 적에게 날아드는 티르본드.
우리의 ‘랜스 돌격’은 이제 하나의 필살 기술이 돼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주인!!
허술하게 펼쳐져 있던 라이칸들의 진형이 갑자기 바뀐다.
각성 라이칸 전사인 ‘라크’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뭉친 후, 그 앞을 스무 마리가량의 위르겐들이 채운다.
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인해전술.
‘피하는 것’으론 [액셀 피어싱]의 속도와 위력을 견딜 수 없으니, 아예 ‘막아내는 것’으로 상대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건 마치.
우리의 이러한 공격 형태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어떻게?’
첫 공격을 받았던 듀크와 라이칸, 위르겐들은 모조리 사냥당했었다.
분명 그 당시 전투를 경험했던 늑대인간은 없을 텐데, 어떻게 이런 식의 방어 전략이 나올 수 있는 걸까.
의문을 해결할 시간은 없었다.
위르겐과 라이칸을 활용한 대인방어는 제대로 먹혀들었다.
우리의 공격은 곧장 막혔다.
[액셀 피어싱]의 위력이 워낙 뛰어난 탓에 앞을 가로막던 위르겐들을 대부분 빈사 상태로 만들고, 몇몇은 즉사까지 시켰지만…
정작 목표로 했던 각성 라이칸 라크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게다가 티르본드와 나는 적들의 진형에 갇혀, 돌격 이후의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완전히 포위된 것이다.
‘젠장… 티르본드, 들어가.’
-그럼 주인이 위험해진다.
‘난 어떻게든 해볼게. 일단 들어가.’
-알겠다.
일단 티르본드를 돌려보낸다.
[소환]의 [계약의 부름] 역시 쿨타임이 굉장히 긴 스킬이기에, 한 번 불러낸 계약자를 돌려보내는 건 말 그대로 전장 이탈을 의미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 상태에서 티르본드와 함께 싸우면 오히려 내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저 씹어먹을 인간부터 죽여라! 듀크의 원수다!
-예!!
-인간을 죽여라! 듀크님의 원수다!
-멍청한 위르겐들! 빨리 빨리 움직여!
그리고 [언어]를 통해 들려오는 말들.
예상대로 녀석들은 내가 듀크를 죽인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근처에 정찰병이 있었다거나, 혹은 그들만의 특수한 소통 방법을 통해 당시의 전투 결과가 칼라크 진영에도 알려진 모양이었다.
‘제대로 꼬였네.’
티르본드의 기동성을 이용해 상대 진형을 무너뜨리는 랜스 돌격.
오랫동안 주력으로 사용해온 콤보였기에 망설임 없이 선제 공격으로 활용했는데, 상대가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법으로 나오니 위기에 봉착했다.
그리고 내 돌격 속도는 바라텐의 어떤 전사들보다 빨랐었다.
즉, 나는 지금 칼라크 진영 한가운데에 홀로 놓인 것이다.
-----!!
아우우우-!!
속전속결.
빠른 타이밍에 날 처치하려는 듯 위르겐 열댓 마리가 동시에 달려든다.
‘그래도 아직은 할 만해.’
아직은 할 만하다.
일단 [남색 포스하울링] 덕분에 적들의 마력이 어느 정도 통제됐다는 것이 첫 번째, 그리고 상대가 방심하고 있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만약 상대 각성 전사인 라크와 다른 라이칸들이 동시에 전력을 다해 달려든다면 난 정말 탈출에만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
S급 괴수와 A급 최상위 괴수의 협력 전투는 설사 S급 홀더라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위르겐들이 먼저 달려들고, 그 뒤에 라이칸들이 후속으로 공격하려는 상황.
방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마 내 돌격과 [액셀 피어싱]에 대해선 분석했지만, 저번 전투에 보여주지 않은 다른 능력들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용인화.’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곧바로 [용인화] 스킬을 사용하며 능력치를 펌핑시킨다.
그리고 [광폭화]는 다음 전투를 위해 아낀다.
지금 나는 뒤에 바라텐 전사들과 공격대원들을 지원 인원으로 두고 있어 시간만 벌면 되고, 또 워낙 쿨타임이 긴 스킬들이기에 이들을 분배해서 사용하는 것도 중요했다.
‘무구 교체술.’
창이 교체되고, 손엔 [참회자의 검]이 들린다.
방패는 필요 없다.
지금 같은 난전 및 포위 상황에서 방패를 들면, 오히려 방패를 들지 않은 쪽이 더 허술해진다.
오직 회피와 흘려내기.
방어할 수단은 그거면 충분했다.
“급류로 흘러라.”
포위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
[진 유수활검]이 내 검 끝에서 펼쳐진다.
가볍게 흘러나온 물줄기는 거대한 물의 구가 되어 내 주변을 감싸고, 이내 수십 개의 참격이 되어 위르겐과 라이칸들을 덮친다.
팟- 파바밧-!!
------!!
아우, 우우-?!
어쨌든 [진 유수활검]은 방어 스킬.
갑작스러운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할 순 있었지만, 모두를 즉사시킬 정도의 위력까진 아니다.
어쨌든 이들을 마무리할 결정타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진 유수활검]이 끝나자마자 검에 마력을 대량으로 투입하며, 이미 다음 공격의 준비를 마쳐놓은 상황이었다.
[내리치는 벼락, 퍼져가는 전류! 오랫동안 뇌기와 친숙해져온 당신의 숙련도가 빛을 발합니다. 룬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침투하는 뇌기’ 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마력, 번개 내성을 각각 1씩 획득합니다.]
[‘침투하는 뇌기’ 룬의 파생스킬, ‘체인 라이트닝’을 획득합니다.]
오랫동안 내 마력룬으로서 활약해온 [침투하는 뇌기].
이 녀석이 10레벨까지 오르면서 획득한 파생스킬.
[체인 라이트닝]의 발현이었다.
파츠- 파츠츠-
츠츠츠츳-!!
[진 유수활검]의 여파로 온몸이 물에 적셔진 위르겐들.
그리고 내 검 안에 담겨있는, 강렬한 번개속성의 마력.
한 번 터뜨려진 뇌기는 검을 타고 물로.
물에서 물로, 또 물에서 물로.
번개는 번지고 번져…
기어코 주변의 모든 위르겐들에게 닿았다.
[진 유수활검]의 참격으로 한 번.
이에 연쇄적으로 터진 [체인 라이트닝]으로 한 번.
그리고 덤으로, 라이칸 및 위르겐에 쥐약인 [은빛 달그림자]의 특수효과 발현까지.
강력한 마력 공격들이 한 순간에 광역으로 가해지자, 위르겐들은 이를 당해내지 못하고 모조리 쓰러졌다.
A급 괴수인 위르겐 열댓 마리가, 전부 즉사한 것이다.
-라, 라크님. 위르겐들이 전부….
-이게 대체 무슨…!!
순식간에 펼쳐진 말도 안 되는 광경에…
일순 당황하며 멈춰선 칼라크 진영의 라이칸들.
그리고.
“바라텐의 전사들이여! 전진하라!”
“인간 동료를 지켜라!!”
“빌어먹을 칼라크 놈들을 모조리 죽이자!”
“공대장님 주변으로 보조 마법 다 퍼붓습니다! 털끝 하나 다치게 하면 안 돼요!”
날 도우러 달려드는 바라텐의 병력.
그리고 준비가 끝난 공격대의 후방 지원.
시간만 벌면 위기는 타파된다.
이젠 라이칸들을 사냥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