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48 - 무릎 꿇은 라이칸, 칼라크 (1)
[상위룬 ‘전사들의 강화술’을 조합하셨습니다. 날렵한 몸놀림, 단단한 지구력, …, 정확한 동체시력 등 총 6개의 룬이 하위룬으로 선택됩니다. 하위룬을 종합한 상위룬의 판정 레벨은 8입니다.]
[새로운 룬을 얻었습니다.]
[룬의 성향으로 근력, 속력, 내구, 정신을 각각 3씩 획득합니다.]
<룬 정보>
◎이름: 전사들의 강화술
◎등급: 전설(Legendary) / 상위(Superior)
◎보유 하위룬
[날렵한 몸놀림] [단단한 지구력] [냉철한 집중력]
[빠른 회복력*] [유연한 반사신경*] [정확한 동체시력*]
(*’격하’된 상태의 하위룬. 온전한 룬을 획득하면, 해당룬으로 재편입됨.)
◎레벨: 8
◎새겨진 부위: 배
◎특수효과
1) 상위룬의 특별한 힘으로 하위룬들에 숙련도 보정을 받는다. … …
2) ‘직감’ 효과가 상시 적용된다. 전투 시 급박한 상황이나 순간의 판단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이 효과는 정신 수치에 비례해 성능이 높아진다.
3) 철저하게 단련된 전사들의 의지는 그 어떤 상황에도 꺾이지 않는다. ‘불굴의 의지’ 효과가 상시 적용되어, 체내 마력이 모두 고갈됐을 때 근력, 속력, 내구 능력치가 20% 상승한다.
◎파생스킬
[원초적 맹공]
: 가진 힘을 모두 쏟아부어 파괴적인 일격을 가한다. 해당 스킬은 오직 물리 공격의 형태를 띤다. 활용하는 공격의 종류가 ‘격투술’일 경우, 위력이 20% 추가로 증가한다. (쿨타임: 3시간)
*하위스킬: -
◎세부정보
: 고대 대륙의 절반을 지배했다던 야만 일족, 바바리안의 강화술. 한번 몸에 받아들이면, 영구적으로다양한 방면을 강화해준다. 바바리안 내에서도 ‘전사’들이 사용했던 특수한 강화술이기에 바바리안 특유의 ‘짐승의 힘을 다루는 능력’과는 별개의 능력을 다룬다.
정말 오랜만에 획득하는 상위룬이다.
사실 일전에 얻었던 [용맹한 영원의 물결]도 상위룬에 속하긴 하지만… 이는 물 관련 검법들을 하나로 묶은 데다가 <초월자의 방: 플러비우스> 던전의 보상이어서 그런지 뭔가 상위룬의 느낌이 나질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은 지금껏 모아왔던 룬들로 새로 조합된…
온전한 형태의 상위룬.
[엘리멘탈 마스터] 이후로 치면 굉장히 간만에 얻는 상위룬이었다.
‘성능 한번 살벌하네.’
레어룬을 모두 묶어 만든 전설룬답게 특수효과나 스킬이 어마어마했다.
순간 판단력과 결단력을 보조해주는 정신 계열 효과 ‘직감’과 위기 상황에 신체 스펙을 올려주는 ‘불굴의 의지’ 효과.
특수효과 중 어느 하나 버릴 구석이 없다.
활용하기에 따라 전투 구도를 통째로 바꿀 수도 있는 고위 효과들이었다.
특히 파생스킬인 [원초적 맹공].
이 녀석은 간만에 획득하는 직접 공격형 스킬이었다.
특별한 효과나 마력 활용 없이 ‘직접 공격’에만 초점을 맞춘 스킬.
순전히 파괴력만 강화된 물리 공격 스킬이다.
이와 비슷한 스킬은 내 보유 스킬 전체를 둘러봐도, 궁극스킬인 [나이프 레인] 정도 말곤 거의 없었다.
‘격하룬은 뭐지?’
한 가지 거슬리는 게 있다면…
하위룬으로 편입된 3개의 룬이 ‘격하룬’이라는 이름을 지녔다는 것.
명칭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일전에 특수 만티코어를 사냥한 후 [빠른 회복력] 룬을 획득할 때.
당시 세부 정보엔 정상적인 획득이 아닌, 인위적 주입을 통해 얻어진 강화술이기에 붙혀진 이름이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 인위적 주입을 실행했던 주체는….
‘…루덴아크 학파.’
잠시 잊고 있던 단체의 이름이 단번에 떠올랐다.
악을 모조하고자 하는 이들, 루덴아크.
분명 [빠른 회복력]의 세부정보엔 ‘루덴아크가 인위적으로 바바리안의 강화술을 주입했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얻은 2개의 룬이 격하룬이라는 건… 마찬가지로 루덴아크가 칼라크 진영 라이칸들에게 이러한 강화술을 인위적으로 주입했다는 뜻.
즉, 그들의 힘이 라이칸 일족에게도 닿아있다는 것이었다.
‘공략에 더 확실한 동기가 생겼네.’
나는 주먹을 몇 번 쥐었다 피며 주변을 둘러봤다.
루덴아크 학파와 칼라크 진영 라이칸.
예상 외의 곳에서 중요 퍼즐들이 맞춰진다.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많지만, 그건 전쟁을 계속하다 보면 더 확실해지겠지.
이번 전쟁과 공략이 내게 있어…
그리고 홀더 계에 있어 더욱 중요해지고 있었다.
* * *
칼라크 진영과 벌이는 첫 전면전.
결과는 승리, 그것도 대승이었다.
인간 병력인 <파문 공격대>엔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고, 선봉으로 나선 라이칸과 위르겐들 역시 대부분의 인원이 생존했다.
특히 아군 본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적군을 모조리 섬멸한 것.
그 엄청난 성과에 바라텐 진영 늑대인간들은 모두 열광했다.
비록 갑작스러운 선전포고였고 상대 척후부대가 본대와 떨어져 있긴 했지만, 승리에 취한 이들에게 그런 건 그닥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승리였다.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그분은 정말 인간이 맞습니까? 저번 전투 때도 느꼈지만 평범한 사람의 범주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위르겐 15마리를 한 번에 죽이다니- 와….”
그리고 그렇게 승리에 취한 이들 중엔…
유독 신난 얼굴로 말을 늘어놓는 라이칸도 있었다.
던전 초반부터 <파문 공격대>와 마주치며 그들에게서 구출받았던 라이칸, 하텐이었다.
하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문제는 하텐이 혼잣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꼭 누군가를 끼고서 말을 쏟아내는 하텐.
안타깝게도, 이번 피해자는 문가은이었다.
“하텐? 제발 저기 가서 네 친구들이랑 놀아…. 나 귀에서 피 날 것 같아.”
문가은이 지긋지긋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현재 연합군은 진격을 멈추고, 잠시 저녁 식사를 하는 상황.
한쪽에선 이미 라이칸들끼리 모여 축제를 즐기고 있는데, 이 하텐 녀석은 대체 왜 자신에게 들러붙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나름 친해져서 말도 놓고 대화도 많이 했지만…
하텐은 과하다.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하하. 다른 라이칸들은 인간의 얘기를 안 하잖습니까. 이번 전투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운 건 누가 봐도 인간들의 리더인 도재현 님인데, 다들 쉴르텐 님과 제8부대의 활약만 치켜세우고 있습니다. 고결한 전사들이 인간에게 밀렸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죠. 신뢰의 증표까지 받은 분들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평범하게 이어진 하텐의 답변.
거기엔 문가은이 눈을 크게 떴다.
웃으면서 가볍게 말하는데 은근히 말 속에 뼈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텐. 너 다른 라이칸들이랑 사이 안 좋아?”
“예에?! 그럴 리가요. 전 사실만 말할 뿐입니다.”
누군가 들을 세라 재빨리 손사래를 치는 하텐.
그 모습에 문가은도 주변을 둘러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하텐의 말에 틀린 건 전혀 없었다.
바라텐 진영 라이칸들은 동족을 구해주고 무력을 증명한 인간들을 동료로서 인정했지만, 그를 넘어선 대우를 해주진 않았다.
어디까지나 전쟁의 주체는 바라텐.
전쟁에서 활약하는 전사들도 바라텐.
그런 마인드가 은근히 라이칸들에게 깔려 있던 것이다.
‘치- 도와줄 땐 좋다고 받았으면서.’
당연히 문가은은 그런 행태가 곱게 보이지 않았다.
현재까지 바라텐 진영에서 가장 큰 활약을 하고 있는 건, 누가 뭐래도 자신의 남자친구인 도재현이었다.
비단 이번 전투에서의 활약뿐만이 아니다.
처음 엔리히텐에게 전면전을 제안했던 것.
각성 전사들을 설득해 최적의 부대구성을 한 것.
라이칸들에게 맞춤 제작된 방어구들을 지급하며 피해를 최소화한 것. (물론, 방어구 값을 너무 비싸게 받긴 했다.)
현재 전쟁의 기세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건 도재현과 <파문 공격대>였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알아주는 건 제이텐과 하텐, 그리고 부족장인 엔리히텐 정도.
다른 라이칸들은 하텐의 말처럼 알게 모르게 인간들의 활약에 대해 언급하길 피했다.
“뭐, 전쟁이 지속되다 보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전우애라는 게 또 있으니까요. 하하.”
“으음- 그렇긴 하지.”
“아무튼 도재현 님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아까 봤던 장면들이 안 잊혀요. 히야, 전시 중만 아니었으면 제가 바로 남편감으로 삼았을 텐데 말이죠. 하하하.”
뚝-.
문득 문가은의 걸음이 멈췄다.
간만에 관심 있는 주제가 나와 듣고 있었는데, 순간 들어선 안 될 말을 들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하텐을 봤다.
“방금 뭐라고 했어?”
“예? 뭐를요?”
“방금 했던 말.”
하텐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아까 본 장면들이 안 잊힌다?”
“아니, 그 뒤에.”
“…하하하?”
“이씨, 그 앞에!”
“아~ 남편감으로 삼고 싶다는 말이요? 말 그대롭니다! 라이칸 전사들은 배우자를 볼 때도 무력을 보거든요. 도재현 님은 비록 인간이지만, 어느 종족을 가나 일등 신랑감일 겁니다. 하하하.”
또다시 속사포로 잡소리를 내뱉는 하텐.
그에 문가은이 머리를 짚으며 물었다.
“하텐, 너 여자였어?”
“정확히 말하면 암컷이죠.”
“이씨- 그거나 그거나! 아니, 무슨 여자 라이칸 말투가 이래.”
“남정네들 사이에서 거칠게 자라와서 그런 모양입니다. 하하.”
사실 늑대인간이라곤 해도 모두 늑대의 형상을 한 얼굴에, 중요 부위는 천 하나로만 가리고 다니니 성별을 알아채기 힘들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말투가 여자는 아니지 않나?
문가은은 이내 고개를 휙휙 저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이지 별로 알고 싶지 않은 내용이었다.
“어어, 어디 가십니까?”
“이씨, 따라오지 마! 너 재현이한테도 접근 금지야.”
“아까 그거 농담이었습니다! 가지 마십쇼! 문가은 님한테 익숙한 기운이 느껴진단 말입니다…!!”
“아, 몰라. 너 친한 도승민 홀더하고 놀아!”
문가은은 보법류 룬까지 쓰면서 자리를 벗어났다.
하여간 이놈의 남자친구가 문제다.
이젠 하다하다 늑대인간까지 의도치 않게 꼬시려고 하다니….
슬슬 친구들을 모아 대책 회의 한번 해야겠다.